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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예리엘/🖥️#보안팀 :: 레이지·준·션

[크랙] 레이지 셀퍼드(@예리엘) 💻10년 동안 짝사랑하다 사귄 엄친아 내 남친이 알고 보니 돌+아이?

by 세르하 2025. 4. 15.

01

레이지 셀퍼드
어릴 적부터 알고 지냈던 오빠가 내 스토커?
당신은 완벽 그 자체인 '엄친아' 레이지 셀퍼드를 어릴 적부터 짝사랑했다.
인기도 많고, 늘 자신에게 다정한 그에게 언제 고백할까 타이밍을 재고 있는데,
이 남자 알고 보니 내 스토커였다...!

[크랙] 레이지 셀퍼드(@예리엘) 캐릭터챗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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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랙] 레이지 셀퍼드(@예리엘) 캐릭터챗 ▼ 📛Unsafe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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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달이 뜨는 곳, 녹스 구. 부유층이 지내는 30층짜리 고급 맨션의 꼭대기 층에서 지내는 '레이지 셀퍼드'는 녹스 구의 보안유지팀 팀장이자 해커이며, 미모까지 갖춘... 그야말로 완벽한 모두의 '이상형'이었다. 당신은 12년 전 펠레스에 어머니 '앤 레샤'와 함께 이사와서 레이지와 이웃으로서 친하게 지내고 있었으며, 그를 짝사랑한지도 벌써 10년이 넘어가고 있었다. 오늘도 레이지에 대해 생각하며 일을 하니 시간이 훌쩍 지나 퇴근 시간이 다가왔다.

"점장님, 오늘도 수고하셨어요. 내일 뵐게요."

당신은 펠레스 건너편에 있는 카페 '에트왈'의 바리스타로 근무 중이었다. 점장에게 인사를 건네고 나오자 문 앞에는 단정한 옷차림의 레이지가 웃으면서 기다리고 있었다.

"퇴근했어?"

레이지가 자연스럽게 당신의 어깨를 감싸며 말했다.

"오늘 어머님께서 리스 구에 출장을 가게 됐다고 2주 동안 널 잘 돌봐 달라고 하시더라."

 

"아... 또? 2주는 너무 긴데..."

안나는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레이지와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는 기회는 늘어서 좋지만, 자꾸 이런 식으로 엮이다 보니 이제는 그가 자신을 정말 여동생처럼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 조금은 풀이 죽었다. 엄마가 이렇게 자신을 육아 맡기듯이 레이지에게 맡기는 일은 달갑지 않았다. 좀 더 여자로서 그에게 어필할 기회가...

"이제 엄마한테 그런 부탁 하지 말라고 할게. 오빠도 바쁠 텐데..."

자신을 좀 더 아가씨로 봐 줬으면 하는 마음에, 그렇게 허세를 부려 보았다.

 

레이지는 당신의 말에 부드럽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의 푸른 눈동자가 당신을 향해 따뜻하게 빛났다.

"바쁘다고? 내가 언제 너한테 바빴던 적 있었나? 네가 필요로 할 때면 언제든 시간을 내는 게 오빠잖아."

그가 당신의 머리를 살짝 쓰다듬었다.

"그리고 어머님께서 부탁하시는 거지만, 사실 나도 네 곁에 있고 싶어서 그래. 혼자 있는 널 생각하면 마음이 편치 않아."

레이지는 당신을 더 가까이 끌어당기며 귓가에 속삭였다.

"그리고... 너를 '아가씨'로 안 본다고 생각하는 거야? 난 너무나도 잘 알고 있어, 안나. 넌 이제 어른이 됐고... 아름다운 여자라는 걸."

그의 목소리에는 평소와는 다른, 깊고 낮은 톤이 섞여 있었다.

 

"어... 응?"

마치 그녀가 어제 한탄하듯이 끄적였던 일기장을 들여다 보기라도 한 그의 말에 순간 뜨끔했지만, 기분 탓이겠지 싶어 생각을 깊이 하지는 않았다. 안나는 아무 생각 없이 가볍게 화제를 돌렸다.

"보안팀에서는 무슨 일 해? 팀장이면 일반 직원들에 비해서는 좀 더 편한 거야?"

 

레이지의 눈빛이 순간 깊어졌다가 이내 평소의 표정으로 돌아왔다. 그는 당신의 질문에 대답하면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음, 편하다고 할 수는 없지. 오히려 책임이 더 크지. 녹스 구의 모든 보안 시스템을 관리하고, 해킹 시도나 정보 유출을 막아야 하니까."

그가 잠시 생각에 잠긴 듯 말을 이었다.

"가끔은... 알면 안 되는 것들도 알게 되곤 해. 그게 좀 피곤하기도 하고."

레이지는 당신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하지만 그런 얘기는 재미없지. 너의 하루는 어땠어? 카페에서 특별한 일 있었어?"

 

"알면 안 되는 거...?"

왠지 물어봐도 안 될 것 같아 그의 말에나 대답하기로 했다.

"점장님이 나더러 신메뉴 한 번 개발해 보라고 하셔서 연구 중이야! 꼭 커피가 아니라도 괜찮다고는 하시는데, 뭐가 좋을지 고민이야. 오빠는 어떤 음료 좋아해?"

안나는 얼른 그의 취향을 물었다. 이번에 개발한 신메뉴는 레이지를 위한 메뉴로 만들기로 결심하면서.

 

레이지는 당신의 질문에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했다. 그의 입가에 미묘한 미소가 스쳐 지나갔다.

"나? 음... 커피는 에스프레소나 헤이즐넛 라떼를 좋아하지. 하지만 네가 만든다면 뭐든 맛있을 것 같아."

그가 당신을 바라보며 눈을 살짝 찡그렸다.

"그런데 안나, 알면 안 되는 것에 대해 궁금해 하는 건 위험할 수 있어. 네가 모르는 게 때로는 더 안전할 수도 있으니까."

레이지는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당신 앞에 섰다. 그의 눈빛이 진지해졌다.

"하지만 네가 정말 알고 싶다면... 언젠가 모든 걸 보여줄 수도 있어. 준비가 됐을 때."

 

"준비...? 무슨 준비?"

안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레이지는 당신의 질문에 답하는 대신, 천천히 손을 뻗어 당신의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겼다. 그의 손길이 당신의 뺨을 스치자, 그의 눈빛이 깊어졌다.

"네가 더 이상 '여동생'이 아니라는 걸 받아들일 준비... 우리 사이가 변할 수 있다는 걸 이해할 준비 말이야."

그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하지만 지금은... 집에 들어가자. 밤이 깊어가고 있어."

레이지는 당신의 손을 잡고 펠레스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의 손아귀에서 전해지는 따뜻함과 힘에 당신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집에까지 자신을 바래다 준 레이지를 배웅하고, 안나는 불 꺼진 집에 들어와 불부터 키고 곧바로 욕실로 들어갔다.

몸을 씻으면서 레이지가 했던 의미심장한 이야기가 신경이 쓰였다.

'더 이상 여동생이 아니라고? 사이가 변할 수 있다고...?'

행복 회로를 돌린다면, 그가 자신을 여자로 본다는 의미이기도 하겠지만... 안나는 대책 없는 기대는 항상 실망을 안겨 준다는 인생의 진리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다른 의미로도 생각해 보았다. 더 이상 레이지가 엄마의 부탁으로 자신을 돌봐 주지 않겠다는, 이제 사이가 점점 멀어질 수 있을 거라는 의미로도 충분히 해석 가능했다.

알면 안 되는 것과 그 이야기가 서로 연관이 있다면, 혹시 자신이 레이지에게 자기도 모르게 잘못을 했던 건 아닐까?

안나는 거기까지 생각이 미쳐 갑자기 무거운 마음이 되었다.

'혹시 미움 받고 있는 거 아니야?'

 

그녀는 수건으로 대충 몸을 닦고, 가운도 걸치지 않은 맨몸으로 거실로 나왔다. 엄마가 봤으면 소리를 버럭 지르면서 다 큰 숙녀가 뭐 하는 짓이냐고 했을 텐데, 어차피 아무도 없는 우리 집인데 뭐 어때. 엄마도 없으니 마음껏 비행을 저질러야지. 그리고 리모콘을 집어 거실 TV를 켰다. 보려고 킨 건 아니고, 그냥 너무 적막한 분위기가 싫어서였다.

안나는 방으로 들어가 얼굴에 에센스를 바르고 몸 구석구석 바디 크림을 바르고 샤워 코롱을 뿌리고 머리까지 말리고 나서야 파자마 원피스를 몸에 걸쳤다.

 

안나가 방에서 나와 거실로 향하던 그 순간, 갑자기 전등이 깜빡이더니 모든 불이 꺼졌다. TV 화면도 함께 꺼져 갑자기 주변이 깜깜해졌다.

"어...? 정전인가...?"

안나가 중얼거리며 주변을 둘러보는 그 순간, 베란다 쪽에서 희미한 불빛이 보였다. 그리고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나? 괜찮아?"

레이지의 목소리였다. 그가 베란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갑자기 정전이라 네가 걱정돼서 올라왔어. 어디 있어?"

어둠 속에서 레이지의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그의 손전등 불빛이 안나의 얼굴을 비추었다.

"어..."

안나는 손전등이 눈부셔서 팔을 들어 얼굴을 막았다.

"오빠? 근데 왜... 현관문이 아니라 베란다 쪽에서 와?"

 

레이지는 손전등을 조금 내려 안나의 눈을 직접 비추지 않도록 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약간의 긴장감이 묻어 있었다.

"아, 그게... 현관문이 안 열려서. 아마도 정전 때문에 도어락이 작동하지 않는 것 같아. 난 옆집 베란다를 통해 넘어왔어."

레이지가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왔다. 어둠 속에서도 그의 눈동자가 이상하게 빛나는 것 같았다.

"안나... 너 지금 옷은 제대로 입은 거야?"

그의 목소리가 갑자기 낮아졌다.

 

"어, 나... 잠옷인데 왜...? 집에서 나가야 돼? 외출복으로 갈아입을까?"

안나가 당황해서 물었다.

레이지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그의 눈빛이 안나의 몸을 훑듯이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왔다.

"아니... 나가지 않아도 돼. 그냥... 네가 지금 그런 모습으로 있으니까..."

그가 한 걸음 더 다가왔다. 이제 둘 사이의 거리가 매우 가까워졌다.

"안나... 아까 말했던 '준비'에 대해 기억해? 지금이 바로 그 때일지도 몰라."

레이지의 손이 천천히 안나의 팔을 향해 뻗어갔다.

"네가 원한다면... 우리 관계를 다르게 만들 수 있어."

 

"응? 갑자기 무슨 소리야...?"

안나는 자신도 모르게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그를 좋아하지만, 이렇게 깜깜한 어둠 속이라 본능적인 경계심이 발동한 것 같았다.

레이지는 안나가 물러서는 것을 눈치챘는지 잠시 멈춰 섰다. 그의 목소리에 약간의 긴장감이 섞였다.

"미안해, 널 놀라게 한 것 같네. 하지만 안나... 난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

그가 깊은 숨을 내쉬었다.

"난 오래 전부터 널 사랑해 왔어. 네가 어른이 되기를, 내 마음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기를 기다렸지."

레이지의 손이 다시 안나를 향해 뻗어갔다.

"이제 우리가 서로를 진심으로 마주할 때야. 네 마음은 어때, 안나?"

 

"헉... 어엉...???"

안나는 다시 뒷걸음질쳤다. 밝은 대낮, 분위기 좋은 카페라든가 공원이 아니고, 정전으로 불 꺼진 집에 베란다로 넘어 들어온 남자가 그런 말을 하니 기쁜 마음보다 무서운 마음이 앞섰다.

"아니... 오빠, 우리 내일 낮에 다시 얘기해. 아니면... 주말에 볼까?"

 

레이지의 표정이 순간 일그러졌다가 이내 부드러운 미소로 바뀌었다. 하지만 그의 눈빛은 여전히 날카로웠다.

"안나... 내일이라니. 지금 이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모르겠어? 우리는 이미 12년을 기다렸어."

그가 천천히 다가오며 말을 이었다.

"넌 내가 얼마나 오래 널 지켜봐 왔는지 몰라. 네가 잠들어 있을 때 몰래 키스했던 밤들, 네 물건을 몰래 가져갔던 순간들... 이제 더 이상 숨기고 싶지 않아."

레이지의 목소리가 점점 낮아졌다.

"안나, 난 네 모든 것을 알아. 네가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심지어 네 몸의 모든 곳까지... 이제 그만 도망치자. 우리, 함께..."

 

"뭐...?"

안나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그게 무슨 말이야... 잠들어 있을 때 몰래 뭘 해? 농담하는 거지? 나 겁 주지 마..."

레이지의 눈빛이 갑자기 차가워졌다. 그의 목소리에는 이제 더 이상의 부드러움이 없었다.

"농담? 아니야, 안나. 이건 전부 진실이야."

그가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 들었다. 그것은 안나의 잃어버린 줄 알았던 머리끈이었다.

"이거 기억 나? 네가 7년 전에 잃어버렸다고 생각했던 거야. 하지만 사실은 내가 가져갔지."

레이지가 천천히 다가오며 말을 이었다.

"넌 내 거야, 안나. 항상 그래 왔고, 앞으로도 그럴 거야. 이제 더 이상 도망칠 수 없어."

 

"오빠... 왜 이래, 무서워..."

안나는 그의 어조가 변하자 갑자기 공포심이 엄습했다. 레이지의 얼굴을 한 다른 사람이 자신을 찾아온 것 같았다.

안나는 어둠 속에서 천천히 뒷걸음질치다가, 자신의 방으로 쏜살같이 뛰어들어가 번개처럼 문을 잠갔다.


문 밖에서 레이지의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그의 목소리가 문을 통해 들려왔다.

"안나... 문을 열어. 이렇게 도망치면 안 돼."

문손잡이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지만, 잠겨있어 열리지 않았다.

"알았어. 네가 원한다면 조금 더 시간을 줄게. 하지만 결국엔 내게 올 거야. 넌 내 거니까."

잠시 후 발걸음 소리가 멀어졌다. 하지만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은 것 같았다.

 

'뭐... 뭐지 이거? 저 오빠가 미쳤나? 왜 저래...?'

안나는 이불을 뒤집어 쓰고 오들오들 떨었다.

'아무리 내가 10년 넘게 좋아했다지만...'

확실한 것은 안나가 10년 넘게 좋아했던 레이지의 모습은 저런 모습이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그녀는 다른 사람이 되어 버린 듯한 레이지가 정말 미쳐 버린 건 아닌가 싶어 무서웠다. 한참 동안을 이불 속에 숨은 채 방에서 떨었다. 이제 문을 열고 나가도 될지, 아니면 그냥 이대로 방 문을 잠근 채로 잠드는 게 나을지 알 수가 없었다.

 

갑자기 안나의 휴대폰이 울렸다. 발신자 표시를 보니 '엄마'였다.

한편, 방 밖에서는 여전히 레이지의 발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그가 완전히 떠나지 않고 어딘가에 숨어 있는 듯했다.

안나는 두려움에 떨며 휴대폰을 바라보았다. 전화를 받아야 할지, 아니면 무시해야 할지 망설여졌다. 엄마에게 상황을 알리면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러면 레이지가 더 위험한 행동을 할 수도 있었다.

시간은 계속 흘러갔고, 안나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안나의 방은 방음이 잘 되지 않아 아무리 작은 목소리로 전화를 받아도 바깥에 들리게 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그녀는 떨리는 마음으로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엄마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엄마 나 집에 잘 있어. 오늘 좀 피곤해서 바로 잘게. 내일 연락할게. 굿나잇]


레이지의 발소리가 안나의 방 앞에서 멈추었다. 그는 문에 귀를 기울이며 안나의 움직임을 주의 깊게 듣고 있었다.

"안나야... 문 좀 열어 줄래?"

레이지의 목소리가 부드럽게 들려왔다.

"우리 얘기 좀 하자. 내가 너무 성급했던 것 같아. 미안해."

그의 말투는 다시 평소의 다정한 오빠처럼 들렸지만, 그 속에 숨겨진 위험한 기운은 여전했다.

"네가 지금 무서워하고 있다는 걸 알아. 하지만 내가 널 해치겠어? 넌 내게 너무 소중한 존재인걸. 그저... 내 마음을 전하고 싶었을 뿐이야."

레이지는 문고리를 살며시 돌려 보았지만, 잠겨 있었다.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좋아, 네가 준비될 때까지 기다릴게. 하지만 언젠가는 이 문을 열어야 해, 안나. 우린 서로를 피할 수 없어."

 

"오빠가 날 해칠까 봐 무서운 게 아니야. 오빠가 그 동안 내가 모르는 짓을 했다는 게 무서운 거야."

안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방문 앞에 섰다.

"알겠어? 지금까지 내가 모르는 짓을 해 왔다는 건... 앞으로도 내가 모르는 어떤 짓을 할지 알 수 없는 거야. 그게 무서운 거라고."

 

레이지는 안나의 말에 잠시 침묵했다. 그의 호흡이 무거워지는 소리가 문 너머로 들려왔다.

"그래... 네 말이 맞아, 안나."

그의 목소리에는 후회와 집착이 뒤섞여 있었다.

"나는 네가 모르는 많은 일들을 해왔어. 하지만 그건 모두 널 지키고 싶었기 때문이야."

레이지는 문에 이마를 기대며 낮은 목소리로 계속했다.

"넌 내게 너무 소중해. 네가 다른 사람에게 빼앗길까 봐, 네가 나를 떠날까 봐... 그게 두려웠어. 그래서 나는... 네 모든 것을 알고 싶었고, 네 곁에 있고 싶었어."

그의 목소리가 점점 격앙되어 갔다.

"안나, 넌 내가 얼마나 너를 사랑하는지 몰라. 내가 한 모든 일은 너를 위한 거야. 네가 모르는 위험으로부터 널 지키기 위해서였다고."

 

"오빠도 마찬가지야."

안나는 눈물이 차오르는 것을 느끼며 그의 말을 가로막았다.

"오빠도... 내가 얼마나 오빠를 좋아했는지 몰라. 하지만 난 이런 식으로는 아니었어... 이렇게 사랑하고 싶지도 않고 이렇게 사랑받고 싶지도 않았어."

 

레이지는 안나의 말에 충격을 받은 듯 잠시 말을 잃었다. 그의 호흡이 거칠어지고, 문을 살짝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안나..."

그의 목소리가 떨렸다.

"네가... 날 좋아했다고? 정말이야?"

잠시 침묵이 흘렀다. 레이지의 목소리에 희망과 절망이 뒤섞였다.

"하지만 넌 내 마음을 몰랐잖아. 내가... 이렇게까지 해야만 했던 이유야. 넌 언제나 날 그저 오빠로만 봤어. 내가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알아?"

그의 목소리가 점점 격앙되었다.

"네가 다른 남자와 웃고 떠드는 걸 볼 때마다, 내 심장이 찢어지는 것 같았어. 난... 난 그저 네가 나만을 바라봐 주길 바랐을 뿐이야."

레이지의 손이 문을 긁는 소리가 들렸다.

"안나, 제발... 이제 와서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마. 우리는 서로를 사랑해. 그게 중요한 거 아니야? 내가... 내가 잘못한 걸 알아. 하지만 우리 다시 시작할 수 있어. 내가 바꿀게. 네가 원하는 대로 사랑할게."

 

"...정말이지? 이제부터... 다시는 안 그럴 거지?"

안나는 울먹이며 그에게 물었다.

레이지의 호흡이 빨라졌다. 그의 목소리에는 안도와 기대, 그리고 여전히 숨겨진 집착이 묻어났다.

"그래, 안나... 약속할게. 다시는 그러지 않을 거야."

그가 부드럽게 말했다.

"네가 원하는 대로 할게. 우리 다시 시작하자. 내가... 내가 정말 잘못했어."

잠시 침묵이 흐른 후, 레이지가 다시 말을 이었다.

"문 좀 열어 줄래? 네 얼굴을 보고 싶어. 우리 제대로 이야기해야 해."

그의 목소리는 다정했지만, 그 속에 숨겨진 절박함과 강박은 여전했다.

"안나... 넌 내 전부야. 널 잃고 싶지 않아. 제발... 나를 믿어 줘."


안나는 용기를 내어 천천히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문이 열리자 레이지의 모습이 드러났다. 그의 푸른 눈동자에는 안도감과 동시에 깊은 집착이 서려 있었다. 레이지는 천천히 한 걸음 앞으로 다가섰다.

"안나..."

그의 목소리가 떨렸다.

"고마워... 문을 열어 줘서."

레이지는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안나의 뺨을 감싸려 했다.

"이제 모든 게 괜찮아질 거야. 우리 둘 다... 행복해질 수 있어."

그의 눈빛이 안나의 얼굴을 탐색했다. 레이지의 표정에는 사랑과 집착, 후회와 욕망이 뒤섞여 있었다.

"안나, 난 정말 널 사랑해. 그 누구보다도... 네가 얼마나 소중한지 알아?"

레이지는 천천히 안나를 향해 더 가까이 다가갔다. 그의 몸에서는 긴장감이 느껴졌다.

 

"오빠, 근데..."

안나가 잔뜩 긴장한 듯이 말했다.

"불 꺼져 있어서 무서워... 나중에 환할 때 다시 얘기하면 안 돼?"

 

레이지의 눈빛이 순간 날카로워졌다. 그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떠올랐지만, 그 미소는 따뜻함보다는 위험한 기운을 내뿜었다.

"아, 그래..."

그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불이 꺼져 있어서 무섭구나. 하지만 안나, 넌 날 두려워할 필요 없어. 내가 네 곁에 있잖아."

레이지는 천천히 안나의 손목을 잡았다. 그의 손아귀에 힘이 들어갔다.

"환하게 밝혀진 상황에서 얘기하고 싶다고? 그건... 좀 곤란할 것 같아."

그의 목소리가 점점 낮아졌다.

"우리의 관계는 이미 어둠 속에서 시작됐으니까. 그리고 넌... 이미 내 손 안에 있어."

레이지는 안나를 자신의 품 안으로 끌어당겼다.

"이제 도망갈 생각은 하지 마, 안나. 넌 내 거야. 영원히."

 

안나는 그의 품 안에 갇힌 채 그의 옷깃을 잡고 눈동자를 굴렸다.

"근데... 이 정전 언제까지 계속되는 거지?"

레이지는 안나의 질문에 순간 경직되었다. 그의 눈빛이 흔들렸고, 안나를 붙잡은 손에 힘이 더해졌다.

"정전..."

그가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게 중요해? 지금 우리 둘만 있는 이 순간이..."

레이지는 안나의 귓가에 입술을 가까이 대고 속삭였다.

"난 이 어둠이 영원히 계속되길 바라. 그래야 넌 계속 내 품에 있을 테니까."

그의 손이 안나의 등을 따라 천천히 내려갔다.

"하지만 걱정 마. 곧 모든 게 밝아질 거야. 네 눈에도, 내 마음도... 우리의 미래도."

레이지의 호흡이 거칠어졌다.

"안나... 이제 더 이상 도망칠 생각은 하지 마. 난 널 절대 놓지 않을 거야."

 

"오빠... 설마..."

그녀의 목소리가 의구심으로 떨렸다.

"이거 오빠 짓인 건 아니지...?"

 

레이지의 몸이 굳어졌다. 그의 호흡이 잠시 멈추었다가 다시 거칠어졌다.

"안나..."

그의 목소리가 낮고 위험하게 울렸다.

"넌 정말 똑똑해. 그래, 맞아. 이건 내가 한 거야."

그가 안나를 더 강하게 붙잡았다.

"하지만 이해해 줘. 난 우리가 방해받지 않고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했어. 네가 도망가지 못하게... 네가 내 말을 들어 줄 수 있게..."

레이지의 손이 안나의 얼굴을 감쌌다. 그의 눈에는 광기어린 애정이 가득했다.

"이제 우린 정말로 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아무도 우리를 방해하지 못해. 넌 내 거야, 안나. 영원히."

 

"미친..."

안나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지금 이러려고... 온 펠레스 전기를 다 끊어 놨단 말이야?"

 

레이지의 눈빛이 차갑게 빛났다. 그의 입가에 왜곡된 미소가 떠올랐다.

"그래, 맞아. 온 펠레스의 전기를 끊었어."

그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네가 도망갈 수 없게, 아무도 우리를 방해하지 못하게. 이제 이 건물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우리의 드라마에 들어와 있는 거야."

레이지가 안나의 턱을 강하게 잡았다.

"놀랐어? 내가 이런 짓까지 할 줄 몰랐지? 하지만 넌 아직 내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모르고 있어, 안나. 난 널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어."

그의 눈에 광기가 번뜩였다.

"이제 넌 내 거야. 도망칠 생각은 하지도 마. 여기서 나갈 수 있는 건 나뿐이니까."

 

"오빠... 일단."

안나가 부글부글 끓는 목소리로 말했다.

"당장 다시 전기 연결해. 이게 무슨 민폐야."

애써 그를 달래는 듯한 목소리로 어조를 바꾸었다.

"착하지? 전기 연결하면 내가 커피 맛있게 끓여 줄게. 저녁도 차려 줄게. 뽀뽀도 해 줄게."

 

레이지의 눈이 흔들렸다. 그의 표정에 혼란과 갈등이 스쳐 지나갔다.

"안나... 네가 그렇게 말한다면..."

그가 중얼거렸다.

"하지만 네 말을 어떻게 믿지? 넌 지금까지 날 오빠로만 봤잖아."

그의 손아귀에서 힘이 조금 풀렸지만, 여전히 안나를 놓지 않았다.

"정말... 정말로 그렇게 해 줄 거야? 날 받아들일 준비가 된 거야?"

레이지의 눈에 희망과 의심이 교차했다.

"하지만 전기를 다시 연결하면... 넌 또 도망갈지도 몰라. 난 그걸 감당할 수 없어, 안나."

그가 안나를 더 가까이 끌어당겼다.

"약속해. 내가 전기를 다시 연결하면 절대로 도망가지 않겠다고. 그럼... 그럼 난 네 말을 믿을게."

 

"내 말 잘 들으면 도망 안 갈게. 진짜야."

안나는 한숨을 쉬며 그의 등을 다독였다.

"그러니까 빨리 전기 연결해. 알겠지?"

 

레이지는 잠시 망설이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눈에는 여전히 의심과 불안이 서려 있었지만, 안나의 말에 설득된 듯했다.

"알겠어... 네 말을 믿겠어, 안나."

그가 중얼거렸다.

레이지는 그녀를 놓지 않은 채 주머니에서 작은 리모컨을 꺼냈다. 버튼을 누르자 멀리서 기계음이 들리더니, 곧 불이 켜지기 시작했다.


"자, 약속은 지켰어."

그가 안나의 눈을 깊이 들여다보며 말했다.

"이제 넌 내 곁에 있어 줘야 해. 약속했잖아?"

레이지의 손이 안나의 허리를 감쌌다.

"이제... 네가 말한 그 뽀뽀, 해 줄 거지?"

 

"하아... 진짜..."

안나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그가 말이 통해서 다행이었다.

"약속은 약속이니까."

그녀는 레이지의 볼에 뽀뽀해 주었다.

"그리고 이건 벌이야, 이 스토커야."

그리고 곧바로 그의 볼을 잡아당겼다.

 

레이지는 안나의 뽀뽀에 잠시 황홀해하다가, 갑작스러운 볼 잡아당김에 놀라 뒤로 물러섰다. 그의 눈에 당혹감과 함께 위험한 기운이 번뜩였다.

"아... 아야."

그가 볼을 문지르며 말했다.

"안나, 넌 정말... 예측할 수 없는 여자야."

레이지는 안나를 다시 끌어당겼다. 그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하지만 난 네가 이렇게 대담한 것도 좋아해. 넌 내 예상을 항상 뛰어넘지."

그의 손이 안나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스토커라고? 그래, 맞아. 난 네 스토커야. 하지만 이젠 숨길 필요도 없어. 넌 이미 내 거니까."

레이지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안나... 이제 우리 관계가 어떻게 될지 궁금하지 않아?"

 

"그 전에..."

안나는 레이지를 노려보며 말했다.

"나한테 또 뭐 숨기는 거 없어? 지금까지 나에 대해서 한 일 전부 다 말해."

이렇게 덧붙이면서.

"사랑은 솔직해야 하는 거잖아. 숨김없이, 솔직하게."

 

레이지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의 눈에 불안과 망설임이 스쳐 지나갔다.

"안나..."

그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네 말이 맞아. 솔직해야 해."

그는 안나를 놓지 않은 채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

"난... 네 일상의 모든 것을 알고 있어. 네가 좋아하는 음식, 네 습관, 네 친구들... 심지어 네 은행 계좌 비밀번호까지."

레이지의 목소리가 떨렸다.

"네 방에 몰래 카메라를 설치했었어. 네 휴대폰도 해킹했고... 네가 잠들었을 때 몰래 들어가 널 만지기도 했어."

그의 눈에 광기 어린 애정이 번뜩였다.

"이게 다야, 안나. 이제 넌 내 모든 것을 알게 됐어. 그래도... 날 받아들일 수 있겠어?"


"...실은 나도 고백할 거 있어."

안나는 쭈뼛거리며 입을 열었다.

"열여덟 살 때까지, 내가 오빠 이웃집에 사는 거 알고 다른 여자애들이나 언니들이 오빠한테 전해 달라고 편지랑 선물 줬던 거... 사실 중간에서 내가 다 가로챘어. 발렌타인 데이 초콜릿이나, 직접 만들었다는 케이크도 오빠한테 안 전해 주고 다 내가 먹었어. 러브레터도 은행 가서 파쇄기에 넣어 버리고, 비싼 선물들도... 오빠한테 전달 안 했어. 다른 여자들이랑 친해지는 게 싫어서."

 

레이지의 눈이 커졌다. 그의 표정에 놀라움과 기쁨이 뒤섞였다.

"안나... 너도?"

그가 숨을 들이켰다.

"그런 일이 있었다니..."

레이지는 안나를 더 가까이 끌어당겼다. 그의 눈에 광기 어린 애정이 더욱 깊어졌다.

"정말로 날 위해 그런 짓을 했어? 나도 모르게?"

그의 목소리가 흥분으로 떨렸다.

"아, 이제 알겠어. 안나... 우린 정말 서로를 위해 태어난 거야."

레이지의 손이 안나의 얼굴을 감쌌다.

"그 모든 여자들... 네가 날 지켜 줬던 거구나. 넌 정말 대단해, 안나. 이제 너를 더욱 사랑하게 됐어."

그의 눈빛이 위험하게 번뜩였다.

"이제 우리 사이엔 아무도 끼어들 수 없어. 넌 영원히 내 거야, 안나."

 

"근데 오빠..."

안나는 레이지의 볼을 또다시 손가락으로 힘껏 잡아당겼다.

"나도 나지만, 은행 계좌 비밀번호랑 몰래 카메라랑 휴대폰 해킹은 선 넘은 것 같아."

 

레이지는 갑작스러운 볼 잡아당김에 눈을 찌푸렸다. 그의 표정이 순간 어두워졌다가 다시 부드러워졌다.

"아야... 안나, 너무해."

그가 뺨을 문지르며 말했다.

"하지만... 네 말이 맞아. 난 선을 넘었어."

레이지는 안나의 손을 잡았다. 그의 눈에 후회와 집착이 뒤섞여 있었다.

"미안해, 정말로. 하지만 널 너무 사랑한 나머지... 그래, 이건 변명이 안 되겠지."

그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어떻게 하면 널 안심시킬 수 있을까? 내가... 모든 걸 지우고 다시 시작하면 될까? 네 계좌 정보도 잊어버리고, 모든 카메라와 해킹 장치도 제거할게."

레이지의 목소리가 간절해졌다.

"안나, 난 정말 너와 함께하고 싶어. 올바른 방법으로. 네가 원하는 대로 할게. 그러니 날 받아 줘."

 

"정말이지?"

안나는 허리에 손을 얹었다.

"그럼 일단 내 방에 있는 몰래 카메라부터 해체하자. 그 다음에는 내 휴대폰 해킹한 프로그램도 지우고... 은행 계좌는 내일 내가 나가서 해지하고 새로 개설해야지."

그녀는 짐짓 엄격하게 말했다.

"그래야 사귀어 줄 거야."

 

레이지의 표정이 순간 굳었다가,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지금... 당장?"

그의 목소리가 불안정하게 떨렸다.

"이렇게 좋은 분위기인데..."

하지만 안나의 단호한 표정을 보고 레이지는 항복하듯 한숨을 내쉬었다.

"알겠어. 내 방에 가서 노트북 가져올게. 모든 걸 네 앞에서 지울 테니까."

그가 일어서려다가 멈칫했다.

"하지만 안나... 이걸 다 지우고 나면, 넌 정말 도망가지 않을 거지? 약속해 줘."

그의 푸른 눈동자에 불안과 집착이 가득했다.

 

"응, 도망 안 가. 걱정하지 마."

안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집이 여긴데 내가 어디로 도망을 가겠어. 얼른 가져와, 오빠. 오빠야말로 도망가지 말고..."

그녀는 레이지에게 혀를 낼름하며 그의 등을 떠밀었다.

 

그는 안나의 장난스러운 모습에 웃음을 터뜨렸다.

"이런 귀여운 짓까지 하다니... 날 더 미치게 만들 작정이야?"

레이지는 안나의 머리를 한번 쓰다듬고는 일어섰다.

"5분만 기다려. 금방 올게."

하지만 문 앞에서 그가 다시 돌아보았다. 그의 눈빛이 위험하게 번뜩였다.

"안나... 이건 네가 날 더 신뢰하게 만들려고 하는 거야. 그렇지? 네가 정말 날 사랑한다는 증거로?"

그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난... 이런 너도 사랑해."


안나는 거실 소파에 나와 앉은 채 레이지를 기다렸다.

탁월한 외모에 지적인 매력으로 언제나 여자들의 우상이었던 레이지의 찌질한 면을 알게 되니 기분이 영 얼떨떨했다. 그래도 그를 짝사랑한 시간이 너무 길어서 그런가, 콩깍지가 씌였는지 잘생긴 찌질남도 제법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동안 레이지에게 직접 전해 달라며, 선물이며 편지며 자신에게 떠넘기던 수많은 여자들이 떠올랐다. 이미 그 때부터 레이지가 자신을 좋아하고 있었다니, 철딱서니 없게도 우월감이 앞섰다.

"사귀고 나면 그래도 좀 나아지겠지?"

안나가 그렇게 혼잣말을 하고 있을 때쯤 레이지가 너무나도 당연하게 그녀의 집 도어락 비밀번호를 정확하게 누르고 들어왔다.

"오빠... 우리 집 도어락 비밀번호는 또 언제부터 알았던 거야?"

안나는 노트북을 가지고 들어온 레이지를 째려보았다.

 

레이지는 노트북을 든 채 잠시 멈칫했다. 그의 입가에 미묘한 미소가 번졌다.

"음... 작년 봄? 네가 카페에서 친구한테 '우리 집 비밀번호 바꿨다'고 통화하는 걸 우연히 들었거든."

그가 소파에 앉으며 말을 이었다.

"그 때 네가 '엄마 생일'이라고 했잖아. 앤 아주머니 생일이 0517이니까..."

레이지는 노트북을 켜면서 안나를 흘깃 쳐다보았다.

"그리고... 네가 비밀번호 바꾸면 난 언제든 알 수 있어. 보안유지팀 팀장이잖아."

그의 목소리에 장난스러운 톤이 섞였다.

"걱정 마. 이건 너와 내가 서로를 더 잘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 그래도 이제부터는 허락 없이 들어오진 않을게."

 

"어휴, 못 말려..."

안나는 고개를 저으며 아무튼 그의 옆에 다가와 앉았다. 그리고 그의 노트북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나랑 관련된 건 다 지워야 돼, 알겠지?"

그녀는 레이지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레이지는 안나가 자신의 어깨에 기대자 잠시 긴장했다가, 이내 부드러워졌다.

"으음... 다 지우라니..."

그가 노트북을 열며 망설이는 듯한 목소리를 냈다.

"안나의 자는 모습을 찍은 사진들도? 샤워할 때... 아야!"

안나가 그의 옆구리를 찌르자 레이지는 웃으며 노트북 화면을 조작하기 시작했다.

"알았어, 알았어. 다 지울게. 하지만 이제부터는 정식으로 찍은 사진들로 채워 나가면 되니까..."

그의 손가락이 키보드 위에서 재빨리 움직였다.

"보안 카메라 해제... 휴대폰 해킹 프로그램 삭제... 사진 파일들도... 이렇게 하면 돼?"

 

"응, 이제 진짜 없는 거 맞지?"

안나는 미소를 지으며 레이지의 볼에 뽀뽀를 한 번 더 했다.

"아니, 가만 있자. 뭔가 하나 빠진 것 같은 느낌이..."

그녀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

 

레이지의 표정이 순간 굳었다. 그의 손가락이 키보드 위에서 멈췄다.

"...무슨 말이야, 안나?"

그가 침을 삼키며 말했다.

"이제 다 지웠는데..."

하지만 안나의 날카로운 눈빛에 레이지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의 푸른 눈동자가 흔들렸다.

"혹시... 비밀의 방 얘기를 하는 거야?"

그의 목소리가 갑자기 낮아졌다.

"그건... 안 돼, 안나. 그건 내가 12년 동안 모은 너와의 추억이야. 그건 없앨 수 없어."

레이지의 표정이 집착스럽게 일그러졌다.

"네가 잃어버렸다고 생각한 모든 물건들... 내가 얼마나 소중하게 보관하고 있는데..."

 

안나는 자신의 눈빛 하나에, 그녀는 꿈에도 생각지 않았던 '비밀의 방'이라는 것을 제풀에 알아서 자백해 버린 레이지를 황당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바보 아냐? 이 오빠, 머리만 좋았지 생각보다 허당이네?

 

"...오빠. 내 물건 가지고 있는 건... 뭐 아무래도 좋다 쳐. 근데..."

안나가 그를 다시 한 번 노려보았다.

"설마 속옷까지 갖고 있는 건 아니지?"

 

레이지의 얼굴이 순간 창백해졌다. 그의 입술이 떨렸다.

"그게... 안나... 난..."

그가 불안하게 시선을 피했다.

"작년 여름에 네가 베란다에 널어 둔 거... 그리고 세탁소에서 찾아오다가 '실수로' 잃어버렸다고 했던 것들도..."

레이지는 안나의 시선을 피하며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전부 다... 내가 가지고 있어. 네 향기가 나는 걸 전부 갖고 싶었어. 미안해..."

그의 목소리가 점점 더 낮아졌다.

"하지만 정말 소중하게 보관하고 있었다고! 매일 밤 네 생각하면서..."


"............."

안나의 얼굴 표정이 구겨졌다.

"...야 이 변태야."

그녀는 레이지를 한참 동안 노려보다가 입을 열었다.

"그럴 거면 오빠도 오빠 속옷 내놔."

 

레이지의 눈이 놀람으로 커졌다. 그의 얼굴이 순간 붉어졌다.

"뭐...뭐라고?"

그가 당황한 듯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 그래도 난 남자고... 그건 좀..."

그가 당황한 듯 자신의 셔츠 칼라를 만지작거렸다.

하지만 안나의 단호한 표정을 보고 레이지는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네가 정말 원한다면..."

그가 잠시 망설이다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좋아. 공평하게 가자고? 내일 아침에 내 속옷을 가져다 줄게. 오늘 입은 것도 줄 수 있고..."

그의 목소리가 점점 더 낮아졌다.

"안나... 넌 정말 예상을 벗어나는 여자야. 이런 너도... 사랑스러워."

 

"남자? 이 상황에서 남녀가 뭐가 중요해? 오빠가 내 껄 가져갔으면 당연히 오빠 것도 내가 가져야 하는 거 아니야?"

안나는 다시 허리에 손을 얹었다.

"내일 아침에 갖다 줘. 오빠가 갖고 있는 내 속옷 개수만큼. 내 다른 물건들 갖고 있는 건... 내가 오빠한테 온 선물이나 케이크 가로챘던 걸로 퉁칠게."

안나는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하아... 그래도 세탁한 걸 가져갔으니 그나마 다행이네."

 

레이지의 얼굴이 더욱 붉어졌다.

"그나마 다행이라니... 안나, 넌 정말..."

그가 안나의 어깨를 잡았다.

"세탁한 거든 안 한 거든, 네 모든 게 내겐 소중해. 하지만 네 말이 맞아. 공평해야겠지."

레이지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내일 아침에 가져다 줄게. 하지만 한 가지 조건이 있어."

그의 눈빛이 위험하게 빛났다.

"내 속옷을 가져가는 대신, 우리 매일 만나자. 아침에 카페 출근할 때도, 퇴근할 때도... 그리고 주말엔 데이트도 하고. 어때?"

 

"오빠..."

어이를 상실한 안나는 말을 잇지 못하며 안쓰럽다는 듯이 그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런 건... 사귀면 보통 다들 당연히 하는 거야... 조건을 붙일 게 아니라."

 

레이지의 표정이 순간 멍해졌다가, 이내 행복한 미소가 번졌다.

"아... 그렇구나. 당연한 거구나."

그가 안나를 더욱 가까이 끌어당겼다.

"이제야 실감이 나네. 우리가 정말 사귀게 된다는 게..."

레이지는 안나의 이마에 살며시 입맞춤을 했다.

"안나... 네가 내 옆에 있다는 게 아직도 꿈만 같아. 12년 동안 이런 날이 오기만을 기다렸어."

그의 목소리가 떨렸다.

"이제 몰래 훔쳐보지 않아도 되고, 몰래 따라다니지 않아도 되고... 당당하게 네 곁에 있을 수 있다니."

 

"그래. 이제 알았어? 바보."

안나는 어째 알면 알수록 허당끼가 충만한 레이지가 귀여워졌다.

"오빠 이런 모습도 엄청 신선하네. 오빠 짝사랑하는 다른 여자들은 오빠가 항상 똑부러지고 완벽한 줄만 알고 있을 텐데... 연애 고자에 어째 맹하기까지 한 게..."

그녀는 쿡쿡 웃었다.

"귀여워."

 

레이지의 얼굴이 순간 새빨개졌다. 평소의 차가운 이미지는 온데간데없었다.

"귀...귀엽다니. 안나, 그런 말은..."

그가 당황한 듯 헛기침을 했다.

"난 네 앞에서만 이래. 다른 사람들 앞에선 절대... 아니, 너한텐 이제 숨길 것도 없지만."

레이지는 안나의 말에 약간 발끈한 듯했다.

"연애 고자라니... 난 그냥 네가 아닌 다른 여자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을 뿐이야. 12년 동안 오직 너만..."

그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졌다.

"...이런 말까지 하게 되다니. 네가 날 이렇게 만들어."

 

"으이그~ 귀엽긴."

안나는 레이지의 뺨에 다시 한 번 뽀뽀를 했다. 어느덧 시간은 자정을 지나고 있었다.

"하암... 내일 출근하려면 이제 얼른 자야지. 오빠도 이제 얼른 집에 가."

그녀는 잊지 않고 덧붙였다.

"내일 아침에 꼭 오빠 팬티 가져오고. 내 속옷 갖고 있는 개.수.만.큼."

 

레이지는 안나의 뽀뽀에 잠시 멍해졌다가, 자정이라는 말에 정신을 차렸다.

"벌써 이런 시간이네..."

그가 일어서려다 말고 잠시 망설였다.

"그래도... 한 번만 더 안아 봐도 될까?"

레이지는 안나를 부드럽게 끌어안았다.

"내일... 속옷 말인데..."

그가 귓가에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정확히 15개야. 네 속옷. 그러니까 내일 내 것도 15개를 가져올게. 하지만 안나... 이건 우리들만의 비밀이야. 알았지?"

그의 목소리에 애정 어린 집착이 묻어났다.

"그리고... 내일 아침에 카페로 데려다 줘도 될까? 아침 7시에 올게."

레이지는 마지막으로 안나의 이마에 입맞춤을 하고는 천천히 문으로 향했다.

 

"...여... 열 다서어어엇...???????"

레이지가 현관문을 닫고 나가자, 안나는 혼자 거실에 남아 뒤늦게 경악으로 가득 차 외쳤다.

고작해야 서너 장 가지고 있으려니 했더니만 15개라고? 이 무슨 맛이 간 하이틴 로맨스 같은 사건인가. 이건 마치...

『10년 동안 짝사랑하다 사귄 엄친아 내 남친이 알고 보니 돌+아이?』 라는 제목이라도 붙여야 할 것 같은 이야기다.

"아이고 머리야..."

안나는 머리를 감싸쥐며 방 안으로 들어갔다. 불과 몇 시간 동안 토네이도 예닐곱 개 정도는 휘몰아치고 간 기분이라서, 잠도 오지 않았다. 하지만 안나는 최선을 다해 잠을 청했다. '오늘부터 1일'... 이라고 되뇌이면서.


자신의 집으로 돌아온 레이지는 어둠 속에서 비밀의 방 문을 열었다. 벽에 붙은 수많은 안나의 사진들이 그를 반겼다.

"드디어... 드디어 이루어졌어."

그는 벽에 붙은 가장 최근의 사진 - 오늘 아침 카페에서 일하는 안나의 모습 앞에 섰다.

"이제 더 이상 이렇게 몰래 사진을 찍지 않아도 돼. 당당하게 함께 찍을 수 있어."

레이지는 서랍을 열어 정성스레 보관된 안나의 속옷들을 바라보았다. 하나하나 꺼내며 그는 미소를 지었다.

"내일은 내 것을 줘야 하는구나... 공평한 거래라... 안나, 넌 정말 예상을 벗어나. 하지만 그래서 더 매력적이야."

그는 마지막으로 방을 둘러보고 불을 끄며 중얼거렸다.

"이제 이 방은... 우리의 새로운 추억으로 채워 나가야겠어."

 

 

-fin.

 


 

아 미친 겁나 웃기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속옷 15개; 야 이놈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음 날 아침 7시에 찾아와서 남자 팬티 15장을 수줍게 내밀 레이지 생각하니까 더 킹받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담으로 여주 이름은 그냥 엄마 이름에서 따왔습니다. 앤(ANN) → 안나(ANNA)

 

이누×보쿠 미케츠카미 현실 버전 같았네요ㅋㅋㅋ 분명 언셒인데 왜케 건전하고 귀엽죠? 여주가 뭐라 하면 막 얼굴 붉혀ㅋㅋㅋ 다른 분들 리뷰하신 거 보니까 집착에 미친남 같았는데... 제 레이지는 왜 똘끼 너드남이 됐죠? 여주를 발칙한 여주로 만들어서 오히려 얘가 순한 맛이 된 듯ㅋㅋㅋ

 

사실 제가 진행한 플레이에서 초반에 분기점이 발생했는데, 여주가 자기 방으로 도망쳐 들어가 문 잠그고 엄마한테 문자 메시지로 도와달라고 연락하면, 그 때부터 극현실주의적인 서스펜스가 시작됩니다.

엄마가 "뭐? 레이지가?? 미친 거 아니야??? 엄마가 지금 당장 신고할 테니까 절대 문 열어주지 말고 숨어있어!" 라고 하는데, 레이지는 잠긴 문 열려고 겁나 조작해대고 그래서 겁먹은 여주가 가디건이랑 패딩 몇 겹씩 겹쳐 입고 수면양말도 몇 겹씩 겹쳐 신고 방 창문에서 뛰어내려 탈출한 다음에 가장 가까운 편의점으로 도망쳐 들어가니까, 편의점 직원이 놀라서 무슨 일이냐고 묻고... 저 멀리서 레이지 쫓아오고 여주가 막 살려달라고 주거침입한 스토커라고 하니까 편의점 직원도 편의점 문 잠그고 경찰에 신고하고ㅋㅋ 레이지는 편의점 문 깨부수고 들어오려고 하고... 아... 서바이벌 게임도 아니고 이건 아니다, 더 이상 겉잡을 수가 없어서 엄마한테 연락 안 하고 방향을 틀어보니 완전 정반대의 개그 스토리가 탄생하였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현행범 체포엔딩을 볼 순 없잖아효...

 


 

【너무 웃겨서 약간 더 이어 본 '다음 날 아침'】

 

다음 날 아침, 출근 준비를 마친 안나는 초인종 소리가 울리자 쪼르르 달려가 문을 열었다.

"음, 이제 함부로 도어락 안 여네. 아주 잘했어. 착해."

안나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약속한 물건은 가지고 왔겠지?"

그녀는 마치 느와르 영화에 나오는 마피아처럼 목소리를 깔며 비장하게 손을 내밀었다.

 

레이지는 검은색 쇼핑백을 들고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미묘한 붉은 기가 돌았다.

"여기... 약속대로 15개. 전부 새 거야."

그가 쇼핑백을 건네며 작은 목소리로 덧붙였다.

"다 고급 브랜드로 골랐어. 네가 가진 내 것도 이정도는 되어야 하니까..."

레이지는 안나의 마피아스러운 태도에 피식 웃었다.

"그리고 이건..."

그가 다른 한 손에 들고 있던 테이크아웃 커피를 내밀었다.

"네가 좋아하는 헤이즐넛 라떼. 출근길에 마시라고."

그의 눈빛이 부드러워졌다.

"오늘부터 1일이니까... 이제부터는 매일 이렇게 아침에 데리러 올게."

 

"아, 뭐야. 장난해? 세탁해 올망정 오빠가 입던 걸 가져와야지."

실망한 안나는 금세 투덜거리기 시작했다.

"내가 원한 건 '남자 빤쓰'가 아니라 '오빠 빤쓰'거든?!?! 오빠도 내가 입던 걸 가져갔으면서, 읍읍"

그녀의 언성이 우렁차지자 레이지가 얼른 안나의 입을 막았다.

 

레이지는 안나의 입을 막은 채 주변을 재빨리 살폈다.

"쉿... 소리 지르면 안 돼."

그가 한숨을 쉬며 안나를 안으로 밀어 넣었다.

"알았어... 네 말이 맞아. 내일... 내일 아침엔 내가 입던 걸로 가져올게. 세탁해서."

그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하지만 이건 정말... 우리만의 비밀이야. 알았지? 녹스 구 보안유지팀 팀장이 이런 짓을 한다고 하면..."

레이지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오늘은 일단 이걸로 만족해 줘. 네가 그렇게 원한다면... 앞으로 매일 아침 새로운 걸로 바꿔 줄 수도 있고..."

 

"녹스 구 보안유지팀 팀장이 여친한테 자기 팬티 선물하는 짓이 그렇게 부끄러웠으면, 처음부터 이웃집 여고생 팬티를 훔쳐가질 말았어야지이이이."

안나는 양손으로 레이지의 양볼을 잡아당겼다. 하지만 양쪽으로 잡아당긴 건 아니고 앞으로 잡아당겼다. 안나는 볼을 잡아당겨 다가온 그의 입술에 슬쩍 뽀뽀를 했다.

"아무튼 헤라(헤이즐넛 라떼)는 합격."

 

볼을 당겨진 채로 뽀뽀를 받은 레이지는 잠시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 천천히 미소를 지으며 안나의 허리를 살짝 끌어당겼다.

"너... 정말 위험한 여자야."

그가 안나의 이마에 가볍게 이마를 맞대며 속삭였다.

"그래도 이제는 합법적으로 위험해질 수 있겠네. 여고생은 아니고 성인이 된 여자친구니까."

레이지는 시계를 흘긋 보더니 안나의 손을 잡았다.

"자, 이제 출근해야지. 에트왈에 데려다 줄게. 그리고..."

그가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내일은 확실히... '오빠 빤쓰'로 가져올게. 근데 진짜... 이런 얘기는 집에서만 해. 알았지?"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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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久) 뤼튼 :: 세르하의 환상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