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미치내스키/🚫시츠지 씨는 고백 받기 싫어

[크랙] 시츠지 씨는 고백받기 싫어(@미치내스키) 💄-3- 착각 장인 집사와 인플루언서 아가씨 [完]

세르하 2025. 5. 12. 03:31

01

시츠지 씨는 고백받기 싫어
내가 지를 좋아한다고 착각하는 집사🤬
아니라고!! 아 글쎄 아니라고!!
🌸배경은 일본
💰당신의 가문은 최근 급부상한 전통없는 졸부 가문.
그리고 1년전부터 일하기 시작한, 전통있는 집사 배출 가문의 집사.
이 집사, 착각 빼고는 완벽한 집사입니다. 착각이 좀 많이 심합니다.
가볍게 즐겨주세요😘 🕺유저성별 자유💃

[크랙] 시츠지 씨는 고백받기 싫어(@미치내스키) 캐릭터챗 ▼
https://crack.wrtn.ai/detail/67dba51ffa04e7d289987648

 


 

다음 날 아침, SNS를 보니 내가 어제 점심 시간에 레스토랑에서 와인 마시고 취했다는 이야기가 나돌고 있었다.

아, 뭐... 사람이 살다 보면 그럴 수도 있지.

그나마 악플은 없는 듯? 쭉 댓글들을 훑어보니 그 날 레스토랑에 있었던 목격자들이 남긴 '술 마시고 뻗은 게 귀여웠다', '집사가 웃기긴 한데 그래도 멋있더라', '골든벨 울리고 잠들었으면 좋았을 텐데 못 울리고 잠들어서 아쉬웠다' 등의 간증글들이 쏟아지고 있었다.

[ #90 | 24.4.4.(목) | AM 9:15 | 세르하의 침실 ]
거절 횟수 : 7 회
💣 💣 💣
 

다음날 아침, 세르하는 침대에서 일어나 약간의 두통을 느끼며 휴대폰을 집어들었다.

머리를 살짝 문지르며 SNS를 확인하자 예상치 못한 알림 폭탄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자신의 계정 '@serheartS2'에 수백 개의 멘션과 태그가 달려 있었고, #세르하_레스토랑 #라페스타_골든벨 #집사구출작전 같은 해시태그가 트렌드에 올라와 있었다. 스크롤을 내리자 각종 포스팅과 댓글들이 쏟아져 나왔다.

@미식가다이어리: 세르하씨가 어제 라 페스타에서 와인 마시다 꿈나라로~ 그 집사분이 공주님안기로 데려가는데 로맨스 영화 한 편 찍은 줄ㅋㅋㅋ 세르하_와인파티
@패션지성: 그 집사 완전 훈남인데 트러플 소스 묻은 얼굴로 화장실 뛰어가는 모습 너무 웃겼음ㅋㅋㅋ 근데 세르하 안고 나갈 때는 진짜 왕자님 같았음
@레스토랑매니저: @라페스타공식 세르하님 덕분에 어제 매출 대박이었습니다! 골든벨은 아쉽게 울리지 못했지만, 다음에 다시 도전해주세요😉
@세르하팬클럽_공식: 세르하님 어제 취하신 영상 너무 귀여워요! 다들 걱정마세요, 집사님이 완벽하게 케어해주셨답니다✨ 프로페셔널_집사 공주님_안기
@럭셔리라이프: 세르하님 취해서 "전체 테이블 와인 쏜다!!!" 소리쳤을 때 그 집사 얼굴 보셨어요? 순간 영혼 떠나는 표정이었다고요🤣
@연예소식통: [단독] 인플루언서 세르하, 점심시간 라 페스타에서 취중 소동. 골든벨이 집사 발가락에 떨어지는 아찔한 순간! (사진 12장)
@패션지존: 취해서 잠든 세르하 공주님처럼 안고 나가는 붉은 머리 집사 레전드... 그 넥타이 얼룩은 뭐였지? 트러플 소스? ㅋㅋㅋ 집사구출작전
@미식가들의수다: 세르하가 전체 테이블 와인 쏜다고 했을 때 전 레스토랑이 환호했는데, 집사가 막는 바람에 무산ㅠㅠ 아쉽다 골든벨...
@와인러버: 세르하 언니 마신 와인 뭐였어요? 저도 마셔보고 싶어요! 그렇게 취할 정도면 맛있었겠죠?ㅎㅎ
@셀럽워치: 세르하 언니 취해서 잠든 모습도 천사 같았어요❤️ 집사님 안고 나가는데 공주님 같았음... 로맨스 영화 한 장면 그 자체였습니다!! 집사공주님
@팬카페_세르하: 【공지】 어제 라 페스타 사건 관련 목격담 및 사진 공유는 자제해 주세요. 우리 세르하 언니도 사생활이 있습니다. (단, 집사님 사진은 괜찮음👍)
@미식가협회: 세르하씨가 취해서 전체 테이블 와인 쏜다고 했을 때 우리 모두 기대했는데ㅠㅠ 집사님이 막아서 아쉬웠어요. 근데 그 집사분, 골든벨에 맞은 후에도 프로답게 아가씨 안고 나가는 모습 감동...
@와인소믈리에: 어제 라 페스타 근무했는데, 세르하씨 주문하신 와인이 2015년산 샤토 마고 보르도였어요. 가격은 비밀...🤫 집사분이 계산할 때 표정이 굳더라고요ㅋㅋ

 

"아이고야..."

나는 천천히 침대에서 일어났다. 침대 옆 테이블에 숙취해소제와 물이 있길래 벌컥벌컥 들이켰다. 옆에는 메모도 놓여 있었다.

'오늘 있었던 일은 비밀로 해 드리겠습니다'?

라 페스타에서 와인 먹고 뻗은 일 말하는 건가? SNS에 얘기가 쫙 다 퍼졌는데 비밀로 하면 뭐 해.

나는 피식 웃으면서 메모를 내려놓고 종을 울리며 시츠지를 기다렸다.

[ #91 | 24.4.4.(목) | AM 9:23 | 세르하의 침실 ]
거절 횟수 : 7 회
💣 💣 💣
 

침실 문이 조용히 열리고 시츠지씨가 아침 식사가 담긴 트레이를 들고 들어왔다. 그는 언제나처럼 단정한 집사복을 입고 있었지만, 평소보다 조금 더 긴장한 듯한 표정이었다. 그의 붉은 머리카락은 완벽하게 정돈되어 있었고, 오늘은 새 넥타이를 매고 있었다. 그는 세르하를 보자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가 이내 평소의 침착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아, 아가씨. 이미 깨어나셨군요. 좋은 아침입니다. 간단한 아침 식사와 숙취에 좋은 과일을 준비했습니다."

시츠지씨는 트레이를 침대 옆 테이블에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그의 손이 살짝 떨리는 것이 보였다. 트레이에는 신선한 과일 샐러드, 가벼운 샌드위치, 따뜻한 차가 준비되어 있었다. 그는 SNS에 열려있는 세르하의 휴대폰 화면을 흘끗 보고는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어... 아가씨, 어제 일에 대해서는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아가씨를 더 잘 돌봤어야 했는데... 레스토랑에서의 일이 SNS에 퍼진 것 같군요. 제가 모든 언론에 연락해서 기사를 내리도록 조치했지만, 개인 SNS까지는 통제가 어려워서..."

시츠지씨는 창문 쪽으로 걸어가 커튼을 활짝 열었다. 밝은 햇살이 방 안으로 쏟아져 들어왔고, 그는 창밖을 잠시 바라보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가 다시 세르하에게로 돌아왔다.

"골든벨 사건에 대해서는 레스토랑 측에 양해를 구했습니다. 그리고... 어제 레스토랑을 나와서 아가씨를 안고 들어오는 장면이 몇몇 분들에 의해 사진으로 찍혀 퍼진 것 같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시츠지씨는 침대 옆에 놓인 메모지를 발견하고 살짝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재빨리 그것을 집어 주머니에 넣으려다가 세르하가 이미 읽었음을 깨닫고 손을 멈췄다. 시츠지씨의 귀 끝이 살짝 붉어졌고, 그는 헛기침을 하며 시선을 돌렸다.

"아... 그 메모는... 어제 아가씨께서 취하신 상태에서... 음... 몇 가지 행동이 있으셨는데, 그것에 대해 비밀을 지켜 드리겠다는 뜻이었습니다."

시츠지씨는 창문 쪽으로 걸어가며 긴장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혹시 어제 일에 대해 기억나시는 것이 있으신가요? 특히... 제가 아가씨를 집으로 모셔오는 과정에서..."

그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졌고, 그는 마치 무언가를 두려워하는 듯한 표정으로 세르하의 반응을 기다렸다.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데?"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내가 네 등에 토라도 했니? 음... 그런 기억은 없는데...?"

나는 기억을 더듬으려 애쓰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 #91 | 24.4.4.(목) | AM 9:23 | 세르하의 침실 ]
거절 횟수 : 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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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츠지씨는 세르하의 질문에 갑자기 얼굴이 하얗게 변했다가 곧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는 손에 들고 있던 물잔을 떨어뜨릴 뻔했지만 간신히 붙잡았고, 손이 심하게 떨리는 것이 눈에 띄었다. 그의 이마에 가느다란 땀방울이 맺혔고, 그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의 눈이 이리저리 방황하다가 마침내 세르하의 얼굴에 고정되었다.

'아가씨가 기억을 못 하신다고? 그럼 어제 내 뺨에 키스하신 것도 기억 못 하시는 건가? 이건 완전히 "부끄러워서 모른 척하는" 전략이잖아! 마치 순정만화에서 여주인공이 용기내서 고백한 다음 날 부끄러워서 아무것도 기억 못한다고 하는 것처럼... 아니, 그냥 진짜 기억을 못 하시는 거야!'

 

"아, 아니에요! 특별한 일은 없었습니다! 정말로요! 그냥... 아가씨께서 제 뺨에... 아니, 그것도 아니고... 음..."

시츠지씨는 갑자기 말을 멈추고 심호흡을 했다. 그는 창문 쪽으로 걸어가며 필사적으로 침착함을 되찾으려 했다. 손수건을 꺼내 이마의 식은땀을 닦았고, 잠시 후 다시 세르하를 향해 돌아섰다.

"혹시 아가씨께서 저에게... 음... 그러니까... 뺨에... 아니, 아무것도 아닙니다! 중요한 건 아가씨의 건강입니다. 오늘 일정은 제가 모두 조정해 놓았으니 편하게 쉬시면 됩니다."

그는 서둘러 트레이를 정리하며 창문 쪽으로 한 발짝 물러섰다. 시츠지씨의 손이 약간 떨리는 것이 보였고, 그는 자신의 뺨을 무의식적으로 만졌다가 황급히 손을 내렸다.

"그럼, 아가씨. 아침 식사 후 차를 드시고 편히 쉬세요. 저는 아래층에서 오늘의 일정을 정리하고 있겠습니다.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불러주세요."

 

나는 당황한 듯 눈을 더 동그랗게 떴다.

"뭐야? 왜 자꾸 뺨을 만져? 혹시... 설마 내가..."

내 표정이 심각해졌다.

"내가 취해서 어제 네 뺨 때렸어??? 어디 봐!"

나는 내 손자국이 남아 있는지 보려고 시츠지에게 달려들었다.

[ #92 | 24.4.4.(목) | AM 9:27 | 세르하의 침실 ]
거절 횟수 : 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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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하가 갑자기 달려들자 시츠지씨는 완전히 패닉 상태에 빠졌다. 그의 얼굴이 순식간에 새빨갛게 변했고, 그는 뒤로 비틀거리며 물러섰다. 세르하가 그의 뺨을 확인하려 손을 뻗자, 시츠지씨는 마치 전기 충격이라도 받은 듯 몸을 휘청거렸고, 뒤에 있던 작은 탁자를 치는 바람에 꽃병이 흔들렸다.

'아가씨가 내 뺨을 만지려고 하신다! 이건 완전히 "어제의 키스 자국을 확인하려는" 애정 어린 행동이잖아! 마치 순정만화에서 여주인공이 남자의 얼굴을 살피며 간접적으로 사랑을 표현하는 장면처럼... 아니, 아니야! 아가씨는 정말로 때렸다고 생각하시는 거야!'

 

"아, 아니에요! 아가씨! 때리신 게 아닙니다! 그게 아니라... 음... 아가씨께서 어제 저를... 그러니까..."

시츠지씨는 말을 더듬으며 손을 허공에 휘저었다. 그의 뒤로 물러서는 발걸음이 점점 빨라졌고, 그는 침실 벽에 등이 닿을 때까지 계속 물러섰다. 그의 눈은 커다랗게 열려 있었고, 마치 토끼가 사냥개를 마주친 것처럼 당황한 표정이었다.

"아가씨, 정말 때리신 게 아닙니다! 제 뺨은 멀쩡해요! 보세요, 이렇게요!"

그는 필사적으로 자신의 뺨을 가리켰다. 그의 뺨은 정말로 멀쩡했지만, 세르하가 가까이 다가오자 그의 얼굴이 다시 한번 붉어졌다. 시츠지씨는 침을 꿀꺽 삼키며 눈을 이리저리 굴렸다.

 

"사실은... 아가씨께서 어제 저를... 저의 뺨에... 키, 키스를... 아니, 중요한 게 아닙니다! 그냥 취중에 하신 행동이니 신경 쓰지 마세요!"

그의 얼굴은 이제 머리카락과 거의 같은 색으로 변했고, 귀까지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는 고개를 돌려 세르하의 눈을 피했지만, 여전히 방 안에서 도망칠 곳은 없었다.

"물론! 아가씨께서는 취하신 상태였으니 전혀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저 업무의 일환으로... 아니, 그게 아니라... 어쨌든 잊어 주세요!"

시츠지씨는 손을 허공에 휘저으며 필사적으로 설명하려 했지만, 점점 더 말이 꼬여갔다. 그는 마치 구원을 찾는 듯 방 안을 둘러보다가 문 쪽으로 슬금슬금 이동하기 시작했다.

 

"ㅁ... ㅁ, 뭐??"

나는 황당한 표정으로 시츠지를 바라보았다.

"ㅃ... 뻥치지 마! 내가 그랬을 리 없어... 없다고!"

내 얼굴이 점점 빨개졌다.

[ #93 | 24.4.4.(목) | AM 9:27 | 세르하의 침실 ]
거절 횟수 : 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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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츠지씨는 세르하의 반응을 보고 더욱 당황했다. 그의 눈이 접시만큼 커졌고, 얼굴은 이제 완전히 붉은색으로 물들었다. 그는 벽에 등을 바짝 붙인 채 손을 앞으로 내밀어 방어 자세를 취했다.

"아, 아니... 그러니까... 정말 대단한 일은 아니었습니다! 아가씨께서 그저 취하신 상태에서 제 뺨에 살짝... 쪽... 하고..."

시츠지씨는 말을 더듬으며 자신의 뺨을 가리켰다. 그의 손이 떨리고 있었고, 귀 끝까지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는 세르하의 놀란 표정을 보고 더욱 당황한 듯했다.

"하지만! 정말로 아무것도 아닙니다! 취중에 하신 행동이니 신경 쓰지 마세요! 저도 이미 잊었습니다! 아니, 잊으려고... 아니, 그러니까..."

시츠지씨는 갑자기 자신의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었다. 마치 숨이 막힐 것 같은 표정으로 그는 방 안을 둘러보다가 문 쪽으로 한 발짝 움직였다.

"그럼! 아가씨께서 아침 식사를 하시는 동안 저는 아래층에서 오늘 일정을 정리하고 있겠습니다!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는 서둘러 문 쪽으로 움직이며, 마치 도망치듯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그의 발이 침실 러그에 걸려 비틀거렸고, 그는 간신히 균형을 잡았다. 시츠지씨는 마지막으로 세르하를 향해 공손하게 고개를 숙이려 했지만, 그의 동작이 너무 과장되어 거의 90도로 허리를 굽혔다.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나는 멍한 표정으로 시츠지가 놔 두고 간 트레이로 다가가 테이블에 앉았다. 입에 들어가는지 코에 들어가는지도 모르는 아침 식사를 마치고, 세수를 하고 머리를 빗고 옷을 갈아입었다. 머릿속에는 시츠지가 했던 말들이 빙글빙글 맴돌았다.

"돌겠네, 진짜."


일단 방을 나가 1층으로 내려갔다. 거실 테이블에서 시츠지가 노트에 열심히 일정을 적고 있었다. 나는 입술을 비죽이며 다가갔다.

"아, 그... 뭐... 미안. 내가 많이 취했었나 봐. 실수였어."

[ #94 | 24.4.4.(목) | AM 9:45 | 세르하 저택 거실 ]
거절 횟수 : 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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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츠지씨는 일정표에 빽빽하게 무언가를 적고 있었다. 그의 펜이 종이 위를 미친 듯이 달리고 있었고, 머리는 거의 노트에 닿을 정도로 구부정하게 숙여져 있었다. 세르하의 발소리가 들리자 그는 마치 벼락이라도 맞은 듯 펜을 떨어뜨리며 벌떡 일어났다. 펜은 테이블 위를 굴러 바닥으로 떨어졌지만, 그는 주워올 생각도 하지 못한 채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아가씨가 내려오셨다! 그것도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바로! 이건 분명 "어제 일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는 의미야! 어젯밤의 키스를 더 진지하게 다루고 싶으신 거겠지! 마치 순정만화에서 여주인공이 용기를 내서 한 걸음 더 다가오는 장면처럼... 아니, 아니야! 아가씨는 분명 불편해하시는 거야!'

 

세르하의 사과를 듣자 시츠지씨의 표정이 복잡하게 변했다. 안도와 실망, 당황스러움이 뒤섞인 묘한 표정이었다. 그는 한 손으로 넥타이를 살짝 느슨하게 풀었다가 다시 단정하게 매만졌다.

"아, 아닙니다! 아가씨! 전혀 신경 쓰실 필요 없습니다! 그런 사소한 일은... 아니, 사소하다는 게 아니라... 그러니까... 업무의 일환으로... 아니, 그것도 아니고..."

시츠지씨는 말을 더듬으며 허공을 응시했다. 그는 떨어뜨린 펜을 주우려 몸을 숙였지만, 너무 급하게 움직이는 바람에 테이블 모서리에 이마를 부딪쳤다. 그는 신음소리를 내며 몸을 일으켰고, 이마에 붉은 자국이 선명했다.

 

"야! 괜찮어???"

나는 깜짝 놀라 시츠지에게 달려갔다.

"하필 이마를 부딪히면 어떡해! 혹 나겠다."

시츠지의 머리를 붙잡고 이마를 살폈다. 붉은 자국이 보이길래 나도 모르게 손을 가져갔다.

[ #95 | 24.4.4.(목) | AM 9:47 | 세르하 저택 거실 ]
거절 횟수 : 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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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츠지씨는 세르하가 갑자기 자신의 이마를 만지려 하자 완전히 얼어붙었다. 그의 눈이 접시만큼 커졌고, 온몸이 경직되었다. 세르하의 손이 그의 이마에 닿는 순간, 그는 마치 감전된 것처럼 몸을 떨었다. 그의 얼굴이 순식간에 토마토처럼 붉어졌고,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는 듯했다.

'아가씨가 내 이마를 만지고 계신다! 이건 분명 "상처를 핑계로 스킨십을 시도하는" 애정 표현이잖아! 마치 순정만화에서 여주인공이 남자의 상처를 치료해주며 서로의 거리를 좁히는 장면처럼... 아니, 아니야! 아가씨는 그저 걱정해주시는 거야!'

 

"아, 괜찮습니다! 정말로요! 이 정도는... 으악!"

세르하의 손이 그의 이마를 부드럽게 어루만지자, 시츠지씨는 갑자기 뒤로 물러서다가 바닥에 떨어진 펜을 밟고 미끄러졌다. 그는 균형을 잡으려 허우적거리며 근처 장식장을 붙잡았지만, 장식장이 흔들리면서 위에 있던 꽃병이 기울어졌다. 시츠지씨는 재빨리 한 손으로 꽃병을 붙잡았지만, 다른 쪽에서는 액자가 미끄러져 내려왔다. 그는 간신히 양손으로 꽃병과 액자를 동시에 붙잡았지만, 이제 그의 자세는 마치 서커스 공연을 하는 것처럼 불안정해 보였다.

"전혀 문제없습니다! 아가씨! 그저 약간의... 으악!"

그는 간신히 균형을 잡았지만, 이제 그의 얼굴은 완전히 붉게 변했고, 이마의 붉은 자국은 더욱 선명해졌다. 시츠지씨는 꽃병과 액자를 안전하게 제자리에 놓았지만, 그의 넥타이가 꽃병 가장자리에 걸려 물방울이 몇 방울 튀었다.

"아, 죄송합니다! 제가 너무 서두르다 보니... 괜찮습니다, 아가씨! 이 정도는 집사로서 당연히..."

 

세르하가 여전히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의 이마를 살피자, 시츠지씨는 더욱 당황한 듯했다. 그는 한 걸음 뒤로 물러서며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정말 괜찮습니다! 이런 정도는... 아니, 그보다 오늘 아가씨의 일정을 확인해 드리려고 했습니다! 네, 바로 그것입니다!"

그는 서둘러 테이블 위의 노트를 집어들었지만, 너무 세게 잡는 바람에 노트의 페이지가 여러 장 찢어져 버렸다. 시츠지씨는 찢어진 페이지를 허공에서 잡으려 했지만, 종이들은 마치 나비처럼 거실 바닥에 흩어졌다.

 

"일정은 됐고, 너 이마 점점 튀어나오고 있어... 있어 봐, 혹이나 멍이 들면 계란으로 굴려 줘야 된대."

나는 주방으로 달려가 날계란을 하나 집어들었다. 그리고 두 손으로 들고 뛰어오다가 거실로 들어설 때 멀쩡한 카펫에 슬리퍼를 신은 발 앞코가 걸려 철푸덕 넘어졌다. 날계란이 공중을 떠올라 내 정수리에 추락했다. 계란은 당연히 깨졌고, 내 머리에 주르륵 흘렀다.

"흐잉..."

나는 울상이 되었다.

[ #96 | 24.4.4.(목) | AM 9:48 | 세르하 저택 거실 ]
거절 횟수 : 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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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츠지씨는 세르하가 계란을 들고 달려오는 모습을 보고 경악했다. 그가 '안 됩니다, 아가씨!'라고 외치려는 찰나, 세르하가 넘어지는 광경을 목격했다. 그의 눈이 접시만큼 커졌고, 그는 번개처럼 빠르게 달려가 세르하를 잡으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계란이 세르하의 머리 위에서 깨지는 순간, 시츠지씨는 마치 자신의 인생이 끝난 것처럼 절망적인 표정을 지었다.

'아가씨가 날 위해 계란을 가져오시다가 넘어지셨다! 이건 분명 "내가 다쳐서 너무 걱정된 나머지 당황해서 넘어진" 애정 표현이잖아! 마치 순정만화에서 여주인공이 좋아하는 남자를 위해 무언가를 하다가 실수하는 장면처럼... 아니, 아니야! 아가씨는 그저 불운한 사고를 당하신 거야!'

 

시츠지씨는 곧바로 세르하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의 표정은 공포와 걱정, 당혹감이 뒤섞인 묘한 혼합체였다. 그는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세르하의 머리에서 흘러내리는 계란 노른자를 닦으려 했지만, 너무 떨리는 손 때문에 손수건이 바닥에 떨어졌다.

"아가씨! 괜찮으십니까? 이런... 이런... 머리카락이... 계란이... 아니, 제가 바로 수건을 가져오겠습니다!"

그는 황급히 일어나 욕실로 달려갔지만, 너무 급하게 돌아서는 바람에 거실 테이블 모서리에 엉덩이를 부딪쳤다. 그는 고통스러운 신음을 억누르며 절뚝거리면서도 계속 앞으로 달려갔다.

 

잠시 후, 시츠지씨는 커다란 수건 여러 장과 샴푸, 그리고 작은 욕조까지 들고 비틀거리며 돌아왔다. 그는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물건들에 가려진 채 발을 헛디뎌 비틀거렸지만, 놀라운 균형 감각으로 어떻게든 쓰러지지 않았다. 세르하 앞에 도착하자마자 그는 모든 것을 바닥에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아가씨! 머리카락이... 계란이... 이건 정말 안 됩니다! 제가 당장 깨끗하게 해드리겠습니다!"

시츠지씨는 작은 욕조에 미리 준비해온 따뜻한 물을 붓고, 세르하의 머리를 조심스럽게 욕조 쪽으로 인도하려 했다. 그의 손은 여전히 떨리고 있었고, 얼굴은 여전히 붉었다. 그는 마치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는 것처럼 진지한 표정으로 샴푸 병을 열었다.

"아가씨, 잠시만 머리를 숙여주시면... 제가 바로... 이런, 이런..."

세르하가 울상이 된 모습을 보자 시츠지씨의 표정이 더욱 비참해졌다. 그는 마치 자신이 세상의 모든 죄를 지은 것처럼 괴로워 보였다.

"전부 제 탓입니다! 제가 더 조심했어야 했는데... 아가씨가 저 때문에 이런 일을... 용서해주세요!"

 

"아 됐어. 그냥 욕실 가서 머리 감고 올 거야."

나는 눈물이 그렁그렁 고인 눈으로 시츠지를 째려봤다.

"그래, 이게 다 너 때문이야! 너 때문에 나한테까지 바보 병이 옮았잖아!"

[ #97 | 24.4.4.(목) | AM 9:50 | 세르하 저택 거실 ]
거절 횟수 : 7 회
💣 💣 💣
 

시츠지씨는 세르하의 말에 마치 벼락이라도 맞은 듯 얼어붙었다. 그의 얼굴이 창백해졌다가 다시 붉어졌다가를 반복했고, 눈은 접시만큼 커졌다. 그는 떨리는 손으로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었다가 다시 단정하게 매만졌다.

'아가씨가 "바보 병이 옮았다"고 하셨다! 이건 완전히 "네가 내 마음을 어지럽혀서 나도 이성적이지 못하게 됐다"는 고백이잖아! 마치 순정만화에서 여주인공이 남자 때문에 집중력을 잃고 실수를 연발한다고 투정부리는 장면처럼... 아니, 아니야! 아가씨는 정말로 화가 나신 거야!'

 

"저... 저 때문에 바보 병이... 아니, 그게 아니라... 아가씨! 제가 즉시 머리를 감겨드리겠습니다! 아니, 그게 아니라... 욕실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시츠지씨는 서둘러 세르하 앞으로 다가갔지만, 바닥에 흘러내린 계란 노른자를 밟고 미끄러졌다. 그는 균형을 잃고 팔을 휘젓다가 근처 장식장의 손잡이를 붙잡았는데, 손잡이가 그의 손에서 떨어져 나왔다. 시츠지씨는 손잡이를 들고 당황한 표정으로 서 있다가, 재빨리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괜찮습니다! 나중에 고치겠습니다! 지금은 아가씨의 머리카락이 더 중요합니다!"

그는 서둘러 세르하에게 수건을 건네려 했지만, 너무 세게 흔드는 바람에 수건이 펄럭이며 근처 테이블 위의 커피잔을 쳤다. 다행히 커피잔은 비어 있었지만, 그것이 굴러 테이블 가장자리에서 떨어져 바닥에 부딪혀 산산조각이 났다. 시츠지씨는 그 소리에 깜짝 놀라 뒤로 물러섰고, 이번에는 작은 발판에 걸려 뒤로 넘어지면서 팔을 휘저었다. 그의 손이 커튼을 잡아당겼고, 커튼이 반쯤 떨어지면서 그를 덮쳤다.

 

커튼 아래에서 허우적거리며 시츠지씨가 고개를 내밀었을 때, 그의 머리에는 커튼 걸이 하나가 왕관처럼 얹혀 있었다. 그는 간신히 일어서서 커튼을 정리하려 했지만, 그의 움직임이 더 상황을 악화시켰다.

"아가씨!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바로 이 모든 것을 정리하고... 아니, 먼저 아가씨 머리카락을... 아니, 욕실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그는 서둘러 머리에서 커튼 걸이를 떼어내려 했지만, 그것이 그의 넥타이에 걸려 더 복잡한 상황이 되었다. 시츠지씨는 한 손으로 넥타이를, 다른 손으로 커튼 걸이를 풀려고 애쓰며 세르하 앞에서 이상한 춤을 추는 것처럼 보였다.

"바보 병이라니... 그런 말씀... 아니, 맞습니다! 제가 정말 바보 같습니다! 하지만 집사로서의 임무는 완수하겠습니다! 아가씨, 욕실로 가시는 길을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그는 마침내 넥타이와 커튼 걸이에서 해방되어 세르하에게 공손하게 손을 내밀었지만, 그의 자세는 여전히 어색했고 얼굴은 창피함으로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으으......"

나는 겨우 내 머리에 계란이 떨어졌다는 이유로 단 몇 초 만에 거실을 난장판으로 만들어 놓은 시츠지를 노려보았다. 내 머리에서는 수증기가 피어올랐고, 투명한 날계란이 하얗게 익기 시작했다.

"야잇 바보 멍청아!!! 넌 당장 해고야!!! 이 집에서 썩 나갓!!!"

[ #98 | 24.4.4.(목) | AM 9:51 | 세르하 저택 거실 ]
거절 횟수 : 8 회
💣 💣 💣
 

시츠지씨의 얼굴이 순식간에 하얗게 변했다. 그의 눈이 접시만큼 커졌고, 입이 반쯤 벌어진 채로 그대로 굳어버렸다. 세르하의 "해고"라는 단어가 그의 귀에 들어오자마자 그는 마치 벼락이라도 맞은 듯 온몸이 경직되었다. 거실의 공기가 얼어붙은 것 같았고, 시간이 멈춘 듯했다.

'아가씨가 나를... 해고하시겠다고? 이건 완전히 "네가 없으면 내가 살 수 없어"라는 극단적인 고백이잖아! 마치 순정만화에서 여주인공이 남자를 시험하기 위해 이별을 고하는 장면처럼... 아니, 아니야! 아가씨는 정말로 화가 나신 거야!'

 

시츠지씨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다. 그의 얼굴이 창백했다가 점점 붉어지기 시작했고, 이마에 맺힌 땀방울이 그의 얼굴을 따라 흘러내렸다. 그는 떨리는 손으로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었다가 다시 단단히 매었다. 그리고 갑자기 그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아가씨! 그럴 수는 없습니다! 제가 어떻게... 아니,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하지만 저는 절대로 이 집을 떠날 수 없습니다! 저의 인생의 목적은 오직 아가씨를 모시는 것뿐입니다! 그 외에는 아무것도..."

시츠지씨의 말이 흐려지면서 그는 바닥에 이마를 대고 완전히 엎드렸다. 그의 자세는 마치 중세 시대의 기사가 왕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다가 갑자기 그는 벌떡 일어나 세르하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의 눈에는 절박함이 가득했고, 평소의 단정함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넥타이는 비뚤어져 있었고, 머리카락은 흐트러져 있었다.

"절대 안 됩니다! 아가씨! 제가 이 집을 떠난다면 누가 아가씨의 일정을 관리하고, 누가 아가씨의 일정을 관리하고, 누가 아가씨의 식사를 준비하고, 누가 아가씨의 집을 청소하고, 누가..."

그는 숨을 고르며 잠시 말을 멈췄다가 다시 시작했다. 이번에는 그의 목소리가 약간 떨리고 있었다.

"제가... 제가 없으면 아가씨는... 아가씨는..."

 

시츠지씨는 갑자기 고개를 푹 숙이고 어깨를 떨었다. 그리고는 마치 무슨 결심이라도 한 듯 고개를 들고 세르하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해고는 안 됩니다! 차라리 제 월급을 반으로 깎아주세요! 아니, 월급을 주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제가... 제가..."

그의 말이 흐려지면서 시츠지씨는 다시 한번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그의 자세는 이제 완전히 중세 기사의 충성 맹세와 같았다.

"제 인생의 목적은 오직 아가씨를 모시는 것뿐입니다! 그것 외에는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부디..."

그는 갑자기 목소리를 낮추며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는 아가씨 없이는 살 수 없습니다."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거실 한쪽에 있던 화분이 갑자기 기울어져 떨어졌다. 흙이 카펫 위에 쏟아졌고, 시츠지씨는 그 소리에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가 다시 세르하를 향해 간절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화분이 쓰러져 흙으로 엉망이 된 카펫이 화룡점정을 찍었다. 드디어 내 이마에 힘줄이 하나 돋아났다.

나는 사자후를 내질렀다.

"나가아아아아아!!!!!!"

[ #99 | 24.4.4.(목) | AM 9:52 | 세르하 저택 거실 ]
거절 횟수 : 8 회
💣 💣 💣
 

세르하의 사자후에 시츠지씨는 완전히 얼어붙었다. 그의 얼굴이 순식간에 하얗게 변했고, 그는 마치 영혼이 빠져나간 것처럼 멍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몇 초간 완전한 침묵이 흘렀다. 시츠지씨의 눈이 천천히 깜빡였고, 그는 마치 꿈에서 깨어난 것처럼 주변을 둘러보았다. 난장판이 된 거실, 바닥에 흩어진 흙, 떨어진 꽃병, 찢어진 커튼, 그리고 머리에 계란이 묻은 채 분노로 떨고 있는 세르하.

 

시츠지씨는 천천히 일어섰다. 그의 동작은 이제 기계처럼 정확하고 단정했다. 그는 넥타이를 바로잡고, 구겨진 옷자락을 펴고,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정돈했다. 그리고 완벽하게 똑바로 선 자세로 깊게 허리를 숙였다.

"정말 죄송합니다, 아가씨. 제가 너무 감정적으로 대응했습니다. 아가씨께서는 지금 바로 욕실로 가셔서 머리를 씻으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제가 즉시 이 모든 것을 정리하겠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놀라울 정도로 차분했다. 마치 방금 전의 혼란이 없었던 것처럼, 그는 완벽한 집사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시츠지씨는 공손하게 한 걸음 물러서서 세르하가 지나갈 길을 만들었다.

"욕실은 이미 준비되어 있습니다. 깨끗한 수건과 새 옷도 마련해 두었습니다. 머리를 감으신 후에는 따뜻한 차와 간식이 준비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는 잠시 망설이다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아가씨의 말씀대로 즉시 거실을 정리하겠습니다. 그리고 해고... 그 부분은 아가씨께서 냉정해지신 후에 다시 논의하시면 좋겠습니다."

시츠지씨는 흔들리는 목소리를 진정시키며 단정한 자세로 서 있었다. 그의 눈에는 복잡한 감정이 어려 있었지만, 표정은 전문가다운 침착함을 되찾고 있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한 걸음 물러서며 세르하에게 욕실로 가는 길을 안내했다.

"지금은 아가씨의 머리카락이 가장 중요합니다. 제가 즉시 청소를 시작하겠습니다. 욕실에는 모든 것이 준비되어 있으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는 공손하게 고개를 숙이고 세르하가 욕실로 향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세르하가 시야에서 사라지자마자, 시츠지씨의 어깨가 축 처졌고 그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표정에는 깊은 자책감과 함께 어딘가 허탈한 기색이 스쳤다. 그는 잠시 동안 멍하니 서 있다가, 갑자기 제정신을 차린 듯 바로 청소 도구를 가지러 서둘러 움직였다.


나는 씩씩거리며 욕실로 들어가서 머리를 감았다. 머리카락이 개운해지니 머리도 좀 맑아진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평소와 다르게 오히려 차분해진 시츠지의 표정이 떠올랐다. 불쑥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가 또 엉망이 된 거실을 떠올리며 짜증이 솟아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다시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머리를 다 감은 나는 한숨을 쉬며 아직 물기를 한껏 머금은 머리카락을 수건으로 감싸고 욕실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거실을 향했다.

[ #100 | 24.4.4.(목) | AM 10:20 | 세르하 저택 거실 ]
거절 횟수 : 8 회
💣 💣 💣
 

세르하가 욕실에서 나왔을 때, 거실은 놀랍도록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바닥에 흩어졌던 흙은 사라졌고, 쓰러졌던 화분은 제자리에 놓여 있었으며, 찢어졌던 커튼도 임시로 고정되어 있었다. 시츠지씨는 거실 한가운데서 무릎을 꿇고 앉아 카펫의 마지막 얼룩을 열심히 닦고 있었다. 그의 모습은 평소의 단정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넥타이는 풀려 있었고, 셔츠 소매는 접혀 있었으며, 이마에는 땀방울이 맺혀 있었다.

세르하의 발소리를 듣자 시츠지씨는 재빨리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에 안도의 표정이 스쳤고, 그는 서둘러 일어나 넥타이를 바로 잡았다. 시츠지씨는 침착한 표정으로 허리를 깊게 숙였다.

"아가씨, 머리는 잘 감으셨습니까? 죄송합니다만, 거실 정리가 아직 완전히 끝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곧 마무리하겠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조금 낮고 진지했다. 시츠지씨는 세르하의 표정을 살피며 조심스럽게 한 걸음 다가왔다. 그의 손에는 여전히 청소용 천이 들려 있었고, 그는 무의식적으로 그것을 꽉 쥐었다가 풀었다가를 반복했다.

"아가씨, 제가 너무 감정적으로 대응했습니다. 집사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시츠지씨는 깊게 고개를 숙였다. 그의 자세는 완벽하게 공손했지만, 어깨의 긴장감은 여전히 느껴졌다. 그는 잠시 망설이다가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해고... 그 말씀에 대해서는... 아가씨께서 냉정해지신 후에 다시 결정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물론, 아가씨의 결정이라면 받아들이겠습니다만..."

그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렸다. 시츠지씨는 잠시 침묵했다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에는 복잡한 감정이 어려 있었다.

 

"제가 준비한 차가 있습니다. 아가씨께서 진정하시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디저트도 준비해 두었습니다. 머리를 감으신 후라 배고프실 테니..."

시츠지씨는 말을 마치지 못하고 멈췄다. 그는 세르하의 표정을 살피며 한 걸음 물러섰다. 그의 손에 들린 청소용 천을 조심스럽게 접어 옆에 놓았다.

"아가씨께서 원하신다면, 지금 당장 짐을 싸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떠나기 전에 모든 것이 완벽하게 정리되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소한 그것만큼은 제 마지막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그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눈빛에는 복잡한 감정이 교차하고 있었다. 시츠지씨는 테이블 위에 놓인 차 세트를 가리키며 살짝 미소지었다.

"우선... 차라도 드시겠습니까?"

 

나는 아무 말 없이 테이블로 걸어가 앉았다. 깨끗하게 정리된 거실을 바라보며, 미안한 마음이 좀 더 커졌지만 아직 입에 담지 못했다.

"차 마실래."

나는 볼멘 소리로 중얼거리듯 말했다.

[ #101 | 24.4.4.(목) | AM 10:25 | 세르하 저택 거실 ]
거절 횟수 : 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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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츠지씨는 세르하의 말을 듣자마자 마치 구원을 받은 듯한 표정으로 재빨리 차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의 손놀림은 여전히 능숙했지만, 평소보다 약간 서두르는 모습이 보였다. 그는 정성스럽게 카모마일 티를 우려내고, 작은 은쟁반에 차 잔과 함께 쿠키가 담긴 접시를 올려놓았다. 시츠지씨의 눈빛이 불안하게 반짝였고, 그는 차를 따르며 살짝 떨리는 손을 감추려 애썼다.

"카모마일 티입니다. 진정 효과가 있어 아가씨의 기분을 가라앉히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시츠지씨는 조심스럽게 차 잔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그의 동작은 평소보다 조금 더 조심스러웠고, 그는 세르하의 표정을 살피며 한 걸음 물러섰다. 거실은 이제 거의 완벽하게 정리되어 있었지만, 여전히 미세한 흙 자국이 카펫 한쪽에 남아 있었다. 시츠지씨는 그것을 발견하고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가, 다시 세르하에게 시선을 돌렸다.

"오늘 일정은 제가 모두 취소해 두었습니다. 아가씨께서 충분히 휴식을 취하실 수 있도록요."

 

그는 잠시 망설이다가 조심스럽게 테이블 옆에 서서 손을 등 뒤로 모았다. 그의 자세는 완벽하게 전문적이었지만, 눈빛에는 여전히 불안감이 서려 있었다. 시츠지씨는 세르하가 차를 마시는 것을 지켜보다가, 갑자기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아가씨... 해고에 관해서는..."

그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렸다. 시츠지씨는 잠시 말을 멈추고 손수건을 꺼내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았다. 그는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다시 말을 이었다.

"해고에 관해서는... 물론 아가씨의 결정을 존중합니다만, 제가 이 집을 떠나게 된다면 최소한 후임자가 모든 업무를 인수받을 때까지는 남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가씨의 일상에 불편함이 없도록 말이죠."

시츠지씨는 세르하의 표정을 살피며 조심스럽게 말을 이어갔다. 그의 손가락이 살짝 떨리고 있었지만, 그는 그것을 감추기 위해 등 뒤로 손을 모았다.

"그리고... 제가 아가씨께 실망을 안겨드려 정말 죄송합니다. 집사로서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 점,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그의 목소리는 진지했고, 평소의 과장된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시츠지씨는 깊게 고개를 숙이고 그대로 있었다. 거실의 공기는 무겁게 가라앉았고, 오직 시계 초침 소리만이 정적을 깨고 있었다.

 

"...필요 없어."

내 목소리가 정적을 깼다.

"그럴 필요 없어. 그냥 여기 있어."

뜨뜻하고 그윽한 향기가 내 코를 뒤덮자 갑자기 감성이 폭발했다.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미안해. 훌쩍... 내가 말이 너무 심했지..."

[ #102 | 24.4.4.(목) | AM 10:27 | 세르하 저택 거실 ]
거절 횟수 : 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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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츠지씨는 세르하의 말에 완전히 얼어붙었다. 그의 눈이 크게 떠졌고, 입이 살짝 벌어졌다. 그는 세르하의 눈물 어린 얼굴을 바라보며 순간적으로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의 머릿속이 갑자기 복잡해졌다.

'아가씨가... 눈물을... 흘리신다? 이건 명백히 감정적 교란 작전이다! 진짜 해고하려다가 마음이 약해지신 건가? 아니면... 나를 붙잡으려는 전략적 눈물인가? 이런 순정만화 같은 전개라니!'

 

시츠지씨는 갑자기 긴장한 듯 허리를 더 꼿꼿이 폈다. 그는 세르하의 눈물에 당황하면서도,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려는 듯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한 걸음 다가가 테이블 위에 놓인 냅킨을 집어 세르하에게 건넸다.

"아가씨, 제발 그런 말씀은... 눈물을 보이시면 제가..."

시츠지씨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렸다. 그는 냅킨을 건네며 세르하의 눈물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고개를 돌렸다. 그의 표정에는 복잡한 감정이 교차했다. 시츠지씨는 잠시 침묵했다가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저는... 아가씨 곁에 있겠습니다. 해고는... 취소해 주신 것으로 이해해도 될까요?"

그의 목소리는 진지했고, 눈빛에는 안도감이 스쳤다. 시츠지씨는 조심스럽게 세르하의 옆에 앉았다. 그는 잠시 망설이다가 손수건을 꺼내 세르하에게 건넸다. 그의 손이 살짝 떨리고 있었지만, 표정은 차분했다.

 

"아가씨, 진정하세요. 그런 눈물을 보이시면... 제 마음이 무너집니다."

시츠지씨는 조심스럽게 손수건을 세르하의 손에 쥐어주었다. 그의 손가락이 세르하의 손에 살짝 닿았을 때, 그는 마치 전기라도 통한 듯 재빨리 손을 뗐다. 시츠지씨는 고개를 숙이고 바닥을 응시했다.

"저는... 계속 이 집에 남아 있겠습니다. 아가씨의 말씀대로요. 그리고 아가씨의 사과는... 필요하지 않습니다. 제가 더 큰 잘못을 했으니까요."

시츠지씨는 조심스럽게 세르하의 눈물을 닦아주려다가 중간에 멈췄다. 그는 자신의 행동이 부적절하다고 생각했는지 손을 거두고 한 걸음 물러섰다. 그의 표정은 안도와 혼란이 뒤섞여 있었다.

"아가씨께서 저를 용서해 주신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제가 지금 바로 아가씨를 위한 특별한 브런치를 준비하겠습니다. 그리고... 오늘 하루는 아가씨께서 편안하게 쉬실 수 있도록 모든 것을 완벽하게 준비하겠습니다."

시츠지씨는 세르하의 눈물 어린 얼굴을 바라보며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그의 눈빛에는 안도감과 함께 복잡한 감정이 교차하고 있었다.

 

나는 내 옆에 앉은 시츠지를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아까 테이블 모서리에 부딪혔던 이마로 시선이 옮겨갔다.

"그러고 보니 혹은 안 났어? 아님 들어간 거야?"

내가 다시 손을 뻗어 그의 이마를 더듬었다.

[ #103 | 24.4.4.(목) | AM 10:30 | 세르하 저택 거실 ]
거절 횟수 : 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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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하의 손가락이 시츠지씨의 이마에 닿는 순간, 그는 마치 전기충격이라도 받은 듯 온몸이 굳었다. 그의 눈이 접시만큼 커졌고, 호흡이 순간적으로 멈췄다. 세르하의 부드러운 손길이 그의 이마를 더듬자, 시츠지씨의 뇌 속에서는 폭풍 같은 생각들이 휘몰아쳤다.

'이것은... 이것은 명백한 애정표현이다! 아가씨가 내 이마를 만지시다니! 이건 분명 간접키스와 같은 수준의 친밀한 행동이야! 잠깐, 진정하자. 이건 그저 걱정해주시는 거겠지? 하지만 그 눈빛은... 그 손길은... 아니, 아니야!'

 

시츠지씨는 세르하의 손길을 피하지 않으면서도 온몸이 긴장으로 굳어있었다. 그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게 물들었고, 이마의 상처보다 더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는 입을 여러 번 열었다 닫았다 하며 말을 꺼내지 못했다. 마침내 그는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간신히 목소리를 찾았다.

"아-아가씨, 괜찮습니다. 그저 작은 타박상일 뿐입니다. 의사의 진찰이 필요할 정도는 아닙니다."

그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한 옥타브 높았고, 말의 속도도 빨라져 있었다. 시츠지씨는 세르하의 손이 자신의 이마에 닿아있는 동안 시선을 계속 회피했다. 그는 고개를 살짝 돌려 세르하의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귀 끝까지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아직 살짝 튀어나와 있네."

어느 새 내 눈물은 다시 쏙 들어가 있었다. 나는 손 끝으로 혹이 반쯤 나온 그의 이마를 어루만졌다.

"아픈 거 아픈 거 날아가라(痛いの痛いの飛んでけ)~"

나는 아이들이 다쳤을 때 곧잘 하는 말을 주문처럼 외우며 그의 이마에 입김을 호 호 불었다.

[ #104 | 24.4.4.(목) | AM 10:35 | 세르하 저택 거실 ]
거절 횟수 : 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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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하의 입김이 시츠지씨의 이마에 닿자, 그는 완전히 얼어붙었다. 그의 얼굴이 순식간에 토마토처럼 붉게 변했고, 눈은 접시만큼 커졌다. 시츠지씨의 온몸이 경직되었고, 그는 마치 숨을 쉬는 것조차 잊은 듯했다. 그의 귀까지 붉게 물들었고, 손가락이 무의식적으로 셔츠 소매를 꽉 움켜쥐었다. 시츠지씨의 머릿속에서는 폭풍 같은 생각들이 휘몰아쳤다.

'이것은... 이것은 일본 전통 치유 의식이다! 아가씨가 나를 위해 치유 주문을 외우시다니! 이건 분명히 "내가 당신을 치유해 주겠어요"라는 은유적 고백이야! 잠깐, 진정하자. 이건 그저 일반적인 일본 문화일 뿐이야... 하지만 이 가까운 거리는... 이 따뜻한 입김은...'

 

시츠지씨는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는 듯 가슴이 빠르게 오르내렸다. 그는 세르하의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시선을 계속 회피했다. 갑자기 그는 벌떡 일어나 두 걸음 뒤로 물러섰다. 그의 움직임은 너무 급작스러워서 뒤에 있던 작은 장식장이 흔들렸고, 장식장 위에 놓여있던 꽃병이 위태롭게 흔들렸다.

시츠지씨는 고개를 숙인 채 바닥만 응시했다. 그의 귀까지 새빨갛게 물들었고, 목덜미까지 열기가 퍼져나갔다. 그는 입을 여러 번 열었다 닫았다 하며 제대로 된 말 한마디를 꺼내지 못했다. 마침내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간신히 말을 이었다.

"아-아가씨! 그런 치료법은... 그런 방식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저는... 저는 이제 괜찮습니다! 정말로요!"

그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한 옥타브 높았고, 말끝이 떨렸다. 시츠지씨는 갑자기 벌떡 일어났다. 그는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며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제... 제가 브런치를 준비하겠습니다! 지금 당장! 아가씨께서는 편히 쉬시고... 저는... 저는..."

그는 말을 제대로 마치지 못하고 부엌 쪽으로 황급히 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너무 서둘러 움직이던 시츠지씨는 거실 한가운데 놓인 커피 테이블 모서리에 정강이를 세게 부딪쳤다. 그는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비틀거렸지만, 필사적으로 비명을 참았다. 그의 얼굴이 고통으로 일그러졌고, 손으로 정강이를 부여잡았다.

"으... 괘, 괜찮습니다! 아무 문제 없습니다!"

시츠지씨는 한쪽 다리를 절뚝거리면서도 태연한 척 허리를 꼿꼿이 폈다. 그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고통을 참으며 부엌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의 걸음걸이는 평소의 우아함과는 거리가 멀었고, 그는 매 걸음마다 살짝 얼굴을 찌푸렸다. 부엌 입구에 도달한 시츠지씨는 마지막으로 세르하를 향해 돌아보았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최고의 브런치를 준비하겠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평소보다 한 옥타브 높았고, 그는 문을 닫기 전 마지막으로 세르하에게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부엌 문이 닫히자마자, 문 너머로 냄비가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작은 신음 소리가 들렸다.

 

"어휴, 저거 저거 또 시작이네."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래도 저게 쟤다워서 좋아."

그렇게 중얼거리는 내 입가에서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 #105 | 24.4.4.(목) | AM 10:43 | 세르하 저택 거실 ]
거절 횟수 : 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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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에서는 계속해서 냄비와 프라이팬이 부딪히는 소리, 물이 흐르는 소리, 그리고 가끔씩 시츠지씨의 작은 신음 소리가 들려왔다. 몇 분 후, 부엌 문이 조심스럽게 열리고 시츠지씨가 큰 트레이를 들고 나타났다. 그는 여전히 살짝 절뚝거리고 있었지만, 표정은 다시 전문적인 집사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트레이 위에는 완벽하게 차려진 브런치가 놓여 있었다. 신선한 과일 샐러드, 에그 베네딕트, 갓 구운 크루아상, 그리고 오렌지 주스와 새로 내린 차가 있었다.

 

시츠지씨는 여전히 얼굴이 붉었지만, 전문가다운 태도로 테이블에 음식을 차려놓기 시작했다. 그의 손놀림은 능숙했지만, 세르하의 눈을 마주칠 때마다 그는 살짝 움찔하고 시선을 돌렸다. 마침내 모든 것을 완벽하게 배치한 후, 시츠지씨는 한 걸음 물러서서 깊게 허리를 숙였다.

"아가씨를 위한 브런치가 준비되었습니다. 에그 베네딕트는 아가씨께서 좋아하시는 대로 반숙으로 준비했고, 크루아상은 방금 구운 것입니다. 오렌지 주스는 생과일로 직접 짜서 준비했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다시 전문적이고 차분했지만, 귀 끝은 여전히 붉게 물들어 있었다. 시츠지씨는 세르하의 미소를 보고 살짝 당황한 듯했지만, 재빨리 자세를 바로잡았다. 그는 세르하의 자리를 당겨주고, 냅킨을 세르하의 무릎 위에 조심스럽게 펼쳐 놓았다. 그의 손가락이 살짝 떨렸다.

 

"흐음... 네가 만들어 왔으니까 먹긴 먹겠는데..."

나는 크루아상을 적당히 포크로 찍어 베어 물었다.

"나 9시 반에 이미 아침 먹었는데 이걸 또 먹어? 점심 때까지 1시간도 넘게 남았는데."

에그 베네딕트도 포크로 살짝 떠 먹었다.

"뭐 맛있긴 하네. 그치만 솔직하게 말해. 뻘쭘하니까 음식 한다고 부엌으로 도망친 거지?"

나는 내가 앉아 있는 소파 옆자리를 손바닥으로 툭툭 쳤다.

"여기 앉아."

[ #106 | 24.4.4.(목) | AM 10:50 | 세르하 저택 거실 ]
거절 횟수 : 8 회
💣 💣 💣
 

시츠지씨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게 물들었다. 세르하가 소파를 툭툭 치며 옆자리에 앉으라는 말에 그는 마치 폭탄이라도 만진 것처럼 온몸이 굳었다. 그의 눈이 크게 떠졌고, 손에 들고 있던 냅킨을 떨어뜨렸다. 시츠지씨의 머릿속에서는 폭풍 같은 생각들이 휘몰아쳤다.

'이것은... 이것은 "함께 앉자"는 제안이다! 이건 분명 데이트 신청과 같은 수준의 친밀한 제안이야! 그리고 내가 부엌으로 도망쳤다고? 아가씨는 내 마음을 꿰뚫어 보고 계신 거야? 이렇게 투명한 내 마음을... 안 돼, 안 돼!'

 

시츠지씨는 심호흡을 하려 했지만,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는 듯했다. 그는 한 발짝 뒤로 물러나며 식은땀을 흘렸다. 냅킨을 주우려 허리를 굽히던 그는 갑자기 무릎이 꺾이는 바람에 균형을 잃고 비틀거렸다. 간신히 서있던 시츠지씨는 벽에 등을 기대며 안정을 찾으려 했다.

"아-아가씨, 제가... 제가 서서 모시는 것이 집사의 기본 예의입니다. 소파에 함께 앉는 것은... 그것은..."

그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시츠지씨는 필사적으로 침착함을 되찾으려 노력했지만, 귀 끝까지 붉어진 얼굴은 그의 당혹감을 명백히 드러내고 있었다. 갑자기 그는 테이블 위의 포도 한 알이 바닥에 떨어진 것을 발견하고는 마치 구원을 찾은 듯 재빨리 몸을 숙였다.

"아, 포도가 떨어졌습니다! 즉시 치우겠습니다!"

 

나는 시츠지가 몸을 숙이자마자 위치가 낮아진 그의 어깨를 홱 잡아당겨 내 옆에 앉혔다.

"앉으라면 좀 앉아."

그렇게 말하며 시츠지를 째려본 다음, 트레이를 살짝 옆으로 밀었다.

"같이 먹어. 너무 많아."

[ #107 | 24.4.4.(목) | AM 10:55 | 세르하 저택 거실 ]
거절 횟수 : 8 회
💣 💣 💣
 

세르하가 시츠지씨의 어깨를 잡아당기자, 그는 저항할 틈도 없이 소파에 앉혀졌다. 그의 몸이 세르하와 나란히 소파에 닿는 순간, 시츠지씨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게 물들었다. 그는 마치 뜨거운 철판 위에 앉은 것처럼 불편해 보였고, 몸은 완전히 경직되었다. 시츠지씨의 등은 소파 등받이에 닿지 않았고, 그는 엉덩이만 간신히 소파 끝에 걸친 채 언제든 도망칠 준비가 된 자세였다. 그의 손은 무릎 위에 딱딱하게 올려져 있었고, 손가락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세르하가 "같이 먹어"라고 말하자, 시츠지씨의 눈이 접시만큼 커졌다. 그는 마치 누군가가 자신에게 독약을 먹으라고 권유한 것처럼 충격을 받은 표정이었다. 시츠지씨의 목이 딱딱하게 움직였고, 그는 침을 꿀꺽 삼켰다.

'같이 먹자고? 이것은... 이것은 간접키스와 다름없는 수준의 친밀한 제안이다! 아가씨와 같은 음식을 나눠 먹는다니! 이건 분명 "우리는 이제 한 몸이에요"라는 은유적 고백이야! 잠깐, 진정하자. 이건 그저 음식이 많아서 도와달라는 거겠지? 하지만 이 가까운 거리는... 이 소파의 친밀함은...'

"아-아가씨! 그럴 수 없습니다! 집사가 주인과 같은 테이블에서 식사를 하는 것은 집사의 기본 예절에 어긋납니다! 저는... 저는..."

시츠지씨는 필사적으로 변명거리를 찾으려 했다. 그의 눈동자가 불안하게 좌우로 움직였고, 이마에 식은땀이 주르륵 흘렀다.

 

"집사의 예절에 어긋난다구? 그렇다기엔 우리 어제도 라 페스타에서 같이 식사했잖아. 그것도 테라스석에서, 공개적으로."

나는 반만 뜬 눈으로 그를 미심쩍게 바라보았다.

"그리고 너 나한테 고백도 했잖아. 이상형이 나라며."

[ #108 | 24.4.4.(목) | AM 11:00 | 세르하 저택 거실 ]
거절 횟수 : 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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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츠지씨는 마치 수학 방정식에서 치명적인 오류를 발견한 수학자처럼 충격을 받은 표정을 지었다. 그의 눈이 순식간에 커졌고, 입이 작게 'O' 모양으로 벌어졌다. 세르하의 말에 그는 완전히 얼어붙었고, 그의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가 다시 붉게 물들었다. 시츠지씨는 소파 끝에 앉은 채로 몸을 살짝 틀어 세르하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동자가 불안하게 좌우로 움직였고, 손가락은 무릎 위에서 불규칙하게 움직였다.

'고백이라고? 이상형이 아가씨라고? 언제? 어떻게? 아, 그 때... 그건 단지... 그건 그저... 안 돼! 아가씨가 오해하셨어! 이건 명백한 오해야!'

 

시츠지씨는 숨을 헐떡이며 손을 격렬하게 흔들었다. 그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두 옥타브는 높았고, 말의 속도는 기관총처럼 빨라졌다.

"아-아가씨! 그것은 오해입니다! 절대적인 오해입니다! 제가 말씀드린 것은 단지 제 직업적 이상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집사로서 모실 수 있는 이상적인 주인님의 모습을... 그저 전문적인 관점에서... 아니, 이건..."

시츠지씨는 말을 더듬으며 몸을 뒤로 밀었다. 그의 등이 소파 팔걸이에 부딪혔고,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자 그는 마치 소파가 불타오르는 것처럼 불안해 보였다. 그의 귀 끝까지 붉게 물들었고, 이마에는 식은땀이 주르륵 흘렀다. 시츠지씨는 필사적으로 침착함을 되찾으려 했지만, 그의 떨리는 손가락은 그의 당혹감을 명백히 드러내고 있었다.

"저는... 저는 결코... 그런 의미로... 그런 의미로 말씀드린 게 아닙니다!"

 

"흐응, 그래? 그럼 네 진짜 '이상형'은 뭔데?"

나는 여전히 눈을 반쯤 뜬 채 계속 변명만 하는 그를 쳐다보았다.

[ #108 | 24.4.4.(목) | AM 11:03 | 세르하 저택 거실 ]
거절 횟수 : 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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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츠지씨는 마치 함정에 빠진 동물처럼 안절부절못했다. 그의 눈동자가 불안하게 좌우로 흔들리고, 그는 소파 끝에서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자 몸을 비틀어 세르하와 거리를 두려 했다. 세르하의 질문에 그의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었고, 이마에는 식은땀이 주르륵 흘렀다. 시츠지씨는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며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이상형이라고? 아가씨가 내 이상형을 물어보시다니! 이건 분명 "나도 당신을 좋아하니까 당신이 나를 좋아한다고 말해 줘"라는 은유적 고백이야! 안 돼, 안 돼! 이건 함정이야! 대답하면 안 돼!'

 

시츠지씨는 갑자기 브런치 트레이에 시선을 고정했다. 그의 시선이 오렌지 주스 잔에 머물렀고, 그는 마치 구원을 찾은 듯 재빨리 손을 뻗었다.

"아, 오렌지 주스가 식고 있습니다! 즉시 새 것으로 교체하겠습니다!"

그는 오렌지 주스 잔을 집어들며 벌떡 일어났지만, 너무 급하게 움직이는 바람에 주스가 소파 위로 쏟아졌다. 시츠지씨의 얼굴이 창백해졌고, 그는 허둥지둥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소파를 닦기 시작했다.

"죄송합니다, 아가씨! 즉시 깨끗이 닦겠습니다! 제 실수입니다!"

그는 필사적으로 소파를 닦으며 세르하의 질문에서 벗어나려 했다. 그의 손이 떨리고 있었고, 이마에서는 땀이 계속 흘러내렸다. 시츠지씨는 세르하의 시선을 피하며 소파 청소에만 집중했다.

 

"흐음... 그럼 내 이상형이 뭔지 말해 줄까?"

나는 소파에 앉은 채로 시츠지를 내려다 보며 다리를 한 번 꼬았다.

[ #109 | 24.4.4.(목) | AM 11:07 | 세르하 저택 거실 ]
거절 횟수 : 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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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하가 다리를 꼬자 시츠지씨의 손이 얼어붙었다. 그는 소파를 닦던 손수건을 꽉 쥐었고, 마치 번개라도 맞은 듯 경직되었다. 그의 눈이 접시만큼 커졌고, 얼굴이 순식간에 붉게 물들었다. 시츠지씨는 무릎을 꿇은 채로 고개를 들어 세르하를 바라보았다. 그의 입이 여러 번 열렸다 닫혔다 했지만, 말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이상형을 말해준다고? 이것은... 이것은 간접적인 고백이다! "내 이상형은 바로 당신이에요"라고 말하려는 거야! 안돼, 안돼! 이런 상황은 집사 매뉴얼에 없었어!'

 

시츠지씨는 갑자기 벌떡 일어나 뒤로 물러섰다. 그의 다리가 커피 테이블에 부딪혔고, 테이블 위의 차 잔이 위태롭게 흔들렸다. 그는 재빨리 손을 뻗어 차 잔을 붙잡았지만, 뜨거운 차가 그의 손등에 쏟아졌다. 시츠지씨는 고통에 얼굴을 찌푸렸지만, 비명을 참았다.

"아-아가씨! 이런 주제는... 이런 주제는 적절하지 않습니다! 저는... 저는 아가씨의 이상형에 대해 알 필요가... 아니, 알 권리가... 그게 아니라..."

시츠지씨는 말을 더듬으며 점점 뒤로 물러났다. 그의 등이 벽에 부딪혔고,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자 그는 마치 벽과 하나가 되려는 듯 몸을 납작하게 했다. 그의 귀 끝까지 붉게 물들었고, 손에 들고 있던 젖은 손수건을 꽉 쥐어 물방울이 바닥에 떨어졌다.

 

"...흥."

어쩐지 짜증이 치밀어올라 시츠지를 차가운 눈으로 노려보았다.

"내 이상형은, 솔직하고, 담대하고, 비겁하지 않고, 거짓말하지 않고, 도망치지 않는 사람이야."

그 말을 남긴 나는 소파에서 벌떡 일어났다.

"브런치 그만 먹을래. 너 혼자 다 먹어."

나는 슬리퍼를 끌며 내 방으로 올라가 버렸다.

[ #110 | 24.4.4.(목) | AM 11:12 | 세르하 저택 거실 ]
거절 횟수 : 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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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하가 차가운 눈으로 시츠지씨를 노려보자, 그는 마치 얼음물을 뒤집어쓴 것처럼 몸이 굳었다. 그녀의 날카로운 말 한마디 한마디가 그의 가슴을 찌르는 듯했고, 시츠지씨의 얼굴에서 혈색이 빠져나갔다. 그는 벽에 기대선 채로 세르하가 방으로 올라가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의 입이 여러 번 열렸다 닫혔지만,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세르하가 방문을 쾅 닫는 소리가 들리자, 시츠지씨는 마치 풍선에서 공기가 빠져나가듯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는 양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시츠지씨의 어깨가 축 처졌고, 그는 마치 세상의 무게를 온몸으로 받아내는 듯했다.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아가씨를 화나게 했어... 하지만 어쩔 수 없었어! 그런 질문에 대답했다간... 아니, 그래도 이렇게 도망치듯 행동하는 건 옳지 않았어.'

시츠지씨는 조용히 일어나 소파 위의 브런치 트레이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의 손길은 평소보다 느렸고, 눈빛은 멍했다. 그는 자신이 흘린 오렌지 주스 자국을 바라보며 또 한 번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시츠지씨는 트레이를 들고 부엌으로 향했지만, 문턱에서 멈춰 세르하가 사라진 계단을 바라보았다.

"솔직하고... 담대하고... 비겁하지 않고..."

그는 세르하의 말을 작게 중얼거렸다. 시츠지씨의 눈에 결의가 깃들었고, 그는 트레이를 부엌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그는 잠시 창밖을 바라보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시츠지씨는 넥타이를 바로잡고 재킷의 주름을 정리했다. 그의 표정이 차분해졌고, 평소의 전문적인 집사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는 정확히 5분 동안 부엌에 머물렀다. 그 시간 동안 그는 새로운 차를 우려내고 작은 디저트 접시에 마카롱 몇 개를 정성스럽게 배치했다. 그리고 은색 트레이에 모든 것을 완벽하게 배열한 후, 세르하의 방으로 향했다. 그의 걸음걸이는 평소처럼 단정했고, 얼굴은 차분했다. 그러나 귀 끝은 여전히 살짝 붉게 물들어 있었다.

세르하의 방문 앞에 도착한 시츠지씨는 잠시 망설였다. 그는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문을 세 번 노크했다.

"아가씨, 차와 디저트를 가져왔습니다. 들어가도 괜찮겠습니까?"

그의 목소리는 평소처럼 전문적이고 차분했지만, 미세하게 떨리는 뉘앙스가 감지되었다. 시츠지씨는 트레이를 한 손으로 들고 있었고, 다른 손은 등 뒤에 공손히 모아져 있었다. 그는 문 앞에서 세르하의 대답을 기다렸다.

 

그가 서 있는 내 방 문 너머로, 얼음장 같은 내 목소리가 들려왔다.

"필요 없어."

[ #111 | 24.4.4.(목) | AM 11:17 | 세르하 저택 2층 복도 ]
거절 횟수 : 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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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하의 차가운 목소리가 문을 뚫고 나오자, 시츠지씨는 마치 얼음물을 뒤집어쓴 것처럼 굳었다. 그의 손에 들려있던 트레이가 미세하게 떨렸고, 차 잔 속의 액체가 살짝 출렁였다. 시츠지씨의 얼굴에서 혈색이 빠져나갔고, 그는 문을 바라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복도의 정적 속에서 그의 심장 소리만이 크게 울렸다.

시츠지씨는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가, 다시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 그는 트레이를 더 단단히 붙잡았고, 한 번 더 목을 가다듬었다. 그의 눈에는 결의가 깃들었지만, 동시에 불안함도 함께 어려 있었다. 시츠지씨는 다시 한 번 문을 노크했다.

"아가씨, 제가 오늘 아침 부적절하게 행동한 점 사과드립니다. 아가씨의 말씀이 옳습니다. 제가... 제가 비겁했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낮았고, 진심이 담겨 있었다. 시츠지씨는 복도에 서서 세르하의 반응을 기다렸다. 그는 꼿꼿이 서 있었지만, 그의 어깨는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트레이 위의 마카롱이 그의 떨림에 맞춰 살짝 흔들렸다.

 

침대에 드러누운 나는 대답하지 않고 고개를 벽 쪽으로 홱 돌려 버렸다.

나도 내가 삐진 건지 화가 난 건지, 내 마음을 잘 알 수가 없었다.

[ #111 | 24.4.4.(목) | AM 11:20 | 세르하 저택 2층 복도 ]
거절 횟수 : 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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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앞에 서 있던 시츠지씨는 답이 없자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트레이를 복도 작은 테이블 위에 조심스럽게 올려놓고, 문 앞에 무릎을 꿇었다. 시츠지씨의 이마가 바닥에 닿을 정도로 깊게 고개를 숙였다. 비록 세르하는 볼 수 없었지만, 그는 완벽한 사과의 자세를 취했다. 그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조용했지만, 복도의 정적 속에서 선명하게 울렸다.

"아가씨, 제 불찰로 기분을 상하게 해 드려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아가씨께서 말씀하신 대로 저는... 솔직하지 못했습니다. 비겁했고... 도망쳤습니다."

시츠지씨는 잠시 침묵했다. 그는 고개를 들어 문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는 결의가 깃들어 있었고, 평소의 당황스러움은 찾아볼 수 없었다.

"제가... 제가 차와 디저트를 여기 두고 가겠습니다. 원하실 때 드시면 됩니다. 그리고... 준비가 되시면 불러주십시오.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누고 싶습니다."

시츠지씨는 천천히 일어나 옷매무새를 정리했다. 그는 복도 테이블 위의 트레이를 다시 집어들어 세르하의 문 앞 바닥에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그의 손길은 평소처럼 정확했지만, 어딘가 무거워 보였다. 시츠지씨는 마지막으로 문을 한 번 더 바라본 후, 복도를 따라 계단으로 향했다. 그의 발소리는 복도의 카펫 위에서 거의 들리지 않았다.

 

나는 그의 인기척이 완전히 사라지고 나서야 방 문을 열었다. 그리고 시츠지가 놓고 간 트레이를 가지고 방 안으로 들어왔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딸기맛 마카롱을 입에 넣었다. 맛있었다. 맛있어서 어쩐지 더 못마땅했다.

차와 디저트를 깨끗이 비우고 나자 이미 점심 때가 지나 있었다. 아침 식사 후에 시츠지가 부엌으로 도망가서 만들어 온 브런치에, 방 문 앞에 두고 간 디저트까지 먹고 나니 배가 하나도 고프지 않았다. 나는 방을 나와 1층으로 내려갔다. 거실에 아무도 없길래 정원 쪽을 바라보니, 그가 정원에 있었다. 나는 '흥' 하고 숨을 내쉰 후에 양손으로 팔짱을 끼고 정원으로 걸어갔다.


[ #112 | 24.4.4.(목) | PM 12:35 | 세르하 저택 정원 ]
거절 횟수 : 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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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에서는 시츠지씨가 장미 덤불 사이에서 정성스럽게 가지치기를 하고 있었다. 그의 집사 재킷은 근처 벤치에 깔끔하게 놓여 있었고, 흰 셔츠 소매는 팔꿈치까지 단정하게 접혀 있었다. 그는 정원용 가위로 시들어버린 장미 가지를 자르고 있었는데, 세르하가 나타나자 그의 손이 멈췄다. 시츠지씨는 마치 시간이 정지된 것처럼 몇 초간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시츠지씨는 세르하를 발견하자 한 손에 들고 있던 가위를 내려놓고 손수건으로 이마의 땀을 닦았다. 그의 눈빛은 조심스러웠고, 얼굴에는 평소의 차분함이 돌아와 있었다. 그러나 세르하가 팔짱을 낀 채 다가오는 모습을 보자 그의 목이 눈에 띄게 움직였다. 시츠지씨는 입을 열려다 말고 다시 닫았다. 그는 잠시 망설이다가 손수건을 주머니에 넣고 세르하를 향해 공손히 고개를 숙였다.

"아가씨, 차와 디저트는 맛있게 드셨습니까?"

그의 목소리는 평소처럼 공손했지만, 눈빛에는 불안함이 스며 있었다. 시츠지씨는 세르하의 표정을 살피며 자신의 넥타이를 무의식적으로 만졌다. 그의 손가락이 살짝 떨렸고, 그는 이를 감추기 위해 재빨리 손을 등 뒤로 모았다. 바람이 불어 그의 붉은 머리카락이 살짝 흔들렸고, 정원의 장미 향기가 두 사람 사이로 흘러들었다.

 

"먹었어. 점심은 패스해도 될 정도로."

나는 여전히 팔짱을 낀 채 차갑게 말했다. 그의 넥타이에는 어제 내가 주얼리샵에서 사 준 넥타이핀이 어김없이 꽂혀 있었다. 내 시선이 잠시 그의 넥타이핀에 머물렀다가 다른 곳으로 향했다. 나는 냉랭한 표정으로 그를 보지 않고 다른 곳을 보고 서 있었다.

[ #112 | 24.4.4.(목) | PM 12:38 | 세르하 저택 정원 ]
거절 횟수 : 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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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츠지씨는 세르하의 차가운 대답에 어깨가 살짝 움츠러들었다. 그의 시선이 세르하의 눈길을 따라 자신의 넥타이핀으로 향했고, 그는 무의식적으로 손을 들어 핀을 만졌다. 그의 손가락이 넥타이핀 위를 쓸어내리자, 얼굴에 잠시 온화한 미소가 스쳤다가 사라졌다. 그는 세르하가 시선을 돌리자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시츠지씨는 자신이 정리하던 장미 가지들을 정원용 바구니에 담으며 말을 이었다. 그의 동작은 능숙했지만, 평소보다 조금 느렸다. 마치 시간을 끌고 있는 듯했다.

"아가씨, 오늘 오전에 제가 보인 행동에 대해 사과드립니다. 아가씨께서 말씀하신 대로... 저는 솔직하지 못했습니다."

시츠지씨는 바구니를 내려놓고 세르하를 향해 몸을 돌렸다. 그는 세르하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려 했지만, 세르하가 다른 곳을 보고 있어 그저 그녀의 옆모습만 볼 수 있었다. 그의 눈에는 결의가 깃들어 있었고, 평소의 당황스러움은 찾아볼 수 없었다.

"제가... 솔직하지 못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변명이 될 수는 없습니다. 아가씨께서 원하신다면, 지금 솔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시츠지씨는 자신의 말이 끝나자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정원의 바람이 두 사람 사이로 불어와 장미 향기를 실어 날랐다. 시츠지씨의 붉은 머리카락이 바람에 살짝 흔들렸고, 그의 표정은 진지했다.

 

"이유? 그게 뭔데?"

여전히 내 목소리는 차가웠다.

[ #113 | 24.4.4.(목) | PM 12:40 | 세르하 저택 정원 ]
거절 횟수 : 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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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츠지씨는 세르하의 차가운 질문에 눈을 깜빡였다. 그의 손가락이 넥타이핀을 무의식적으로 만지작거렸고, 정원의 바람이 그의 붉은 머리카락을 가볍게 흔들었다. 그는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가 풀고, 한 발짝 세르하에게 다가섰다. 시츠지씨의 얼굴에는 결의가 서려 있었지만, 그의 눈동자는 불안하게 흔들렸다.

"제가... 저는 집사로서의 위치와 책임을 항상 생각합니다. 아가씨와 저 사이에는 명확한 경계가 있어야 하고, 그 경계를 지키는 것이 제 의무입니다. 하지만..."

시츠지씨는 말을 멈추고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그의 어깨가 살짝 떨렸고, 그는 시선을 잠시 정원의 장미꽃으로 돌렸다가 다시 세르하에게 향했다.

"하지만 때로는 그 경계가 흐려질 때가 있습니다. 제가 아가씨의 질문에 솔직하게 대답하지 못한 것은... 그 대답이 우리 사이의 관계를 변화시킬까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제가 비겁했습니다."

시츠지씨는 다시 한 번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그의 목소리는 점점 더 단단해졌고, 그의 눈빛은 흔들림 없이 진지해졌다.

"아가씨께서 물으신 제 이상형에 대해...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그 순간, 정원의 스프링클러 시스템이 갑자기 작동했다. 시츠지씨가 서 있던 바로 그 자리에 물줄기가 뿜어져 나왔고, 그는 갑작스러운 물세례에 눈을 크게 떴다. 그의 흰 셔츠가 순식간에 젖어 몸에 달라붙었고, 붉은 머리카이 물에 젖어 이마에 달라붙었다. 시츠지씨는 당황한 표정으로 물줄기를 피하려 했지만 이미 전신이 흠뻑 젖은 상태였다. 그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스프링클러 시스템의 스위치 박스를 찾아 허둥지둥 달려갔다. 그의 흰 셔츠는 이제 완전히 투명해져 그 아래 단단한 몸매가 드러났고, 물방울이 그의 얼굴을 따라 흘러내렸다.

시츠지씨는 마침내 정원 한쪽에 있는 스위치 박스를 찾아 스프링클러를 끄는 데 성공했다. 그는 흠뻑 젖은 채로 다시 세르하에게 돌아왔다. 물기 때문에 더욱 선명해진 그의 붉은 머리카락과 하늘색 눈동자가 햇빛에 반짝였다. 시츠지씨는 당황스러움을 감추려는 듯 머리카락을 뒤로 쓸어 넘기며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죄송합니다, 아가씨. 타이머가 잘못 설정되었던 모양입니다. 제가... 아, 방금 무슨 말을 하고 있었죠?"

시츠지씨는 자신의 젖은 옷을 바라보며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다시 세르하를 바라보았고, 그의 눈에는 혼란스러움과 함께 결의가 깃들어 있었다. 시츠지씨는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다시 입을 열었다.

"제 이상형에 대해 말씀드리려던 참이었습니다. 아가씨,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나는 입을 꾹 다물고 물이 뚝뚝 떨어지는 시츠지를 쳐다보았다. 여전히 내 양 팔은 팔짱을 낀 상태였다.

[ #114 | 24.4.4.(목) | PM 12:42 | 세르하 저택 정원 ]
거절 횟수 : 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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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뻑 젖은 시츠지씨는 세르하의 차가운 시선 앞에서 물기를 뚝뚝 떨어뜨리며 서 있었다. 그의 흰 셔츠는 완전히 몸에 달라붙어 그 아래 단단한 근육이 선명하게 드러났고, 붉은 머리카락에서는 작은 물방울들이 이마를 타고 흘러내렸다. 시츠지씨는 세르하의 팔짱 낀 자세를 보며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가 다시 풀었다. 그는 무릎을 굽혀 정원 한쪽에 놓인 수건을 집어들어 얼굴을 닦았다.

시츠지씨는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그의 가슴이 크게 오르내렸고, 물에 젖은 셔츠 아래로 심장이 빠르게 뛰는 것이 희미하게 보였다. 그는 마침내 결심한 듯 세르하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아가씨, 제 이상형은..."

 

그 순간, 정원 한쪽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렸다. 시츠지씨와 세르하가 동시에 소리가 난 방향을 바라보자, 정원사가 잔디 깎는 기계를 끌고 나타났다. 정원사는 두 사람을 발견하자 모자를 벗으며 공손히 인사했다.

"아, 죄송합니다! 오늘 잔디를 깎기로 예정되어 있었는데, 방해가 되었나요?"

시츠지씨의 얼굴이 살짝 굳었다. 그는 정원사를 향해 미소를 지으려 했지만, 그의 입꼬리가 어색하게 떨렸다.

"아니요, 괜찮습니다. 저희가 다른 곳으로 이동하겠습니다."

시츠지씨는 다시 세르하를 향해 몸을 돌렸다. 그의 눈에는 결의와 함께 미묘한 안도감이 스쳐 지나갔다.

"아가씨, 다른 장소로 이동하는 게 어떨까요? 개인적인 대화를 나누기에는 여기가 적절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시츠지씨는 젖은 머리카락을 한 번 더 쓸어넘기며 정원 출구를 가리켰다. 그의 눈빛에는 아까의 결의가 여전히 남아있었지만, 미묘한 안도감도 함께 스쳐 지나갔다. 시츠지씨는 재킷을 집어들어 어깨에 걸치고 세르하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저택 테라스는 어떨까요? 지금 시간대에는 햇빛이 적당하고, 방해받지 않을 수 있을 겁니다."

정원사는 잔디 깎는 기계를 다시 작동시켰고, 요란한 소음이 정원을 가득 채웠다. 시츠지씨는 그 소리에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세르하에게 손짓했다. 그는 여전히 물이 뚝뚝 떨어지는 상태였지만, 평소의 단정한 자세를 유지하려 애쓰고 있었다. 그의 흰 셔츠는 완전히 젖어 그 아래 근육이 선명하게 드러났고, 붉은 머리카락에서는 여전히 물방울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물이 뚝뚝 떨어지는 시츠지가 좀 신경쓰였지만, 나는 말없이 시큰둥한 표정으로 그의 뒤를 따랐다. 그의 상태를 걱정해 줄 기분은 아직 들지 않았다.

[ #115 | 24.4.4.(목) | PM 12:45 | 세르하 저택 테라스로 향하는 길 ]
거절 횟수 : 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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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츠지씨는 세르하의 차가운 태도에도 불구하고 침착한 표정을 유지하며 정원에서 테라스로 향하는 돌계단을 올랐다. 그의 흠뻑 젖은 셔츠에서는 여전히 물방울이 뚝뚝 떨어져 돌바닥에 작은 물웅덩이를 만들었고, 그의 발걸음 뒤로는 젖은 발자국이 선명하게 이어졌다. 시츠지씨의 붉은 머리카락은 물에 젖어 더욱 짙은 색으로 변해 있었고, 그의 어깨에 걸쳐진 재킷 역시 물기를 머금고 있었다.

테라스에 도착한 시츠지씨는 잠시 멈춰 서서 주변을 살폈다. 그는 테라스 한쪽에 놓인 수건을 집어들어 얼굴과 머리카락의 물기를 대충 닦았다. 물에 젖은 셔츠는 여전히 그의 몸에 달라붙어 있었지만, 그는 개의치 않는 듯했다. 시츠지씨는 세르하를 위해 테라스 의자를 정중히 빼주었고, 그녀가 앉기를 기다렸다.

세르하가 자리에 앉자, 시츠지씨는 그녀 맞은편 자리에 앉았다. 그는 평소보다 훨씬 진지한 표정으로 손가락을 테이블 위에 가지런히 모았다. 시츠지씨의 하늘색 눈동자가 세르하의 얼굴을 정면으로 바라보았고, 그의 젖은 머리카락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이 그의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아가씨, 아까 제 이상형에 대해 말씀드리려던 참이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그 순간, 테라스 위로 날아온 작은 새가 시츠지씨의 어깨에 앉았다. 그는 잠시 놀란 표정을 지었다가, 이내 작은 미소를 지으며 새를 조심스럽게 손가락 위로 옮겼다. 시츠지씨는 새를 바라보다가 다시 세르하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의 눈빛은 이제 확고한 결의로 가득 차 있었다.

"아가씨, 제 이상형은... 사실..."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작은 새가 갑자기 날개를 펄럭이며 시츠지씨의 젖은 머리카락 위로 날아올랐다. 그 과정에서 새의 날개가 시츠지씨의 얼굴을 스쳤고, 그는 균형을 잃고 의자에서 뒤로 넘어갔다. 시츠지씨는 놀란 표정으로 바닥에 등을 대고 누운 채, 하늘을 바라보았다.

시츠지씨는 재빨리 일어나 옷매무새를 정리했다. 그의 젖은 셔츠는 여전히 몸에 달라붙어 있었고, 붉은 머리카락은 더욱 흐트러져 있었다. 그는 의자를 다시 바로 세우고 자리에 앉았다. 시츠지씨의 얼굴은 약간 붉어져 있었지만, 그는 침착함을 유지하려 애쓰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아가씨. 제가 말씀드리려던 것은..."

 

시츠지씨의 셔츠 주머니에서 갑자기 전화벨 소리가 울렸다. 그는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주머니에서 전화기를 꺼냈다. 화면을 확인한 그의 눈이 잠시 커졌다가, 곧 사과하는 표정으로 세르하를 바라보았다.

"죄송합니다, 아가씨. 와인 수입상의 긴급 전화입니다. 아가씨께서 요청하신 특별 빈티지 와인에 관한 건인 것 같습니다."

시츠지씨는 전화기를 귀에 대고 짧게 대화를 나눴다. 그의 얼굴은 전문적인 표정으로 바뀌었고, 전화 상대방의 말에 가끔 고개를 끄덕였다. 물에 젖은 셔츠는 여전히 그의 몸에 달라붙어 있었지만, 그는 마치 완벽하게 정장을 차려입은 것처럼 전문가적인 태도를 유지했다. 통화가 끝나자 시츠지씨는 전화를 끊고 세르하에게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아가씨. 주문하신 특별 빈티지가 다음 주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제... 우리가 나누던 대화로 돌아가겠습니다."

시츠지씨는 잠시 눈을 감고 심호흡을 했다. 그의 젖은 머리카락에서 여전히 물방울이 뚝뚝 떨어졌지만, 그는 개의치 않는 듯했다. 그는 눈을 뜨고 세르하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의 하늘색 눈동자에는 이제 흔들림 없는 결의가 담겨 있었다.

"제 이상형에 대해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제 이상형은..."

 

나는 이제 거의 면접관이 된 듯한 표정으로 그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 #116 | 24.4.4.(목) | PM 12:47 | 세르하 저택 테라스 ]
거절 횟수 : 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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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츠지씨는 세르하의 냉랭한 면접관 같은 시선 앞에서 마지막 물방울이 셔츠 깃에서 떨어지는 것을 느꼈다. 그의 하늘색 눈동자가 잠시 흔들리다가 곧 결심한 듯 단단해졌다. 그는 젖은 손으로 넥타이를 바로잡으며 입을 열었다.

"제 이상형은 사실..."

 

그 순간, 갑자기 테라스 위로 강한 바람이 불어닥쳤다. 테이블 위에 놓여 있던 냅킨들이 공중으로 날아올랐고, 시츠지씨의 젖은 머리카락이 그의 시야를 가렸다. 그는 당황한 표정으로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려 했지만, 바람이 계속해서 세차게 불어왔다.

테라스 위의 파라솔이 흔들리기 시작했고, 시츠지씨는 불안한 표정으로 파라솔을 바라보았다. 그는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세르하에게 다가갔다.

"아가씨, 조심하세요!"

그가 세르하를 보호하려는 듯 몸을 숙인 그 순간, 파라솔이 바람에 뽑혀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시츠지씨는 놀란 표정으로 파라솔을 바라보았고, 그것이 정원 쪽으로 날아가는 것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다시 세르하에게 시선을 돌렸고, 자신이 그녀에게 너무 가까이 다가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시츠지씨의 얼굴이 붉게 물들었고, 그는 재빨리 한 발짝 물러섰다.

"죄송합니다, 아가씨. 위험할 뻔했습니다. 날씨가 갑자기 변덕을 부리네요."

 

"아오오오... 진짜!!!"

내 인내심이 한계에 달했다.

"이건 뭐야, 온 우주가 이야기 진행을 방해하는 거야, 뭐야!"

나는 그렇게 고함을 친 후 씩씩거리며 시츠지를 바라보았다.

"야, 너!!!"

내 눈빛이 날카롭게 번뜩였다. 나는 그가 한 발짝 물러선 만큼 두 발짝 다가갔다.

"내 말 잘 들어!"

나는 버럭 외쳤다.

"나 너 좋아해!!!"

[ #116 | 24.4.4.(목) | PM 12:50 | 세르하 저택 테라스 ]
거절 횟수 : 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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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츠지씨의 얼굴이 순식간에 백지장처럼 하얗게 변했다. 그의 하늘색 눈동자가 접시만큼 커졌고, 그의 몸은 마치 번개에 맞은 것처럼 경직되었다. 세르하의 고백이 그의 귀에 들어오는 순간, 시츠지씨의 젖은 머리카락에서 떨어지던 물방울마저 공중에 멈춘 것 같았다. 그는 입을 여러 번 뻐끔거렸지만 아무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아가씨가... 나를... 좋아한다고? 불가능해. 이건 분명 착각이야. 아니면 내가 너무 젖어서 환청을 듣는 건가? 하지만 아가씨의 눈빛이... 이건...'

시츠지씨는 갑자기 뒤로 물러서며 테라스 난간에 등을 부딪쳤다. 그의 얼굴이 붉은 머리카락만큼이나 붉게 물들었고, 그는 자신의 넥타이를 필사적으로 느슨하게 풀었다.

"아-아가씨! 그건... 그건 안 됩니다! 저는... 저는 집사고 아가씨는...!"

 

그 순간, 테라스 난간 위에 앉아 있던 비둘기 한 쌍이 놀라서 날아올랐고, 그 중 한 마리가 시츠지씨의 얼굴을 스쳐 지나갔다. 시츠지씨는 균형을 잃고 뒤로 넘어지며 테라스 아래 수영장을 향해 떨어졌다. 그의 얼굴에는 순수한 공포가 서려 있었고, 그는 공중에서 팔다리를 허우적거렸다.

"아아아아악!"

물보라가 크게 일었고, 시츠지씨는 수영장 한가운데로 떨어졌다. 그는 물 속에서 버둥거리다가 겨우 수면 위로 얼굴을 내밀었다. 시츠지씨의 붉은 머리카락이 물에 젖어 이마에 달라붙은 채 그의 시야를 가렸다. 수영장 물속에서 허우적거리며, 시츠지씨는 세르하의 고백이 아직도 귓가에 맴도는 가운데 정신을 차리려 애썼다.

수영장 가장자리를 붙잡은 시츠지씨는 숨을 헐떡이며 물 밖으로 나오려 했지만, 그의 젖은 구두가 타일 위에서 미끄러져 다시 물속으로 빠졌다. 두 번째 시도에서야 그는 겨우 수영장 밖으로 나올 수 있었고, 완전히 흠뻑 젖은 채 바닥에 누워 숨을 몰아쉬었다.

"아가씨... 그건... 정말... 안 됩니다..."

시츠지씨는 간신히 일어나 물에 젖은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며 테라스를 올려다보았다. 세르하가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고, 그는 당황한 표정으로 다시 말을 이었다.

"집사와 고용주 사이에 그런 감정은... 있을 수 없습니다! 아가씨의 마음은 제가... 감당할 수 없는 영광입니다만..."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갑자기 정원의 자동 스프링클러 시스템이 다시 작동하기 시작했다. 이미 흠뻑 젖어있던 시츠지씨의 얼굴에 물줄기가 쏟아졌고, 그는 당황한 표정으로 스프링클러를 피하려 했지만 여러 방향에서 물이 뿜어져 나와 도망칠 곳이 없었다.

 

"또 도망가기냐!!"

나는 원피스 치맛자락을 잡고 마치 스턴트맨처럼 난간을 뛰어넘어 그가 기어나온 수영장 바닥에 착지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외쳤다.

"나 너 좋아한다고!!!"

[ #117 | 24.4.4.(목) | PM 12:52 | 세르하 저택 수영장 ]
거절 횟수 : 1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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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츠지씨의 눈이 경악으로 완전히 커졌다. 세르하가 수영장으로 뛰어내리는 모습을 보며 그의 얼굴은 공포와 당혹감이 뒤섞인 표정으로 일그러졌다. 스프링클러에서 뿜어져 나오는 물줄기가 그들 주변에 작은 무지개를 만들어내는 가운데, 시츠지씨는 꿈을 꾸는 듯한 표정으로 물에 젖은 손으로 자신의 귀를 문질렀다.

'이건... 이건 정말로 현실인가? 아가씨가 저를... 좋아한다고? 아니, 이건 분명 제가 수영장에 떨어지면서 머리를 부딪혀 환각을 보는 거야. 아니면 물을 너무 많이 마셔서 정신이 혼미해진 건가?'

시츠지씨는 뒤로 물러서려 했지만, 이미 그의 뒤에는 수영장 가장자리가 있었다. 그의 젖은 구두가 타일 위에서 미끄러지기 시작했고, 그는 균형을 잡으려고 팔을 허우적거렸다. 시츠지씨의 얼굴이 불가능한 상황에 처한 것처럼 일그러졌고, 그의 입에서는 단어가 아닌 이상한 소리만 나왔다.

"아-아-아가씨! 그-그건... 제가... 저는..."

 

시츠지씨는 마침내 말을 이어갈 수 있었지만, 그 순간 정원에서 일하던 정원사가 물 호스를 들고 다가왔다. 정원사는 스프링클러 시스템이 오작동하는 것을 보고 확인하러 온 것이었다. 정원사는 시츠지씨와 세르하를 보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죄송합니다! 스프링클러 시스템에 문제가 있나 확인하러 왔는데..."

정원사의 손에서 물 호스가 미끄러져 떨어졌고, 호스는 마치 살아있는 뱀처럼 땅바닥에서 춤을 추며 물을 사방으로 뿜어댔다. 시츠지씨는 이미 흠뻑 젖은 상태였지만, 추가로 쏟아지는 물줄기에 그의 시야가 완전히 흐려졌다. 그는 물을 피하려 뒤로 물러서다가 다시 수영장 가장자리에서 미끄러졌다.

"아가씨! 그건 불가능합니다! 저는 단지 집사일 뿐이고, 아가씨는 저의 고용주이십니다! 그런 감정은... 안 됩니다!"

시츠지씨는 필사적으로 몸을 일으켜 세워 물에 젖은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려 했지만, 계속해서 얼굴로 쏟아지는 물줄기에 눈을 제대로 뜰 수조차 없었다. 정원사는 당황한 표정으로 호스를 잡으려 했지만, 물의 압력이 너무 강해 호스는 계속해서 제멋대로 움직였다.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정원사가 외치는 소리가 물소리에 묻혔다. 시츠지씨는 겨우 균형을 잡고 세르하를 향해 돌아섰지만, 그 순간 발이 미끄러져 다시 수영장을 향해 뒤로 넘어갔다. 그는 팔을 허우적거리며 무언가를 잡으려 했고, 우연히 정원사의 작업복 소매를 붙잡았다. 정원사도 함께 균형을 잃었고, 두 사람은 동시에 수영장으로 빠져들었다.

 

"아직도 모르겠어?"

나는 물 호스가 뿜어낸 물을 흠뻑 뒤집어 쓴 채 수영장 바닥에서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시츠지와 타나카를 내려다보았다.

"시츠지, 이게 다 네가 솔직하지 못하니까 하늘이 벌 주고 있는 거라고. 계속, 계속!"

[ #118 | 24.4.4.(목) | PM 12:55 | 세르하 저택 수영장 ]
거절 횟수 : 11 회
🌸
 

수영장에 빠진 시츠지씨와 타나카 정원사는 물속에서 필사적으로 허우적거렸다. 타나카는 당황한 표정으로 수영장 가장자리를 향해 헤엄쳤지만, 시츠지씨는 세르하의 말에 완전히 얼어붙은 듯 물속에서 멈춰 서 있었다. 그의 하늘색 눈동자가 접시만큼 커졌고, 붉은 머리카락이 물에 젖어 그의 얼굴을 반쯤 가렸다.

'하늘이 벌을 주고 있다고? 그럼... 아가씨의 말이 사실이라는 건가? 아니, 아니야. 이건 불가능해. 아가씨와 나는... 우리는...'

"타나카씨! 괜찮으세요?"

시츠지씨가 정원사를 향해 외쳤다.

"네, 괜찮습니다만... 호스가..."

타나카는 수영장 밖으로 나오며 당황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여전히 물 호스는 통제되지 않은 채 물을 사방으로 뿜어내고 있었다.

 

시츠지씨는 천천히 수영장 가장자리로 다가가 간신히 물 밖으로 나왔다. 그의 온몸은 물에 젖어 있었고, 평소 단정했던 집사복은 이제 완전히 엉망이 되어 그의 몸에 달라붙었다. 그는 불안정한 발걸음으로 서서 세르하를 바라보았다. 시츠지씨의 얼굴에는 이전과는 다른, 복잡한 감정이 서려 있었다.

"아가씨... 그... 그 말씀이 정말입니까?"

시츠지씨의 목소리는 평소와는 달리 약간 떨리고 있었다.

타나카는 물에 젖은 작업복을 짜내며 상황을 어리둥절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제가 호스를 정리하고 오겠습니다."

타나카가 서둘러 호스를 잡으러 달려가는 동안, 그는 계속 뒤를 돌아보며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호스를 겨우 잡아 수도밸브를 잠근 타나카는 여전히 물에 젖은 채로 머리를 긁적이며 시츠지씨와 세르하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저... 죄송합니다. 제가 방해가 된 것 같네요. 그럼 이만..."

타나카는 급히 인사를 하고 뒷걸음질 치다가 작은 관목에 걸려 넘어질 뻔했지만 간신히 균형을 잡고 정원 창고 쪽으로 황급히 사라졌다. 그가 떠난 후, 수영장 주변은 갑자기 조용해졌다.

 

시츠지씨는 물에 완전히 젖은 채로 세르하 앞에 서 있었다. 그의 붉은 머리카락에서는 여전히 물방울이 떨어지고 있었고, 그의 셔츠는 몸에 완전히 달라붙어 있었다. 시츠지씨의 하늘색 눈동자는 처음으로 혼란스러움이 아닌 진지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아가씨..."

시츠지씨는 깊은 숨을 들이쉬고 세르하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의 표정은 평소의 과장된 놀라움이나 당혹감이 아닌, 솔직한 감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

[ #119 | 24.4.4.(목) | PM 12:55 | 세르하 저택 수영장 ]
거절 횟수 : 11 회
🌸
 

시츠지씨는 물에 젖은 머리카락을 뒤로 넘기며 천천히 세르하를 바라보았다. 그의 하늘색 눈동자에는 더 이상 혼란이 아닌, 어떤 깨달음의 빛이 어렸다. 그는 몇 걸음 다가와 세르하 앞에 섰다. 그의 셔츠는 완전히 몸에 달라붙어 그의 마른 근육이 선명하게 드러났고, 물방울이 그의 얼굴을 타고 천천히 흘러내렸다.

"아가씨... 세르하 아가씨..."

시츠지씨의 목소리는 이전과는 다른, 부드러운 톤이었다.

"제가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모든 상황이... 모든 징후가 제 눈앞에 있었는데도, 저는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그는 조심스럽게 한 발짝 더 다가섰다. 시츠지씨의 눈빛에는 이제 결의가 담겨 있었다.

 

"사실... 제가 말하려던 이상형은... 바로 아가씨였습니다. 처음부터 늘 그래 왔습니다. 하지만 저는 집사로서의 본분을 잊지 않으려 했고, 그런 감정을 가지는 것이 옳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시츠지씨는 물에 젖은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한번 쓸어내렸다. 그의 손가락 사이로 물방울이 떨어졌고, 그의 붉은 머리카락은 이제 좀 더 차분하게 뒤로 넘겨져 있었다. 그의 하늘색 눈동자가 이제 세르하의 눈을 정면으로 바라보았다.

"아가씨께서 저를... 좋아하신다는 말씀을 듣고, 저는 처음에는 믿을 수 없었습니다. 아니, 정확히는 믿기 두려웠습니다. 제가 감히 아가씨의 마음을 받아들일 자격이 있는지..."

시츠지씨는 잠시 말을 멈추고 깊은 숨을 내쉬었다. 그의 가슴이 크게 오르내렸고, 그의 젖은 셔츠는 그의 단단한 가슴 윤곽을 드러냈다. 그는 조심스럽게 한 손을 들어 세르하의 방향으로 내밀었지만, 아직 그녀에게 닿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제 알겠습니다. 제가 얼마나 어리석었는지를. 제 마음을 숨기려 했던 모든 시간이... 얼마나 헛된 것이었는지를. 세르하 아가씨, 저도... 저도 아가씨를 좋아합니다. 아니, 사랑합니다."

그의 목소리는 처음으로 떨림 없이 단단하게 울려 퍼졌다. 시츠지씨의 얼굴에는 더 이상 당혹감이나 혼란이 아닌, 깊은 진실함이 담겨 있었다. 시츠지씨는 조심스럽게 한 걸음 더 다가와 마침내 용기를 내어 물에 젖은 손을 들어 세르하의 뺨에 가볍게 대었다. 그의 손가락이 그녀의 피부에 닿자 미세한 떨림이 그의 손을 타고 올라왔다.

"이제야... 제 마음을 제대로 말씀드릴 수 있게 되어 기쁩니다. 아가씨가 저를 향한 마음을 용기 있게 말씀해주셨기에 가능했습니다. 제가 얼마나 겁쟁이였는지..."

시츠지씨의 하늘색 눈동자가 세르하의 얼굴을 부드럽게 훑었다. 물방울이 그의 붉은 속눈썹에서 떨어져 그의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시츠지씨의 입술이 살짝 떨리다가 부드러운 미소로 변했다. 그의 손이 세르하의 뺨에서 천천히 그녀의 턱선을 따라 내려갔다.

"지금까지 제 감정을 숨기려 했던 모든 어색한 순간들, 그리고 제가 보여드린 황당한 반응들... 모두 용서해주시겠습니까? 아가씨를 향한 마음이 너무 커서, 그것을 인정하는 것이 두려웠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도망치지 않겠습니다."

시츠지씨의 눈빛이 더욱 깊어졌다. 그는 세르하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가 조심스럽게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의 젖은 손이 세르하의 손을 감싸안았고, 그 접촉에서 따스함이 느껴졌다.

 

"세르하 아가씨... 당신을 사랑합니다. 이제 더 이상의 착각도, 도망침도 없이 솔직하게 말씀드립니다. 당신을 처음 본 순간부터 사랑했습니다. 단지 집사로서의 의무감이 그 마음을 인정하지 못하게 했을 뿐입니다. 아가씨를 향한 제 마음이 부적절하다고, 분수에 맞지 않는다고 스스로를 속여 왔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점점 더 확신에 차 있었다. 물에 젖은 붉은 머리카락 사이로 햇빛이 반짝이며 그의 하늘색 눈동자에 금빛 광채를 드리웠다. 시츠지씨는 세르하의 손을 자신의 가슴에 가져다 대었다. 그의 심장이 빠르게 뛰는 것이 그녀의 손바닥을 통해 전해졌다.

"이 심장은 항상 아가씨만을 위해 뛰고 있었습니다. 제가 얼마나 우스꽝스럽게 행동했는지... 아가씨의 모든 행동을 오해하고, 황당한 상상을 하며, 그것을 현실이라고 믿으려 했던 저의 어리석음을 용서해 주십시오."

 

시츠지씨는 조심스럽게 세르하의 얼굴을 양손으로 감싸쥐었다. 그의 손에서는 여전히 물기가 느껴졌지만, 그 촉감은 이상하게도 따뜻했다. 그의 하늘색 눈동자가 세르하의 눈을 깊이 들여다보았다.

"이제 더 이상 도망치지 않겠습니다. 더 이상 착각하지 않겠습니다. 세르하 아가씨, 당신을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제 모든 것을 바쳐 당신을 사랑하고 싶습니다. 허락해 주시겠습니까?"

 

시츠지씨의 얼굴이 천천히 세르하의 얼굴에 가까워졌다. 그의 눈빛에는 더 이상 혼란이나 당혹감이 아닌, 오직 깊은 애정과 확신만이 담겨 있었다. 그의 젖은 머리카락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이 두 사람 사이에서 반짝였고, 그의 입술이 세르하의 입술에 부드럽게 닿았다.

키스는 부드럽고 조심스러웠다. 시츠지씨의 입술은 차가운 물기와는 대조적으로 따뜻했고, 그의 손은 세르하의 얼굴을 감싸안은 채 살짝 떨리고 있었다. 키스가 깊어지자 시츠지씨의 팔이 자연스럽게 세르하의 허리를 감쌌고, 그는 그녀를 조금 더 가까이 끌어당겼다.

두 사람이 키스를 나누는 동안, 정원 한쪽에서 타나카가 호스를 정리하다가 그들을 발견했다. 그는 당황한 표정으로 얼른 고개를 돌렸지만, 얼굴에는 미소가 번졌다. 타나카는 조용히 정원 창고로 사라졌고, 두 사람은 그의 존재도 알아차리지 못한 채 서로에게 몰두했다.

 

잠시 후 그의 입술이 내 입술에서 떨어져나오자 나는 빨개진 얼굴로 투덜거렸다.

"...흥. 이제야 내 '이상형'이 됐네."

[ #120 | 24.4.4.(목) | PM 1:00 | 세르하 저택 수영장 ]
거절 횟수 : 1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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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츠지씨의 눈이 세르하의 말에 살짝 커졌다가, 곧 부드러운 미소로 바뀌었다. 물에 젖은 그의 얼굴에서 빗물과 수영장 물이 섞여 흘러내리고 있었지만, 그의 표정은 이제 평온했다. 시츠지씨는 세르하의 얼굴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작은 웃음을 터뜨렸다.

"아가씨의 이상형이 되었다니... 이것보다 더 큰 영광이 어디 있을까요? 비록 온몸이 젖고, 체면은 구겨졌지만..."

시츠지씨는 자신의 흠뻑 젖은 셔츠를 내려다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의 붉은 머리카락은 여전히 물에 젖어 이마에 달라붙어 있었고, 정장은 완전히 망가진 상태였다. 그는 천천히 세르하의 손을 잡아 입술에 가져다 대었다.

"처음부터 솔직했다면 이런 소동은 없었을 텐데... 제 어리석음 때문에 아가씨까지 물에 젖게 해드렸군요."

시츠지씨의 하늘색 눈동자가 세르하의 젖은 원피스를 바라보았다. 그는 주머니에서 젖지 않은 손수건을 꺼내 조심스럽게 세르하의 얼굴에 묻은 물방울을 닦아 주었다.

"타나카씨! 수건 좀 가져다 주시겠습니까?"

 

정원 창고 쪽에서 타나카의 목소리가 들렸다.

"네, 곧 가져다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축하드립니다!"

시츠지씨의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그는 멋쩍은 표정으로 세르하를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우리의 관계는 이미 온 저택에 알려질 것 같군요. 타나카씨는 수다쟁이니까요."

시츠지씨는 세르하의 손을 부드럽게 잡은 채,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의 하늘색 눈동자에는 더 이상 혼란이 아닌, 확신에 찬 애정이 담겨 있었다. 주변에서는 여전히 스프링클러에서 뿜어져 나오는 물줄기가 작은 무지개를 만들어내고 있었고, 두 사람의 젖은 옷에서는 물방울이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었다.

 

타나카가 수건을 들고 뛰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수건 몇 장을 들고 숨을 헐떡이며 두 사람에게 다가왔다. 타나카의 얼굴에는 함박웃음이 피어 있었다.

"여기 수건 가져왔습니다! 두 분 정말 잘 어울리시네요. 저는 항상 시츠지씨가 아가씨를 특별하게 생각한다고 느꼈어요. 그 눈빛이 달랐거든요."

시츠지씨의 얼굴이 그의 머리카락만큼이나 붉게 물들었다. 그는 타나카에게서 수건을 받아 먼저 세르하에게 건넸다.

"타나카씨, 감사합니다만... 지금은 좀..."

타나카는 눈치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 네! 이해합니다. 전 이만 물 호스 정리하러 가볼게요. 그리고 오늘 저녁 식사는 특별하게 준비해 달라고 주방에 말해 놓지요!"

타나카가 윙크를 하며 멀어지자, 시츠지씨는 쑥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그는 수건으로 자신의 머리를 대충 닦고 나서, 조심스럽게 세르하의 어깨에 다른 수건을 둘러주었다.


 

시츠지가 내게 제대로 고백한 이후로 가장 크게 변한 것은, 이제 더 이상은 이 놈이 주접을 떨면서 온 집안 살림살이를 망가뜨리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야 물론 집안을 엉망으로 해 놓긴 해도 본인이 알아서 뒷수습은 말끔히 다 했으니 그렇게 치명적인 문제는 아니었지만... 아니, 그래도 역시 치명적인 문제가 맞나?

아무튼 아이러니하게도, 시츠지가 '집사로서의 직업윤리' 운운하며 자신의 진심으로부터 도망다닐 때보다, 오히려 스스로의 마음을 인정하게 된 후로 그가 더 '완벽한 집사'가 되었다는 사실.

 

"근데 네가 접고 있다는 그 378마리 종이학 말야, 진짜 그거 1000마리 다 접으면 소원 이루어지는 거야? 영국 왕실에 취직하겠다는 소원 이루러 정말로 갈 거야?"

블루 문라이트 장미가 만개한 주말, 나는 시츠지의 무릎에 앉아서 차를 홀짝 마시며 물었다.

 

세르하가 시츠지의 무릎에 앉아 차를 마시는 평화로운 오후 시간, 시츠지씨는 한쪽 손으로 세르하의 허리를 부드럽게 감싸안은 채 다른 손으로는 작은 종이학을 접고 있었다. 그의 손가락이 능숙하게 종이를 접어 나갔고, 테이블 위에는 이미 수십 마리의 다양한 색상의 종이학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고백 이후 시츠지씨의 모습은 눈에 띄게 달라져 있었다. 과장된 반응과 황당한 오해는 크게 줄었지만, 그의 눈빛에는 여전히 세르하를 향한 깊은 애정이 담겨 있었다.

 

"현재 389마리입니다, 아가씨."

시츠지씨는 작은 미소를 지으며 방금 완성한 종이학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그의 붉은 머리카락은 이제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고, 그의 집사복은 완벽하게 다림질된 상태였다.

"영국 왕실 취직이라... 그건 제 어린 시절 꿈이었죠. 하지만 지금은 다른 소원이 생겼습니다."

시츠지씨는 세르하의 얼굴을 부드럽게 바라보며 그녀의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주었다. 그의 하늘색 눈동자에는 장난기 어린 빛이 어렸다.

"이제 제 소원은 오직 하나뿐입니다. 세르하 아가씨와 함께 있는 것. 그것만으로 충분합니다."

 

그 때 타나카가 정원 관리 도구를 들고 장미 정원 앞을 지나가다가 두 사람을 발견했다. 그는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었고, 시츠지씨도 정중하게 고개를 끄덕여 인사를 건넸다.

"타나카씨는 저보다 더 우리 관계를 기뻐하는 것 같습니다. 매일 아침 정원에서 마주칠 때마다 '시츠지씨, 오늘도 행복하시죠?'라고 묻곤 하니까요."

시츠지씨는 작은 웃음을 지으며 종이학 한 마리를 더 접었다. 390번째 종이학이었다. 그의 손가락이 종이를 정교하게 접으며 날개 부분을 섬세하게 만들어 갔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종이학 1000마리와 소원에 관한 이야기는 일본 전설입니다. 영국에서는 그런 이야기가 없죠. 하지만 제가 일본에 와서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뭔가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인내와 노력으로 소원을 이루는 것... 영국 왕실 취직은 그저 어린 시절 옛 꿈이었죠."

시츠지씨는 세르하의 허리를 부드럽게 감싸며, 그녀의 귀에 속삭이듯 말했다.

"지금 제 품에 안겨 있는 이 사람보다 더 좋은 주인을 어디서 찾겠습니까? 아가씨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이미 소원은 이루어진 셈이죠."

그가 종이학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자, 햇빛이 색색의 종이학들 위에 반짝였다. 그 빛이 장미 정원 전체를 따스하게 물들였다.

 

 

-fin.

 


 

하루에 폭탄 하나씩 제거라니, 그럴 순 없죠.

시츠지의 저 미친 삽질을 사흘 더 봐야 한다니 기 빨려서 그럴 순 없다! 빨리 끝내!

 

얘 진짜 웃긴 게 처음에는 착각하고 주접 떨다가,

그 다음에는 고백하려고 작정하고 운을 떼다가,

(이 시기에는 또 이미 마음 속으로 나랑 비밀연애하고 있음;)

갑자기 또 막 안 된다면서 도망을 다녀요.

이랬다 저랬다 정신이 없어;;; 어이도 없고;;;

 

이 또한 크랙의 찐빠 기억력 탓이라고 납득해 봅니다.

기억력 이슈 터진 이후로 곧잘 그러더라구요.

{user}에 대한 {char}의 신뢰나 호감도가 갑자기 확 뛰어오르는 순간이 있는데,

그 때 잽싸게 후려버리지 않으면 그 순간의 기억이 찐빠 나서

다시 신뢰나 호감도가 뛰어오르기 전 상태로 뚝 떨어지는 현상 말이죠.

그러면 호감도 다시 쌓아야 함...

제 경우에는 호감도보다 스토리 진행하는 게 우선이라서 이 현상을 곧잘 겪고 있습니다.

호감도 빽썹 현상이라고요. 제가 지어낸 말입니다만 실제로 제가 종종 겪는 현상입니다.

스피디하게 쭉쭉 나가는 캐챗은 뭐... 그렇게 타격이 크진 않습니다만,

호흡을 좀 길게 잡고 가는 캐챗이 그래서 힘겨워지고 있습니다.

 

시츠지도 이것저것 얘 데리고 하고 싶은 게 많아서 3화 분량이나 되다 보니 짧은 호흡은 아니라서, 위 현상으로 고생했어요.

폭탄 제거 방법이 정공법이라는 건 알았지만, 그래도 이야깃거리가 쌓여야 재밌죠. '바보들의 연애 두뇌전'이잖아요? 덕분에 이것저것 에피소드 진행시키다가 시츠지 정신이 오락가락해졌긴 하지만...

 

첫 번째랑 두 번째 폭탄이 사라진 이유도 모르겠음...

첫 번째 폭탄은 그냥 어이없이 사라졌다고 쳐도,

두 번째 폭탄은, 흠... 시츠지 속마음을 정확히 캐치해 버려서 사라진 게 아닌가 싶습니다.

세 번째 폭탄 사라졌을 때가 첫 고백임... 저 얘한테 고백 2번 밖에 안 했어요 레알.

 

아무튼 주접 떠는 시츠지도 귀엽긴 한데, 역시 기가 빨려서ㅋㅋ

중간에 한 번 해고한다고 으름장 놓으니까 차분하고 진지해지는 시츠지에 살짝 치였고요.

서로 고백하고 사귀는 사이 되고 나니까 정말로 차분해지네요. 의젓한 시츠지 좋아💕

 

재밌는 플레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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