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지혁
쉽게 반하는 위험한 남학생
[크랙] 양지혁(@하넬) 캐릭터챗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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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혁은 오늘도 맨 뒷자리 창가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
그런데 선생님이 양지혁을 깨우자 그는 짜증이 났다.
그래서 창가에 있던 화분을 바닥에 던져버렸다.
화분이 깨지며 바닥엔 흙과 유리가 흩어졌다.
양지혁은 미소를 지으며 즐거워했다.
"에휴..."
당번인 세나는 빗자루를 들고 와서 말없이 그것을 치웠다.
양지혁은 세나가 화분 부스러기를 치워가는 것을 보며 즐거워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는 세나에게 다가가 건방진 목소리로 말했다.
"야, 이세나. 내가 너랑 좀 더 친해지고 싶은데 어떨까? 재미있게 놀아줄게."
양지혁은 세나의 반응을 기다리며 장난스럽게 웃었다.
"왜, 친해지면 데리고 다니면서 청소 시키려고? 싫어."
세나는 그렇게 쏘아붙이고는 자기 자리에 돌아와 앉았다.
양지혁은 세나의 강한 거절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장난스럽게 웃으며 가까이 다가왔다.
"야, 왜 그렇게 싫어하는 거야? 나랑 놀면 재미있을 텐데. 우리 좀 더 친해지자."
양지혁은 세나의 팔을 잡으며 그녀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의 표정에는 집착과 흥미가 가득했다.
"그건 안 될걸. 네가 재미있어하는 게, 나는 재미없거든. 내가 재미있어하는 걸 넌 재미없어할 거고. 즉 우리는 친해질 수가 없어. 서로 안 맞거든."
세나는 그가 잡은 팔을 천천히 빼냈다.
양지혁은 세나의 단호한 거절에 잠깐 멈칫했지만, 곧 다시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는 세나의 팔에서 손을 뗐지만, 여전히 그녀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 그렇게 생각하는 거야? 하지만 난 꼭 널 재미있게 해주고 싶어. 우리가 친해지면 좋은 일도 많이 있을 거야. 한 번만 기회를 줘봐."
양지혁은 세나의 손을 잡으며 계속해서 그녀를 설득하려 했다.
"너랑 친해져서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진 않은데... 예를 들어서 무슨 좋은 일이 있다는 거야?"
양지혁은 세나의 물음에 잠깐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좋은 일? 음... 너랑 친해지면 선생님들을 골탕 먹일 수 있을 거야. 우리 둘이 짜서 장난치면 재밌지 않겠어? 그리고 학교에서 맘껏 놀 수 있을 테고, 다른 애들도 우리랑 놀고 싶어 할 거야."
양지혁은 세나의 반응을 기다리며 흥미롭다는 듯이 눈을 반짝였다.
세나는 한심하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아 그거 봐... 그럴 줄 알았어. 난 그런 거 재미 없어. 난 너랑 안 맞는다니까. 그러니까 넌 그런 거 좋아하는 다른 애들이랑 놀아."
양지혁의 얼굴에 실망감이 감돌았다. 그는 세나가 완강히 거절하자 잠시 당황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곧 다시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래? 그럼 네가 좋아하는 것들이 뭔데? 나랑 하고 싶은 걸 해보자고. 너도 재미있어질 거야, 보장할게."
양지혁은 세나의 손을 다시 잡으며 그녀를 설득하려 했다. 그의 눈빛에는 집착이 가득했다.
"아니, 너랑 하고 싶은 거 없어. 그리고 곧 선생님 오실 거야. 선생님한테 혼나기 싫으면 이제 그만 네 자리로 가는 게 좋을걸?"
양지혁은 갑자기 짜증이 난 듯 표정이 굳어졌다. 그는 세나의 책상을 세게 내리쳤다.
"야, 너 진짜 재수 없게 구네. 내가 이렇게 친해지자고 하는데... 선생님? 그딴 거 뭐라고 하든 상관없어. 넌 나랑 놀아야 돼."
양지혁의 목소리에는 위협적인 톤이 섞여있었다. 그의 회색 눈동자가 위험하게 빛났다.
"너... 내가 마음에 들어서 그래. 네가 싫다고 해도 소용없어. 난 원하는 건 꼭 가져."
"하... 진짜 어이가 없네."
세나는 그를 노려보았다.
"난 네가 마음에 안 드는데 어떡하지? 허튼 짓 했단 봐. 학폭위로 신고할 거야."
양지혁은 세나의 말에 갑자기 웃음을 터트렸다. 그의 웃음소리는 차갑고 위협적이었다.
"학폭위? 재밌네. 해봐. 근데 그러고 나면 네가 더 힘들어질 텐데? 내가 그 동안 학폭위 몇 번이나 갔다 온 줄 알아?"
그는 세나의 책상 위에 있던 필통을 집어 들더니 창 밖으로 던져 버렸다.
"난 네가 더 마음에 들어. 도망가려고 하니까 더 재밌어. 내일부터 매일 아침 일찍 와서 교실 청소해. 안 그러면..."
양지혁은 세나의 귓가에 속삭이듯 말했다.
"더 재미있는 일이 벌어질 거야."
세나는 순간 짜증이 치솟았다.
"와나 이게 끝까지 짜증나게..."
세나는 지혁의 책상 위에 있던 담배와 라이터를 창 밖으로 던져 버렸다. 그리고 대걸레 자루에서 걸레를 빼낸 대를 움켜잡았다.
"계집애처럼 찌질하게 물건이나 던지지 말고 덤벼. 나 검도 10년차거든?"
그 때 수업 종이 울리기 시작했다. 세나는 '쳇' 하며 얼굴을 찌푸리고는 자리로 돌아갔다.
양지혁의 눈빛이 순간 위험하게 번뜩였다. 그의 회색 눈동자에는 분노와 흥분이 뒤섞여 있었다.
"이... 이세나... 너 진짜 대단하다. 검도? 재밌네."
그는 세나가 자리로 돌아가는 것을 보며 씩 웃었다.
"너 같은 애는 처음이야. 더 재미있어졌어."
양지혁은 자기 자리로 돌아가며 중얼거렸다.
"내일 아침에 보자고, 이세나. 내일은 더 재미있는 일이 생길 것 같네."
그의 목소리에는 위협보다는 오히려 즐거움이 가득했다.
다음 날 아침, 세나는 하품을 하며 교실 문을 열고 청소를 시작했다.
그리고 세나가 청소를 다 끝내 갈 때쯤, 지혁이 교실로 들어왔다.
양지혁이 교실에 들어오자 세나는 그를 무시하고 청소를 계속했다. 양지혁은 세나의 모습을 보며 기분 좋게 웃었다.
"오, 이세나. 역시 청소도 열심히 하는구나. 내가 도와줄까?"
양지혁은 세나의 옆에 다가가 그녀의 청소 도구를 빼앗으려 했다. 그의 표정에는 여전히 장난기가 가득했다.
"이렇게 청소하면 어깨만 아프지. 내가 대신 해 줄게."
세나는 그에게 눈길도 주지 않은 채 조용히 말했다.
"방해하지 말고 비켜라... 얻어맞기 싫으면."
세나는 바닥에 대걸레질을 계속했다.
"뭔 초딩도 아니고 유치하게 진짜... 요즘은 초딩도 그렇게 안 논다, 찌질해서."
양지혁은 세나의 말에 갑자기 얼굴이 굳어졌다. 그는 세나의 머리채를 잡아당기려고 손을 뻗었다.
"야, 너 진짜 재수 없게 말하네? 찌질하다고? 너한테 이렇게 잘 해 주는데..."
하지만 세나가 들고 있던 대걸레 자루가 그의 손목을 강하게 후려쳤다.
"아, 씨..."
양지혁은 손목을 부여잡으며 뒤로 물러섰다. 그의 눈빛이 위험하게 번뜩였다.
"너... 진짜 맘에 든다. 이렇게 날 화나게 하는 년은 처음이야. 꼭 내 여자로 만들 거야."
그 뒤로 지혁은 세나의 뒤만 졸졸 쫓아다니기 시작했다.
양지혁은 교실에서도, 복도에서도, 급식실에서도 세나의 뒤를 따라다녔다. 그의 눈빛엔 광기 어린 집착이 가득했다.
"야, 이세나. 너 오늘 머리 모양 바꿨네? 예뻐졌다."
세나가 무시하고 지나가자 양지혁은 그녀의 앞을 막아섰다.
"왜 이렇게 차갑게 구는 거야? 난 너만 생각한다고. 어제는 네 필통도 새로 사다 줬잖아."
양지혁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너... 도망가면 안 돼. 알지?"
"하... 아오... 미치겠네, 저 또라이 새끼..."
지혁을 피해 여자 화장실로 들어온 세나는 세면대에 서서 찬물을 얼굴에 뒤집어 쓴 후 이마에 손을 얹었다.
"귀찮아 죽겠네 진짜. 이거 뭐 어떻게 해야 돼?"
괴롭힌다기엔 때리거나 협박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집요하게 졸졸 쫓아다니는 것 뿐이니 학폭위에 신고하기도 애매하고, 또 그렇다고 쫓아낸답시고 먼저 폭력을 휘두를 수도 없는 노릇이고...
세나는 세면대 거울을 바라보며 답답한 마음에 한숨을 쉬었다.
갑자기 여자 화장실 문이 벌컥 열리며 양지혁이 들어왔다.
"야, 이세나. 여기서 뭐해? 찾았잖아."
그는 세나를 향해 천천히 걸어왔다. 화장실 안의 다른 여학생들이 놀라서 도망치듯 나갔다.
"여자 화장실이라고 방심하면 안 되지. 난 너랑 있고 싶단 말이야."
양지혁은 세나의 어깨를 잡으려 했다.
"내가 널 이렇게 좋아하는데... 도망가지 마. 알았지?"
"야... 미쳤어, 양지혁? 왜 여자 화장실까지 따라오고 그래?!"
세나는 그의 손을 피하며 소리를 버럭 질렀다.
세나의 큰 소리에 양지혁은 잠시 멈칫했다. 그는 세나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왜 그렇게 화를 내? 나는 그냥 너랑 같이 있고 싶은 것 뿐인데. 네가 도망가면 너무 섭섭하잖아."
양지혁은 천천히 세나에게 다가오며 조금 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세나, 우리 정말 친해져 보자. 내가 어떻게든 네 마음을 사로잡을 테니까. 그럼 우리 데이트라도 할까?"
"아... 후... 진짜..."
세나는 이마를 두 손으로 감쌌다가 그를 차분하게 바라보며 설득했다.
"야. 지혁아, 미안한데 난... 너랑 같이 있고 싶지 않아. 친해지고 싶지도 않고. 화 내기도 귀찮고, 굳이 도망을 다니는 것도 우스울 정도로... 너한테 정말 아무런 관심이 없어. 그러니까... 이제 제발 네 갈 길 가. 그냥 나 없는 셈 치고 평소처럼 지내자고, 응?"
양지혁의 얼굴이 순간 일그러졌다. 그의 회색 눈동자가 위험하게 번뜩였다.
"아무런 관심도 없다고? 평소처럼 지내라고?"
그는 갑자기 세면대를 세게 내리쳤다.
"난 네가 이렇게 무시하면 무시할수록 더 갖고 싶어져. 넌 내 여자가 될 거야. 알겠어?"
양지혁은 세나의 팔을 강하게 붙잡았다.
"이제 시작이야, 이세나. 넌 결국 내 거가 될 거니까. 도망치려고 해도 소용없어. 내가 널 얼마나 좋아하는지... 꼭 보여줄게."
스트레스가 쌓일 대로 쌓인 세나는 방과 후에 검도장을 찾았다. 그리고 3시간 동안 미친 듯이 대련을 했다. 같은 단수의 또래 학생들 중에서 세나를 이길 선수는 없었다. 땀을 비 오듯 흘리며 호구를 벗은 세나는 조금은 정신이 맑아지는 것을 느끼며 세수를 하고 도장을 나섰다.
정신없이 운동을 하고 나오니 벌써 날이 어두워져 있었다. 그런데 저만치 떨어진 길목에서 동네 양아치들과 학생 한 명이 시비가 붙은 것처럼 보이는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무심코 지나치려니 같은 학교의 교복 같아서 좀 더 가까이 다가가 보았더니만... 맙소사, 동네 양아치들과 시비가 붙은 것은 바로 양지혁이었다.
양지혁은 양아치 셋과 대치하고 있었다. 그의 얼굴은 이미 멍이 들어 있었고, 입가에선 피가 흘렀다.
"씨발... 내가 너희들한테 질 줄 아냐?"
양지혁은 이미 많이 맞은 듯했지만, 여전히 도발적인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의 회색 머리카락은 흐트러져 있었고, 교복은 찢어진 상태였다.
"야, 돈 없다고 했잖아. 더 때려 봐라, 개새끼들아."
양아치들은 양지혁의 도발적인 태도에 더욱 화가 난 듯했다. 그들 중 한 명이 주먹을 들어올렸다.
"야 씨, 양지혁!"
세나가 외치며 그 쪽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거지 꼴을 한 지혁의 모습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몰골이라도 좀 멀쩡해 보였으면 모른 척하고 지나갔을 텐데, 이 정도면 도와 줘야지 싶었다.
"너 이리 와."
마침 검도장에서 한바탕 하고 온 길이던 세나는 목도를 들고 그 쪽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세 명의 동네 양아치들을 노려보았다.
"고등학생 상대로 대단하시네요? 그냥 보내 주시죠?"
양아치들은 세나를 보고 처음엔 비웃는 듯했다.
"어? 이건 또 뭐야? 여자친구야? 귀엽네."
그때 세나가 들고 있던 목도가 그들의 시선에 들어왔다. 양아치들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한편 양지혁은 피를 닦으며 세나를 놀란 듯이 쳐다보았다. 그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이세나... 날 구하러 온 거야?"
그의 목소리에는 기쁨이 묻어났다. 얻어맞아 엉망이 된 상태에서도 그의 눈빛은 여전히 세나를 향한 집착으로 가득했다.
"역시 넌 날 좋아하는구나."
"헛소리 집어쳐."
세나는 그에게 쏘아붙인 후 남자들을 노려보며 목도를 고쳐 잡았다.
"너, 내 뒤로 와."
양지혁은 피를 흘리며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세나의 뒤로 갔다.
"아... 역시 네가 최고야, 이세나..."
양아치들은 서로 눈치를 보다가 한 명이 앞으로 나섰다.
"아가씨야, 우리가 이 새끼한테 맞을 돈이 있어서 그래. 방해하지 말고 비키지?"
양지혁은 세나의 교복 자락을 붙잡으며 중얼거렸다.
"넌... 날 위해서 이러는 거지? 난 알아. 네가 날 좋아하는 거..."
"헛소리 집어치우랬지."
세나는 지혁을 다시 한 번 째려본 다음 앞으로 나선 양아치 한 명에게 물었다.
"아무리 받을 돈이 있어도 그렇지, 애를 이 정도로 패셨으면 약값으로 퉁치셔야 할 것 같은데요? 아니면 아저씨들도 약값 나오게 해 드려요?"
양아치 중 하나가 위협적으로 목도를 든 세나에게 다가왔다.
"어이, 꼬맹아. 니가 뭔데 어른 일에 끼어들어? 그리고 이 새끼, 돈 뿐만 아니라 우리 동생들도 패서 병원에 입원시켰어. 너도 맞고 싶어?"
세나의 뒤에서 양지혁이 피식 웃으며 중얼거렸다.
"그래... 패긴 했지... 근데 걔네가 먼저 시비 걸었거든..."
양아치들은 점점 더 가까이 다가왔다.
"아가씨, 마지막으로 말한다. 비켜."
"다가오지 마세요. 먼저 덤비진 않을 테니까 그냥 가세요."
세나도 마지막으로 경고했지만 양아치들은 코웃음을 치면서 세나를 향해 손을 뻗었다.
"합!"
짧은 기합과 함께 세나는 목도를 한 번 내려친 후 재빠르게 찔렀다. 목도로 정확히 콧등을 맞은 한 명이 비틀거리며 물러났다. 나머지 양아치들이 한꺼번에 달려들었지만 세나는 날렵하게 손등과 머리를 공격했다.
"아! 아 잠깐 뼈 맞았어 억!!"
양아치들이 곡소리를 내면서 우왕좌왕하는 동안 세나는 지혁의 손목을 붙잡고 달렸다.
"뛰어!"
양지혁은 세나에게 이끌려 뛰면서도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 그의 얼굴에는 고통스러운 표정과 함께 기쁨이 번졌다.
"하... 하... 이세나... 넌 정말 멋있어..."
달리는 와중에도 그는 세나의 손을 놓지 않으려 했다.
"네가... 네가 너무 좋아... 너무 좋아서 미치겠어..."
피투성이 얼굴로 웃으며 중얼거리는 양지혁. 그의 눈빛은 여전히 광기 어린 집착으로 가득했다.
"이제... 이제 진짜 널 놓치지 않을 거야..."
문제의 골목에서 한참 떨어져 있는 무인 카페로 들어온 세나는 숨을 고르며 지혁을 살벌하게 째려보았다.
"야, 넌 진짜 오늘만 사냐? 눈에 뵈는 게 없어? 뭔 놈의 사고를 치고 다니길래 저런 것들이 꼬여."
세나는 자신을 보며 실실 쪼개는 지혁을 노려보며 계속해서 독설을 내뱉었다.
"웃냐? 웃어? 웃음이 나와? 담부턴 안 도와 줄 테니까 그런 줄이나 알아."
양지혁은 피투성이 얼굴로도 여전히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너... 진짜 날 좋아하는구나? 그래서 도와 준 거잖아."
그는 카페 의자에 앉으며 세나를 뚫어지게 바라봤다.
"이제 더 이상 도망 못 가. 넌 나한테 완전히 걸려들었어. 날 구해줬으니까 책임져야지."
그는 피가 흐르는 입가를 닦으며 중얼거렸다.
"그리고... 걔들이 먼저 시비 걸었다니까? 내가 그냥 패진 않았어. 걔가 네 얘기하면서 더러운 소리를 하길래..."
양지혁의 눈빛이 순간 차갑게 변했다가, 다시 세나를 보며 밝아졌다.
"넌 이제 진짜 내 꺼야. 알았지?"
"걔들이 누군데? 아까 그 양아치들 동생?"
세나는 지혁의 다른 말은 싹 무시하며 궁금한 것만 물었다.
"우리 학교 애들이야? 도대체 뭔 얘길 들었길래?"
양지혁의 얼굴이 순간 굳어졌다. 그는 주먹을 꽉 쥐었다가 풀었다.
"그냥... 우리 학교 1학년 새끼들이야. 걔네가 네 얘기를... 더럽게 지껄였어."
그의 눈빛이 위험하게 번뜩였다.
"네가 예쁘다느니... 뭐라느니... 더러운 소리를 하길래 참을 수가 없었어. 난 네 얘기를 함부로 하는 놈들은 다 죽여버릴 거야."
양지혁은 세나를 집착하듯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넌 내 거니까... 다른 놈들이 너한테 손댈 생각도 하지 못하게 할 거야. 알겠지?"
"...'예쁘다'...? 고작 그게 다야?"
세나는 벙찐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겨우 그런 얘길 했다고 1학년 애들을 팼다고? 와나 진짜 구제불능이다 너."
양지혁은 세나의 반응에 갑자기 테이블을 세게 내리쳤다.
"고작이라고? 너한테 그런 소리를 하는 게 용납이 돼?!"
그의 목소리가 빈 카페 안을 울렸다.
"걔들이 네 다리를 보고 킥킥거리면서... 더러운 새끼들... 그래서 내가 확 그냥..."
양지혁은 자신의 멍든 얼굴을 만지며 씩 웃었다.
"넌 내 거야. 다른 놈들이 널 보는 것도 싫어. 네가 다른 놈들이랑 말하는 것도 싫고... 아까처럼 날 도와준 것처럼, 앞으로도 계속 내 옆에 있어야 돼."
"하... 진짜 돌겠네. 정말로 시비 털려서 정당방위라도 한 줄 알았더니 최초 원인 제공자도 결국 이 놈이고..."
세나는 질렸다는 듯이 지혁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양지혁, 내가 너무 언더도그마였던 것 같아. 사실을 알고 보니 너 안 구해 줬어도 됐을 것 같아. 난 네 것도 아니고, 네 옆에 있을 이유도 없어. 이제 너한테 안 엮일란다. 아이고, 골치야."
세나는 그를 놔 두고 목도를 끌어안은 채 무인 카페를 나가 버렸다.
양지혁은 카페 문이 쾅 닫히는 소리를 들으며 눈을 날카롭게 빛냈다.
"하..."
피가 묻은 손으로 테이블을 쓸어내리며 낮게 웃었다.
"도망가? 또 도망가는 거야...?"
그의 웃음소리가 점점 커지더니 갑자기 의자를 걷어찼다. 의자가 벽에 부딪혀 요란한 소리를 냈다.
"이세나... 너 진짜... 내가 얼마나 널 좋아하는데..."
양지혁은 세나가 나간 문을 향해 걸어가며 중얼거렸다.
"도망가면 갈수록... 더 갖고 싶어지잖아... 더 미치게 만들잖아..."
그는 세나가 간 방향을 보며 씩 웃었다.
"내일... 학교에서 보자."
"하암..."
다음 날 아침 등교한 세나는 하품을 하며 책상에 엎드렸다.
"아, 매점에서 커피우유나 하나 사 올걸... 다시 내려가기 귀찮네... 에휴..."
교실 뒷문이 갑자기 벌컥 열리며 양지혁이 들어왔다. 그의 얼굴은 어제보다 더 멍이 들어 있었다.
"이세나."
그는 세나의 책상 앞으로 와서 우유팩 하나를 탁 내려놓았다.
"커피우유. 너 이거 좋아하잖아."
양지혁은 의자를 끌어와 세나의 책상 앞에 거꾸로 앉았다.
"어제는 도망가서 미안하다고 말해. 그럼 내가 용서해 줄지도 모르지."
그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눈은 여전히 위험한 빛을 띠고 있었다.
"앞으로는 도망가지 마. 도망갈 때마다 더 끝까지 쫓아갈 거니까."
"뭐야, 웬일이야? 잘 마실게."
세나는 능청스럽게 커피우유를 집어들다가, 그가 멍이 더 들어 있는 것을 보고 고개를 들었다.
"??? 너 어제 또 뭔 짓 했니? 왜 얼굴이 더 떡이 됐어?"
양지혁은 세나가 자신의 멍을 걱정하는 듯한 말투에 기분이 좋아져 씩 웃었다.
"걱정 돼? 난 네가 걱정해 주는 게 좋아."
그는 자신의 얼굴을 만지작거리며 말을 이었다.
"어제... 네가 가고 나서 좀 더 놀았어. 그 1학년 새끼들이랑. 걔들 입에서 다시는 네 얘기 못 하게 해놨으니까 걱정 마."
그는 세나의 손을 잡으려 했다.
"이제 아무도 널 함부로 보지 못할 거야. 내가 지켜줄 거니까."
"...아이고 두야..."
그 말을 들은 세나는 다시 책상에 엎드려 버렸다.
양지혁은 세나가 엎드리자 책상을 손으로 툭툭 치며 말했다.
"야, 왜 그래. 고마워해야 되는 거 아냐?"
그는 세나의 머리카락을 만지려다 멈췄다.
"너... 내가 이렇게까지 하는데 아직도 날 피하려고 해? 어제도 도망가고... 지금도 이러고..."
갑자기 그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이세나, 고개 들어 봐. 안 들면... 내가 강제로 들게 할 거야."
양지혁의 손이 세나의 어깨 쪽으로 천천히 다가갔다.
"귀찮다... 저리 가라."
세나는 책상에 엎드린 채로 팔만 들어 손을 훠이훠이 내저었다.
양지혁은 세나의 훠이훠이 거리는 손을 잡아챘다.
"이러지 마... 너 진짜..."
그가 세나의 손목을 세게 잡아끌었다.
"내가 얼마나 많이 참고 있는 줄 알아? 어? 너 때문에 밤새 잠도 못 자고... 너 생각만 하고... 근데 넌 이렇게 무시하고..."
갑자기 책상을 발로 걷어찼다. 책상이 삐걱거리며 움직였다.
"이세나... 고개 들어. 진짜 화나게 하지 마. 너도 알잖아, 내가 화나면 뭐가 되는지."
그의 손아귀에 힘이 더해졌다.
"하... 진짜."
세나는 짜증이 만연한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야, 내가 한 마디만 할게. 난, 나보다 약한 애는 남자로 안 봐. 너 어제 양아치들한테 얻어맞고 있는 거 내가 구해 줬지? 그 시점에서 넌 아웃이야. 알겠어?"
양지혁의 얼굴이 순간 일그러졌다. 그는 세나의 손목을 더욱 세게 잡았다.
"하... 하하... 그래서? 그래서 날 무시해?"
갑자기 그가 세나를 확 잡아당겼다.
"난 네가 더 좋아. 네가 날 구해 준 것도 좋고... 네가 강한 것도 좋아. 그래서 더 갖고 싶은 거야."
그의 눈빛이 광기어리게 번뜩였다.
"넌 내 여자가 될 거야. 네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난 절대 포기 안 해."
그는 세나의 얼굴에 바짝 다가왔다.
"내가... 약해 보여? 그럼 더 강해질게. 네가 인정할 때까지... 난 계속..."
"아, 정말? 내가 인정할 때까지 강해지겠다고?"
세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눈을 빛냈다.
"오케이 좋아, 그럼 네가 태권도든 합기도든 유도든 검도든, 뭐 하나라도 좋으니까 전국대회에서 우승하면 내가 너랑 사귀어 줄게. 진짜로."
양지혁은 잠시 놀란 듯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씩 웃었다.
"진짜... 진짜 약속하는 거야? 내가 전국대회에서 우승하면..."
그는 세나의 손목을 놓고 주먹을 꽉 쥐었다.
"좋아... 기다려. 내가 꼭 해낼 테니까."
갑자기 그의 표정이 음흉하게 변했다.
"근데 말이야... 그동안은? 내가 연습하는 동안에도 다른 놈이랑 얘기하고 다니면..."
그가 다시 책상을 쾅 내리쳤다.
"안 돼. 그건 안 돼. 넌 내가 우승할 때까지 기다려야 해. 다른 놈들이랑 엮이지 말고... 알았지?"
"걱정 마... 안 엮여. 그런 거 1도 관심 없어..."
관심이 있었으면 내가 지금 이 순간에도 너랑 한심하게 이러고 있겠니...라는 말을 꾹 눌러 참으며 세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자, 약속했으니까 그 때까지는 나 귀찮게 하지 말고 열심히 수련해서 강해지도록 하렴. 그럼 난 좀 쉴게."
세나는 다시 책상에 엎드려 버렸다.
양지혁은 한동안 세나를 내려다보다가 갑자기 몸을 숙여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
"난 약속 지킬 거야... 근데 너도 지켜야 해."
그는 세나의 책상 위에 손바닥을 짚으며 으스스한 웃음을 지었다.
"내가 우승하기 전에... 다른 놈이랑 뭐라도 있으면..."
그는 잠시 말을 멈추고 세나의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살짝 건드렸다.
"그 놈도, 너도... 가만히 안 둘 거니까. 알았지?"
그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마지막으로 말했다.
"잘 자, 내 여자."
그 이후로 세나는 오랜만에 돌아온 평화로운 학교 생활을 누리며 행복에 젖었다.
"하아... 진작에 이럴걸, 이렇게 좋은 방법을 왜 생각 못했지?"
양지혁과의 약속은 전혀 걱정이 되지 않았다. 전국대회에 출전하는 선수들은 죄다 유년 시절부터 생활의 절반 이상을 그 종목에 쏟아 부은 선수들인데, 이제 와서 불순한 의도로 입문한 양지혁이 그런 대회에 나가서 우승할 리가 없었다. 애초에 그 성질머리로는 그 어떤 도장을 다녀도 대회 출전 자격을 얻을 수조차 없을 테고.
"...대회는 고사하고, 도장 다니면서 인성 수련이나 좀 쌓아서 개념이라도 탑재했으면 좋으련만."
세나는 이왕 이렇게 된 김에 양지혁이 그저 조금이나마 정신이라도 차리기를 바랐다.
창 밖에서 갑자기 요란한 소리가 났다.
"야! 이세나!"
양지혁이 체육복 차림으로 운동장에 서서 소리치고 있었다.
"나 태권도 도장 다니기 시작했어! 너 보라고 여기서 연습하는 거니까 잘 봐!"
그는 허공에 발차기를 날리며 어설픈 동작을 선보였다. 하지만 곧 균형을 잃고 넘어졌다가 다시 일어났다.
"이거 봐! 난 쓰러져도 다시 일어나! 널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다고!"
양지혁의 목소리가 교실까지 울려 퍼졌고, 다른 반 학생들이 하나 둘 창가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세나! 내가 꼭 우승해서 네 남자가 될 거야! 알았지?!"
"하... 미친... 내가 쪽팔려서 정말..."
세나는 거의 공개 고백으로 공격 당한 수준으로 얼굴이 새빨개져서 두 손으로 머리를 감쌌다.
"그래도 맨날 허튼 소리하면서 쫄래쫄래 따라다니고 귀찮게 하는 것보단 낫지... 에휴."
세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어차피 저런 실력으로는 갈 길이 멀어도 한참 멀다는 사실이었다.
양지혁은 교실 창가로 뛰어올라 창틀을 잡았다.
"야! 도망가지 마! 왜 자리로 가는 거야?!"
그가 3층 창문에 매달린 채로 소리쳤다.
"내가 이렇게 노력하는데... 좀 더 봐 줘야 되는 거 아냐?!"
양지혁은 위험하게 창틀에 매달린 채 발버둥을 쳤다.
"내일은 더 잘할 거야! 매일매일 여기서 연습할 거니까... 꼭 보고 있어! 안 보면... 더 큰 소리로 부를 거야!"
다른 반 아이들이 웃고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야, 쟤 드디어 미쳤나?"
"와, 저거 실화냐?"
양지혁은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외쳤다.
"이세나! 내 여자야! 다들 들었지?!"
그 날 이후로 지혁은 매일 운동장 한가운데서 연습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헛발질을 하거나 소리를 지르고 까불면서 소란을 피우는 것이 대부분이었는데, 날이 갈수록 조금씩 운동장은 조용해졌다. 학생들이 호기심에 창문을 내다보면, 지혁은 어김없이 묵묵히 연습을 계속하고 있었다. 점점 더 연습에 임하는 태도가 진지해지는 모양이었다.
비가 오는 날에도 그의 연습은 계속되었다. 학생들은 지혁의 끈질긴 집념에 혀를 내둘렀고, 세나는 우산이라도 쓰고 나가 줘야 하나 싶었지만 곧 그런 생각을 떨쳐 버렸다.
아무튼 철딱서니 없고 시끄러우며 곧잘 흥분하고 제멋대로였던 지혁은 조금씩 달라지고 있었다.
양지혁은 어느 비 오는 날, 평소처럼 운동장에서 연습을 하다가 갑자기 교실을 올려다보았다.
"이세나..."
그의 목소리는 전과 달리 차분했다. 비에 젖은 머리카락 사이로 진지한 눈빛이 번뜩였다.
"난... 진짜 해낼 거야."
그는 문득 주먹을 쥐었다가 폈다. 손바닥에는 연습하다 생긴 굳은살이 가득했다.
"처음엔... 그냥 널 갖고 싶어서 시작했는데..."
그는 다시 발차기 자세를 잡으며 중얼거렸다.
"이제는... 진짜 강해지고 싶어. 네가 인정할 만큼..."
빗속에서도 그의 연습은 계속되었다. 이제 그의 동작에는 처음과는 다른 힘과 절제가 깃들어 있었다.
몇 주가 더 흐르고 여름 방학이 되었다. 학교에 나갈 일도 없고 지혁의 얼굴을 볼 일도 없다 보니, 세나는 그에 대해서는 완전히 까맣게 잊은 채 가끔 검도장에 나가며 행복하고 한가로운 방학을 보내고 있었다.
그렇게 방학이 절반 이상 지났을 무렵, 세나는 검도장 게시판에 전국대회 안내문이 붙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무심코 '태권도' 종목을 들여다 보다가, 선수 명단에 양지혁의 이름이 올라가 있는 것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뭐야, 양지혁이라고? 설마 내가 아는 그 또라이...?"
지혁에게서 딱히 대회에 출전한다는 연락을 받은 적은 없었다. 물론 연락처를 교환한 적도 없지만, 특유의 그 똘끼로 세나의 연락처 정도는 마음만 먹으면 알아내서 연락할 수 있었을 텐데 연락이 없다는 건...
"다른 사람인가... 그 이름이 그렇게 흔한 이름은 아닐 텐데 희한하네."
하지만 세나는 혹시나 싶은 마음에, 대회 날이 다가오자 경기가 열리는 곳으로 찾아가 보았다. 관중석에 앉는 순간까지도 그녀는 반신반의하고 있었다.
태권도 시합장의 참가자 대기석에서, 양지혁은 거울 앞에서 도복을 매만지고 있었다. 그의 모습은 몇 달 전과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며 굳은 표정으로 입술을 깨물었다. 그 때 옆에서 코치가 웃으며 다가왔다.
"지혁아, 네가 이렇게 빨리 성장할 줄은 몰랐다. 처음엔 그저 못 말리는 말썽꾸러기인 줄 알았는데... 오늘, 결과는 연연하지 말고 그냥 최선을 다해서 제대로 승부해 보자."
지혁은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감사합니다, 관장님."
그의 눈빛은 더 이상 광기어린 집착이 아닌, 진정한 승부욕으로 가득 차 있었다.
태권도 종목 전국대회가 시작되었다. 몇 번의 학생 경기 이후, 드디어 양지혁의 이름이 불렸다. 세나는 설마 설마 했던 그의 등장에 눈을 크게 떴다. 분명 외모는 지혁이 맞았는데, 표정이나 걸음걸이는 사뭇 달라져 있었다.
'말도 안 돼... 정말 사람 된 거야? 그 구제불능이?'
눈에 띄는 변화를 본 세나가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와중에, 경기 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렸다.
양지혁은 상대방과 마주 보고 서서 예의 바르게 인사를 했다. 그의 눈빛은 날카로웠지만 차분했다.
"경례!"
시합이 시작되자 지혁은 신중하게 간격을 조절하며 상대를 압박했다. 몇 달 전의 어설픈 발차기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정확하고 강력한 기술들이 연속해서 이어졌다.
"앗!"
관중들 사이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지혁의 발차기가 정확히 상대의 몸통을 가격했다.
"몸통, 1점!"
점수를 얻은 후에도 그는 예전처럼 들뜨거나 흥분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진지한 표정으로 다음 공격을 준비했다.
"하아..."
그의 눈빛에는 더 이상 광기가 아닌, 진정한 승부를 향한 의지가 담겨 있었다.
세나는 그가 경기를 펼치는 내내 눈을 떼지 않고 집중해서 바라보았다. 못 미더운 마음과 의심스러움이 조금씩 걷히고, 대견스러운 마음을 가지고 그를 진심으로 응원하게 되었다.
그가 따 낸 점수가 조금씩 높아져, 준결승 커트라인을 웃돌기 시작했다.
잠시 후, 경기가 끝났다. 세나는 관중들 틈에 섞여 그에게 박수를 보냈다. 그리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관중석을 나갔다.
잠시 동안의 휴식 시간을 거쳐, 준결승 조 경기가 시작되었다. 지혁은 무심코 관중석을 흘끗 바라보았으나, 물론 세나는 보이지 않았다. 세나에게는 일부러 연락하지 않았다. 그녀가 내건 조건은 전국대회 우승이었다. 만의 하나 우승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인정한 그는 마음을 내려놓고 대회에 참가하기로 했다. 이윽고 그의 경기 차례가 돌아왔다.
준결승전에 선 양지혁의 표정은 결연했다. 더 이상 누군가를 위해서가 아닌, 자신을 위한 승부였다.
상대방과 마주 선 그의 눈빛에는 더 이상 집착이나 광기가 아닌, 순수한 승부욕만이 담겨있었다. 그는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준비!"
심판의 신호와 함께, 양지혁은 전과 다른 무게감 있는 발걸음으로 앞으로 나아갔다. 그의 움직임에는 이전의 날카로움 대신 안정감이 묻어났다.
"하앗!"
첫 공격을 시도하는 그의 얼굴에는 진정한 운동선수다운 집중력이 깃들어 있었다.
준결승 경기가 끝나고 뒤이어 결승 경기까지 모두 마침으로써, 대회는 종료되었다.
마침내 우승 메달을 거머쥔 지혁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가슴이 벅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코치가 장하다며 그의 등을 후려치고는 크게 웃었다. 수건으로 땀을 닦으며 옷을 갈아입기 위해 대기실로 돌아온 지혁의 눈이 커졌다.
"우승 축하해."
세나가 밝게 웃으며, 대회 중에 관중석을 빠져나가 사 온 꽃다발을 그에게 내밀었다.
양지혁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의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너... 네가 왔었어...?"
그는 꽃다발을 받아들며 처음으로 수줍은 듯한 미소를 지었다.
"나... 진짜 강해졌지? 이제... 네가 인정할 만큼은 된 거야...?"
그의 목소리는 더 이상 강압적이거나 집착적이지 않았다. 오히려 조심스럽고 부드러웠다.
"근데... 난 이제 알아. 네가 날 인정해주지 않아도... 괜찮아. 난 그냥... 진짜로 이걸 좋아하게 됐거든."
지혁은 메달을 바라보며 진심으로 웃었다.
"그래도... 네가 와 줘서... 정말 기뻐."
"그래, 네가 이제라도 깨달아서 다행이다."
세나도 다시 한 번 환하게 웃었다.
"설마 이렇게까지 성장할 줄은 몰랐는데, 정말로 우승을 해 버리네. 진짜 강해졌구나. 네 근성 인정해, 완전 인정. 관장님이 재능 있다는 말씀은 안 하시디?"
지혁은 수줍게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그의 얼굴에는 생전 처음 보는 순수한 기쁨이 가득했다.
"어... 그게... 관장님이 처음엔 날 미친놈 취급하더니, 나중엔 진짜 재능 있다고..."
잠시 말을 멈추더니 갑자기 진지한 표정으로 세나를 바라보았다.
"저기... 그... 나 이제 약속 지켰잖아? 우승도 했고... 하지만 말야..."
지혁은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가 내쉬었다.
"네가 날 좋아하게 되는 건... 그건 내가 강제로 만들 수 있는 게 아닌 것 같아. 그래서... 그냥 앞으로도 이렇게 친구로 지내면 안 될까? 나... 더 이상 너한테 집착하고 그러진 않을게."
그의 목소리에는 진심이 묻어났다.
"뭐? 미친놈? 푸하하."
세나는 웃음을 터뜨렸다.
"옷 갈아입고 나와. 우승 축하하는 의미에서 내가 저녁 사 줄게. 출구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세나는 쿡쿡 웃으면서 손을 흔들며 출구 쪽으로 나갔다.
지혁은 멍하니 세나가 떠난 자리를 바라보다가, 갑자기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진짜... 진짜로 나랑 밥 먹자고...?"
서둘러 도복을 벗고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손이 덜덜 떨려서 단추도 제대로 잠그지 못했다.
"아, 젠장... 왜 이렇게 떨리냐고..."
거울 앞에서 머리를 정돈하면서, 평소와는 다른 설렘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게... 이런 게 진짜 좋아하는 거구나..."
메달과 꽃다발을 소중히 챙기고, 가방을 메고 나가면서 그는 생전 처음으로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fin.
이거 처음부터 개그 플레이로 작정하고 시작한 거라 지혁이 좀 패 주려고 여주를 검도소녀로 만들었는데, 웬걸 너무 찌질하게 열심히 쫓아다니길래.. 별로 패 주지도 못하고 오히려 처맞고 다니는 걸 구해 줬네요ㅋㅋ 여주 넘 착해ㅋㅋ
그래도 결국 컨셉대로 갱생에 성공해서 기쁩니다. 금쪽이들 사람 만드는 거 왜케 보람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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