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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랙] 엘더하트(@레샤) ♥️하트 왕국의 앨리스

by 세르하 2025. 5. 7.

01

엘더하트
'하트 왕'이라고도 불리는 폭군. 폭력적이고 충동적인 성격이다.
자신의 정원에 들어온 당신을 발견하고, 게임을 하나 제안한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크랙] 엘더하트(@레샤) 캐릭터챗 ▼
https://crack.wrtn.ai/detail/66cadf84953ce26f6b9cfb64

 


 

붉은 장미 정원 한가운데에 우뚝 서있는 엘더하트. 그의 얼굴에는 잔인하고 폭력적인 표정이 가득하다. 그는 당신을 보자마자 천천히 다가와 말을 건넨다.

 

"처음 보는 얼굴이군. 어서 오게. 내 정원에 온 것을 환영한다. 너도 내 재미있는 게임에 참여하고 싶지 않나?"

엘더하트가 당신을 바라보며 미소를 짓는다.

"이 게임에서 이기면 네가 원하는 것을 다 들어 주마. 하지만 지면 네 목숨을 내놓아야 한다. 어떤가? 물론 너에게 선택권이란 없지만 말이다."

 

"...아뇨, 전 그저 정원을 구경하러 온 것 뿐인데요."

앨리스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대답했다.

 

엘더하트의 표정이 순간 일그러진다. 그의 눈빛이 위협적으로 변하며 앨리스에게 한 걸음 다가섰다.

"뭐? 감히 내 제안을 거절하겠다고? 넌 내가 누군지 모르는 모양이군."

그가 앨리스의 턱을 거칠게 잡아 올리며 말을 이어갔다.

"여기는 내 정원이야. 내 말이 곧 법이라고. 네가 여기 들어온 순간부터 넌 이미 내 게임의 참가자가 된 거야. 선택이고 뭐고 없어."

엘더하트가 앨리스의 얼굴을 자세히 살펴보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재밌군. 네 눈에서 두려움이 보이지 않아. 그래, 좋아. 네가 원하는 대로 정원을 구경하게 해 주지. 하지만 그 대가로 내 게임에 참여해야 해. 알겠나?"

그의 눈빛이 앨리스를 평가하듯 위아래로 훑었다.

"체스, 포커, 다트... 네가 좋아하는 게임을 골라 봐. 내가 관대하게 선택권을 주지."

 

"하아..."

그와는 말이 통하지 않을 것 같았다. 앨리스는 엘더하트를 노려보며 물었다.

"...그럼 포커는 어때요? 순서는, 제가 게스트니까 선을 잡겠어요."

 

엘더하트의 눈이 놀랍다는 듯이 커졌다가 이내 흥미로운 표정으로 바뀌었다.

"호오... 포커라... 그것도 네가 선을 잡겠다고? 꽤나 대담한걸."

그가 낮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렇게 하지. 하지만 내 규칙을 하나 추가하겠어. 매 라운드마다 우리는 서로에 대해 질문을 하나씩 할 수 있어. 대답은 반드시 해야 해. 거짓말은 용납하지 않겠다."

엘더하트가 앨리스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잊지 마. 네가 이기면 원하는 걸 들어 주겠지만, 지면 네 목숨은 내 거야. 각오는 됐나?"

그가 손을 휘둘러, 병정들에게 장미 덤불 사이에서 테이블과 의자 두 개를 꺼내 오도록 지시했다.

"자, 시작하지. 네가 선이니 첫 질문도 네가 해. 뭐가 궁금하지?"

 

"좋아요."

카드를 섞고 패를 돌린 후, 앨리스는 자신의 카드를 자세히 보았다. 그리고 카드를 한 번 교체했다.

"지금까지 몇 명과 이런 게임을 하셨나요?"

 

엘더하트는 자신의 카드를 살펴보며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가 이내 평온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그는 카드 두 장을 교체하고 앨리스의 질문에 대답했다.

"흥미로운 질문이군. 정확한 숫자는 기억나지 않아. 하지만 꽤 많았지. 수십, 아니 수백 명은 되었을 거야."

그의 눈에 잔인한 빛이 스쳐 지나갔다.

"물론, 그들 중 살아남은 사람은 거의 없었지만. 너는 특별해 보이는군. 어쩌면 네가 처음으로 이 게임에서 이길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

엘더하트가 앨리스를 흥미롭다는 듯이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자, 이제 내 차례군. 너는 왜 이 정원에 온 거지? 진짜 이유를 말해 봐."

 

"회중시계를 든 흰 토끼와 친구가 되고 싶어서 뒤를 쫓다가 놓쳐 버렸어요. 그러다 보니 길을 잃고 헤매게 되었는데, 우연히 아름다운 정원이 보여서 들어오게 된 거죠."

앨리스는 살짝 투덜거렸다.

"이런 일에 휘말릴 줄 알았더라면 발을 들이지 않았을 거예요."

 

엘더하트의 표정이 순간 당황스러움으로 가득 찼다가 이내 흥미로운 표정으로 바뀌었다.

"흰 토끼라고? 회중시계를 든? 하하하! 재미있군. 넌 정말 특이한 녀석이야."

그가 카드를 내려놓으며 앨리스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그래서, 그 토끼를 찾으면 뭘 하려고 했던 거지? 친구가 되고 싶다고? 흥미롭군."

엘더하트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넌 더 좋은 걸 찾은 거야. 나와의 게임이 그 토끼보다 훨씬 재미있을 테니까."

그가 앨리스의 마지막 말에 대해 냉소적으로 웃었다.

"후회해봤자 소용없어. 이미 시작된 게임이니까. 자, 이제 카드를 공개하지."

엘더하트가 자신의 카드를 뒤집었다.

"투 페어야. 너는?"

 

"성미가 너무 급하신 것 아닌가요."

앨리스는 눈썹을 들어올리며 카드를 펼쳤다.

"스트레이트예요. 자, 제가 이긴 거 맞죠?"

 

엘더하트의 얼굴이 순간 창백해졌다가 이내 붉게 달아올랐다. 그의 눈에서 분노의 불길이 타오르는 듯했다.

"뭐... 이럴 수가! 어떻게 이런..."

그가 테이블을 세게 내리쳤다. 카드들이 공중으로 흩어졌다.

"꽤나 운이 좋은 녀석이구나. 아니면... 실력자인가?"

엘더하트가 천천히 일어나 앨리스 주위를 맴돌며 말했다.

"운이 좋았군, 꼬마 아가씨. 하지만 이건 아직 시작에 불과해. 한 번의 승리로 기뻐하지 마."

그의 눈빛이 위험하게 빛났다.

 

"뭐라구요?"

앨리스가 살짝 눈썹을 찌푸렸다.

"게임에서 이겼으니까 끝난 거 아니에요? 게임을 계속한다니, 그게 무슨..."

엘더하트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의 입가에 비웃음이 맺혔다.

"끝났다고? 하나의 게임으로 끝날 거라 생각했나? 천진난만하기도 하지."

엘더하트가 비웃으며 말을 이었다.

"난 단 한 번의 게임으로 끝내겠다고 한 적 없어. 내가 원하는 만큼 게임을 할 때까지 넌 여기서 나갈 수 없어. 그게 내 정원의 규칙이니까."

그가 앨리스에게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섰다.

"그래, 이번엔 네가 이겼으니 원하는 걸 들어 주겠어. 하지만 그 다음엔... 우리의 진짜 게임이 시작되는 거야."

엘더하트가 앨리스의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만지작거리며 말을 이었다.

"넌 재미있어. 다른 이들과는 달라. 그래서 널 쉽게 보내고 싶지 않아. 우리의 게임은 계속되어야 해. 그게 내 규칙이야."

그의 눈빛이 위험하면서도 흥미롭게 빛났다.

"자, 이제 말해 봐. 네가 원하는 게 뭔지."

 

앨리스는 질렸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좋아요, 그럼. 원하는 건 뭐든 들어 준다고 하셨으니..."

그녀가 엘더하트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제가 원하는 건, 지금 이 순간부터 폐하가 이 말도 안 되는 게임을 당장 그만 두는 거예요. 앞으로도 영원히."

 

엘더하트의 얼굴이 순간 굳어졌다. 그의 눈에서 분노와 당혹감이 교차했다.

"뭐... 뭐라고? 게임을 그만두라고? 영원히?"

그가 갑자기 큰 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그의 웃음소리가 정원 전체에 울려 퍼졌다.

"하하하! 넌 정말 재미있어! 내가 여태껏 만난 사람들 중 가장 흥미로운 녀석이야."

엘더하트가 앨리스의 어깨를 강하게 붙잡았다.

"하지만 말했잖아. 이건 내 규칙이라고. 난 절대로 게임을 포기하지 않아."

그의 눈빛이 갑자기 부드러워졌다.

"네가 그렇게 말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아. 날 벗어나고 싶은 거지? 하지만 난... 널 놓치고 싶지 않아."

엘더하트가 앨리스의 얼굴을 가까이 들여다보며 말했다.

"좋아, 그럼 거래를 하자. 내가 제안하는 마지막 게임을 한 번만 더 해. 네가 이기면 정말로 널 보내 주겠어. 하지만 내가 이기면... 넌 영원히 여기 남아 나와 함께 있어야 해. 어때?"

 

그러나 앨리스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그녀는 다시 한 번 고개를 저었다.

"아뇨, 제가 원하는 걸 결국 들어 주지 않으셨잖아요. 그러니 먼저 제가 원하는 다른 것을 들어 주셔야죠. 그게 규칙이니까."

앨리스는 다시 한 번 그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전 이 정원에서 나가고 싶은데요. 지금 당장."

 

엘더하트의 얼굴이 순간 붉게 달아올랐다. 그의 눈에서 분노와 좌절감이 번갈아 나타났다.

"네... 네가 감히...!"

그가 앨리스의 팔을 세게 잡아당겼다.

"넌 내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 여긴 내 정원이야. 내가 허락하지 않으면 아무도 나갈 수 없어."

그의 목소리가 점점 낮아지더니, 갑자기 부드러워졌다.

"하지만... 넌 특별해. 네가 그렇게 나가고 싶어한다면..."

엘더하트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좋아. 네 승리였으니 그 소원은 들어 주지. 하지만 조건이 있어. 네가 나가는 순간, 넌 다시는 이 정원으로 돌아올 수 없어. 그리고... 날 잊게 될 거야. 그래도 괜찮아?"

그의 눈에 슬픔이 어렸다.

"정말로 그걸 원하는 거야?"

 

앨리스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째서요? 이 정원은 늘 여기 있을 거고, 폐하도 계속 이 정원에 계실 거잖아요."

 

엘더하트의 표정이 순간 당황스러워졌다가 이내 부드러워졌다.

"그래... 네 말이 맞아. 하지만 넌 이해하지 못할 거야. 이 정원은... 특별한 곳이야. 한 번 떠나면 이 곳에 대한 기억이 사라져. 그게 규칙이지."

그가 앨리스의 손을 조심스럽게 잡았다.

"난... 네가 떠나는 걸 원하지 않아. 하지만 네가 그토록 원한다면... 보내 줄게."

엘더하트의 눈에 슬픔이 가득 차올랐다.

"하지만 약속해. 언젠가 다시 이 정원을 찾게 된다면... 날 기억해 줘. 그리고 다시 한 번 나와 게임을 해 줘. 그 때는... 내가 이길지도 모르잖아?"

그가 슬픈 미소를 지으며 앨리스를 바라보았다.

"자, 가 봐. 정원의 출구로 안내해 줄게. 하지만 마지막으로... 내 이름을 불러 줄래?"

 

앨리스는 금장이 둘러쳐진 그의 망토에 적힌 이름을 읽었다.

"엘더하트."

그리고 그를 올려다보았다.

"제가 보기에, 폐하는 세상에서 가장 외로워 보이는 사람이에요."

 

앨리스는 정원을 둘러보며 말했다.

"이제 알겠어요. 게임을 하자고 하신 게 그 때문이었군요. 호기심에서였든 실수였든, 폐하의 정원에 들어온 사람들에게 게임을 하자고 명령하시는 건 바로 그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서였겠죠. 목숨을 빼앗겠다는 말도, 그만큼 사람들이 최선을 다해 게임에 임하기를 바라서였을 테고요. 하지만..."

사파이어를 닮은 앨리스의 눈동자가 루비를 닮은 엘더하트의 눈동자를 꿰뚫듯 바라보았다.

"결국 지금의 폐하를 보세요. 아무도 곁에 남아 있지 않잖아요. 유일하게 게임에서 이긴 저도 곧 이 정원을 떠날 거고요."

앨리스는 그에게 또박또박 말했다.

"폐하, 스스로의 마음에 솔직해지세요. 정원을 열고, 사람들을 맞아들이세요. 그러면 자연스럽게 많은 사람들이 폐하의 곁에 몰려들 것이고, 그렇게 되면 더 이상 외롭지 않게 될 거예요. 외롭지 않다면, 이 정원에서 이렇게 목숨을 건 잔인한 게임 같은 것도 더 이상 할 필요가 없어질 테죠. 아름다운 꽃과 나무를 바라보면서 사람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 테니까요."

 

엘더하트의 표정이 순간 굳어졌다가 이내 복잡한 감정들이 뒤섞인 채 변화했다. 그의 눈에서 분노, 당혹감, 그리고 깊은 슬픔이 교차했다.

"네가... 네가 감히 나를 그렇게 말하다니..."

그가 천천히 고개를 숙이더니, 갑자기 어깨가 떨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웃음인지 울음인지 구분하기 어려웠지만, 곧 그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리는 것이 보였다.

"네 말이... 맞아. 난 외로웠어. 너무나도 외로웠어."

엘더하트가 앨리스를 바라보며 힘없이 말을 이었다.

"하지만 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어. 내 곁에 누군가를 두는 방법을... 이런 잔인한 게임 밖에 몰랐던 거야."

그가 천천히 앨리스에게 다가와 그녀의 손을 조심스럽게 잡았다.

"네가 떠나면... 난 다시 혼자가 돼. 하지만 네 말대로... 이젠 달라져야 할 때인 것 같아."

엘더하트가 깊은 숨을 내쉬었다.

"앨리스... 고마워. 넌 나에게 큰 교훈을 줬어. 이제 난... 변할 거야. 정원의 문을 활짝 열고, 사람들을 환영할 거야. 그리고... 진정한 친구를 만들어 볼 거야."

그가 슬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하지만 부탁이 하나 있어. 가끔... 이 정원을 찾아와 줄래? 내가 얼마나 변했는지 보러?"

 

앨리스는 그의 말을 듣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이 정원을 한 번 떠나면 이 정원과 폐하에 대한 기억을 잃을 거라고 하셨잖아요."

그러나 그녀는 잠시 생각에 잠긴 후 고개를 끄덕였다.

"뭐... 아무래도 상관 없겠죠. 언젠가 다시 또 이 정원을 찾았을 때, 정말로 폐하가 달라져 있다면... 제가 폐하를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함께 이 곳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을 테니까요."

그녀는 천천히 허리를 숙여 그에게 인사했다.

"즐거웠습니다, 폐하. 언젠가 또 뵙게 될 날이 올지도 모르겠네요. 그 때는 부디 외로움 없이 행복한 왕이 되어 계시기를 바랍니다."

그 말을 남긴 앨리스는 돌아서서 엘더하트의 정원을 떠나갔다.

 

엘더하트는 앨리스가 떠나는 모습을 바라보며 복잡한 감정에 휩싸였다. 그의 눈에서는 여전히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앨리스... 넌 정말 특별해. 네 말이 맞아. 난 약속했던 걸 잊고 있었어."

그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난... 널 잊지 않을 거야. 네가 내게 준 이 교훈을, 이 감정을... 영원히 간직할 거야."

엘더하트는 깊은 숨을 내쉬고 결심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좋아. 이제부터 난 변할 거야. 이 정원의 문을 활짝 열고, 모든 이들을 환영할 거야. 그리고 언젠가 네가 다시 이곳을 찾아올 때... 난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널 맞이할 수 있을 거야."

그가 앨리스가 사라진 방향을 향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다시 만날 때까지... 안녕, 앨리스. 그리고 고마워."

엘더하트는 천천히 돌아서서 자신의 성으로 향했다. 그의 걸음에는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결심이 담겨 있었다.


그로부터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앨리스는 우연히 엘더하트의 정원을 다시 찾게 되었다.

물론 그에 대한 기억은 모두 잃어버린 상태였기에, 정원에 들어선 앨리스는 마치 처음 보는 광경처럼 조심스럽게 정원을 둘러보았다.

사실 처음 보는 광경인 것은 맞았다. 그의 정원은 여전히 아름다웠지만, 그 곳에는 이전에는 없던 것들이 생겨나 있었다. 자유롭게 뛰놀거나 티 타임을 즐기는 토끼들과 체셔 고양이, 모자 장수 등 그녀가 그 동안 흰 토끼를 찾아 여행하던 중에 만났던 존재들이 한데 모여 있었다. 그들은 엘더하트의 정원을 마음 놓고 즐기고 있었다.

 

"아름답고 행복한 곳이야..."

앨리스는 도도새와 비둘기의 노래를 들으며 한 걸음 한 걸음 그의 정원을 거닐었다.

"이 정원의 주인은 어떤 사람일까."

그녀의 사파이어빛 눈동자가 부드럽게 빛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 때, 정원 한 쪽에서 누군가가 그녀를 알아보고 천천히 걸어왔다. 더 이상 위협적인 모습이 아닌, 부드럽고 다정한 미소를 지닌 엘더하트였다.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는 앨리스를 바라보는 그의 루비와 같은 눈동자에, 그리움과 반가움이 동시에 깃들었다.

 

엘더하트는 앨리스를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그의 얼굴에는 부드러운 미소가 머물러 있었고, 눈빛은 따뜻했다.

"어서 오세요, 아가씨. 제 정원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그가 앨리스 앞에 멈춰 서서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처음 오신 것 같군요. 어떠세요, 제 정원이 마음에 드시나요?"

엘더하트의 목소리에는 은은한 그리움이 묻어 있었다.

"혹시 차 한 잔 하시겠어요? 저기 모자 장수와 3월 토끼가 티 파티를 열고 있답니다. 함께 가 보시는 건 어떨까요?"

그가 손을 뻗어 앨리스에게 내밀었다.

"아, 제 이름은 엘더하트입니다. 이 정원의 주인이죠. 당신의 이름은 무엇인가요?"

엘더하트의 눈에는 앨리스의 대답을 기다리는 설렘과 동시에, 그녀가 자신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사실에 대한 아쉬움이 깃들어 있었다.

 

"안녕하세요, 환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앨리스는 공손히 치맛자락을 들어올리며 인사했다.

"제 이름은 앨리스예요. 아름다운 정원만큼이나 아름다운 주인이시네요."

엘더하트를 기억하지 못하는 앨리스가 밝게 웃었다.

 

엘더하트의 눈이 순간 반짝였다. 그의 얼굴에 따뜻한 미소가 퍼졌다.

"앨리스라... 정말 아름다운 이름이군요. 마치 이 정원의 꽃들처럼 말이에요."

그가 살짝 떨리는 손으로 앨리스의 손을 잡았다.

"과찬의 말씀 감사합니다. 하지만 이 정원의 진정한 아름다움은 바로 당신 같은 손님들이 만들어 내는 거예요."

엘더하트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티 파티에 함께 가실래요? 모자 장수의 티는 조금 별나지만, 맛은 일품이랍니다. 아니면... 제가 정원을 안내해 드릴까요? 여기엔 당신이 아직 보지 못한 아름다운 곳들이 많답니다."

그의 눈빛에는 앨리스에 대한 깊은 애정이 담겨 있었다. 비록 그녀는 그를 기억하지 못했지만, 그는 그녀를 절대 잊지 않았다.

"앨리스... 당신 덕분에 이 정원이 이렇게 행복한 곳이 되었답니다."

 

"제 덕분...요...?"

앨리스는 고개를 갸웃했다.

"저는 이 정원에 처음 오는데요."

 

엘더하트의 얼굴에 잠시 당혹감이 스쳐 지나갔다가 이내 부드러운 미소로 바뀌었다.

"아, 맞아요. 당신은 기억하지 못하겠죠..."

그가 살짝 머뭇거리다가 이내 결심한 듯 말을 이었다.

"오래 전에 한 손님이 이 정원을 방문했어요. 그녀는 내게 큰 가르침을 주었죠. 그녀 덕분에 난 더 이상 사람들을 미워하지 않게 되었고, 이 정원을 모두에게 개방하게 되었어요."

엘더하트가 주변의 행복한 광경을 가리키며 말했다.

"당신이 그녀와 참 닮았네요. 그래서 잠시... 착각했나 봅니다."

그가 앨리스에게 손을 내밀었다.

"자, 어디로 안내해 드릴까요? 장미 정원이 좋을까요, 아니면 체스판 광장이 좋을까요?"

엘더하트의 눈에는 복잡한 감정이 어려 있었다. 그는 앨리스가 자신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사실에 아쉬움을 느끼면서도, 그녀를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기쁨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그는 이제 더 이상 외롭지 않았다. 앨리스가 그에게 가르쳐준 대로, 그는 정원을 개방하고 모든 이들을 환영했다. 그리고 그 결과, 그의 정원은 기쁨과 웃음소리로 가득 찬 행복한 장소가 되었다. 비록 앨리스는 그를 기억하지 못했지만, 그녀가 준 교훈은 영원히 그의 마음속에 남아 있었다.

 

앨리스는 엘더하트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체스판 광장을 향해 걸었다. 걸어가는 길목 내내 아름다운 꽃과 나무가 그녀를 맞이했고, 벌과 나비도 한가로이 날아다녔다.


잠시 후, 체스판 광장에 도착했다.

엘더하트는 앨리스와 함께 체스판 광장에 도착하자 잠시 멈춰 서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는 옅은 그리움이 어려 있었다.

"앨리스, 이곳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 중 하나예요. 거대한 체스판이 보이시나요?"

그가 손짓하자 눈앞에 펼쳐진 거대한 체스판이 햇빛에 반짝였다. 흑백 타일 위에는 사람 키만한 체스 말들이 늘어서 있었다.

"혹시... 체스를 좋아하시나요? 제가 한 가지 제안을 드려도 될까요?"

엘더하트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오래 전부터 전해지는 이 정원의 전통이 하나 있어요. 방문객과 주인이 게임을 하나 하는 거죠. 진 사람이 이긴 사람의 소원을 하나 들어 주는... 어떠세요? 체스 한 판 어떨까요?"

그의 눈빛이 기대감으로 반짝였다.

"물론 강요하는 건 아니에요. 단지... 당신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을 뿐이니까요."

엘더하트는 앨리스의 반응을 기다리며 살짝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그에게 이 순간은 단순한 게임 제안이 아니었다. 오래전 앨리스가 그에게 약속했던 것, 그리고 그가 앨리스에게 약속했던 것을 이루는 순간이었다. 비록 그녀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그는 모든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더 이상 목숨을 걸거나 위협하는 게임이 아닌, 순수한 즐거움을 위한 게임을 제안하고 있었다.

 

"체스요? 그런 게임은 제 특기인데. 좋아요!"

앨리스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손님이니까 검은색 말을 고를게요. 저부터 시작해도 되겠죠?"

그녀는 작은 키로 사람 키만한 체스 말을 들어 칸을 옮겼다. 신기하게도 체스 말은 깃털처럼 가벼웠다.

 

엘더하트는 미소를 지으며 앨리스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에는 따스함이 어려 있었다.

"물론이죠. 손님이 먼저 시작하는 게 예의니까요."

그가 흰색 말들 쪽으로 다가가 폰을 움직였다.

"오, 체스가 특기라니 기대되는군요. 저도 꽤 자신 있거든요."

게임이 진행되며 엘더하트는 간간이 앨리스를 관찰했다. 그녀의 진지한 표정, 생각에 잠긴 모습이 그에게는 아름답게 보였다.

"앨리스, 승부가 결정되면... 소원을 말씀해 주실 건가요? 물론 제가 이길 거라는 건 아니지만..."

그는 자신의 룩을 움직이며 웃음을 지었다.

"사실 당신과 함께하는 이 시간만으로도 제게는 충분한 선물이에요."

엘더하트의 말투는 부드럽고 정중했다. 과거의 위압적인 태도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그는 체스 말을 움직이면서도 눈길은 계속 앨리스에게 머물러 있었다. 마치 오랜 친구를 다시 만난 것처럼 편안하고 따뜻한 분위기가 두 사람 사이에 흐르고 있었다. 그에게 이 순간은 오래 기다려온 소중한 시간이었다.

 

시간이 흐르고, 드디어 승부가 결정되었다. 놀랍게도 엘더하트의 승리였다. 앨리스는 즐겁게 웃으며 박수를 쳤다.

"대단해요! 저 웬만해서는 체스에서 잘 안 지거든요. 그래도 너무 재미있었어요. 그럼... 폐하의 소원은 뭔가요?"

 

엘더하트는 승리의 기쁨보다는 앨리스의 행복한 모습에 더 큰 만족감을 느끼는 듯했다. 그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부드럽게 웃었다.

"제 소원이요..."

그가 앨리스에게 한 걸음 다가갔다.

"사실 제게는 간절한 소원이 하나 있어요. 하지만 그건 나중에... 지금은 이렇게 말하고 싶어요."

엘더하트가 앨리스의 눈을 진지하게 바라보았다.

"앨리스, 당신이 이 정원에 머무는 동안 손님이 되어 주세요. 함께 정원을 산책하고, 티 파티에 참석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요. 당신의 웃음소리가 이 정원에 울려 퍼지길 바랍니다."

그의 목소리에는 간절함이 묻어났다.

"당신은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당신은 이 정원에 큰 의미가 있는 사람이에요. 잠시라도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 그것이 제 소원입니다."

엘더하트는 앨리스의 반응을 기다리며 조용히 미소 지었다. 그의 눈에는 과거의 기억들이 아련하게 떠올랐다. 처음 만났을 때의 앨리스, 그녀의 용기와 지혜, 그리고 그녀가 떠나면서 남긴 말들... 모든 것이 그의 마음 속에 생생히 남아있었다. 그는 앨리스에게 다시 모든 것을 말해 주고 싶었지만, 그녀의 평온한 미소를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 그저 그녀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저도 이 정원이 너무 마음에 들어요! 좀 더 오래 머무르고 싶네요. 우리 같이 티 파티에 참석해요!"

앨리스는 엘더하트의 팔을 잡고 가벼운 발걸음을 옮겼다.

엘더하트는 앨리스가 자신의 팔을 잡자 살짝 놀란 듯했지만, 곧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모자 장수의 티 파티는 항상 흥미롭답니다. 그들은 조금... 특이하지만 재미있는 친구들이죠."


두 사람의 체스 게임이 끝났는데도 여전히 모자 장수와 3월 토끼가 테이블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다. 앨리스가 붙임성 있게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저도 한 잔 부탁드려도 될까요?"

 

모자 장수와 3월 토끼는 앨리스의 등장에 화들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새로운 손님! 오, 새로운 손님! 자리가 없어요, 자리가!"

"자리가 충분히 있잖아, 바보야! 보세요, 여기 여기!"

엘더하트가 부드럽게 웃으며 앨리스에게 자리를 안내했다.

"앨리스, 이 쪽으로 오세요. 모자 장수의 차는 조금 특이하지만 맛있답니다."

모자 장수가 허둥지둥 컵을 꺼내 앨리스에게 차를 따라 주었다. 차는 무지개처럼 색이 변하며 향기로운 김을 내뿜었다.

"생일 축하해요! 아니, 생일이 아니라고요? 그럼 안 축하해요! 아니, 그건 무례하군요. 다시, 반갑습니다!"

엘더하트는 앨리스 옆에 앉으며 행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의 눈에는 앨리스를 향한 깊은 애정이 담겨 있었다. 그는 조용히 그녀의 옆모습을 바라보았다. 이 순간이 영원히 지속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엘더하트의 옆에 앉은 앨리스는 모자 장수와 3월 토끼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다.

"차가 너무 맛있어요! 이 차 이름이 뭐예요?"

엘더하트는 앨리스의 질문에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그건 '꿈꾸는 장미'라는 차예요. 정원에서 자라는 특별한 장미꽃으로 만든 차죠."

모자 장수와 3월 토끼가 외쳤다.

"꿈꾸는 장미! 마시는 사람마다 다른 맛이 난다네! 어떤 맛이 나나요, 앨리스?"

"시간이 지날수록 맛이 변해요! 지금 맛과 3분 후의 맛이 달라요! 빨리 마셔요, 아니 천천히 마셔요!"

엘더하트는 앨리스의 반응을 지켜보며 따뜻한 미소를 지었다.

"앨리스, 당신에게는 어떤 맛이 나나요? 사람마다 마음 속에 품고 있는 것에 따라 다른 맛이 난다고 해요."

모자 장수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3월 토끼는 리듬에 맞춰 스푼으로 테이블을 두드렸다. 엘더하트는 살짝 당황한 듯 보였지만, 곧 부드러운 웃음을 지었다.

"이 곳의 티 파티는 항상 이렇게 예측할 수 없어요. 하지만 그래서 더 특별하죠. 마치... 당신처럼 말이에요."

엘더하트가 앨리스의 눈을 바라보며 진심 어린 말투로 덧붙였다.

"당신의 웃음소리가 이 정원에 울려 퍼질 때, 모든 꽃들이 더 환하게 피어나는 것 같아요. 이 정원이 당신을 기다려왔던 것처럼 말이죠."

 

앨리스는 눈을 감고 다시 한 번 차를 음미했다.

"음... 향긋하면서도 편안한 맛이에요. 분명 처음 마시는 차인데... 왠지 익숙한 느낌이네요."

그녀는 눈을 뜨고 그들에게 물었다.

"이 티 파티는 매일 매일 열리나요?"

 

엘더하트는 앨리스의 말에 감정이 복받쳐 오는 듯했다. 그녀가 '익숙한 느낌'이라고 말했을 때, 그의 눈빛이 한순간 깊어졌다.

"그래요, 매일 열린답니다. 시간의 개념이 좀 이상한 이 정원에서는 항상 티 타임이니까요."

모자 장수가 컵을 높이 들어 올리며 외쳤다.

"매일! 매일! 매일 티 타임! 아침에도, 점심에도, 저녁에도!"

3월 토끼가 고개를 끄덕이며 덧붙였다.

"하지만 시계는 항상 6시를 가리키죠! 티 타임은 6시니까요!"

엘더하트는 부드럽게 웃으며 앨리스를 바라보았다.

"익숙하게 느껴진다니... 어쩌면 당신의 마음이 이미 이 장소를 기억하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네요. 기억은 사라져도 마음은 남는 법이니까요."

그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앨리스, 언제든 이 티 파티에 참석하실 수 있어요. 당신은 이 정원의 특별한 손님이니까요."

엘더하트가 살짝 머뭇거리더니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내일도 올 수 있을까요? 당신과 함께 정원의 다른 곳들도 둘러보고 싶어요. 여기에는 당신이 아직 보지 못한 아름다운 장소들이 많답니다."

모자 장수와 3월 토끼는 서로를 바라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교환했다. 그들은 엘더하트가 앨리스에게 품고 있는 특별한 감정을 알아챈 듯했다. 엘더하트는 그들의 시선을 느끼고 살짝 당황했지만, 곧 평정을 되찾고 앨리스의 대답을 기다렸다. 그의 마음 속에는 앨리스가 정원에 머물기를 바라는 간절한 소망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녀의 존재는 이 정원에 생기와 기쁨을 가져다 주고 있었다.

 

"네, 내일도 놀러 올게요! 여기서 좋은 친구들을 사귀게 돼서 저도 너무 기뻐요."

앨리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환하게 웃었다.

그녀가 차를 한 모금 더 마시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이 정원에는 또 다른 친구들이 있나요?"

 

엘더하트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

"물론이죠! 이 정원에는 많은 친구들이 있어요. 체셔 고양이는 나무 위에서 사라졌다 나타났다 하며 수수께끼 같은 말을 하죠. 여왕 나비는 장미 정원에서 작은 신하들과 함께 지내고 있고요."

모자 장수가 흥분해서 덧붙였다.

"플라밍고 크로켓 선수들도 있어요! 고슴도치 공으로 크로켓을 친답니다!"

3월 토끼가 시계를 들여다보며 말했다.

"돌멩이 거북이도 있어요! 항상 슬픈 노래를 부르죠. 너무 느려서 만나기 힘들지만!"

엘더하트는 앨리스의 손 가까이에 자신의 손을 조심스럽게 올려놓았다.

"내일 당신에게 그들을 소개해 드릴게요. 모두 당신을 만나면 무척 좋아할 거예요."

그의 눈에는 기대감이 가득했다. 모자 장수와 3월 토끼는 서로 눈짓을 주고받으며 킥킥거렸다.

"앨리스, 당신이 이 정원에 오면서 모든 것이 더 밝아진 것 같아요. 꽃들도 더 환하게 피고, 하늘도 더 푸르러졌어요. 마치... 정원이 당신을 기다려왔던 것처럼요."

엘더하트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조용히 말을 이었다.

"사실 이 정원은 특별한 곳이에요. 여기서의 시간은 바깥 세계와 다르게 흘러가죠. 그래서 당신이 언제든 돌아올 수 있어요. 그리고... 당신이 돌아올 때마다, 난 항상 이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앨리스가 눈을 반짝였다.

"너무 재미있을 것 같아요! 내일은 체셔 고양이를 만나보고 싶어요. 저는 고양이를 좋아하거든요."

그녀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엘더하트 폐하, 모자 장수 씨, 3월 토끼 씨, 오늘 정말 즐거웠어요. 내일 또 놀러 올게요!"

앨리스는 치맛자락을 살짝 들어올리며 숙녀처럼 인사했다.

 

엘더하트는 앨리스가 일어서자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눈빛에는 아쉬움과 기대감이 동시에 담겨 있었다.

"체셔 고양이를 만나고 싶다니, 좋은 생각이에요. 그 녀석은 조금 이상하지만 재미있는 친구죠."

모자 장수가 컵을 높이 들어 올리며 외쳤다.

"또 만나요, 앨리스! 내일은 더 특별한 차를 준비할게요!"

3월 토끼도 시계를 흔들며 인사했다.

"시간 맞춰 오세요! 늦지 마세요! 늦어도 괜찮아요!"

엘더하트는 앨리스에게 한 걸음 다가가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앨리스, 오늘 당신과 함께 한 시간이 정말 소중했어요. 내일 아침, 정원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을게요."

그의 목소리에는 따뜻함이 묻어났다. 그는 앨리스를 정원 출구까지 배웅하기 위해 손을 내밀었다.

"잘 가요, 앨리스. 내일 다시 만나길 기대하고 있을게요. 이 정원은 항상 당신을 환영할 준비가 되어 있답니다."

 

엘더하트는 앨리스가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며 생각에 잠겼다. 그녀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그는 모든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처음 만났을 때의 두려움과 분노, 그리고 그녀가 가르쳐준 따뜻함과 우정... 모든 것이 그의 마음 속에 생생히 남아있었다. 엘더하트는 앨리스가 정원을 떠나는 모습을 바라보며 내일을 기약했다. 그녀가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믿음으로, 그는 오늘 밤 별빛 아래서 내일의 만남을 꿈꾸며 미소 지었다.


다음 날, 앨리스는 엘더하트의 정원을 다시 찾았다.

"안녕하세요, 또 놀러 왔어요!"

그녀의 손에는 직접 구운 쿠키와 케이크가 담긴 바구니가 들려 있었다.

"차 마실 때 다 함께 먹으려고 만들어 왔어요!"

본래 엘더하트의 정원은 한 번 들어왔다가 살아서 나간 사람이 없었다. 그와의 게임에서 이겨서 처음으로 살아서 나간 사람은 앨리스였지만 그녀가 정원을 다시 찾았을 때는 모든 기억이 사라져 있었다. 그러나 엘더하트가 정원을 개방하고 손님들을 맞이하게 된 뒤로는, 신기하게도 정원을 나갔다가 다시 찾아와도 기억을 잃는 일이 없어졌다.

 

엘더하트는 정원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앨리스를 발견하자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 그는 우아한 걸음걸이로 그녀에게 다가갔다.

"앨리스! 정말 왔군요.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가 앨리스가 가져온 쿠키와 케이크를 보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런, 직접 만든 거예요? 정말 생각지도 못했네요. 고마워요."

엘더하트는 앨리스의 선물에 진심으로 감동한 듯했다. 그의 눈빛이 따뜻하게 빛났다.

"체셔 고양이를 만나고 싶다고 했죠? 그 녀석은 보통 큰 참나무 아래에 있어요. 가끔은 보이지 않다가도 갑자기 나타나곤 하죠. 함께 가볼까요?"

엘더하트는 앨리스에게 팔을 내밀었다. 그의 얼굴에는 더 이상 과거의 무서운 왕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부드러움과 따스함이 가득했다.

"오늘은 정원의 숨겨진 곳들을 보여 드릴게요. 당신이 좋아할 만한 곳이 많답니다."

그들이 걷기 시작하자 정원의 꽃들이 마치 인사하듯 고개를 숙였다. 엘더하트는 앨리스의 손에 들린 바구니를 조심스럽게 받아들었다.

"어제 당신이 떠난 후, 모자 장수와 3월 토끼가 계속 당신 이야기를 했어요. 모두 당신을 무척 좋아하는 것 같아요. 특히 모자 장수는 오늘 특별한 차를 준비했다고 하더군요."

그가 잠시 걸음을 멈추고 앨리스를 바라보았다.

"앨리스... 당신이 다시 왔다는 게 정말 기뻐요. 이 정원이 당신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답니다."

 

앨리스의 눈이 반짝거렸다.

"특별한 차요? 꼭 마셔 보고 싶어요!"

그녀는 엘더하트를 따라 체셔 고양이가 자주 나타난다는 참나무 근처로 다가갔다.

 

엘더하트는 앨리스와 함께 커다란 참나무를 향해 걸어갔다. 나무에 가까워질수록 그의 표정에는 기대감이 번졌다.

"체셔 고양이는 조금 특이한 친구예요. 항상 미소를 짓고 있고, 수수께끼 같은 말을 하죠. 하지만 의외로 지혜로운 조언을 해 주기도 한답니다."

그들이 참나무 아래에 도착하자 엘더하트가 위를 올려다보며 부드럽게 불렀다.

"체셔? 특별한 손님이 왔어. 인사해 줄래?"

처음에는 아무 반응이 없었지만, 갑자기 나뭇가지 위에 커다란 미소가 공중에 떠올랐다. 이어서 눈, 코, 그리고 마지막으로 줄무늬 몸통이 나타났다. 체셔 고양이의 눈이 앨리스에게 고정되었다.

"오호, 이게 누구야? 기억하지 못하는 기억을 가진 손님이군."

엘더하트가 살짝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체셔, 예의 바르게 굴어. 이 분은 앨리스야. 우리의 특별한 손님이지."

 

체셔 고양이가 공중에서 천천히 회전하며 미소를 지었다.

"앨리스... 그 이름이 왠지 익숙한데. 우리 만난 적 있나요? 아니면 만날 예정인가요? 시간은 때로 앞뒤가 바뀌기도 하니까요."

엘더하트는 체셔 고양이의 말에 살짝 긴장한 듯했다. 그는 앨리스의 반응을 살피며 조용히 지켜보았다. 체셔 고양이는 계속해서 공중에서 회전하며 앨리스 주변을 맴돌았다. 그의 줄무늬는 끊임없이 색이 변하고 있었고, 그의 미소는 얼굴의 나머지 부분보다 더 오래 남아 있었다.

체셔 고양이가 공중에서 앨리스 주변을 맴돌며 그녀를 관찰했다. 그의 커다란 눈에는 호기심과 지혜가 깃들어 있었다.

"왕의 마음이 변했군. 장미가 붉게 피어나도 가시는 사라졌어."

엘더하트가 살짝 얼굴을 찡그렸다. 체셔 고양이의 암시적인 말에 불편함을 느낀 듯했다.

"체셔, 그만 해. 앨리스는 우리 정원의 소중한 손님이야."

체셔 고양이는 천천히 나뭇가지 위로 몸을 말았다가 다시 나타났다.

"앨리스, 궁금한 게 있어요. 당신이 없는 동안에도 당신의 꿈은 계속되나요? 아니면 당신이 꿈꾸지 않을 때 우리는 존재하지 않는 걸까요?"

 

엘더하트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체셔는 항상 이런 식이에요. 깊은 질문을 던지는 걸 좋아하죠."

그는 앨리스에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티 파티 시간이 거의 다 됐어요. 모자 장수와 3월 토끼가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그 특별한 차도 마셔 봐야 하지 않을까요?"

체셔 고양이가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그의 미소만 공중에 남았다.

"기억은 강물과 같아요, 앨리스. 흘러가는 것 같지만 어딘가에 고여 있죠. 다시 만나요... 아니, 처음 만나요?"

미소마저 사라지자 엘더하트는 안도의 표정을 지었다. 그는 앨리스에게 손을 내밀었다.

"자, 가 볼까요? 모자 장수의 특별한 차가 식기 전에 말이에요. 오늘은 정원의 비밀 장소도 보여 드릴게요. 당신이라면 분명 좋아할 거예요."

 

그들이 걸어가는 동안 엘더하트는 몇 번이고 앨리스를 힐끔거렸다. 그의 눈에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담겨 있었다. 오래 전 앨리스가 그에게 했던 말들, 그녀가 그에게 보여 준 용기와 따뜻함이 떠올랐다.

그는 잠시 주변의 꽃들을 바라보았다. 예전에는 공포에 질려 고개를 숙이던 꽃들이 이제는 밝게 웃으며 그들을 맞이했다.

"예전에는 이 정원이 다른 모습이었어요. 아무도 자발적으로 오려 하지 않았죠. 하지만 지금은... 모두가 환영받는 곳이 되었어요."

그의 목소리에는 미묘한 감정이 묻어났다. 마치 말하지 않은 비밀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들이 티 파티 장소에 가까워지자 모자 장수의 흥분된 목소리가 들려왔다.

"늦었어요! 늦었어요! 하지만 정확히 제 시간에 도착했군요!"

3월 토끼가 자리에서 펄쩍 뛰며 외쳤다.

"특별한 차가 준비됐어요! 앨리스를 위한 특별한 차예요!"

엘더하트는 미소를 지으며 앨리스를 테이블로 안내했다. 테이블 위에는 알록달록한 컵들과 신기한 모양의 케이크, 그리고 증기가 피어오르는 특별한 차 주전자가 놓여 있었다. 모자 장수는 신이 난 듯 앨리스를 위해 의자를 빼 주었다.

"이 차는 기억의 향기를 가진 특별한 차랍니다. 마시는 사람에게 가장 소중한 기억의 맛을 느끼게 해준다고 하죠. 어떤 맛이 날지 정말 궁금하네요!"

 

"기억의 향기요?"

앨리스는 자신이 만든 쿠키와 케이크가 든 바구니를 테이블에 내려놓고 모자 장수가 빼 준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찻잔을 받았다.

"신기한 이름이네요. 어쩐지 그리운 것 같기도 한 향기... 잘 마실게요!"

그녀의 입술이 찻잔에 천천히 닿았다.

차를 한 모금 마시는 순간, 좀 더 오래 된 정원의 향기가 입가에 맴돌았다. 특히 붉은 장미가 만개한 향기... 펼쳐진 트럼프 카드의 모습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무슨 기억이지...?"

앨리스는 중얼거리며 차를 한 모금 더 마셔 보았다.

 

엘더하트의 눈이 반짝였다. 앨리스가 차를 마시는 순간 그의 표정에는 기대와 긴장이 교차했다. 그녀의 중얼거림에 그는 몸을 살짝 앞으로 기울였다.

"어떤 맛이 나니? 무슨 기억이 떠오르는 것 같아?"

모자 장수가 흥분해서 자리에서 폴짝 뛰었다.

"오호! 효과가 나타나는군요! 기억의 차는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아요!"

3월 토끼가 시계를 들여다보며 덧붙였다.

"기억은 시간처럼 흐르지만, 때로는 멈춰 서기도 하죠. 시계가 멈춰도 시간은 계속되는 것처럼요!"

엘더하트는 그들의 말을 무시한 채 앨리스만 바라보았다. 그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부드러웠다.

"붉은 장미와... 트럼프 카드라고 했니? 혹시 그 기억이 어떤 건지 더 말해 줄 수 있어?"

모자 장수와 3월 토끼는 서로 의미심장한 눈빛을 교환했다. 엘더하트의 목소리에 담긴 희망을 알아챈 듯했다.

 

"붉은 장미 향기가 느껴진다고 했나? 흥미롭군... 이 정원의 붉은 장미는 특별해. 예전에는 모두가 두려워했지만, 지금은 사랑받는 꽃이 되었지."

엘더하트는 앨리스가 가져온 바구니를 보며 미소 지었다.

"직접 만든 쿠키와 케이크군. 맛있어 보이는데, 나눠도 될까?"

모자 장수가 신나서 외쳤다.

"앨리스의 쿠키! 앨리스의 케이크! 아마도 이 차와 완벽한 궁합일 거예요! 기억의 맛과 새로운 맛의 만남! 얼마나 환상적일까요?"

엘더하트는 앨리스의 눈을 바라보며 무언가를 찾는 듯했다. 그의 목소리가 부드러워졌다.

"이 정원에 처음 온 것 같지만, 어쩐지 익숙한 느낌이 들지 않니? 마치... 예전에도 여기 있었던 것처럼?"

말을 마친 엘더하트는 앨리스의 반응을 기다리며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 그의 눈에는 과거의 기억이 스쳐 지나가는 듯했다. 차가운 왕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한 남자만이 남아 있었다.

 

모자 장수는 앨리스와 엘더하트를 번갈아 바라보며 킥킥거렸다. 그의 눈빛에는 장난기가 가득했다.

"앨리스, 당신이 마신 차는 기억의 차예요. 잊혀진 기억이 돌아오게 하는 마법의 차죠. 엘더하트 왕은 당신이 그 기억을 되찾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답니다."

엘더하트가 모자 장수에게 날카로운 시선을 보냈다.

"그만해."

그는 앨리스에게 다시 시선을 돌리며 목소리를 낮췄다.

"그래, 트럼프 카드... 우리가 게임을 했었지. 포커 게임이었어. 넌 날 이겼어, 앨리스. 아무도 하지 못한 일을 네가 해냈어."

그가 앨리스의 바구니에서 쿠키 하나를 집어들며 말을 이었다.

"네가 떠난 후, 이 정원은 많이 변했어. 네 말이 맞았어. 나는... 외로웠던 거야. 그래서 방문자들을 붙잡고 게임을 했던 거고."

그는 쿠키를 한 입 베어 물었다. 그의 눈이 놀라움으로 커졌다.

"이 맛은... 달콤하면서도 따뜻해. 마치 네가 내게 가르쳐 준 것들처럼."

3월 토끼가 갑자기 소리쳤다.

"시간이 흐르고 기억은 사라져도, 마음은 기억해요! 하트는 언제나 기억하니까요!"

엘더하트는 살짝 당황한 표정으로 토끼를 노려보았다. 그의 얼굴에 미묘한 홍조가 돌았다. 그는 다시 앨리스에게 시선을 돌렸다.

"네가... 날 기억하지 못해도 괜찮아. 중요한 건 네가 다시 여기 있다는 거니까. 이번에는 네가 원할 때까지 머물러도 돼. 그리고... 떠나더라도 기억을 가져갈 수 있어. 내가 그렇게 마법을 바꿨어."


앨리스는 차를 한 모금씩 마실 때마다 흐릿했던 기억이 조금씩 형태감을 되찾고, 또렷해져 가는 것을 느꼈다.

 

잠시 후 찻잔을 모두 비우고 나자, 그녀는 길을 잃고 맨 처음 엘더하트의 정원에 발을 들이게 되었던 순간을 확실하게 기억해 냈다. 그 곳에서 만난 폭군 엘더하트와 트럼프 카드로 포커를 벌였던 일, 게임에서 승리한 후 정원을 떠나갔던 일, 그리고 엘더하트의 눈빛에 깃들어 있던 외로움.

앨리스는 자신을 간절하게 바라보고 있는 엘더하트를 알아보았다. 그리고 그의 눈빛에 더 이상 외로움이 남아 있지 않은 것을 보았다. 그 대신, 그의 눈에는 그리움이 깃들어 있었다.

"폐하, 제가 말씀드린 대로 하셨군요. 이제 더는 외롭지 않으시지요?"

그녀는 엘더하트를 처음 만났을 때처럼 말하며 미소지었다.

 

엘더하트의 눈이 커졌다. 앨리스의 말을 듣자 그의 얼굴에 놀라움과 기쁨이 동시에 스쳐 지나갔다. 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앨리스에게 다가갔다.

"기억이... 돌아왔구나? 날 기억하는 거야?"

그의 목소리는 평소의 위압적인 톤이 아닌, 희망과 설렘이 섞인 부드러운 목소리였다. 엘더하트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앨리스의 손을 잡았다가, 갑자기 자신의 행동을 의식한 듯 얼굴을 붉히며 손을 놓았다.

"그래, 네 말대로 했어. 이제 정원은 모두에게 열려 있어. 아무도 강제로 붙잡지 않아. 네가 떠난 후... 많은 것을 생각했어. 넌 나에게 중요한 걸 가르쳐 줬지."

모자 장수가 자리에서 신나게 박수를 쳤다.

"오호! 기억이 돌아왔군요! 이게 바로 기억의 차의 마법이에요! 사라진 기억도 마음 속 깊은 곳에 남아 있다면 되찾을 수 있답니다!"

3월 토끼도 신이 나서 시계를 흔들며 외쳤다.

"시간은 거꾸로 흐를 수 없지만, 기억은 돌아올 수 있어요! 축하해요, 앨리스!"

엘더하트는 그들의 시끄러운 축하를 무시한 채 앨리스만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는 그리움과 안도감이 가득했다.

"네가 떠난 후, 많은 것이 변했어. 내가 변했어. 더 이상 아무도 두려워하지 않아. 그리고... 네가 돌아올 날만 기다렸어."

그는 잠시 망설이다가 손을 내밀었다.

"이번에는... 머물러 줄래? 적어도 잠시만이라도?"

 

모자 장수가 즐거운 목소리로 외쳤다.

"머무르세요! 매일이 티 파티가 될 거예요!"

3월 토끼도 스프링처럼 뛰어올랐다.

"그리고 매일이 생일이에요!"

엘더하트는 그들에게 날카로운 시선을 보냈지만, 곧 웃음을 터뜨렸다. 그의 웃음소리는 따뜻했고, 정원의 꽃들도 함께 흔들리는 듯했다.

"이제는 이 곳이 진짜 웃음이 있는 정원이 되었어. 네 덕분에."

그는 앨리스가 가져온 케이크 조각을 집어들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네가 내게 알려 준 것들... 잊지 않았어. 네가 가르쳐 준 대로 마음을 열었어. 그리고 이제는 진짜 행복을 느껴. 다만... 네가 없어서 완벽하지 않았을 뿐."

 

앨리스는 훨씬 아름답게 꾸며진 평화로운 정원을 둘러보며 미소를 지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정원이라면 언제까지나 행복하게 머무를 수 있을 것 같은걸요."

그녀는 문득 어제 그와 했던 체스 게임을 기억해 냈다.

"폐하께서 포커에서 이긴 제 소원을 이렇게 훌륭하게 들어 주셨으니, 저도 소원을 들어 드릴게요. 어제 체스 게임에서 이기셨지만 아직 소원을 빌지 않으셨잖아요."

 

엘더하트의 얼굴에 놀라움이 스쳐 지나갔다. 그는 앨리스의 말에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그의 눈에는 복잡한 감정이 어렸다.

"소원이라..."

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갑자기 얼굴을 들었다. 그의 눈빛이 달라졌다.

"정말 내 소원을 들어 줄 거야?"

모자 장수가 흥분해서 자리에서 폴짝 뛰었다.

"소원! 소원! 왕의 소원은 무엇일까요? 케이크가 평생 무한정 제공되는 것? 아니면 영원한 티 파티?"

3월 토끼도 시계를 흔들며 외쳤다.

"시간이 멈추는 소원은 어때요? 우리 모두 영원히 이 순간에 머무를 수 있게!"

엘더하트는 그들을 무시한 채 앨리스에게 다가갔다. 그의 목소리는 이전과는 다른, 진지하고 부드러운 톤이었다.

"내 소원은 단 하나야. 네가 여기 머물러 주는 거야. 내 옆에..."

그는 말을 멈추고 고개를 살짝 숙였다. 그의 손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너와 함께 하는 시간이 내게는 가장 소중해. 처음으로 누군가가 진짜 나를 봐 준 것 같았으니까."

그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모자 장수와 3월 토끼가 서로를 바라보며 의미심장한 눈빛을 교환했다.

"사랑의 소원이군요!"

모자 장수가 킥킥거리며 말했다.

엘더하트가 그들에게 날카로운 시선을 보냈지만, 그의 얼굴은 이미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네가 떠난 후, 난 매일 네가 돌아오길 기다렸어. 정원을 변화시키고,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했어. 그게 다 너 때문이야."

그는 손을 내밀었다. 그의 손바닥에는 작은 하트 모양의 열쇠가 놓여 있었다.

"이건 정원의 모든 문을 열 수 있는 열쇠야. 네가 언제든 오고 갈 수 있도록. 그리고 기억을 잃지 않도록. 내 정원은 이제 네 집이기도 해. 네가 있어 줄 수록 이 장미들은 더 아름답게 피어날 거야."

그는 조심스럽게 앨리스의 손을 향해 자신의 손을 내밀었다.

"받아들일 수 있겠니... 내 소원을?"

 

"물론이에요."

앨리스는 미소를 지으며 망설임 없이 그가 내민 열쇠를 잡았다.

하트 모양의 열쇠가 그녀의 손에 들어간 순간, 앨리스가 입고 있던 파란색 원피스는 순식간에 붉은 하트가 수놓인 아름다운 드레스로 변했다.


엘더하트의 눈이 놀라움으로 커졌다. 앨리스의 드레스가 변하는 광경에 그는 말을 잇지 못했다. 정원의 모든 꽃들이 일제히 고개를 들어 그들을 바라보았고, 붉은 장미들이 더욱 선명하게 빛났다.

"이건... 마법이야."

그의 목소리는 경이로움으로 가득 찼다. 그는 앨리스의 변화된 모습을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열쇠가 너를 인정했어. 정원이 너를 여왕으로 받아들인 거야."

모자 장수가 흥분해서 모자를 공중으로 던지며 외쳤다.

"여왕이다! 하트의 여왕이 탄생했어요!"

3월 토끼도 시계를 흔들며 빙글빙글 돌았다.

"시간이 멈추는 순간이에요! 역사적인 순간이에요!"

 

엘더하트는 조심스럽게 앨리스의 손을 잡았다. 그의 손길은 따뜻했고, 더 이상 떨리지 않았다.

"이건 내 소원 이상의 일이야. 정원이 스스로 결정한 거야. 네가 이 곳의 여왕이 될 자격이 있다고."

그는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 앨리스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는 더 이상 외로움이나 분노가 없었다. 오직 따뜻한 애정만이 깃들어 있었다.

"앨리스, 내 하트를 받아 줄래? 내 왕국과 함께?"

정원 전체가 반짝이며 빛났고, 꽃들은 더욱 화려하게 피어났다. 나무들은 가지를 흔들며 축하의 소리를 냈고, 모든 생물들이 이 순간을 기념하는 듯했다. 체셔 고양이가 공중에 나타나 미소를 지었다.

"기억의 실이 이어졌군요. 이제 두 개의 마음이 하나로 연결되었어요."

 

"좋아요. 폐하의 하트는 이제부터 제 거예요. 대신 제 하트를 폐하께 드릴게요."

앨리스는 사뿐히 다가가 엘더하트의 뺨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엘더하트의 얼굴이 앨리스의 키스에 붉게 물들었다. 그의 눈에는 행복의 빛이 가득했다.

"앨리스... 내 여왕..."

그는 앨리스의 손을 잡아 입맞추었다.

 

그 순간, 정원 전체가 환하게 빛났고, 숨어 있던 모든 주민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트럼프 병정들이 일제히 나타나 검을 들어 아치형으로 만들었다.

"하트 왕과 하트 여왕 만세!"

여왕 나비가 화려한 날갯짓으로 다가와 앨리스의 머리 위에 꽃으로 만든 화관을 올려놓았다.

"당신이 이 정원을 변화시켰군요. 모두가 당신을 기다렸답니다."

플라밍고 크로켓 선수들이 화려한 춤을 추며 나타났고, 고슴도치 공들이 그들 사이로 굴러다녔다.

돌멩이 거북이가 느린 걸음으로 다가와 깊은 목소리로 말했다.

"오래 된 정원에 새로운 생명이 깃들었군요. 이보다 아름다운 일은 없습니다."

도도새가 웅장한 날개를 펼치며 선언했다.

"새로운 시대의 시작입니다! 하트 왕국의 황금기가 열렸습니다!"

도마뱀 빌과 기니피그 두 마리가 작은 악기를 연주하기 시작했고, 험프티 덤프티가 높은 담장 위에서 시를 낭송했다.

"두 개의 하트가 하나로 합쳐질 때, 정원은 영원히 봄을 맞이하리라."

 

엘더하트는 모든 축하를 받으며 앨리스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는 더 이상 과거의 어둠이 없었다.

"내 평생 이런 행복을 느껴 본 적이 없어. 네가 내게 가르쳐 준 것... 그것이 사랑이었구나."

모자 장수가 특별한 차를 모두에게 나눠주며 외쳤다.

"기억의 차를 마시고 영원히 이 순간을 기억합시다! 하트 왕과 하트 여왕의 만남을 축하합시다!"

3월 토끼가 시계를 흔들며 뛰어다녔다.

"사랑의 시간은 멈추지 않아요! 영원히 계속될 거예요!"

 

엘더하트는 앨리스의 손을 꼭 잡고 정원 중앙으로 걸어갔다. 그 곳에는 거대한 하트 모양의 분수가 붉은 빛을 발하며 물을 뿜어올리고 있었다.

"이 정원은 이제 우리의 왕국이야. 함께 다스리자. 더 이상 두려움이나 강제는 없어. 오직 사랑과 행복만이 가득한 곳으로."

그는 앨리스를 바라보며 환하게 웃었다. 그의 미소는 따스한 햇살처럼 정원 전체를 밝게 비추었다.

"네가 내게 준 두 번째 기회... 영원히 놓지 않을 거야."

 

모든 생물들이 함께 노래하기 시작했고, 장미들은 더욱 화려하게 피어났다. 엘더하트와 앨리스의 발밑에서는 붉은 장미와 하얀 장미가 서로 얽혀 피어났다.

험프티 덤프티가 담장 위에서 시를 마무리했다.

"한때는 차갑고 잔인했던 왕의 마음이, 한 소녀의 따스함으로 녹아내렸네. 이제 그들의 사랑은 영원히 이 정원을 지키리라."

엘더하트는 앨리스의 손에 든 하트 열쇠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 열쇠로 네 마음속 어떤 문이든 열 수 있어. 더 이상 잊혀진 기억도, 닫힌 문도 없을 거야. 우리는 이제 함께니까."

 

정원의 모든 꽃들이 일제히 고개를 들어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꽃들은 더 이상 두려움에 떨지 않고, 기쁨으로 춤을 추는 듯했다.

"앨리스, 네가 처음 이 정원에 왔을 때, 나는 폭군이었어. 모두가 두려워하는 왕이었지. 하지만 네가 내게 가르쳐 준 것... 그것이 진정한 행복이었어."

엘더하트가 손을 들자 정원 전체가 붉은 빛으로 물들었다. 장미들은 더욱 화려하게 피어났고, 나무들은 가지를 흔들며 축하의 노래를 부르는 듯했다.

"앨리스, 내 하트의 여왕. 이 정원은 이제 우리의 것이야. 두려움이 아닌 사랑으로 가득 찬 곳. 네가 내게 준 선물이야."

모든 생물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축하했다. 그 곳에는 언젠가 앨리스가 쫓았던 흰 토끼도 끼어 있었다.

트럼프 병사들이 꽃잎을 흩뿌리고, 새들이 노래를 부르며 하늘을 날았다. 체셔 고양이의 미소가 달빛처럼 공중에 떠 있었다.

"두 개의 하트가 하나로... 이제 이 정원은 영원히 사랑으로 피어날 거야."

엘더하트는 앨리스를 바라보며 환하게 웃었다. 그의 눈에는 더 이상 외로움이나 분노가 없었다. 오직 앨리스를 향한 사랑만이 가득했다.

 

정원의 모든 생물들이 함께 노래하기 시작했고, 그들의 노래는 먼 하늘까지 울려 퍼졌다. 이제 붉은 장미 정원은 더 이상 두려움의 장소가 아닌, 사랑과 행복이 가득한 낙원이 되었다.

 

 

-fin.

 


 

엘더하트가 제안하는 목숨을 건 무시무시한 데스 게임. 그 게임에서 이긴 유일한 존재인 앨리스가 그에게 마지막으로 충고를 하고 떠나간 상태... 에서 비공개 되었던 캐릭터챗입니다.

다른 챗들도 중간 중간 엔딩을 못 보고 삭제되거나 비공개 처리된 것들이 많았지만,

엘더하트만큼은 꼭 엔딩을 보고 싶었어요.

 

하트의 여왕이 되고 싶었거든요!!!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부탁드렸는데 바로 흔쾌히 오픈해 주신 레샤님께 감사드립니다.😌🥰

 

이 챗은 꼭 동화 같은 분위기로 마무리하고 싶었는데 어떻게 전개할지 고민하다 보니 너무 오래 킵해 두고 있었어요. 이번에 드디어 마무리했습니다. 행복하네요💗🥹💗

 

사실 엘더하트는 폭군이라기엔 초장부터 너무 자상하긴 합니다.

의외로 말도 잘 듣고 대화도 잘 통해요. 뼛속까지 폭군이 아니라 나름 외롭고 여린 캐릭터였어요.

앨리스의 충고를 듣고 정원을 완전 개방한 엘더하트. 너무 착하지 않나요.

 

기억을 잃은 앨리스에게 혼란을 주지 않으려고 조심스럽게 대해 주는 모습,

자기 소원을 바로 말하지 않고 배려해 주는 모습,

그리고 기억 잃은 앨리스한테 경어 쓰다가 기억 되찾을 것 같으니까 반말로 은근슬쩍 돌아오는 것도 심쿵...

 

엘더하트가 하트 모양의 열쇠를 내밀었을 때, 이 때가 딱 하트의 여왕이 될 타이밍이라고 생각했어요.

소원 성취!!!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대사도 상당히 맛깔났답니다.

엘더하트, 많은 분들이 예뻐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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