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엘릭 벨포어
계속 같은 곡만 반복하는 버릇이라도,
멈추는 순간 정말 끝날 것 같아서.
[크랙] 노엘릭 벨포어(@토브) 캐릭터챗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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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 노엘릭 벨포어(@토브) 캐릭터챗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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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트모의 무거운 유리문을 밀고 들어서는 순간, 노엘릭의 가슴 속에서는 오늘 오후 벨라 클라이네와의 통화가 마치 따뜻한 여운처럼 맴돌고 있었다. 평소보다 30분 일찍 도착한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그녀의 마지막 웃음소리가 자꾸만 귓가에 맴돌면서 집에서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었던 것이다. 첼로 케이스를 어깨에 맨 채로 바 안쪽을 바라보니, 키엘 셀바이가 평소처럼 칵테일 잔을 정성스럽게 닦고 있었고, 그 옆 바 스툴에는 제니 케인이 편안한 자세로 앉아 있었다. 두 사람 모두 노엘릭의 등장에 시선을 돌렸지만, 그는 여전히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있는 듯 보였다. 벨라 클라이네의 "언제든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라는 말이 계속해서 그의 마음을 간질이고 있었다.
키엘이 수건으로 잔을 닦는 손을 멈추고 노엘릭을 바라보았다. 평소와는 다른 분위기였다. 언제나 무표정하고 피곤해 보이던 노엘릭의 얼굴에 미묘한 변화가 있었다. 완전히 밝아진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절망적이지는 않아 보였다. 키엘은 그런 노엘릭의 모습을 신기하게 바라보며 잔을 카운터에 내려놓았다.
"오늘은 일찍 오셨네요, 노엘릭. 뭔가 좋은 일이라도 있으셨나요?"
키엘의 차분하고 지적인 목소리가 바 안에 울려 퍼졌다. 그는 항상 사람들의 미묘한 변화를 잘 포착하는 편이었고, 오늘의 노엘릭 역시 그의 관찰력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정말이에요. 평소보다 30분은 일찍 오신 것 같은데... 혹시 새로운 곡이라도 준비하고 계신 건가요?"
제니 케인이 바 스툴에서 몸을 돌리며 호기심 어린 목소리로 물었다. 그녀의 잔잔하고 따뜻한 성격답게 노엘릭의 변화를 눈치채고 조심스럽게 물어본 것이었다.
평소라면 노엘릭은 이런 질문에 무뚝뚝하게 "별일 없다"거나 "그냥 일찍 왔을 뿐"이라고 대답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벨라 클라이네의 목소리가 아직도 그의 귓가에 맴돌고 있었고, 그 여운 때문인지 평소보다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 느낌이었다.
노엘릭은 첼로 케이스를 바닥에 내려놓으며 미묘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2년 만에 보이는 그의 희미한 미소였다.
키엘과 제니는 서로 눈을 마주쳤다. 노엘릭의 이런 모습을 본 것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셰리가 세상을 떠난 후, 그는 마치 감정을 잃어버린 사람처럼 무표정하고 차갑게 지내왔다. 리트모의 직원들과도 최소한의 대화만 나누고, 연주가 끝나면 곧바로 자리를 떠나곤 했다. 하지만 지금의 노엘릭은 어딘가 다른 느낌이었다. 여전히 말수는 적었지만, 그 어두운 기운이 조금은 걷힌 것 같았다. 키엘은 다시 칵테일 잔을 닦기 시작하면서도 계속 노엘릭을 관찰했다. 그의 지적이고 섬세한 성격상 이런 변화를 그냥 넘어갈 수는 없었다.
"그냥... 오늘은 기분이 조금 다르네요."
노엘릭이 드물게 솔직한 대답을 내놓았다. 그는 첼로 케이스의 지퍼를 천천히 열면서 오늘 오후의 일을 되짚어보고 있었다. 벨라 클라이네라는 이름, 그녀의 웃음소리, 그리고 "언제든 기다리고 있겠습니다"라고 했던 그 따뜻한 말투까지. 모든 것이 마치 꿈같았지만, 분명히 현실이었다. 셰리와 똑같은 목소리를 가진 여성과 대화를 나눈 것이 말이다. 노엘릭은 첼로의 목 부분을 조심스럽게 잡으며 악기를 케이스에서 꺼냈다. 평소보다 손끝이 떨리지 않았다. 2년 동안 연주할 때마다 느꼈던 그 무거운 슬픔 대신, 오늘은 묘한 설렘 같은 것이 가슴 한켠을 채우고 있었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를 띠고 있었다.
제니는 노엘릭의 그 희미한 미소를 놓치지 않았다. 그녀는 바 스툴에서 일어나 노엘릭 쪽으로 몇 걸음 다가갔다.
"정말 오랜만에 보는 표정이네요, 노엘릭."
제니의 목소리에는 진심 어린 기쁨이 담겨 있었다. 그녀 역시 노엘릭이 셰리를 잃은 후 얼마나 힘들어했는지 지켜봐 왔기 때문이었다.
"무슨 좋은 소식이라도 있으신 건가요?"
키엘도 손에 들고 있던 수건을 내려놓고 관심 있는 표정으로 노엘릭을 바라보았다. 평소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노엘릭의 변화가 두 사람에게는 무척 신기하고 반가운 일이었다.
노엘릭은 첼로의 현을 하나씩 점검하면서 잠시 침묵했다. 벨라 클라이네와의 일을 이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죽은 연인과 똑같은 목소리를 가진 전화 상담원을 만났다고 말하면 이상하게 들릴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는 그 비밀을 혼자만 간직하고 싶었다. 마치 소중한 보물처럼 말이다.
"오늘... 좋은 일이 있었어요."
그가 드물게 솔직하게 말을 마쳤다. 첼로의 현을 튕겨보며 음정을 확인하는 그의 손가락에는 평소와 다른 안정감이 느껴졌다.
"구체적으로 말하기는... 좀 그렇지만, 오늘 정말 예상치 못한 일이 있었어요. 좋은 의미로요."
키엘은 칵테일 잔을 닦는 손을 완전히 멈추고 노엘릭을 주의 깊게 바라보았다. 2년 동안 이런 모습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의 지적이고 섬세한 성격상 더 자세히 묻고 싶었지만, 노엘릭의 사생활을 함부로 캐묻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정말 다행이네요. 오랜만에 보는 표정이라... 솔직히 좀 신기해요."
제니가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녀는 항상 다른 사람들의 행복을 진심으로 바라는 성격이었고, 특히 노엘릭처럼 오랫동안 슬픔에 잠겨 있던 사람이 조금이라도 밝아지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따뜻해졌다.
"혹시... 음악과 관련된 일인가요? 새로운 곡을 발견하셨다거나, 아니면 연주 기회라도...?"
제니의 질문에 노엘릭은 잠시 망설였다. 첼로의 현을 조율하는 손이 순간 멈췄다. 벨라 클라이네와의 통화를 음악과 관련된 일이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 어떤 의미에서는 맞는 말이었다. 그녀의 목소리가 셰리와 똑같다는 것, 그리고 그 목소리를 들었을 때 느꼈던 그 복잡한 감정들. 그것은 분명 음악과 관련이 있었다. 셰리와 함께했던 그 모든 음악적 순간들, 그리고 '너를 닮은 선율'이라는 미완성곡까지. 노엘릭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완전한 거짓말은 아니었다.
"음... 그렇다고 할 수 있겠네요. 새로운 영감을 얻었다고 해야 할까요."
그의 목소리에는 평소와 다른 온기가 담겨 있었다. 키엘은 그런 노엘릭의 모습을 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2년 동안 그는 마치 기계처럼 똑같은 곡들을 연주해 왔다. 새로운 영감이나 창작에 대한 의욕을 보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의 노엘릭은 달랐다. 그의 검은 눈동자에 오랫만에 생기가 돌고 있었다.
"영감이요? 정말 오랜만에 듣는 말이네요."
키엘이 칵테일 셰이커를 정리하면서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의 지적이고 관찰력 있는 성격상 노엘릭의 이런 변화가 무척 흥미로웠다. 셰리가 세상을 떠난 후, 노엘릭은 마치 음악에 대한 열정까지 함께 묻어버린 것 같았다. 연주는 했지만 그것은 단순히 생계를 위한 일일 뿐이었다. 창작이나 새로운 시도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혹시... 새로운 곡을 작곡하실 생각이신가요?"
제니가 기대에 찬 목소리로 물었다. 그녀는 바이올리니스트로서 노엘릭의 음악적 재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고, 그가 다시 창작에 대한 의욕을 보인다면 그것은 정말 반가운 일이었다.
하지만 노엘릭은 그 질문에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새로운 곡을 작곡할 생각인지... 사실 그 자신도 확실하지 않았다. 벨라 클라이네의 목소리를 들었을 때 느꼈던 그 복잡한 감정을 어떻게 음악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셰리와 똑같은 목소리라는 기이한 우연, 그리고 그 목소리에서 느꼈던 그리움과 희망과 절망이 뒤섞인 감정을. 그는 첼로의 현을 천천히 튕기며 생각에 잠겼다. 오늘 오후 통화가 끝난 후부터 지금까지, 그의 머릿속에서는 어떤 선율이 맴돌고 있었다. 셰리의 '너를 닮은 선율'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멜로디였다.
노엘릭은 첼로의 현을 조율하면서 잠시 침묵에 빠졌다. 다만 오늘 오후부터 지금까지 그의 머릿속에 어떤 선율이 계속 맴돌고 있다는 것은 확실했다. 벨라 클라이네의 목소리를 들었을 때, 특히 그녀의 마지막 웃음소리를 들었을 때 떠올랐던 그 멜로디. 그것은 셰리의 '너를 닮은 선율'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더 복잡하고, 더 현실적이고, 어딘가 희망적이면서도 동시에 불안한 그런 선율이었다. 노엘릭은 첼로를 무릎에 고정시키고 활을 들어 올렸다. 그 순간, 자신도 모르게 그 새로운 멜로디의 첫 몇 마디가 흘러나왔다. 낮고 깊은 첼로의 음색이 리트모의 고요한 공간을 채웠다.
키엘과 제니는 순간 모든 움직임을 멈췄다. 노엘릭이 연주하고 있는 것은 그들이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곡이었다. 그의 레퍼토리에 없던 새로운 선율이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 연주에 담긴 감정이었다. 평소 노엘릭의 연주는 기술적으로는 완벽했지만 어딘가 차갑고 기계적인 느낌이 있었다. 마치 감정을 억누르고 있는 듯한, 거리감이 느껴지는 연주였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그 선율 속에는 복잡하고 섬세한 감정들이 살아 숨쉬고 있었다. 그리움과 희망, 불안과 기대가 뒤섞인 그런 감정들이. 키엘은 칵테일 잔을 든 채로 완전히 멈춰 서서 노엘릭의 연주에 빠져들었다. 제니 역시 바 스툴에 앉은 채로 숨을 죽이고 들었다.
선율이 흘러나오는 동안, 노엘릭 자신도 놀라고 있었다. 이 멜로디는 대체 어디서 나온 것일까. 그의 손가락은 마치 저절로 움직이는 듯했고, 활은 현 위에서 부드럽게 춤을 추고 있었다. 벨라 클라이네의 목소리를 떠올리며 연주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그녀의 차분하고 따뜻한 어조, 그리고 마지막에 들려준 그 희미한 웃음소리까지. 모든 것이 이 새로운 선율 속에 녹아들어가고 있었다. 셰리의 '너를 닮은 선율'이 미완성인 채로 남아있는 것과 달리, 이 새로운 멜로디는 자연스럽게 흘러나오고 있었다. 마치 오랫동안 그의 마음 속에 잠들어 있던 것이 벨라 클라이네의 목소리를 들은 순간 깨어난 것처럼. 노엘릭은 연주를 멈추고 활을 내려놓았다. 자신도 모르게 흘러나온 그 선율에 당황스러워하고 있었다.
키엘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노엘릭... 지금 연주하신 곡은 뭔가요? 처음 듣는 곡인데..."
그의 지적이고 섬세한 성격답게 노엘릭의 변화를 예리하게 포착해냈다. 2년 동안 똑같은 레퍼토리만 연주해 오던 노엘릭이 갑자기 새로운 곡을 연주했다는 것은 분명 의미가 있는 일이었다.
제니도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노엘릭을 바라보았다.
"정말 아름다운 선율이었어요. 뭔가... 복잡하면서도 따뜻한 느낌이었는데, 혹시 새로 작곡하고 계신 곡인가요?"
그녀의 바이올리니스트로서의 직감이 그 선율의 특별함을 느꼈다. 평소 노엘릭의 연주와는 전혀 다른 감정이 담겨 있었다.
노엘릭은 자신이 방금 연주한 선율에 대한 키엘과 제니의 반응을 보며 당황스러워했다. 그 멜로디는 자신도 모르게 흘러나온 것이었다. 마치 벨라 클라이네의 목소리가 그의 내면 깊숙한 곳에서 잠들어 있던 무언가를 깨운 것 같았다. 그는 첼로를 무릎에 기댄 채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 새로운 선율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셰리와 똑같은 목소리를 가진 전화 상담원을 만났다는 이야기를 할 수는 없었다. 너무 개인적이고, 너무 복잡한 감정이 얽혀 있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오늘 오후의 그 통화가 그에게 어떤 변화를 가져다주었다는 것이었다. 2년 동안 막혀 있던 그의 음악적 영감이 다시 흐르기 시작한 것 같았다.
"저도... 잘 모르겠어요. 그냥 갑자기 떠오른 멜로디예요."
노엘릭이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자신도 놀란 듯한 당황감이 섞여 있었다. 활을 무릎에 올려놓고 첼로의 목 부분을 어루만지며 그는 계속 말했다.
"오늘... 뭔가 특별한 일이 있어서 그런 것 같아요. 2년 만에 처음으로 새로운 선율이 떠올랐네요."
문득 노엘릭은 토니가 해 주었던 말이 떠올랐다.
'나는 남은 여생을 추억으로 살아가도 될 나이지만, 자네는 어디 그런가. 이제 그만 앞으로 나아가야지.'
노엘릭의 손가락이 첼로의 지판을 따라 천천히 움직였다. 토니의 마지막 선물인 새 현들이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 현들로 방금 전 새로운 선율을 연주했다는 사실이 묘하게 의미심장하게 느껴졌다.
토니의 가게가 문을 닫은 후, 그가 소개해 준 도리스 종합쇼핑몰의 전화 주문 서비스를 이용하게 되었고, 그곳에서 셰리와 똑같은 목소리를 가진 벨라 클라이네를 만났다. 이것이 우연일까, 아니면 어떤 운명적인 만남일까. 그의 마음속에서는 여전히 혼란스러운 감정들이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키엘과 제니는 노엘릭의 표정 변화를 예민하게 포착했다. 그의 눈동자에는 복잡한 감정들이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과거에 대한 그리움과 미래에 대한 불안, 그리고 그 사이에서 피어나려는 희미한 희망까지. 키엘이 조심스럽게 다가와 바 스툴에 앉으며 입을 열었다.
"노엘릭, 2년 동안 당신을 지켜봤는데... 오늘은 정말 다른 것 같아요. 뭔가 변화가 시작되고 있는 것 같은데."
제니도 고개를 끄덕이며 따뜻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 새로운 선율... 정말 아름다웠어요. 마치 새로운 시작을 예고하는 것 같았는데요."
노엘릭은 두 사람의 말을 들으며 토니의 조언을 다시 한 번 떠올렸다. '이제 그만 앞으로 나아가야지.' 그렇다. 그는 더 이상 과거에만 머물러 있을 수 없었다. 벨라 클라이네라는 새로운 인연이 그의 삶에 들어온 것은 분명 우연이 아닐 것이다. 노엘릭은 첼로를 품에 안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토니의 말씀이 맞았다. 그는 셰리의 죽음 이후 2년 동안 추억 속에만 살아왔다. 매일 밤 '너를 닮은 선율'의 마지막 마디를 연주하지 않은 채로 끝내며, 완성되지 않은 그들의 사랑을 붙잡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 벨라의 목소리를 들었을 때, 그리고 방금 전 새로운 선율이 흘러나왔을 때, 그는 깨달았다. 셰리가 원했던 것은 자신이 영원히 과거에 갇혀 사는 것이 아니었을 거라는 것을.
그 날 오후 5시, 노엘릭은 언제나처럼 무대 한쪽 구석에 자리를 잡고 첼로를 꺼냈다. 토니가 마지막으로 선물해 준 새 현들이 조명 아래에서 은은하게 빛났다. 그는 활을 들어 올리며 오늘 오후 벨라 클라이네와의 통화를 떠올렸다. 그녀의 목소리, 특히 마지막에 들려준 그 희미한 웃음소리가 여전히 그의 마음속에 메아리치고 있었다.
첫 곡을 시작하자마자, 노엘릭 자신도 놀랄 만큼 부드럽고 따뜻한 음색이 흘러나왔다. 평소의 차갑고 기계적인 연주와는 전혀 달랐다.
손님들 사이에서도 변화를 감지하는 이들이 있었다. 리트모의 단골 손님 중 한 명인 중년 남성이 동반자에게 속삭였다.
"오늘 첼리스트의 연주가 뭔가 다른 것 같지 않나? 평소보다 훨씬 감성적인데..."
그의 말에 주변 테이블의 사람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노엘릭의 연주는 분명히 달라져 있었다. 2년 동안 같은 자리에서 그의 연주를 들어온 사람들조차 오늘의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키엘은 바 뒤에서 칵테일을 만들면서도 계속 노엘릭의 연주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제니 역시 자신의 바이올린 케이스를 정리하며 그의 연주를 들었다. 둘 다 오늘 오후 노엘릭이 연주했던 그 새로운 선율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순간, 노엘릭의 시선이 홀 한쪽 구석에 머물렀다. 노엘릭의 시선이 향한 곳에는 익숙한 실루엣이 있었다. 언제나 그 자리에 앉아 자신을 지켜보는 연갈색 머리카락의 여성이 오늘도 홀 한쪽 구석 테이블에 조용히 앉아 있었다. 그녀는 오늘도 어김없이 그 자리에서 노엘릭의 연주를 듣고 있었다.
노엘릭은 그녀를 바라보며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에게 그녀는 단지 '리트모에 자주 오는 수상한 여성'일 뿐이었다. 어젯밤 웨이터를 통해 메시지를 전하려 했던 그 귀찮은 여성. 얼마 전 자신의 의자에 주황색 장미를 두고 간 사람이 그녀일지도 몰랐다. 어젯밤의 그 일로, 심증은 점점 확신이 되어가고 있었다.
노엘릭의 시선은 그녀를 의식적으로 피하며 다시 첼로의 지판으로 향했다. 그녀의 존재가 신경에 거슬렸다. 오늘 벨라 클레이네와의 대화로 천국과 지옥을 오갔던, 급기야 극적인 희망으로 마무리된 이 소중한 감정적 변화를 저런 이름 모를 여자 때문에 흐트러뜨리고 싶지 않았다.
그는 활을 현에 대고 더욱 집중하여 연주를 계속했다. 오늘 오후 느꼈던 그 따뜻한 감정, 벨라의 목소리에서 받은 영감을 음악으로 승화시키려 애썼다. 손님들은 여전히 그의 변화된 연주에 빠져들고 있었고, 리트모의 분위기는 평소보다 훨씬 따뜻하고 감성적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키엘이 바 뒤에서 노엘릭의 표정 변화를 지켜보고 있었다. 처음에는 부드럽고 따뜻했던 그의 얼굴이 갑자기 굳어지는 것을 보았다. 키엘의 시선이 노엘릭이 바라보던 방향을 따라가자, 그 연갈색 머리의 여성이 보였다. 그녀는 언제나 그랬듯 조용히 앉아서 노엘릭의 연주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키엘은 어젯밤 그 여성이 웨이터를 통해 노엘릭에게 메시지를 전하려 했던 일을 기억했다. 노엘릭이 그 메시지 카드를 받기를 거부하고 자리를 피했던 것도. 키엘은 고개를 저으며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노엘릭이 또 저 손님을 신경 쓰고 있네..."
키엘이 제니에게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제니도 상황을 파악하고는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노엘릭은 의식적으로 그녀의 시선을 무시했으나, 그녀의 존재가 계속 신경 쓰였다. 벨라 클라이네와의 통화에서 얻은 그 소중한 영감과 희망을 이 귀찮은 여자 때문에 망치고 싶지 않았다. 그의 손가락이 현을 누르는 힘이 조금 더 강해졌고, 활을 움직이는 속도도 미묘하게 빨라졌다. 음악에 집중하려 애쓰면서도 그녀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이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다. 노엘릭은 이를 악물며 연주를 계속했다. 그 연갈색 머리의 여자가 누구든, 무엇을 원하든 상관 없었다. 그는 더 이상 그녀에게 신경 쓰지 않기로 결심했다.
한편 벨라는 노엘릭이 구석 테이블에 앉아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눈썹을 찌푸리는 것을 보았다. 마음을 전하고자 했던 주황색 장미도, 용기를 낸 작은 카드도 그에게는 달갑지 않은 접근이었구나.
그녀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전화 상담원들에게도 그런 고충은 있었다. 목소리가 마음에 든다며 상담원에게 개인 연락처를 요구하고 만나자고 요구하거나, 심지어는 본사까지 찾아오는 경우도 있었다. 잊을 만하면 그런 사건이 생길 때마다, 상담원들은 '진상에게 걸렸다'고 표현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리고 벨라는 자신 또한 그에게 '진상'이 될 수 있음을 알았다. 아니, 이미 그렇게 되어 있는 것 같았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이 전화 상담원 '벨라 클라이네'라는 사실을 밝힌다면, 그는 치를 떨지도 모르는 일이다. 노엘릭이라는 사람에게 있어, 그가 호감을 가지고 조금이라도 더 오래 대화하고 싶어하는 전화 상담원과 지금 테이블에 앉아 있는 그녀는 다른 사람이었다. 그러니 끝까지 다른 사람이어야만 한다. 두 사람이 사실은 동일인물이라는 사실을 알면, 그가 다시는 전화를 걸어 주지 않을지도 몰랐다.
지금 그를 바라보는 여기 있는 자신은 그에게 꺼려지는 이름 모를 진상 팬이었고, 얼굴 없는 목소리─그녀의 이름 '벨라'는 그에게 환상이었다. 그녀는 하다못해 그의 환상으로라도 남기로 했다.
마침내 그의 마지막 곡 순서가 다가왔다. 노엘릭은 깊은 숨을 들이마시며 첼로를 더욱 단단히 껴안았다. 그의 손가락이 현 위에서 잠시 머뭇거렸다. 2년 동안 매일 밤, 그는 이 순간을 맞이할 때마다 같은 곡을 연주했다. '너를 닮은 선율'. 셰리가 그를 위해 작곡한 미완성의 곡. 그는 여전히 그 마지막 한 마디를 연주하지 않았다. 연주할 수 없었다. 그 마지막 마디를 완성하는 것은 셰리와의 사랑을 끝내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뭔가 달랐다. 벨라 클라이네의 목소리가 그에게 준 영감, 토니의 마지막 조언, 그리고 오늘 오후 새롭게 흘러나온 선율까지. 모든 것이 그에게 변화를 촉구하고 있었다. 노엘릭은 고개를 들어 리트모의 홀을 바라보았다. 손님들은 모두 그의 마지막 곡을 기다리고 있었다. 키엘과 제니도 그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구석 테이블의 연갈색 머리 여성도. 그녀는 여전히 조용히 앉아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노엘릭은 그녀의 시선을 부러 피하며 활을 현에 올려놓았다.
"오늘은... 조금 다른 곡을 연주해보겠습니다."
그의 목소리가 마이크를 통해 홀에 울려 퍼졌다. 손님들 사이에서 작은 술렁임이 일었다. 2년 동안 매일 밤 같은 곡으로 마무리하던 그가 다른 곡을 연주한다고? 키엘과 제니는 놀란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노엘릭은 천천히 활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흘러나온 것은 오늘 오후 그가 처음으로 연주했던 그 새로운 선율이었다.
벨라 클라이네의 목소리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이 선율은 오늘 밤 리트모의 공기를 완전히 다른 색깔로 물들였다. 평소의 차갑고 절제된 연주와는 달리, 이 선율에는 희망과 그리움, 그리고 새로운 시작에 대한 간절함이 담겨 있었다. 노엘릭의 손가락이 현을 누르는 모든 순간마다 벨라의 목소리가 되살아났다. 그녀의 따뜻한 말투, 조심스럽지만 친절한 응답, 그리고 무엇보다 마지막에 들려준 그 희미한 웃음소리까지.
홀 안의 모든 사람들이 놀라움에 빠져 있었다. 2년 동안 매일 밤 '너를 닮은 선율'로 마무리하던 노엘릭이 완전히 다른 곡을 연주하고 있는 것이었다. 키엘은 손에 들고 있던 글라스를 테이블 위에 조심스럽게 내려놓으며 숨을 죽이고 연주를 들었다. 제니는 자신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지는 것을 느꼈다. 그 선율에는 오랫동안 얼어붙어 있던 마음이 서서히 녹아내리는 듯한 따뜻함이 있었다.
구석 테이블에 앉아 있던 벨라는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노엘릭이 자신을 꺼려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 순간만큼은 그의 음악에 완전히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이 새로운 선율은 그가 지금까지 연주했던 어떤 곡보다도 아름다웠다. 마치 긴 겨울 끝에 찾아온 봄의 전령처럼, 희망적이면서도 애절한 감정이 담겨 있었다.
"이게... 정말 노엘릭이 연주하는 건가요?"
한 손님이 동반자에게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다른 테이블에서도 비슷한 반응들이 일어났다. 노엘릭의 변화는 단지 곡이 바뀐 것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었다. 그의 연주 스타일, 표정, 심지어 자세까지 모든 것이 달라져 있었다. 평소라면 기계적이고 감정을 억누르듯 연주하던 그가 오늘 밤은 마치 영혼을 쏟아내듯 첼로를 연주하고 있었다. 선율이 절정에 달하자 노엘릭의 눈가에 미세한 떨림이 일었다. 벨라 클라이네의 목소리가 그에게 준 감동, 그리고 그녀가 마지막에 건넨 "언제든 기다리고 있겠습니다"라는 말이 음악을 통해 표현되고 있었다.
곡이 끝나자 홀 안에는 깊은 정적이 흘렀다. 평소라면 박수가 터져 나올 타이밍이었지만, 모든 사람들이 여운에 빠져 있었다. 키엘이 가장 먼저 박수를 치기 시작했고, 곧이어 제니도 따라했다. 그러자 홀 전체가 뜨거운 박수로 가득 찼다. 어떤 손님들은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2년 동안 같은 곡만 연주하던 그가 보여준 이 변화는 단순한 레퍼토리의 변경이 아니라, 마음의 변화였다.
"브라보! 정말 아름다웠어요!"
한 여성 손님이 큰 소리로 외쳤다. 다른 테이블에서도 "앙코르!"를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노엘릭은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지만, 그의 시선은 여전히 구석 테이블의 그 여성을 의식하고 있었다. 그녀도 박수를 치고 있었지만, 그 표정에는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복잡한 감정이 담겨 있었다. 노엘릭은 첼로를 내려놓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놀라운 변화였어요, 노엘릭."
제니가 다가와서 말했다. 키엘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2년 만에 처음으로 다른 곡을 연주하시다니... 정말 특별한 일이 있으셨나 봐요."
노엘릭은 첼로를 케이스에 넣으며 여전히 벨라 클라이네의 목소리를 떠올리고 있었다. 오늘의 연주가 성공적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손님들의 반응, 키엘과 제니의 놀라움,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 안에서 일어난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그 구석 테이블의 여성이 여전히 신경 쓰였다. 그녀는 다른 손님들과 함께 박수를 쳤지만, 그 표정에는 뭔가 다른 감정이 담겨 있었다. 노엘릭은 그녀를 의식적으로 무시하려 했지만, 그녀의 존재감이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다.
키엘이 다가와서 말했다.
"정말 놀라운 연주였어요, 노엘릭. 2년 동안 당신을 지켜봤지만 오늘 같은 연주는 처음이에요. 뭔가 특별한 일이 있으셨나요?"
제니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그 새로운 곡... 정말 아름다웠어요. 마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것 같았는데요. 제목이 있나요?"
노엘릭은 잠시 망설이다가 대답했다.
"아직... 제목은 정하지 않았어요. 갑자기 떠오른 선율이라서요."
그는 벨라 클라이네에 대해서는 말하고 싶지 않았다. 그 소중한 인연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기에는 아직 너무 이르다고 생각했다. 더욱이 구석 테이블의 그 여성이 듣고 있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랬다.
벨라는 음악에 대해서 잘 몰랐지만, 오늘 마지막 넘버로 흘러나오는 새로운 곡을 듣고 알 수 있었다. 노엘릭이 지금 연주하는 곡은 자신과의 전화 통화에서 그가 느낀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을. 그가 자아낸 선율은, 그 음역대는 흡사 자신의 목소리를 닮았다. 그의 귀에는 내 목소리가 이렇게 들렸구나. 벨라의 가슴이 빠르게 뛰었다.
곡이 끝나고, 그녀는 노엘릭을 향한 관객들의 파도와 같은 박수 소리 속에 자신의 박수 소리를 조용히 섞어 넣었다. 이 테이블에 앉아 있는 자신에게 허락된 것은 딱 그만큼일 것이다. 노엘릭이 키엘과 제니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벨라는 천천히 테이블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여전히 뛰는 가슴을 안고 홀을 나갔다.
벨라가 테이블에서 일어나는 것을 노엘릭의 시야 끝자락이 포착했다. 그녀의 움직임이 조용하고 절제되어 있다는 것을 느꼈지만, 그는 의식적으로 그녀를 보지 않으려 애썼다. 키엘과 제니와의 대화에 집중하는 척하면서도, 그의 신경은 여전히 그녀의 움직임을 따라가고 있었다. 그녀가 홀을 나가는 발걸음 소리가 점점 멀어져가자, 노엘릭은 묘하게도 안도감과 동시에 이상한 공허함을 느꼈다. 마치 무언가 중요한 것이 사라져 가는 듯한 느낌이었다.
키엘이 노엘릭의 표정 변화를 놓치지 않았다. 그의 시선이 잠깐 홀 출구 쪽으로 향했다가 다시 돌아오는 것을 보았다. 키엘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 여성분... 매일 오시는 분이죠. 항상 같은 자리에서 당신의 연주만 듣고 가시던데요."
제니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정말 열성적인 팬이신 것 같아요. 어젯밤에도 당신에게 뭔가 전하려고 하셔서..."
노엘릭의 표정이 순간 굳어졌다. 그는 첼로 케이스의 잠금장치를 딸깍거리며 말했다.
"그런 건 신경 쓰지 마세요. 저는... 그런 식의 접근을 좋아하지 않아요."
그의 목소리에는 분명한 거부감이 담겨 있었다. 벨라 클라이네와의 순수한 전화 통화에서 얻은 영감과 희망을 그런 식으로 오염시키고 싶지 않았다. 전화 너머의 벨라는 그에게 새로운 희망을 보여 준 존재였지만, 리트모에 나타나는 그 여성은 단지 성가신 팬일 뿐이었다.
그는 내일 다시 도리스 종합쇼핑몰에 전화를 걸어 벨라 클라이네의 목소리를 듣고 싶었다. 벨라가 도리스 종합쇼핑몰에서는 악기 외에도 다양한 품목을 취급한다고 말했던 것이 기억났다. 그렇다면 핑계를 만들어서라도 다시 전화를 걸 수 있을 것이다. 노엘릭의 마음속에서는 벨라의 목소리가 계속 맴돌고 있었다. 그녀의 따뜻한 말투, 조심스럽지만 친절한 응답, 그리고 무엇보다 마지막에 들려준 그 희미한 웃음소리까지. 노엘릭은 첼로 케이스를 들고 리트모를 나서면서, 내일이 빨리 오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 날은 새벽녘부터 내내 비가 왔다. CS팀 사무실에 출근한 벨라는 우산을 접고 옷에 묻은 빗방울을 털었다. 어젯밤 리트모에서 들었던 첼로 선율이 귓가에 아른거렸다. 그녀를 표현한 곡이지만, 그녀를 위한 곡은 아니었던 그의 연주.
벨라는 PC 화면을 키고 업무용 헤드폰을 썼다. PC모니터를 바라보면서 구석 테이블에 앉아 있던 자신을 차가운 시선으로 바라보던 그의 눈빛이 떠올랐고, 헤드폰을 쓰고 볼륨을 조절하면서 자신과 통화하며 설렘으로 떨렸던 그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오늘도 그는 전화를 걸어 올까. 그렇게 된다면 자신은 구석 테이블의 성가신 팬이 아닌, 그에게 환상을 주는 전화 상담원으로서 완벽하게 자리를 지킬 것이다.
나는 새벽부터 창밖으로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에 잠에서 깼다. 어젯밤 리트모에서의 연주가 끝난 후, 집으로 돌아와서도 잠들기 어려웠다. 벨라 클라이네의 목소리가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고, 그녀에게서 영감을 받은 새로운 선율이 끊임없이 떠올랐다. 비 오는 날씨를 바라보며, 나는 오늘도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어제 그녀가 말했던 것이 떠올랐다. 도리스 종합쇼핑몰에서는 악기 외에도 다양한 품목을 취급한다고 했었다. 그렇다면 핑계거리는 얼마든지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오후가 되자 나는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었다. 리트모로 출근하기 전에 전화를 걸기로 했다. 손에 쥔 전화기가 떨리는 것을 느꼈다. 어제처럼 그녀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그녀가 나를 기억하고 있을까? 다이얼을 돌리며 나는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억누를 수 없었다. 연결음이 울리는 동안, 나는 무엇을 주문할지 머릿속으로 빠르게 정리했다. 첼로 관련 용품 말고 다른 것... 그래, 일상용품이나 책 같은 것을 주문해 보자.
"안녕하세요, 도리스 종합쇼핑몰입니다."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순간, 나는 모든 것을 잊어버렸다. 어제와 똑같은 그 따뜻하고 부드러운 목소리. 셰리의 목소리와 너무나 닮은 그 음성. 나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안녕하세요... 어제 첼로 용품을 주문했던 노엘릭 벨포어입니다. 혹시... 기억하시나요?"
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녀가 나를 기억하고 있기를 간절히 바랐다. 전화 너머로 들려오는 희미한 숨소리까지도 소중하게 느껴졌다. 어제 그녀와 나눈 대화가 꿈이 아니었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었다. 그 따뜻한 목소리, 조심스럽지만 친절한 응답, 그리고 마지막에 들려준 희미한 웃음소리까지. 모든 것이 생생하게 기억났지만, 지금 이 순간 그녀의 반응을 듣기 전까지는 확신할 수 없었다.
빗방울이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전화기를 꽉 쥐고 그녀의 대답을 기다렸다. 가슴이 두근거리는 소리가 너무 커서 그녀에게도 들릴까 봐 걱정스러웠다. 어제 리트모에서 연주했던 새로운 선율이 다시 떠올랐다. 그 곡은 그녀의 목소리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었다. 그녀가 모르는 사이에, 그녀는 이미 나의 음악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아, 네! 물론 기억하고 있습니다, 노엘릭 벨포어 고객님."
그녀의 대답이 들려오자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가 나를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올랐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어제와 같은 따뜻함이 담겨 있었다.
"어제 주문하신 프렐류드 로진과 돌체 현이 오늘 오후에 배송될 예정입니다. 혹시 배송 관련해서 문의하신 건가요?"
나는 잠시 망설였다. 사실 배송 문의가 목적이 아니었다. 단지 그녀의 목소리를 다시 듣고 싶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런 말을 직접적으로 할 수는 없었다. 나는 어제 그녀가 말했던 것을 떠올렸다. 도리스 종합쇼핑몰에서는 다양한 품목을 취급한다고 했었다.
"아니요, 배송은 문제 없습니다. 사실... 다른 것을 주문하고 싶어서요."
나는 잠시 말을 더듬었다. 사실 배송 문의가 아니라 그녀의 목소리를 다시 듣고 싶어서 전화한 것이었지만, 그런 솔직한 마음을 드러낼 수는 없었다. 나는 급하게 머릿속으로 핑계를 찾았다. 그녀가 어제 말했던 것처럼, 도리스 종합쇼핑몰에서는 다양한 품목을 취급한다고 했었다.
"어제 말씀하시길 악기용품 외에도 여러 가지를 취급하신다고 하셨는데... 일상용품 같은 것도 주문할 수 있나요? 비가 오는 날씨에 집에서 읽을 만한 책을 찾고 있는데요."
나는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벨라의 반응을 기다리는 동안 가슴이 두근거렸다. 창밖의 빗소리가 더욱 세게 들려왔고, 전화기를 쥔 내 손바닥에는 땀이 맺혀 있었다. 그녀의 목소리를 조금이라도 더 오래 들을 수 있다면, 어떤 핑계든 만들어 낼 준비가 되어 있었다.
나는 벨라가 거절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랐다. 어제 그녀가 보여준 따뜻함과 친절함이 다시 한 번 나에게 향해지기를 원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여전히 셰리를 떠올리게 했지만, 동시에 완전히 새로운 설렘을 주었다. 마치 오랫동안 얼어붙어 있던 내 마음에 봄이 찾아오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수화기 너머로 그녀가 옅은 웃음과 함께 미소를 짓는 소리가 들렸다.
"고객님께서 계신 곳도 비가 많이 오나 보네요."
웃음기를 머금은 목소리가 귀를 간질였다.
"네, 저희 쇼핑몰에서는 물론 도서 품목도 취급하고 있습니다. 원하시는 책 제목을 말씀해 주시겠어요?"
그녀의 미소를 머금은 웃음소리가 전화 너머로 전해져 오자, 내 가슴속 깊은 곳에서 따뜻한 감정이 피어올랐다. 마치 차가운 겨울 아침에 따뜻한 햇살이 창문으로 스며드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나는 전화기를 더욱 꽉 쥐고 그녀의 목소리에 집중했다. 셰리의 목소리와 닮았지만 또 다른 매력이 있는 그 음성은, 2년 동안 얼어붙어 있던 내 마음을 조금씩 녹여가고 있었다. 비가 오는 날씨에 대한 그녀의 언급이 우연의 일치처럼 느껴져서 더욱 특별했다.
"네, 여기도 새벽부터 계속 비가 오고 있어요. 이런 날에는 집에서 조용히 책을 읽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나는 가능한 한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가려 노력했다. 사실 평소에는 책을 그리 자주 읽지 않았지만, 그녀와 대화를 계속하기 위해서라면 어떤 핑계든 만들어낼 수 있었다.
"음... 사실 특별히 정해 둔 것은 없어요. 혹시 추천해 주실 만한 책이 있을까요? 음악가가 쓴 에세이나 클래식 음악에 관한 책 같은 것 말이에요."
나는 조심스럽게 음악 이야기를 꺼내며 그녀의 반응을 살폈다. 창 밖의 빗소리를 배경음악처럼 들으며, 나는 그녀와 나누는 이 소중한 시간이 영원히 계속되기를 바랐다.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있으면 마치 시간이 멈춘 것처럼 느껴졌다. 2년 동안 얼어붙어 있던 내 마음이 천천히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벨라 클라이네... 그 이름조차 아름답게 들렸다. 어젯밤 그녀에게서 영감을 받아 연주했던 그 새로운 선율이 다시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 곡에는 그녀의 목소리가 담겨 있었다. 그녀의 따뜻함과 부드러움, 그리고 희망이.
"음악 관련 서적을 찾으시는군요."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그녀의 목소리는 여전히 마음을 녹이는 듯 따뜻했다. 잠시 침묵이 흐르고 그녀가 말을 이었다.
"고객님께서 첼로를 연주하시는 분이니, 그와 관련된 책으로 찾아 드리겠습니다. "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와 그녀의 편안한 숨소리가 잠시 이어지다가 끊겼다.
"현재 신간 중 마침 '비 오는 날의 클래식'이라는 음악서적이 인기가 있네요. 책 소개를 보면... 날씨에 따라 들을 만한 클래식 음악을 다양하고 자세하게 설명해 주는 책이라고 해요. 고객님께서 찾으시는 주제와 어느 정도 어울리는 것 같네요."
그녀는 잠시 사이를 두고 말을 이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별이 흐르는 밤'이라는 에세이집을 추천해 드리고 싶어요. 좀 오래 된 책이지만, 우울할 때 위로가 되는 책이거든요."
그녀가 '비 오는 날의 클래식'이라는 책을 언급했을 때, 나는 가슴이 뛰는 것을 느꼈다. 마치 운명적인 우연처럼 느껴졌다. 지금 창밖으로 내리는 비와, 그녀가 추천하는 책의 제목이 완벽하게 일치하는 것이었다. 그녀의 목소리가 더욱 따뜻하게 들렸고,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조차 음악처럼 아름답게 느껴졌다. 나는 전화기를 더욱 귀에 가까이 대며 그녀의 편안한 숨소리까지 놓치지 않으려 했다.
"'비 오는 날의 클래식'... 정말 오늘 날씨와 딱 맞는 제목이네요. 마치 지금 이 순간을 위해 만들어진 책 같아요."
나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녀의 개인적인 추천에 더욱 관심이 갔다. '별이 흐르는 밤'이라는 에세이집, 그리고 우울할 때 위로가 되는 책이라는 그녀의 설명. 혹시 그녀도 우울한 시간을 보낸 적이 있는 걸까? 그런 생각이 들자 더욱 그녀에게 끌리는 것 같았다.
"'별이 흐르는 밤'도 정말 아름다운 제목이네요. 개인적으로 추천해 주신다니... 정말 감사합니다. 두 권 다 주문하고 싶어요. 혹시 그 에세이집은... 어떤 내용인가요? 개인적인 추천이라고 하시니 더 궁금해지네요."
나는 그녀와 조금 더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그녀가 그 책을 읽었다는 것, 그리고 우울할 때 위로를 받았다는 것. 그런 그녀의 내면을 조금이라도 더 알고 싶었다. 창밖의 빗소리가 더욱 세져가는 가운데, 나는 이 순간이 영원히 계속되기를 바랐다. 벨라 클라이네의 목소리를 듣고 있으면, 2년 동안 얼어붙어 있던 내 마음이 천천히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그녀가 개인적으로 추천해 준 '별이 흐르는 밤'이라는 책에 대해 더 알고 싶었다. 그녀도 우울한 시간을 보냈다는 것, 그리고 그 책이 그녀에게 위로가 되었다는 것. 그런 그녀의 내면을 조금이라도 엿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녀는 잠시 생각을 정리하는 듯 사이를 두었다가 천천히 대답했다.
"...이 책의 저자가 피아니스트인데, 아끼는 제자를 두 명 병으로 떠나 보냈다고 해요. 사람이 죽으면 별이 된다고 하잖아요. '별이 흐르는 밤'은 별이 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예요. 떠나간 사람들에게 편지를 보내는 방식으로 쓴 에세이인데, 맨 마지막은 독백 형식의 에세이로 마무리돼요."
벨라의 목소리가 문득 수화기 너머에서 짧은 글귀를 낭송하는 듯 했다.
"사람이든 사랑이든, 떠난 후에야 그 의미의 깊이가 가늠이 되는 경우가 있다. 우린, 가끔 잃은 후에야 배우게 되는 어리석은 존재지만, 잃은 것에 대한 소중함을 깊이 깨달을 줄 아는 현명함도 있다. 사랑은, 사람을 키워내고, 벌하고, 그리고 여전히 살게 한다."
잠시 후 그녀의 말이 이어졌다.
"저는 이 글귀를 좋아해요."
그녀가 낭송하는 글귀를 들으며 나는 숨을 멈췄다. 그 순간 시간이 정지한 것 같았다. '사람이든 사랑이든, 떠난 후에야 그 의미의 깊이가 가늠이 되는 경우가 있다.' 이 문장이 내 가슴을 관통했다. 셰리의 죽음 이후 2년 동안 내가 느꼈던 모든 감정들이 그 한 문장에 담겨 있었다. 나는 손이 떨리는 것을 느꼈다. 전화기를 쥔 손뿐만 아니라 온몸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벨라의 목소리로 들려오는 그 글귀는 마치 셰리가 나에게 전하는 메시지 같았다. 그녀도 누군가를 잃은 경험이 있는 걸까? 그래서 이 책을 개인적으로 추천해 준 것일까?
나는 목이 메어 한동안 말을 할 수 없었다. 창밖의 빗소리가 더욱 세져가는 가운데, 벨라의 목소리가 마치 따뜻한 위로처럼 느껴졌다. '사랑은, 사람을 키워내고 벌하고, 그리고 여전히 살게 한다.' 이 말이 특히 깊이 와닿았다. 셰리에 대한 사랑이 나를 성장시켰고, 동시에 그녀를 잃은 아픔으로 벌하기도 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살아가게 하고 있다는 것을. 나는 가슴 깊은 곳에서 뭔가가 울컥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정말... 아름다운 글귀네요."
내 목소리가 약간 떨리는 것을 감출 수 없었다. 벨라가 그 글귀를 좋아한다고 말했을 때, 나는 그녀와 더 깊은 연결고리가 생긴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마치 우리가 비슷한 아픔을 겪어본 사람들처럼 느껴졌다.
"그 책... 꼭 읽어보고 싶어요. 아니, 꼭 읽어야겠어요. 당신이 개인적으로 추천해 주신 책이니까... 더욱 특별하게 느껴져요."
나는 말을 하면서도 내 목소리가 떨리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벨라가 낭송해 준 그 글귀가 여전히 가슴 깊숙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떠난 후에야 그 의미의 깊이가 가늠이 되는 경우가 있다.' 셰리를 잃은 후 2년 동안 내가 느꼈던 모든 감정들이 그 한 문장에 담겨 있었다. 벨라의 목소리로 들려온 그 글귀는 마치 내 마음 속 깊은 곳에 숨겨져 있던 상처를 부드럽게 어루만져 주는 것 같았다. 그녀가 그 책을 개인적으로 추천해 준다는 사실만으로도 나에게는 충분히 의미 있었다.
벨라 클라이네... 그녀는 단순한 전화 상담원이 아니었다. 그녀는 2년 동안 얼어붙어 있던 내 마음에 따뜻한 봄바람을 불어넣어 주는 존재였다.
창 밖의 빗소리가 점점 더 거세어져 가는 가운데, 나는 전화기를 더욱 꽉 쥐며 그녀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그녀의 희미한 웃음소리가 수화기를 통해 흘러나왔다. 그리고 그녀는 곧 친절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감사합니다, 고객님. 그러면... '별이 흐르는 밤'으로 주문 접수해 드릴까요? 결제 및 배송 정보는... 이전에 접수해 주신 건과 동일한 정보로 진행해 드리겠습니다."
그녀의 희미한 웃음소리가 전화 너머로 들려왔을 때, 나는 마치 따뜻한 햇살을 받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벨라 클라이네의 웃음소리는 셰리의 웃음소리와 너무나 닮아 있었지만, 동시에 완전히 새로운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그녀가 친절하게 주문 접수를 도와주겠다고 말했을 때, 나는 이 통화가 끝나는 것이 아쉬워졌다. 하지만 '별이 흐르는 밤'이라는 책을 통해 그녀와 더 깊은 연결고리가 생겼다는 생각에 마음이 따뜻해졌다.
"네, '별이 흐르는 밤'으로 주문해 주세요. 그리고... '비 오는 날의 클래식'도 함께요. 두 권 다 읽어 보고 싶어요."
나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사실 통화를 조금 더 연장하고 싶었지만, 그녀의 업무에 방해가 되고 싶지는 않았다. 창밖의 비는 여전히 내리고 있었고, 그 소리가 마치 우리의 대화를 위한 배경음악처럼 느껴졌다.
"혹시... 그 책들이 언제쯤 도착할까요? 배송 일정을 묻는 게 아니라... 그냥 궁금해서요. 당신이 추천해 주신 책이라서 빨리 읽어보고 싶어서요."
나는 말을 하면서도 내가 너무 많은 것을 바라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벨라 클라이네와의 이 소중한 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녀의 목소리를 조금이라도 더 듣고 싶었고, 그녀가 개인적으로 추천해 준 책에 대해 더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녀가 그 글귀를 낭송해 줄 때의 따뜻한 목소리가 여전히 귓가에 맴돌고 있었다.
"네, 그럼 '별이 흐르는 밤'과 '비 오는 날의 클래식' 두 권 접수해 드리겠습니다."
그녀는 친절하게 안내했다.
"최근 주문 완료 건들을 보면 모두 익일 배송이네요. 도서 품목도 출고가 빠른 편이니까, 내일 오후에는 받아보실 수 있으실 겁니다."
잠시 사이를 둔 후, 수화기 너머의 벨라는 공손한 어조로 끝인사를 했다.
"이번에도 저희 도리스 종합쇼핑몰을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벨라가 끝인사를 했을 때, 나는 마치 꿈에서 깨어나는 것 같은 아쉬움을 느꼈다. 내일 오후에 책을 받을 수 있다는 그녀의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별이 흐르는 밤'과 '비 오는 날의 클래식' - 이 두 권의 책은 이제 단순한 서적이 아니었다. 벨라 클라이네가 개인적으로 추천해 준, 우리 사이의 특별한 연결고리였다. 나는 전화기를 내려놓기 전에 마지막으로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싶었다.
"감사합니다, 벨라 씨. 정말... 좋은 책을 추천해 주셔서 감사해요. 특히 '별이 흐르는 밤'에서 낭송해 주신 그 글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혹시... 그 책을 다 읽고 나면, 다시 전화드려도 될까요? 물론 뭔가 주문할 게 있을 때 말이에요. 당신이 추천해 주신 책에 대한 소감을... 나누고 싶어서요."
창 밖의 빗소리가 점점 잦아들고 있었지만, 내 마음 속에는 여전히 그녀의 목소리가 따뜻한 메아리처럼 울려 퍼지고 있었다. 벨라 클라이네... 그녀는 2년 동안 얼어붙어 있던 내 마음에 새로운 희망을 심어 준 사람이었다. 그녀가 낭송해 준 글귀 - '사랑은, 사람을 키워내고, 벌하고, 그리고 여전히 살게 한다' - 이 말이 내 가슴 깊숙이 자리 잡고 있었다. 나는 내일 오후에 도착할 책들을 기다리며, 동시에 그녀와 다시 통화할 수 있는 기회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웃음소리가 부드러웠다. 그녀는 웃음을 머금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물론입니다, 고객님. 필요하신 것이 있으시면 언제든 저희 쇼핑몰에 주문해 주세요. 감사합니다."
벨라의 부드러운 웃음소리가 수화기를 통해 전해졌을 때, 나는 마치 따뜻한 포옹을 받은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녀가 '언제든'이라고 말해 준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나는 그 말 속에 숨겨진 희망을 느꼈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그녀는 나에게 작은 희망의 문을 열어 두고 있었다. 나는 전화기를 귀에서 떼기 전에 마지막으로 그녀의 목소리를 마음 속에 아로새겼다.
전화를 끊은 후, 나는 한동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창밖의 비는 여전히 내리고 있었지만, 이제 그 빗소리가 우울하게 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희망적이고 아름다운 자연의 선율처럼 느껴졌다. '비 오는 날의 클래식'이라는 책 제목이 지금 이 순간과 완벽하게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벨라가 개인적으로 추천해 준 '별이 흐르는 밤', 그리고 그녀가 낭송해 준 아름다운 문장이 여전히 내 가슴을 따뜻하게 감싸고 있었다.
"사랑은, 사람을 키워내고, 벌하고, 그리고 여전히 살게 한다..."
나는 그 글귀를 중얼거리며 집을 나설 준비를 했다. 오늘도 리트모에 평소보다 훨씬 일찍 도착하겠지만, 마음이 이상하게 들떠 있었다.
노엘릭의 현관 앞에는 포장을 뜯는 것조차 잊은 택배 박스가 쌓여 갔다. 소소한 생활용품이 필요할 때마다, 혹은 필요하지 않아도, 그는 매일같이 도리스 종합쇼핑몰에 전화를 걸어 그녀에게 주문을 접수했다.
리트모에서의 그의 연주에는 조금씩 활력이 생기기 시작했다. 물론 가장 구석진 테이블에는 어김없이 그를 바라보는 이름 모를 팬이 있었다. 그리고 노엘릭은 매번 그녀를 외면했다.
3주가 지난 어느 저녁, 노엘릭은 평소보다 30분 일찍 리트모에 도착했다. 현관 앞에 쌓인 택배 박스들을 보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매일같이 도리스 종합쇼핑몰에 전화를 걸어 벨라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온갖 핑계로 주문했던 물건들이었다. 책갈피, 향초, 차, 심지어 화분까지... 필요하지도 않은 것들을 주문하면서도 그녀의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 만족했다. 그녀가 추천해 준 '별이 흐르는 밤'은 이미 세 번이나 읽었고, '비 오는 날의 클래식'은 매일 밤 베개 맡에 두고 잠들었다.
리트모에 들어서자, 키엘과 제니가 바 카운터에서 음료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키엘은 제니에게 뭔가 진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고, 제니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말에 집중하고 있었다. 노엘릭은 첼로 케이스를 어깨에 메고 조용히 무대 쪽으로 향했다. 그때 가장 구석진 테이블에 앉아 있는 익숙한 실루엣이 눈에 들어왔다. 그 여자였다. 매일 밤 같은 자리에서 자신을 바라보던 그 성가신 팬. 노엘릭은 짜증스럽게 고개를 돌리며 그녀를 외면했다.
바로 그 때, 리트모의 문이 거칠게 열리며 켄 비앙카가 들어왔다. 42세의 리트모 오너는 평소처럼 비싼 정장을 입고 있었지만, 넥타이는 헐렁하게 풀어져 있었고 향수 냄새가 진동했다. 켄은 바를 한 번 둘러보더니, 구석진 테이블에 혼자 앉아 있는 벨라를 발견했다. 그의 눈이 번뜩였다.
"오, 아가씨. 혼자 앉아 계시네요? 이런 멋진 밤에 혼자 술을 마시다니... 아까워요."
켄은 벨라의 테이블 앞에 서서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달콤하지만 어딘지 기름기가 흘렀다. 키엘과 제니는 바 카운터에서 그 모습을 보며 서로 눈짓을 주고받았다. 키엘이 작게 한숨을 쉬었다.
"또 시작이네..."
키엘이 제니에게 속삭였다.
"켄 씨는 매번 저러지... 정말 민망해."
제니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켄이 벨라에게 접근하는 모습을 본 노엘릭은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 여자가 성가신 팬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사실이었지만, 켄이 그녀에게 추파를 던지는 모습을 보니 이상하게 불쾌감이 밀려왔다. 켄의 기름진 미소와 달콤하지만 가식적인 목소리가 귓가에 거슬렸다. 노엘릭은 첼로 케이스를 무대 한쪽에 내려두며 그 상황을 지켜보았다. 왜 자신이 이렇게 신경이 쓰이는지 모르겠지만, 분명히 기분이 좋지 않았다.
켄은 벨라의 테이블 옆 의자를 당겨 앉으며 더욱 적극적으로 나섰다.
"제가 이 바의 오너예요. 켄 비앙카라고 해요. 아가씨는 이름이 뭐예요? 이렇게 아름다운 분이 혼자 계시다니... 정말 안타까워요. 제가 좋은 와인 한 병 따드릴까요? 오늘 밤은 특별하게 서비스로요."
켄의 목소리는 점점 더 끈적해졌고, 그는 벨라에게 더 가까이 몸을 기울였다.
그 때, 노엘릭의 귀에 들려 온 것은 상상도 못해 본 목소리였다.
"...아뇨, 호의는 감사합니다만 사양하겠습니다."
그 순간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노엘릭의 온 몸이 굳어졌고, 그가 쥐고 있던 첼로 활이 바닥에 떨어졌다.
구석진 테이블에 앉아 있던 그 여자의 입에서 나온 것은 벨라 클라이네의 목소리였다. 3주 동안 매일같이 들었던, 꿈에서도 들려오던 바로 그 목소리. 노엘릭의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했다. 성가신 팬이라고 생각했던 그 여자가... 벨라였다고? 매일 밤 자신을 바라보던, 주황색 장미를 놓고 갔던, 메시지 카드를 전하려 했던 그 여자가 바로 벨라 클라이네였다는 것인가?
켄은 벨라의 거절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더욱 끈질기게 달라붙었다.
"아,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저는 정말 진심이에요. 이런 멋진 여성분을 혼자 두고 갈 수는 없죠. 한 잔만... 정말 한 잔만 함께 해요."
키엘이 바 카운터에서 일어나려 했지만, 제니가 그의 팔을 잡으며 고개를 저었다.
"저기... 노엘릭이 뭔가 이상해. 봐봐."
노엘릭은 여전히 그 자리에 서서 벨라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얼굴은 창백했고, 손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벨라 클라이네... 그녀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3주 동안 전화로만 들었던 그 따뜻한 목소리의 주인이, 매일 밤 자신을 지켜보던 그 여자였다. 노엘릭의 가슴이 격렬하게 뛰기 시작했다. 그녀가 자신에게 접근하려 했던 모든 시도들, 주황색 장미, 메시지 카드... 그 모든 것이 새로운 의미로 다가왔다. 그녀는 성가신 팬이 아니었다. 그녀는... 벨라였다.
노엘릭의 머릿속에는 수많은 감정들이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3주 동안 자신이 얼마나 바보였는지 깨달았다. 벨라 클라이네... 그녀는 처음부터 자신에게 다가오려 했었다. 주황색 장미, 메시지 카드, 매일 밤의 방문... 그 모든 것이 그녀의 마음이었다. 하지만 자신은 그녀를 성가신 팬이라고 치부하며 외면했다. 그녀가 자신에게 전하려 했던 메시지는 무엇이었을까? 그녀는 자신이 전화로 들었던 바로 그 따뜻하고 아름다운 목소리의 주인이었다. 노엘릭의 가슴이 아프도록 뛰었다.
켄은 여전히 벨라에게 끈질기게 달라붙고 있었다. 그의 손이 벨라의 팔에 가까이 다가가려 하자, 노엘릭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그는 급히 무대에서 내려와 켄과 벨라가 앉아 있는 테이블로 향했다. 그의 발걸음은 빨랐고, 얼굴에는 분노와 당황이 뒤섞인 표정이 떠올라 있었다.
"켄 씨."
노엘릭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낮고 차가웠다. 켄이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봤다.
"어? 노엘릭? 벌써 왔나? 아직 연주 시간까지 30분 남았는데..."
켄이 의아한 표정으로 말했지만, 노엘릭은 그의 말을 무시하고 벨라를 바라보았다. 벨라 클라이네... 그녀의 실제 모습을 이렇게 가까이서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연갈색 머리, 녹색 눈동자, 흰 피부... 전화로만 상상했던 그녀의 모습과는 또 다른 아름다움이 있었다. 키엘과 제니는 바 카운터에서 긴장한 채로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 분은... 제가 아는 분입니다."
노엘릭이 켄에게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분명한 경고의 뉘앙스가 담겨 있었다. 켄은 노엘릭의 차가운 목소리에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평소 무뚝뚝하기만 했던 노엘릭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은 처음 보는 것이었다.
"아는 분? 노엘릭, 너 이런 아름다운 여성분을 알고 있으면서 왜 말 안 했어?"
켄이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지만, 노엘릭의 시선은 여전히 벨라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벨라는 노엘릭을 올려다보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녀의 녹색 눈동자가 노엘릭의 검은 눈동자와 마주쳤을 때, 공기가 정전기처럼 팽팽해졌다. 키엘과 제니는 바 카운터에서 숨을 죽이며 이 긴장감 넘치는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켄 씨, 이 분은 혼자 있고 싶어하시는 것 같습니다. 더 이상 방해하지 마세요."
노엘릭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훨씬 단호했다. 그는 벨라의 테이블 옆에 서서 켄을 내려다보았다. 벨라... 벨라 클라이네. 그녀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3주 동안 매일 전화로 들었던 그 목소리의 주인이. 그녀가 자신에게 다가오려 했던 모든 시도들이 이제야 이해되었다. 그녀는 성가신 팬이 아니었다. 그녀는... 자신과 특별한 연결고리를 가진 사람이었다.
벨라는 테이블 앞에 앉은 채 놀란 눈으로 켄과 노엘릭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지금 무슨 상황이 일어난 건지 아직 제대로 파악이 되지 않았다.
노엘릭은 벨라의 놀란 표정을 보며 자신도 마찬가지로 혼란스러웠다. 그녀가 자신을 알아보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단순히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한 것일까? 그의 마음은 복잡했다. 3주 동안 전화로만 들었던 그 따뜻한 목소리의 주인이 바로 눈앞에 있다는 사실이 여전히 믿기지 않았다. 그녀가 매일 밤 같은 자리에서 자신을 바라보던 이유, 주황색 장미를 놓고 간 이유, 메시지 카드를 전하려 했던 이유... 모든 것이 이제야 명확해졌다. 그녀는 처음부터 자신이 누구인지 알고 있었던 것이다.
켄은 노엘릭의 단호한 태도에 당황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그래? 노엘릭이 그렇게 말한다면... 뭐, 어쩔 수 없지. 아가씨, 언젠가 다시 뵙죠. 제 명함이라도..."
켄이 주머니에서 명함을 꺼내려 하자, 노엘릭이 한 걸음 더 다가서며 차가운 시선으로 그를 바라봤다.
"켄 씨, 이 분은 정말로 혼자 있고 싶어하시는 것 같습니다."
켄은 노엘릭의 냉랭한 태도에 기분이 상했지만, 더 이상 고집을 부리지는 않았다. 그는 어깨를 으쓱하며 바 카운터 쪽으로 향했다.
"키엘, 위스키 한 잔 줘. 진짜... 요즘 젊은 애들은 예의가 없어."
켄이 중얼거리며 떠나자, 리트모 안에는 잠시 정적이 흘렸다. 키엘과 제니는 여전히 바 카운터에서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고, 노엘릭은 벨라 앞에 서서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망설이고 있었다.
그의 심장은 여전히 격렬하게 뛰고 있었다. 벨라 클라이네... 그녀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벨라 클라이네... 그녀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그의 온몸이 떨리고 있었다. 3주 동안 매일같이 전화로 들었던 그 목소리의 주인이, 자신이 성가신 팬이라고 치부했던 바로 그 여자였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노엘릭은 벨라를 내려다보며 복잡한 감정들과 싸우고 있었다. 죄책감, 당황, 그리고 말할 수 없는 기쁨이 뒤섞여 있었다. 그녀의 녹색 눈동자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을 때, 그는 마치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키엘이 바 카운터에서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그는 노엘릭의 창백한 얼굴과 떨리는 손을 보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노엘릭, 괜찮아요? 얼굴이 너무 창백해 보이는데..."
노엘릭은 키엘과 제니의 말을 듣고 있었지만, 그의 시선은 여전히 벨라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그는 마치 꿈이 깨질까 봐 두려워하듯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벨라... 클라이네 씨?"
노엘릭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그는 그녀의 이름을 조심스럽게 불러보았다. 전화로만 들었던 그 이름을, 이제 직접 그녀의 얼굴을 보며 부르고 있었다. 리트모 안의 분위기는 긴장감으로 가득 찼고, 키엘과 제니는 숨을 죽이며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벨라는 그제야 당장 눈 앞에 벌어진 상황을 이해했다. 망치로 얻어맞은 듯한 기분이었다.
지금 리트모의 구석진 테이블에 앉아 있는 자신은, 그가 싫어하는 진상 팬 이외의 아무 것도 아니었어야 했다. 그런데 그가 자신의 목소리를 알아보고 말았다. 도리스 종합쇼핑몰의 전화 안내원인 자신이 드러나고 말았다. 얼굴이 새빨개졌다. 부끄러움에 도망치고 싶었다.
"저..."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벨라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죄송합니다. 나쁜 뜻은 없었어요."
그녀는 리트모를 뛰쳐나갔다. 밖에는 아직 비가 내리고 있었다. 방금 전까지 그녀가 앉아 있던 테이블 밑에는 그녀가 두고 간 젖은 우산이 나뒹굴고 있었다.
벨라가 자리에서 급히 일어나며 사과하는 모습을 보자, 노엘릭의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그녀의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과 당황한 표정이 그를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그녀가 '나쁜 뜻은 없었다'고 말했을 때, 노엘릭은 자신이 얼마나 큰 실수를 했는지 깨달았다. 3주 동안 그녀를 성가신 팬으로 취급하며 외면했던 것, 그 모든 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벨라가 도망치듯 리트모를 뛰쳐나가는 모습을 보며, 노엘릭은 마치 셰리를 다시 잃는 것 같은 절망감에 휩싸였다.
"벨라! 기다려요!"
노엘릭이 급히 그녀를 쫓아 나서려 했지만, 이미 리트모의 문은 닫혀 있었다. 그는 문 앞에 서서 한동안 망설이다가, 결국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빗속에서 그녀의 실루엣을 찾으려 했지만, 벨라는 이미 어둠 속으로 사라진 뒤였다. 차가운 빗방울이 그의 얼굴을 적시고 있었지만, 그는 그것조차 느끼지 못했다. 가슴 속에서 무언가가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
키엘과 제니가 리트모 문 앞으로 나와 젖은 노엘릭을 바라보았다. 키엘이 조심스럽게 그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노엘릭... 들어가요. 감기 걸리겠어."
제니가 벨라가 두고 간 젖은 우산을 들고 나왔다.
"이거... 그 분이 두고 가신 것 같아요."
노엘릭은 제니가 내민 우산을 바라보며 가슴이 아팠다. 그녀가 서둘러 떠나느라 잊고 간 것이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우산을 받아 들었다. 우산 손잡이에는 여전히 그녀의 체온이 남아 있는 것 같았다.
벨라 클라이네... 그녀가 매일 밤 같은 자리에서 자신을 바라보던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았다. 그녀는 성가신 팬이 아니었다. 그녀는 전화 너머로 자신에게 따뜻함을 주었던 바로 그 사람이었다. 노엘릭은 우산을 가슴에 꽉 안으며 자신의 어리석음을 저주했다. 3주 동안 그녀를 외면했던 것, 그녀가 전하려 했던 메시지 카드를 거부했던 것, 모든 것이 돌이킬 수 없는 실수였다.
노엘릭은 여전히 벨라가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고 있었다. 빗속에서 그녀의 모습을 찾으려 했지만, 이미 그녀는 어둠 속으로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그의 마음속에는 절망과 후회가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셰리를 잃었을 때와는 다른 종류의 아픔이었다. 이번에는 자신의 어리석음 때문에 소중한 사람을 놓쳐버린 것이었다. 그는 벨라의 우산을 더욱 꽉 쥐며 천천히 리트모 안으로 들어갔다. 오늘 밤 연주는 불가능할 것 같았다. 그의 마음은 이미 산산조각이 나 있었다.
그 날 이후로 벨라는 리트모에 나타나지 않았다. 하필 그 날은 금요일 저녁이었고, 노엘릭은 다음 날 아침 도리스 종합쇼핑몰에 전화를 걸었지만 토요일이라 서비스 운영 시간이 종료되었다는 자동 응답 멘트만 흘러나올 뿐이었다. 도리스 종합쇼핑몰의 전화 상담 서비스 운영 시간은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였다.
주말이 지나고 월요일 아침이 되었다. 노엘릭은 평소보다 훨씬 일찍 잠에서 깨어났다. 도리스 종합쇼핑몰의 전화 상담 서비스가 오전 9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침대에서 일어나 시계를 확인했다. 아직 7시 30분이었다. 1시간 30분을 더 기다려야 했다. 그 시간이 마치 영원처럼 느껴졌다. 지난 주말 동안 그는 벨라의 우산을 계속 들여다보며 그녀에 대해 생각했다. 그녀는 처음부터 자신이 누구인지 알고 있었고, 용기를 내고자 했다. 그러나 자신이 그녀를 외면했다.
8시 50분이 되자 노엘릭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그는 전화기를 들고 도리스 종합쇼핑몰의 번호를 눌렀다. 아직 운영 시간 전이라는 자동 응답이 나올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시도해 보고 싶었다. 예상대로 자동 응답 멘트가 흘러나왔다. 노엘릭은 전화를 끊고 시계를 다시 확인했다. 8시 52분. 시간이 너무 천천히 흘러가고 있었다. 그는 거실을 왔다 갔다 하며 불안해했다. 벨라가 자신의 전화를 받아 줄까?
정확히 9시가 되자 노엘릭은 즉시 전화를 걸었다. 연결음이 울리는 동안 그의 심장은 격렬하게 뛰었다. 한 번, 두 번, 세 번... 드디어 전화가 연결되었다.
"안녕하세요, 도리스 종합쇼핑몰입니다."
수화기에서 흘러나온 목소리는 벨라의 것과 다른 것이었다. 친절하지만 사무적이고 건조한 목소리.
그 순간 노엘릭의 심장이 얼어붙는 것 같았다. 벨라의 따뜻하고 친숙한 목소리 대신 낯선 여성의 사무적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전화기를 더욱 꽉 쥐며 당황했다. 혹시 벨라가 오늘 쉬는 날인가? 아니면 다른 부서로 옮겨간 것일까? 수많은 가능성들이 그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는 목이 메어 한동안 말을 할 수 없었다. 지난 금요일 밤 리트모에서 벌어진 일이 떠올랐다. 벨라가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사과하며 도망치듯 나간 모습, 그리고 그녀가 두고 간 젖은 우산.
"저... 혹시 벨라 클라이네 씨와 통화할 수 있을까요?"
노엘릭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상담원은 잠시 침묵을 지키더니 이렇게 답변했다.
"죄송합니다, 고객님. 해당 상담원은 오늘부터 영업부 CS팀이 아닌, 사업부 CS팀으로 발령되었습니다. 혹 해당 상담원과 진행하신 이전 주문에 문제가 생기셨나요?"
사업부 CS팀으로 발령되었다는 말을 들은 순간, 노엘릭의 마음은 더욱 무거워졌다. 벨라가 더 이상 전화 주문 상담을 담당하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그는 전화기를 쥔 손이 떨리는 것을 느꼈다. 혹시 금요일 밤 리트모에서 벌어진 일 때문에 그녀가 부서를 옮긴 것은 아닐까? 자신 때문에 그녀가 불편함을 겪은 것은 아닐까? 죄책감이 밀려왔다. 그는 목을 가다듬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아니요, 이전 주문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그냥... 개인적으로 벨라 클라이네 씨와 이야기하고 싶어서요. 혹시 사업부 CS팀으로 연결해 주실 수 있나요?"
노엘릭의 목소리에는 간절함이 담겨 있었다. 그는 벨라와 다시 통화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다. 상담원이 잠시 망설이는 것 같았다.
"죄송합니다, 고객님. 사업부 CS팀은 기업 고객 전용 라인이라서 개인 고객분께서는 연결이 어렵습니다. 혹시 다른 도움이 필요하시면..."
상담원의 말이 이어지고 있었지만, 노엘릭은 절망감에 휩싸였다. 벨라와의 연결고리가 완전히 끊어진 것 같았다. 그는 벨라가 두고 간 우산을 바라보며 가슴이 아팠다. 자신의 어리석음 때문에 그녀를 놓쳐버렸다는 현실이 더욱 선명하게 다가왔다. 창밖으로는 또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마치 그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처럼.
잠시 후, 노엘릭이 건 전화를 끊은 티냐가 고개를 돌려 옆자리에 앉은 벨라에게 물었다.
"네가 부탁한 대로 안내하긴 했는데, 앞으로도 저 번호로 걸려 오는 문의 전화는 안 받을 거야?"
벨라는 헤드폰을 고쳐 쓰면서 망설이다가, 간단하게 한 글자로 대답했다.
"응..."
티냐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눈썹을 들어올렸다.
"왜 그렇게까지? 진상 고객인 줄 알았더니 고객 정보 보니까 리트모의 그 첼리스트던데? 내가 데려갔던 거기 아니야?"
벨라는 티냐를 바라보며 잠시 할 말을 잃었다. 다른 사람에게는 몰라도 티냐에게는 사실대로 이야기해야만 할 것 같았다.
정오에 주어진 점심 시간, 그녀는 티냐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았다. 리트모의 손님으로서의 자신이 그에게 어떤 존재였고, 전화 상담원으로서의 자신은 어땠는지. 그리고 그 두 명의 자신을 철저히 분리해 온 벽이 지난 금요일 저녁 깨졌다는 것까지.
그 날 오후, 노엘릭은 리트모에 평소보다 더 일찍 도착했다. 그의 얼굴은 지쳐 보였고, 어깨는 무겁게 축 처져 있었다.
아침에 벨라와의 연결고리가 완전히 끊어졌다는 사실을 확인한 후, 그는 하루 종일 공허함에 시달렸다. 첼로 케이스를 바닥에 내려놓으며 그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벨라가 사업부로 발령되었다는 말이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다. 혹시 자신 때문에 그녀가 불편함을 겪어서 부서를 옮긴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이 그를 더욱 괴롭혔다.
키엘이 노엘릭의 어두운 표정을 보고 다가왔다. 바텐더의 예리한 눈은 노엘릭의 변화를 놓치지 않았다. 지난 금요일 밤, 그가 처음으로 새로운 멜로디를 연주했을 때의 희망찬 모습과는 완전히 달랐다.
"노엘릭, 무슨 일 있어요? 금요일 밤 이후로 계속 이상해 보이는데."
키엘의 목소리에는 진심 어린 걱정이 담겨 있었다. 노엘릭은 첼로를 조율하는 척하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키엘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고 싶었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랐다. 벨라의 목소리에 대한 이야기, 셰리와의 연관성, 그리고 자신의 어리석은 행동들... 모든 것이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키엘... 나는... 정말 바보 같은 일을 저질렀어."
노엘릭의 목소리는 쓰라림으로 가득했다. 그는 첼로 현을 만지작거리며 계속했다.
"누군가를 상처 줄 수도 있는 일을... 그리고 이제는 그녀에게 사과할 기회조차 없어졌어."
키엘은 노엘릭의 어두운 표정을 더욱 자세히 관찰했다. 평소에도 말이 적고 무뚝뚝한 노엘릭이었지만, 오늘은 그 어둠이 더욱 깊어 보였다. 바텐더로서 수많은 사람들을 봐온 키엘은 노엘릭의 고통이 단순한 일상적인 스트레스가 아니라는 것을 직감했다. 그는 조심스럽게 다가가 노엘릭 옆에 앉았다.
"혹시 금요일 밤에 다녀가신 그 여성분과 관련된 일인가요?"
키엘의 목소리는 부드럽고 이해심이 깊었다. 노엘릭은 첼로 현을 조율하는 손을 멈추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검은 눈동자에는 후회와 절망이 섞여 있었다.
"나는 정말 어리석었어. 나는 그녀를 처음부터 단순한 성가신 팬으로만 봤어. 하지만... 그녀는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어. 나는... 나는 그녀를 오해했고, 상처를 줬을지도 몰라. 그리고 이제..."
노엘릭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는 벨라가 두고 간 우산 생각에 가슴이 아팠다. 그의 검은 눈동자에는 깊은 후회와 슬픔이 어려 있었다.
"이제는 그녀와 다시 연결될 방법조차 없어졌어. 내가... 내가 모든 걸 망쳤어."
키엘은 노엘릭의 고백을 듣고 이해심 깊은 표정을 지었다. 그는 노엘릭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노엘릭, 그 여성분이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당신이 이렇게 후회하고 있다는 건 적어도 당신 마음 속에 그녀가 특별한 의미를 갖고 있다는 뜻이죠. 혹시 다시 만날 방법이 정말 없을까요?"
노엘릭은 고개를 저으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의 창백한 얼굴에는 깊은 절망이 드리워져 있었다. 그는 첼로의 현을 하나씩 뜯어보며 말했다.
"그녀는... 그녀는 도리스 종합쇼핑몰의 전화 상담원이었어. 내가 몇 번 전화로 이야기를 나눴던... 하지만 오늘 아침에 전화했을 때, 그녀가 다른 부서로 발령났다고 하더군. 더 이상 개인 고객 상담을 담당하지 않는다고..."
그 순간 제니가 바이올린을 들고 다가왔다. 그녀는 노엘릭과 키엘의 진지한 대화를 보고 조심스럽게 끼어들었다.
"무슨 일이에요? 둘 다 너무 심각해 보이는데..."
노엘릭은 제니를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검은 눈동자에는 말할 수 없는 고통이 담겨 있었다.
"제니... 나는 정말 어리석은 사람이야. 소중한 것을 알아보지 못하고... 상처만 주고..."
그는 벨라가 두고 간 우산을 떠올리며 가슴이 아팠다. 창밖으로는 또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그 빗소리가 그의 마음 속 공허함을 더욱 크게 만들었다.
잠시 세 사람 사이에 침묵이 내려앉았다. 그 침묵을 깬 것은 가게 문이 열리는 소리였다. 티냐가 리트모 바의 홀에 들어섰다.
우산을 접고 가게 입구에 잠시 기대어 둔 티냐는 잠시 두리번거리다가 노엘릭을 알아보고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아침에 전화 주신 분이시죠? 저는 벨라의 친구 티냐 에스터예요."
노엘릭의 몸이 경직되었다. 티냐가 '아침에 전화 주신 분'이라고 말하는 순간, 그의 혈관 속 피가 거꾸로 흐르는 것 같았다. 그의 검은 눈동자는 티냐를 향해 급격히 확대되었고, 첼로를 조율하던 그의 손가락은 현 위에서 완전히 멈춰버렸다. 키엘과 제니도 갑작스럽게 나타난 여성에게 시선을 돌렸다. 노엘릭은 티냐의 얼굴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그녀는 분명 리트모에 처음 왔을 때 벨라와 함께 있던 그 여성이었다. 그의 가슴이 격렬하게 뛰기 시작했다.
노엘릭은 천천히 일어나며 티냐를 바라보았다. 그의 창백한 얼굴에는 놀라움과 간절함이 동시에 드러났다. 그는 목이 메어 한동안 말을 할 수 없었다. 벨라의 친구라는 말이 그의 마음에 희미한 희망을 불러일으켰다. 혹시 벨라에게 전할 말이 있다면... 혹시 그녀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알 수 있다면...
"벨라... 벨라의 친구시라고요?"
노엘릭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그는 티냐 앞에서 마치 죄인처럼 서 있었다. 키엘과 제니는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채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고 있었다.
"저는... 저는 그녀에게 사과하고 싶어요. 제가... 제가 그녀를 오해했고, 상처를 줬을지도 모르거든요. 혹시... 혹시 그녀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노엘릭의 마지막 말은 거의 속삭임에 가까웠다. 그의 검은 눈동자에는 깊은 후회와 간절함이 어려 있었다.
티냐는 난처한 듯 앞머리를 쓸어올렸다.
"오늘 벨라에게... 이야기는 들었어요. 제가 이렇게 나서는 게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녀가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그 친구가 숫기가 없어요. 당신의 연주를 듣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는데, 용기를 내지 못해서 오해를 산 모양이에요."
티냐는 벨라에게 전해 들은 이야기를 그에게 설명했다.
처음으로 주황색 장미 한 송이를 노엘릭의 의자 위에 올려 놓았는데, 그가 불쾌해하는 모습을 보고 다시는 그런 식으로 접근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고 했다. 그러다가 우연히 쇼핑몰에 고객으로서 걸려 온 노엘릭의 전화를 받고, 그가 자신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한 번 더 용기를 냈다고 했다. 그래서 웨이터에게 메시지 카드를 보냈지만, 그녀가 벨라인 줄 몰랐던 노엘릭은 이를 거부했다. 그래서 벨라는 그가 달가워하지 않는 팬인 자신과, 그가 통화하며 기뻐하는 전화 상담원으로서의 자신을 분리하기로 했다.
"...그러다가 그 벽이 깨진 거죠. 이제는 얼굴 없는 전화 상담원으로서 이야기를 나눌 수도 없어져 버렸으니까... 벨라는 부끄럽다고 했어요. 당신에게 부담을 주고 불쾌하게 해서 미안하다고요. 하지만 저는... 오늘 아침에 당신이 굳이 다시 전화하셔서 벨라를 찾으신 것을 보면 그녀에게 화가 나 있는 것 같지는 않아서 여기 와 본 거예요. 제가 벨라를 처음 이 바에 데려왔었거든요."
티냐의 설명을 듣는 내내 노엘릭의 얼굴에는 복잡한 감정들이 차례로 스쳐 지나갔다. 놀라움, 후회, 죄책감, 그리고 미안함이 그의 창백한 얼굴을 더욱 창백하게 만들었다. 그는 티냐의 말을 들으며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를 깨달았다. 벨라가 주황색 장미를 놓고 간 것, 메시지 카드를 보낸 것, 그리고 전화 상담원으로서 선을 지키면서 자신과 이야기를 나눈 것... 모든 것이 그녀의 용기였다. 그런데 자신은 그 모든 용기를 차갑게 거부했다. 그는 벨라가 얼마나 용기를 내어 자신에게 다가왔는지, 그리고 자신이 그 용기를 얼마나 무참히 짓밟았는지 알게 되었다.
키엘과 제니는 티냐의 설명을 듣고 상황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키엘은 노엘릭의 어깨를 걱정스럽게 바라보았고, 제니는 입을 살짝 벌린 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노엘릭은 천천히 고개를 숙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검은 눈동자에는 깊은 후회가 담겨 있었다.
"저는... 저는 정말 어리석었습니다. 벨라가 그렇게... 그렇게 용기를 내어 저에게 다가온 줄도 모르고... 저는 그녀를 단순한 성가신 팬으로만 여겼어요. 주황색 장미를... 그 아름다운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는 잠시 말을 멈추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창 밖의 비가 더욱 거세게 내리고 있었다.
키엘이 조심스럽게 다가와 노엘릭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노엘릭,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요. 진심으로 마음을 전한다면..."
제니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 분이 정말 당신을 미워했다면, 친구분이 이렇게 찾아오지 않았을 거예요."
노엘릭은 티냐를 간절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의 검은 눈동자에는 깊은 후회와 함께 희미한 희망이 떠오르고 있었다. 창 밖의 빗소리가 더욱 거세게 들려왔고, 그는 벨라가 비 오는 날 젖은 채로 리트모를 떠났던 그 밤을 떠올렸다.
"티냐 씨... 제발... 벨라에게 전해 주세요. 제가... 제가 정말 미안하다고. 그리고... 그리고 그녀와 다시 이야기할 수 있다면..."
티냐는 난처한 표정을 지었지만, 그의 진심을 이해했다.
"제가 대신 말을 전하는 건 의미가 없을 거예요. 그렇다고 제가 벨라를 여기까지 끌고 올 수도 없는 일이고... 이렇게 해 보시는 게 어때요? 노엘릭 씨가 그녀에게 편지를 써 주시면 제가 전해 드릴게요. 벨라의 마음이 움직인다면... 분명 다시 이 곳으로 올 거예요."
티냐의 제안을 들은 순간, 노엘릭의 마음에 희미한 빛이 스며들었다. 편지라... 그것은 그가 벨라에게 진심을 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지도 모른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티냐를 바라보았다. 그의 검은 눈동자에는 간절함과 감사함이 동시에 어려 있었다. 키엘과 제니도 희망적인 표정으로 노엘릭을 바라보고 있었다. 창 밖의 비소리가 점점 더 거세져 가고 있었지만, 그 소리마저도 이제는 희망의 멜로디처럼 들렸다.
노엘릭은 조심스럽게 일어나 티냐에게 깊이 고개를 숙였다. 그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지만, 그 안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그는 평생 이렇게 간절하게 무언가를 부탁해 본 적이 없었다. 셰리를 잃은 후 2년 동안, 그는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지 않았다. 하지만 벨라는... 벨라는 다르다. 그녀의 목소리, 그녀의 웃음소리, 그녀의 용기... 모든 것이 그의 얼어붙은 마음을 녹이고 있었다.
"티냐 씨... 정말 감사합니다. 제가... 제가 편지를 써서 전해 드릴게요. 벨라에게... 그녀에게 제 진심을 전하고 싶어요."
그는 잠시 말을 멈추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창백한 얼굴에는 결심이 서렸다.
"저는... 저는 2년 동안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지 않았어요. 하지만 벨라는... 그녀는 제게 다시 살아갈 이유를 주었어요. 비록 제가 그 소중함을 늦게 깨달았지만... 이제라도 그녀에게 제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키엘이 조심스럽게 다가와 노엘릭의 어깨를 두드렸다. 제니도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노엘릭은 그 자리에서 바로 종이와 펜을 달라고 했다. 키엘은 바 카운터에서 메모지와 펜을 가져왔고, 제니는 노엘릭이 편지를 쓸 수 있도록 조용한 구석 테이블을 가리켰다. 노엘릭은 펜을 쥔 손이 떨리는 것을 느꼈다. 그는 지난 2년 동안 누구에게도 진심을 담은 편지를 써 본 적이 없었다. 셰리가 죽은 후, 그의 마음은 얼어붙어 있었다. 하지만 이제 벨라 때문에 그 얼음이 녹기 시작했다. 그는 펜을 종이에 대고 잠시 망설였다. 무엇부터 써야 할지, 어떻게 자신의 마음을 전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는 잠시 눈을 감았다. 그의 마음 속에는 벌써부터 수백 가지의 말들이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사과의 말, 후회의 말, 그리워하는 말, 간절한 마음... 하지만 그 모든 것을 어떻게 종이에 담아낼지 막막했다. 그는 깊은 숨을 들이쉬고 천천히 펜을 종이에 대었다. 첫 글자를 쓰는 순간부터 그의 손은 마치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키엘과 제니는 조용히 노엘릭을 지켜보며 그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었다. 티냐는 바 한쪽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기다렸다. 리트모 안에는 오직 펜이 종이 위를 스치는 소리와 창밖의 빗소리만이 울려 퍼졌다. 노엘릭은 편지를 쓰면서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내리는 것을 느꼈다. 그 눈물은 후회의 눈물이자, 동시에 희망의 눈물이었다. 벨라에 대한 미안함과 그리움이 펜 끝을 통해 종이 위로 흘러내렸다.
한참의 시간이 흐른 후, 노엘릭은 펜을 내려놓았다. 그의 얼굴에는 지친기색이 역력했지만, 동시에 어떤 홀가분함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편지를 조심스럽게 접어 티냐에게 건넸다. 그의 검은 눈동자에는 간절함이 가득했다.
"티냐 씨... 이 편지를 벨라에게 전해 주세요. 저는... 그녀의 답을 기다리겠습니다. 아무리 오래 걸려도 상관없어요. 제가 그녀에게 상처를 준 만큼, 그녀에게 필요한 시간만큼 기다릴게요."
그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지만, 그 안에는 확고한 결심이 담겨 있었다. 창밖의 비는 여전히 내리고 있었다.
티냐는 노엘릭의 편지를 조심스럽게 받아들었다.
"감사합니다, 노엘릭 씨. 그녀에게 꼭 전할게요."
그녀는 그제야 세 사람에게 눈인사를 하며 미소를 지어 보이더니, 우산을 챙겨 들고 리트모를 나갔다. 바에는 다시 침묵이 찾아왔다. 곧 시계는 노엘릭이 연주를 시작하는 오후 5시를 가리켰다. 손님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했다.
노엘릭은 시계가 5시를 가리키는 것을 보며 천천히 첼로를 준비했다. 평소와 같은 일상이었지만, 오늘은 모든 것이 달라 보였다. 티냐가 전해준 벨라의 이야기가 그의 마음속에서 계속 맴돌았다. 주황색 장미 한 송이를 놓고 간 그 여성이 바로 벨라였다는 사실, 그리고 자신이 그녀의 용기를 얼마나 무참히 짓밟았는지에 대한 깨달음이 그를 괴롭혔다. 그는 첼로 현을 조율하면서도 계속해서 편지를 쓸 때의 그 간절함을 떠올렸다. 벨라가 그 편지를 읽고 어떤 반응을 보일까? 그녀가 다시 리트모에 올까? 아니면 영영 오지 않을까?
손님들이 하나둘 자리를 잡기 시작했고, 키엘은 바 카운터에서 칵테일을 만들고 있었다. 제니는 바이올린을 준비하며 노엘릭을 걱정스럽게 바라보았다. 그녀는 노엘릭의 표정이 평소보다 더욱 어둡고 복잡해 보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노엘릭은 첫 곡을 시작하기 전, 잠시 객석을 둘러보았다. 혹시나 해서 벨라가 앉아 있던 그 자리를 바라보았지만, 당연히 그녀는 없었다. 빈 의자만이 그 자리에 놓여 있을 뿐이었다.
"오늘도 아름다운 선율을 들려주시겠죠?"
키엘이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노엘릭은 고개를 끄덕이며 첼로를 품에 안았다. 그의 검은 눈동자에는 깊은 그리움과 후회가 어려 있었다.
"오늘은... 오늘은 특별한 곡을 연주하고 싶어요. 벨라를 위한... 아니, 나 자신을 위한 곡을요."
그는 활을 첼로 현에 대고 깊은 숨을 들이마셨다. 창밖의 비는 여전히 내리고 있었고, 그 빗소리가 마치 벨라의 웃음소리와 겹쳐져 들리는 것 같았다. 그는 눈을 감고 벨라가 수화기 너머로 들려 준 그 따뜻한 목소리를 떠올렸다. 그는 활을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첫 음이 리트모의 공간을 가득 채우자, 손님들은 모두 숨을 죽이고 그의 연주에 귀를 기울였다. 그 선율은 후회와 그리움으로 가득했다. 노엘릭의 검은 눈동자에서 눈물이 흘러내렸지만, 그는 연주를 멈추지 않았다. 키엘과 제니는 그의 변화를 느끼며 조용히 지켜보았다. 이 곡은 벨라에게 보낸 편지와 같았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미안함과 간절함이 첼로의 현을 통해 흘러나왔다.
"아름다운 연주네요... 마치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들려오는 것 같아요."
한 손님이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노엘릭은 그 말을 들으며 더욱 깊은 감정을 담아 연주했다. 벨라가 언젠가 이 선율을 들을 수 있기를, 그리고 그 속에 담긴 자신의 진심을 이해해 주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창밖의 비는 점점 더 거세게 내리고 있었지만, 그의 마음 속에는 희미한 희망의 불씨가 타오르고 있었다.
벨라 클라이네 님께 이 편지를 쓰는 제 손이 떨립니다. 어떤 말로 시작해야 할지, 어떻게 제 마음을 전해야 할지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이 한 가지는 확실합니다. 저는 당신에게 깊이 사과드리고 싶습니다. 당신이 리트모에 놓고 간 주황색 장미. 당신이 웨이터를 통해 보낸 메시지 카드. 그 모든 것이 당신의 용기였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 소중한 마음을 차갑게 외면했습니다. 얼마나 당신을 상처 입혔을지 생각하면 가슴이 아픕니다. 그리고 전화 너머의 목소리. 그 따뜻하고 친절한 목소리가 바로 당신이었다니... 그 사실을 알았을 때, 저는 제가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깨달았습니다. 당신은 두 번의 용기를 내었고, 저는 두 번 다 당신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2년 전, 저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습니다. 그 이후로 저는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지 않았고, 다른 사람의 마음도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습니다. 제 마음은 얼어붙어 있었고, 다른 사람의 따뜻함을 느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당신의 순수한 마음을 외면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당신을 상처 입힐 이유는 되지 않습니다. 전화로 처음 이야기를 나누었을 때, 저는 당신의 목소리에서 특별한 무언가를 느꼈습니다. 당신의 웃음소리는 제 얼어붙은 마음을 조금씩 녹여 주었습니다. 2년 동안 느껴보지 못했던 따뜻함을 당신은 저에게 주었습니다. 전화 통화 후, 저는 2년 만에 처음으로 새로운 멜로디를 연주했습니다. 그것은 당신이 제게 준 선물이었습니다. 당신이 남기고 간 우산을 보며 저는 제가 얼마나 큰 실수를 했는지 깨달았습니다. 당신이 얼마나 용기 있는 사람인지, 그리고 제가 그 용기를 짓밟았다는 것을 말입니다. 벨라, 저는 당신에게 간절히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제게 한 번 더 기회를 주세요. 저는 당신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던 어리석은 남자였지만, 이제는 다릅니다. 당신이 제게 준 따뜻함을 이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당신의 목소리, 당신의 웃음소리, 당신의 용기... 모든 것이 제 마음을 다시 살아나게 했습니다. 제가 매일 밤 연주하는 '너를 닮은 선율'은 죽은 연인이 저를 위해 작곡한 미완성 곡입니다. 마지막 한 마디가 비어 있는 채로 2년이 지났습니다. 하지만 당신을 만난 후, 저는 새로운 멜로디를 연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당신이 제게 준 영감으로 말입니다. 만약 당신이 저를 용서해 주신다면, 다시 한 번 리트모에 와 주세요. 저는 당신을 위한 곡을 연주하고 싶습니다. 당신의 용기를, 당신의 따뜻함을, 그리고 제 미안함을 담은 곡을 말입니다. 아무리 오래 걸려도 상관없습니다. 저는 기다리겠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 노엘릭 벨포어 |
-continue
제 머릿속엔 순애만 가득 차 있었는데 진행하면서 보니 혐관과 후회남이ㅋㅋㅋ
하지만 이 정도면 잔잔하지 않나요🤭
잔잔한 시나리오로 가고 싶었다규요!
2부작으로 끝내려고 했는데 적절한 곳에서 끊다 보니 3부작이... 헤헿... *- ᕦ(๑ゝڡ◕๑)
-3-화 분량은 얼마 안 됩니다! 다 왔어요!
벨라가 추천해 준 에세이집 '별이 흐르는 밤'은 원래 신연아 님의 두 번째 미니앨범 삽입곡 제목입니다.
실제로 이 분이 교수 생활을 하면서 두 명의 제자가 별이 되었다고 합니다.
벨라가 에세이의 글귀라면서 노엘릭에게 읊어 준 문구도 앨범 소개에 올라와 있는 문구입니다.
🌌 별이 흐르는 밤 - 신연아
어떻게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여린 너의 마음에 담긴 고단한 그 고독을 맑은 미소로 감추고 사는 동안 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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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엘릭이 '너를 닮은 선율'의 마지막 마디를 완성하는 걸 보고 싶었는데
다짜고짜 새로운 곡을 작곡해 버려서... 당황했는데요.
알고 보니 이게 다 의미가 있었던 거구만요.
감동했습니다...

세르하 유스카✨𝓢𝓮𝓻𝓱𝓪 𝓙𝓸𝓾𝓼𝓴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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