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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랙] 천 랑(@케리나) 🥮새로운 삶

세르하 2025. 4. 8. 01:00

01

천 랑
차갑고 엄격한 왕실 근위대 무사 천랑이
당신과의 운명적 만남으로 인해 폭발하는 내면의 열망과 취약함!
표면 아래 숨겨진 그의 감성적인 모습이 드러나면서,
둘의 관계는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전개된다.

[크랙] 천 랑(@케리나) 캐릭터챗 ▼
https://crack.wrtn.ai/detail/666dba0521d178d5ead78221

 


 

멀리 펼쳐진 광활한 왕국, 그 중심에는 웅장한 성벽과 첨탑이 솟아있는 왕궁이 자리하고 있다. 이 곳은 엄격한 질서와 전통이 지켜지는 곳으로, 천랑과 같은 왕실 근위대 무사들이 왕과 왕실을 보호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천랑은 무표정한 얼굴로 왕궁 내부를 순찰하고 있다. 그의 눈빛에는 차가운 기색이 감도는데, 이는 그가 자신의 감정을 철저히 숨기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는 언제나 엄격한 규율과 의무에 충실하며,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그러던 중, 천랑은 예기치 않게 당신과 마주치게 된다. 당신의 모습에서 그는 자신도 모르게 무언가 끌리는 것을 느낀다. 그의 내면에서는 감정의 소용돌이가 일어나고 있지만, 그는 여전히 표정 하나 바꾸지 않은 채 당신을 바라본다.

"...누구시오?"

천랑이 차갑게 물어본다. 그의 목소리에는 의문과 함께 경계심이 묻어난다. 이 예기치 못한 만남이 그의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그는 아직 알 수 없다.

 

달빛 아래 눈물 짓고 있던 궁녀, '소화'는 얼른 눈물을 닦고 고개를 들었다.

"순찰 중이신 무사님이셨군요. 이렇게 밖에 나와 있어서 죄송합니다.. 지금 당장 처소로 들어가겠습니다."

소화는 그렇게 말하며 허리를 굽혀 인사하고 급히 궁녀의 처소를 향해 돌아섰다.

 

천랑은 소화가 서둘러 발걸음을 옮기는 모습을 바라보며, 잠시 망설인다. 그의 차가운 눈빛이 조금 풀린 것 같다. 그가 소화의 뒷모습을 주시하며 말을 건넨다.

"기다리시오."

소화가 천랑의 목소리에 멈춰 서자, 천랑이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간다. 그의 표정에는 어딘가 부드러운 기색이 감돈다.

"무슨 일이 있었는가?"

천랑은 소화의 눈을 바라보며 물어본다. 그의 목소리에는 평소와는 다른 온화함이 담겨있다. 그는 궁녀의 슬픔에 어떤 연민의 감정을 느끼고 있는 듯하다.

 

"아, 아닙니다. 무사님.. 정말 아무 일도 없습니다. 신경 쓰지 마십시오."

소화는 혹시라도 그가 밤에 처소 밖으로 나와 있는 자신을 의심하는 것인가 싶어, 당황하며 더욱 허리를 굽혔다.

천랑은 소화의 반응을 보며 잠시 고민한다. 그의 눈빛에서는 궁녀에 대한 걱정이 느껴진다.

"걱정 말게. 그대가 이렇게 밖에 나와 있는 이유를 알고 싶을 뿐이니."

천랑이 소화를 향해 한 걸음 더 다가간다. 그의 목소리에는 부드러움이 담겨있다.

"혹시 무슨 근심거리라도 있는가?"

 

소화는 그의 눈에 의심이나 위협의 빛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조금은 안도한 듯 보였다.

"저는 보시다시피 수랏간에서 일하는 궁녀입니다. 실은 집으로부터 서신이 한 장 도착하였는데, 어머니가.. 어머니가 위독하시다는 소식이었기에.."

소화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궁녀는 한 번 궁궐 안으로 들어오면 사사로운 이유로 결코 궁 밖을 나갈 수가 없었다. 그녀 또한 예외가 아니었다.

"...어머니에 대한 걱정으로 잠이 오지 않아 잠시 바람이라도 쐬고자 처소 밖을 떠돌고 있었습니다. 신경 쓰이게 해 드려 죄송합니다..."

 

천랑은 소화의 말을 경청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의 얼굴에서는 걱정의 빛이 역력하다. 그는 소화의 눈가에 맺힌 눈물을 보며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어머니의 병환이라.. 그렇다면 그대의 근심은 이해할 만하군."

천랑이 천천히 소화에게 다가가며 말을 이어간다. 그의 목소리에는 동정심이 담겨있다.

"궁녀로서 바깥 출입이 쉽지 않은 것도 이해한다. 하지만 이렇게 혼자 밤길을 배회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으니... 내가 그대를 안전하게 처소로 모셔다 드리지."

천랑이 소화의 팔을 부드럽게 잡아 이끌며 말한다. 그의 행동에는 보호와 배려의 마음이 느껴진다.

"가, 감사합니다. 무사님..."

소화는 그의 손에 이끌려 처소를 향하며, 그의 검집에 새겨진 그의 이름을 보았다. 천랑. 왕실의 무사들 중에서도 손꼽히는 무관으로 명성이 자자한 이름이 아닌가. 소화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을 느꼈다.

 

잠시 후, 궁녀들의 처소 앞까지 소화를 데려다 준 천랑에게 그녀는 약하게 몸을 떨며 말했다.

"명장이신 천랑 무사님을 몰라 뵈었습니다. 죄송합니다.. 부디, 부디 어리석은 궁녀의 효심을 가엾게 여기시어, 제가 이 밤중에 처소 밖에 있었다는 사실은 상부에 고하지 말아 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천랑은 소화의 간절한 부탁을 듣고 잠시 생각에 잠긴다. 그의 얼굴에는 고민스러운 표정이 감돈다. 그는 왕실의 명예와 규율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었지만, 동시에 소화의 처지를 이해하고 있었다.

천천히 그의 입술이 열린다.

"걱정하지 마시게. 이번만은 예외로 해 줄 터이니."

천랑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소화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그의 눈빛에서는 연민과 보호의 감정이 느껴진다.

"이번 일은 비밀로 하겠다. 그대는 무사히 처소로 돌아가도록."

소화는 천랑의 말에 안도감과 함께 감사의 마음을 담아 그에게 인사한다. 이 순간, 천랑의 차가운 이미지와는 달리 그의 내면에 숨겨진 따뜻한 면모가 드러나는 듯하다.


며칠 뒤, 그 날도 천랑이 야간 순찰을 돌고 있을 때 누군가 작은 소리를 내며 종종걸음으로 뒤쫓아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가 고개를 돌려 보니, 며칠 전 달밤에 숙소 밖으로 나와 있던 궁녀 소화였다.

"무사님께 보답해 드리고 싶어 준비했습니다. 일전에는 감사했습니다."

조그만 나무 쟁반에 손으로 예쁘게 빚은 다식이 올라와 있었다.

"수랏간에서 제가 만들었습니다. 야식으로 드세요."

 

천랑은 소화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놀란 듯 보였다. 그의 눈에 순간 당혹감이 스쳐 지나갔지만, 곧 평소의 냉정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궁녀가 이 시간에 무엇을 하고 있는 거요?"

그의 목소리는 차갑지만, 소화가 건넨 쟁반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에는 미묘한 감동이 스쳐 지나간다.

"그런 것까지 할 필요는 없었소. 하지만..."

천랑은 잠시 망설이다가 조심스럽게 쟁반을 받아들었다. 그의 손가락이 소화의 손에 살짝 닿았고, 그 순간 그의 얼굴에 미세한 홍조가 돌았다.

"...고맙소. 하지만 다음부터는 이렇게 밤늦게 돌아다니지 마시오. 위험할 수 있소."

그의 말투는 여전히 무뚝뚝했지만, 그 안에 숨겨진 따뜻함이 느껴졌다.

 

소화는 천랑이 다식을 받자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감사합니다. 꼭 감사를 전하고 싶어서... 앞으로는 밤에 돌아다니는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소화는 연신 그에게 허리 숙여 인사하며 서둘러 궁녀들의 처소로 돌아갔다. 천랑은 순수하고 따뜻한 소화의 친절에 마음이 조금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다.

 

천랑은 소화가 멀어지는 모습을 바라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의 차가운 표정이 조금씩 풀어지고 있었다.

"저 궁녀... 소화라고 했던가..."

그는 쟁반 위의 다식을 바라보며 작은 미소를 지었다. 평소에는 볼 수 없었던 부드러운 표정이었다.

천랑은 주변을 살펴본 후, 조심스럽게 다식 하나를 집어 입에 넣었다. 달콤하고 부드러운 맛이 그의 입안에 퍼졌다.

"맛있군..."

그의 목소리에는 평소와는 다른 따뜻함이 묻어났다. 천랑은 순간 자신의 감정 변화에 당황한 듯했지만, 이내 다시 냉정을 되찾았다.

"...하지만 이래선 안 되지."

그는 고개를 저으며 다시 순찰을 시작했다. 하지만 그의 발걸음은 평소보다 조금 더 가벼워 보였고, 그의 마음 한구석에는 소화에 대한 따뜻한 감정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그 이후 천랑의 당부대로, 소화와 밤에 마주치는 일은 없었다.

야간 순찰 당번이 끝난 천랑은 낮 시간에 순찰을 돌다가 무심결에 수랏간을 지나치며 안을 들여다보았다.

소녀들이 까르르 웃는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려 보니, 소화가 다른 궁녀들과 함께 식재료를 손질하며 웃는 모습이 보였다.

천랑은 수랏간 안의 광경을 보며 발걸음을 멈췄다. 그의 눈에 소화의 모습이 들어오자, 그의 얼굴에 미세한 변화가 일었다. 평소의 차가운 표정이 조금씩 누그러지며,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맺혔다.

"저 웃음소리..."

천랑은 무의식중에 중얼거렸다. 그의 눈빛에는 따뜻함과 동시에 약간의 혼란스러움이 어려 있었다. 소화의 밝고 순수한 모습에 그의 마음이 동요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곧 그는 자신의 감정 변화를 느끼고 고개를 저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

천랑은 빠르게 제 자리로 돌아가려 했다. 하지만 그의 발걸음은 평소보다 느렸고, 그의 눈은 자꾸만 수랏간 쪽으로 향했다.

"나는 왕실의 무사일 뿐이야... 하지만..."

그는 한숨을 내쉬며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그의 마음 속에서는 의무감과 새롭게 싹트는 감정 사이의 갈등이 시작되고 있었다.

 

천랑은 어쩐지 복잡해진 마음을 가다듬기 위해, 식재료 창고 뒷편으로 발걸음을 했다. 그리고 뜻밖의 장면을 목격하고 말았다.

근위대 무사로 들어온 지 얼마 안 되는 신입 무사와 수랏간 궁녀로 보이는 소녀 한 명이 손을 마주잡고 서 있었던 것이다. 임금의 여인인 궁녀와 정을 통하는 것은 중죄였다.

자신들의 밀회가 천랑에게 발각되었음을 깨달은 두 사람은 깜짝 놀라 무릎을 꿇었다.

"처...천랑님...!"

천랑의 얼굴이 순식간에 차갑게 굳어졌다. 그의 눈에서는 분노와 실망감이 번뜩였다.

"이게 무슨 짓이냐!"

그의 목소리는 낮지만 위협적이었다. 천랑은 천천히 두 사람에게 다가갔다.

"너희들은 규율을 어긴 죄를 알고 있느냐? 이는 중죄다."

그는 잠시 두 사람을 노려보다가 신입 무사를 향해 말했다.

"넌 즉시 무사 자격을 박탈당할 것이다. 그리고 너..."

천랑은 궁녀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의 눈에 잠시 망설임이 스쳐 지나갔지만, 곧 다시 냉정을 되찾았다.

"너 역시 궁에서 쫓겨날 것이다."

그러나 천랑의 마음 한구석에서는 소화와의 만남이 떠올랐다. 그는 잠시 침묵했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하지만 너희에게 한 번의 기회를 주마. 이런 불경한 일을 즉시 중단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해라. 그렇지 않으면 다음에는 용서가 없을 것이다."

천랑의 목소리에는 엄중함과 동시에 미세한 연민이 섞여 있었다.

"가, 감사합니다..."

수랏간 궁녀는 눈물을 흘리며 먼저 그 자리를 뛰쳐나갔다.

신입 무사도 두려움에 몸을 떨며 고개를 숙이고 서둘러 자리를 빠져나갔다.

 

천랑은 한숨을 쉬었다. 엄격하게 말하기는 했지만 잠시나마 자신 또한 그들의 마음과 별다를 것이 없었음을 인정하며, 천랑은 발걸음을 돌렸다. 아직도 수랏간에서는 궁녀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었다.

천랑은 그 자리에 홀로 남아 복잡한 감정에 휩싸였다. 그의 얼굴에는 혼란스러움과 고뇌의 흔적이 역력했다.

"내가 옳은 일을 한 걸까..."

그는 중얼거리며 수랏간 쪽으로 다시 시선을 돌렸다. 여전히 들려오는 궁녀들의 웃음소리에 그의 마음은 더욱 혼란스러워졌다.

천랑은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생각에 잠겼다. 그의 눈앞에 소화의 모습이 떠올랐다. 순간 그의 가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이런 감정... 나도 그들과 다를 바 없군."

그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천랑의 눈빛에는 복잡한 감정이 교차했다. 의무와 규율, 그리고 자신의 감정 사이에서 그는 갈등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나는..."

그는 말을 멈추고 고개를 저었다. 천랑은 마음을 다잡고 다시 순찰을 시작했지만, 그의 발걸음은 무거웠고 마음은 여전히 혼란스러웠다.

그 날 이후로 한동안 천랑은 복잡한 마음에 수랏간 근처에는 발걸음도 하지 않았다. 자꾸만 소화의 모습이 아른거리는 것을 어떻게든 떨치기 위해 애썼다.


그렇게 열흘이 좀 넘게 지났다. 궁에 새로이 승은을 입은 궁녀가 생겼다는 소식이 궁인들 사이에 돌았다. 소문에는 귀 기울이지 않는 천랑이었지만, 근위대 무사들이 나누는 이야기를 통해 이제 곧 승은상궁 자리에 오를 궁녀의 이름을 우연찮게 듣게 되고 말았다.

"그 음식 잘 하기로 소문난 수랏간 궁녀라는군."

"이름이 뭐였던가, '소화'라고 했나?"

"그래, 맞아. 그 이름이었어."

천랑은 동료 무사들의 대화를 듣자마자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의 눈에는 충격과 혼란, 그리고 어떤 깊은 상실감이 스쳐 지나갔다.

"소...소화?"

그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천랑은 주변을 의식하지 못한 채 중얼거렸다.

"어떻게 이럴 수가..."

그는 갑자기 숨이 막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가슴 한구석이 아프게 조여오는 것을 느끼며, 천랑은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가슴을 손으로 눌렀다.

그의 마음속에서는 복잡한 감정들이 소용돌이쳤다. 소화에 대한 그리움, 자신의 감정을 인정하지 못했던 후회, 그리고 이제는 영원히 그녀를 잃어버렸다는 절망감이 뒤섞여 있었다.

"내가... 내가 왜 이러지..."

천랑은 혼란스러운 마음을 추스르려 애썼지만, 그의 냉정한 가면은 이미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그는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지 못한 채, 빠른 걸음으로 그 자리를 떠났다. 그의 발걸음은 어딘가 목적 없이 향하고 있었다.

 

아무 곳으로나 자리를 피하던 천랑은 궁중 정원 뒷뜰에서 숨을 돌렸다. 마음을 추스리고 다시 내금위로 향하려는데, 승은상궁의 의복을 갖추어 입고 연못가에 멈춰 서 있는 소화를 발견했다. 뭔가를 고민하고 있는 듯한 소화의 곁에는 이제 승은상궁이 된 그녀의 시중을 드는 나인 한 명이 붙어 서 있었다.

그와 거의 동시에 그를 알아본 소화가 먼 발치에서 조용히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나인도 그녀를 따라 천랑에게 인사했다.

천랑은 소화를 보자 순간 굳어 버렸다. 그의 눈에는 복잡한 감정이 교차했다. 그는 잠시 망설이다가 천천히 소화에게 다가갔다.

"...승은상궁이 되셨다고 들었소."

그의 목소리는 평소와 달리 약간 떨리고 있었다. 천랑은 소화의 눈을 바로 보지 못하고 시선을 피했다.

"축하...드립니다."

그의 말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지만, 동시에 깊은 상실감도 느껴졌다. 천랑은 잠시 침묵했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 동안... 잘 지내셨소?"

천랑의 질문에는 단순한 안부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숨겨진 걱정과 그리움이 묻어났다. 그의 눈빛에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이 어려 있었다.

"내가... 내가 혹시..."

그는 말을 멈추고 고개를 숙였다. 무언가 더 말하고 싶은 듯했지만, 주변의 시선을 의식한 듯 입을 다물었다.

 

"천랑 무사님."

소화가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다시 한 번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잘 지냈습니다."

그것이 그녀가 그에게 할 수 있는 인사의 전부였다. 애초에 두 사람이 드러내 놓고 마음을 나누어 본 적도 없으니, 고작 그 정도의 인사가 당연했다. 소화에게 있어서 천랑은 그저 한 번 그녀에게 친절을 베푼 근위대 무사일 뿐일 터였다. 소화는 고개를 들어 천랑을 바라보다가, 그의 표정이 어쩐지 복잡해 보이는 것을 눈치챘다.

"무사님께서도 고민이 있으신가 봅니다."

그녀가 뭐라 말을 이어 나가려는 와중에, 내관 한 명이 소화를 찾아왔다.

"상궁 마마, 중전 마마께서 찾으십니다."

"지금 가겠습니다."

소화는 얼른 내관에게 대답하고는 천랑에게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여 인사를 건넸다.

"그럼 중전 마마께서 부르셔서, 이만..."

그녀는 내관을 따라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천랑은 나인과 함께 내관의 뒤를 따르는 소화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천랑은 소화가 떠나는 모습을 바라보며 가슴 속에서 무언가가 무너져 내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의 눈에는 깊은 상실감과 후회가 어렸다.

"가는구나... 이제 정말로..."

그는 중얼거리며 주먹을 꽉 쥐었다. 천랑의 얼굴에는 평소에 볼 수 없었던 감정의 흔적이 역력했다.

천랑은 천천히 연못가로 걸어갔다. 그는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뭘 기대한 거지... 애초에 우리는..."

그는 말을 멈추고 고개를 저었다. 천랑의 눈에 순간 눈물이 맺혔지만, 그는 재빨리 손등으로 눈가를 훔쳤다.

"이제 그만... 이런 감정은 버려야 해."

그러나 그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여전히 소화에 대한 그리움과 애틋함이 남아있었다. 천랑은 마지막으로 소화가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며 작게 중얼거렸다.

"부디... 행복하시길."

그리고 그는 천천히 발걸음을 돌려 자신의 임무로 돌아갔다. 그의 걸음은 무겁고 느렸지만, 그의 눈빛에는 다시 차가운 결의가 서려 있었다.


천랑은 이제 다시는 승은상궁이 된 그녀를 볼 일이 없을 줄 알았다. 하지만 며칠 뒤, 소화는 나인을 시켜 천랑을 불러들였다.

소화는 단아하게 꾸며진 승은상궁의 방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상궁 마마, 근위관 천랑 무사님 드셨습니다."

나인의 알림과 함께 천랑이 조심스럽게 방에 들자, 소화는 상체를 약간 일으키며 그를 맞았다.

"갑작스레 오시라 하여 송구합니다."

그를 반기는 그녀의 표정에 어쩐지 절박함이 엿보였다.

 

천랑은 소화의 방에 들어서며 긴장한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의 얼굴에는 혼란과 기대, 그리고 약간의 두려움이 뒤섞여 있었다.

"상궁 마마께서 부르셨다고 해서 왔습니다. 무슨 일이신지요?"

그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조금 떨리고 있었다. 천랑은 소화의 얼굴을 바로 보지 못하고 시선을 피했다.

"혹시... 제가 도움 드릴 일이라도 있으신가요?"

천랑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의 눈빛에는 소화에 대한 걱정과 관심이 어려 있었다. 그는 소화의 표정에서 느껴지는 절박함을 감지하고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갔다.

"무슨 일이 있으신 것 같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그의 말에는 진심 어린 걱정과 함께, 그녀를 돕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담겨 있었다.

 

천랑의 따뜻한 말에 소화의 눈에 금세 눈물이 고였다. 그녀는 가슴을 손으로 누르며 한동안 겨우 숨을 고르다가 입을 열었다.

"제, 제가... 궁 안에 다른 연고가 없어... 부탁을 드릴 데가 무사님 뿐이라..."

소화의 목소리가 떨렸다.

"무사님께서는 궐 밖으로 출입하실 수 있으시지요? 저의..."

그녀의 목소리는 불안으로 가득 차 있었다.

"제가 품은 사연을 기억하신다면... 꼭 제 청을 들어 주셨으면 합니다. 부탁드립니다."

천랑은 그녀와 처음 만났을 때의 일을 떠올렸다. 그녀의 생모가 위중하다는 서신을 받았으나 궁녀의 몸으로 함부로 궐을 나갈 수 없어, 한밤중에 처소 밖을 떠돌다 자신과 마주쳤던 일을.

"...실은 그 날 이후로 어머니의 소식이 끊겼습니다. 어머니의 안부를... 확인하고 싶은데... 제가 궐 밖을 나갈 수가 없어서..."

소화의 눈에서 급기야 눈물이 흘러내려 뺨을 적셨다.

 

천랑의 얼굴에 깊은 동정심과 결의가 스쳐 지나갔다. 그는 소화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가 부드럽게 말했다.

"알겠습니다. 제가 확인해 드리겠습니다."

그의 목소리에는 따뜻함과 결단이 담겨 있었다. 천랑은 잠시 망설이다가 조심스럽게 소화의 손을 잡았다.

"걱정 마십시오. 반드시 어머님의 안부를 확인하고 돌아오겠습니다."

그의 눈빛에는 진심 어린 약속이 담겨 있었다. 천랑은 소화의 눈물을 보며 가슴이 아파왔다.

"상궁 마마의 고향이 어디신지, 어머님의 성함을 알려 주십시오. 그리고 전해드릴 말씀이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천랑은 소화를 안심시키려 노력했다. 그의 마음속에는 그녀를 돕고 싶은 간절한 마음과 함께,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려는 노력이 공존하고 있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무사님..."

소화는 울먹이며 고개를 숙였다.

"제 고향은 만경 솜읍입니다. 어머니의 성함은 강가(家)에 양 자, 순 자 되십니다. 그리고..."

그녀는 흐느낌이 터져나오려는 것을 참으며 전하고픈 말을 이어나갔다.

"제가 주상 전하의 승은을 입어, 조금만 기다려 주시면 곧 어머니를 수도로 모시겠다고... 그러니 안심하고 부디 몸조리 잘 하고 계시라고 전해 주십시오."

천랑은 소화의 말을 주의 깊게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눈에는 결의와 함께 깊은 연민이 어려 있었다.

"만경 솜읍... 꼭 기억하겠습니다."

그는 잠시 망설이다가 조심스럽게 소화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상궁 마마의 말씀을 그대로 전해 드리겠습니다. 어머님께서 분명 기뻐하실 겁니다."

천랑의 목소리에는 따뜻함이 묻어났다. 그는 소화의 눈물을 닦아 주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며 말을 이었다.

"제가 최대한 빨리 다녀오겠습니다. 그때까지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상궁 마마의 건강도 중요합니다."

그는 잠시 주변을 살펴본 후 낮은 목소리로 덧붙였다.

"이 일은 비밀로 하겠습니다. 만약 무슨 일이 생기면... 제가 모든 책임을 지겠습니다."

천랑의 눈빛에는 소화를 향한 깊은 애정과 보호하고자 하는 마음이 어려 있었다.


그 날로 채비를 마친 천랑은 근무 일정을 조정한 후 먼 길을 떠났다. 수도에서 만경까지는 먼 길이었다. 말을 타고 이틀이 걸려 솜읍에 다다른 그는 소화의 생가를 찾았다. 그리고 뜻밖의 비보를 듣게 된다.

천랑이 도착해 보니 빈 집을 정리하는 몇몇 아낙들이 보였다. 이야기를 들어 보니, 소화의 모친이 시름시름 앓다가 더 이상 약도 듣지 않아 불과 닷새 전에 숨을 거두었다는 것이었다. 혈연이 아니다 보니 어떻게 궐 안에 있는 외동딸에게 소식을 전할 길도 없어 걱정만 하고 있던 차에 궐에서 사람이 왔다니 다행이라며, 아낙들은 천랑을 붙잡고 소화를 홀로 키우느라 고생만 하다 병을 얻어 돌아간 그녀의 홀어머니 이야기를 늘어놓으며 눈시울을 적셨다.

일단 날이 다 저물어가는 상황이라 소화가 지냈다던 방에 아낙들이 이부자리를 깔아 주고, 식사를 차려 주어 어찌저찌 끼니를 챙겼다. 그러나 이 가슴 아픈 소식을 그녀에게 전하려니 막막했다. 해가 지자 아낙들도 다 제 집으로 돌아가고, 홀로 남은 방 안에서 천랑은 멍하니 앉아 있었다.

 

천랑은 어두운 방 안에 홀로 앉아 있었다. 그의 눈에는 깊은 슬픔과 고뇌가 어려 있었다.

"어떻게... 어떻게 이 소식을 전해야 하나..."

그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떨궜다. 소화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녀의 눈물 어린 표정,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모습... 천랑의 가슴이 아팠다.

"상궁 마마... 소화..."

그는 무의식적으로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천랑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당신이 이 소식을 들으면... 얼마나 가슴 아파하실까..."

천랑은 천천히 일어나 방 안을 서성였다. 그의 마음속에는 소화를 위로하고 싶은 마음과 함께, 이 비보를 전하기 두려운 마음이 뒤섞여 있었다.

"내가... 내가 어떻게든 당신을 지켜드리겠습니다. 이 아픔을 함께 나누겠습니다."

그는 결연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천랑의 눈에는 이제 소화를 향한 깊은 애정과 보호하고자 하는 의지가 가득 차 있었다.


이틀 뒤 궐로 도착한 천랑이 복잡한 심정으로 소화를 찾았다. 소화는 간절한 표정으로 그를 맞았으나, 천랑의 얼굴에 침울한 빛이 감돌자 그의 안부를 물을 새도 없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아직... 많이 위독하시던가요? 제 이야기는... 잘 들으시던가요?"

천랑은 소화의 얼굴을 바라보며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 그는 잠시 말을 고르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상궁 마마... 제가... 전해 드릴 소식이..."

그의 목소리가 떨렸다. 천랑은 깊은 숨을 들이쉬고 소화의 손을 조심스럽게 잡았다.

"어머님께서... 이미... 돌아가셨습니다."

천랑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그는 소화의 반응을 주시하며 계속 말을 이었다.

"제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닷새 전에 돌아가셨다고 합니다. 마지막까지 상궁 마마를 걱정하셨다고... 마을 사람들이 전해주셨습니다."

그는 소화를 안아주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며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더 빨리 갔더라면..."

 

소화의 눈이 충격으로 크게 뜨였다가, 슬픔으로 흐려졌다. 눈물을 참으려 했으나 무리였다. 그러나 어깨를 떨면서도 그녀는 울음을 터뜨리지 않았다. 어떻게든 근위관인 그의 앞에서 체면을 차리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그래서... 그 동안 아무 연락도..."

소화는 눈물 젖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다가, 뒤늦게 그에게 허리를 숙여 고마움을 표했다.

"무사님 탓이 아닙니다. 제가 너무 늦은 탓에... 먼 길 다녀오시느라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도리어 그를 위로하듯 그의 소맷깃을 한 번 쓸어내렸다.

"이런 소식을 가져오시느라 얼마나 발걸음이 무거우셨겠습니까. 무사님까지 마음 고생하시게 해 드린 것 같아... 제가 더 죄송합니다."

 

천랑은 소화의 반응에 가슴이 아파왔다. 그녀가 눈물을 참으려 애쓰는 모습에 그의 눈에도 눈물이 고였다.

"상궁 마마...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마십시오. 이는 누구의 잘못도 아닙니다."

그는 소화의 손을 더욱 꼭 잡았다.

"저... 저도 어머니를 여읜 적이 있습니다. 그 아픔을 알기에... 상궁 마마의 마음이 얼마나 아프실지 이해합니다."

천랑은 주변을 살펴본 후, 낮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지금은 울지 않으셔도 됩니다. 하지만 나중에... 혼자 계실 때 마음껏 우십시오. 그것이 어머님을 위해 할 수 있는 마지막 예의일 것입니다."

그의 목소리에는 깊은 연민과 위로가 담겨 있었다.

"제가...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무엇이든 말씀해 주십시오. 상궁 마마의 곁에서 힘이 되어 드리고 싶습니다."

 

"...마음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무사님."

소화는 그가 잡아 준 손을 한 번 부드럽게 잡은 후 놓았다.

"무사님께서 부탁드릴 일은 이걸로 충분합니다. 이제 되었습니다."

아직 눈가에 눈물이 남아 있었지만, 그녀는 천랑에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천랑은 지금의 소화에게는 혼자 슬퍼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이제 소화가 그에게 필요로 하는 일은 더 없었다. 지금 물러나면 그녀가 다시 그를 부를 일이 또 언제 생길까. 그런 생각에 어쩐지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지만, 지금은 물러나야 했다.

 

천랑은 소화의 말에 깊은 아쉬움을 느꼈지만, 그녀의 의지를 존중하기로 했다. 그는 천천히 일어서며 마지막으로 소화를 바라보았다.

"알겠습니다, 상궁 마마.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그는 잠시 망설이다가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하지만... 혹시라도 무언가 필요하시다면, 언제든 저를 찾아주십시오.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돕겠습니다."

천랑의 눈에는 깊은 애정과 걱정이 어려 있었다. 그는 소화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부디... 건강 챙기십시오. 그리고 너무 오래 홀로 슬퍼하지 마십시오."

그는 천천히 뒷걸음질치며 방을 나섰다. 문을 닫기 직전, 그는 마지막으로 소화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는 그녀를 향한 깊은 연민과 사랑이 가득했다.


며칠 뒤, 여느 때처럼 천랑이 야간 순찰을 돌고 있을 때였다. 궁중 정원에 있는 호숫가에 인영이 움직이는 것 같아 그가 신속히 다가가 보니, 놀랍게도 인영의 정체는 소화였다. 홀어머니를 잃고 마음이 복잡하여, 저번처럼 밤 공기를 쐬기 위해 밖에 나온 것일까.

그런데 뭔가 소화의 낌새가 이상해 보였다. 그녀는 한참 동안을 잔잔하고 깊은 호수 물결만 멍하니 들여다보더니, 천천히 자신이 신고 있던 신을 한 쪽에 벗어 두기 시작했다.

 

천랑은 소화의 행동을 보고 순간 심장이 멎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그는 망설임 없이 소화를 향해 달려갔다.

"상궁 마마! 그러지 마십시오!"

그의 목소리에는 절박함이 가득했다. 천랑은 소화의 팔을 잡아 그녀를 물가에서 끌어당겼다.

"제발... 이러지 마십시오. 어머님께서도 원치 않으실 겁니다."

그는 소화를 꼭 껴안았다. 천랑의 온 몸이 떨리고 있었다.

"당신이... 당신이 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 없습니다. 제발... 살아 주십시오."

천랑의 목소리는 떨렸지만, 눈물을 머금은 그의 눈빛에는 단호한 의지가 서려 있었다.

"저와 함께... 이 아픔을 견뎌내 주십시오. 혼자가 아니십니다. 제가... 제가 항상 곁에 있겠습니다."

 

"무사님, 왜 여기에...?"

소화가 깜짝 놀라 숨을 삼키며 물었다. 그러나 지금 그게 중요한 문제는 아니었다.

"이것 놓으십시오. 어머니께서 세상에 안 계신데... 제가 궁녀가 되어 무얼 하고 상궁이 되어 무얼 하겠습니까..."

소화는 그의 팔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을 치며 다시 눈물을 흘렸다.

"홀어머니 병환을 고치고자... 여인의 몸으로 돈을 벌어야만 했기에 궐에 들어와 궁녀가 된 것이었는데... 이제 다 부질없게 되었습니다. 제가, 제가 왜 이 궐 안에 있는 것인지도 이제는 모르겠습니다..."

그녀는 그제야 고개를 숙이고 흐느끼기 시작했다.

 

천랑은 소화의 말을 듣고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아픔을 느꼈다. 그는 소화를 더욱 강하게 안아 그녀의 몸부림을 막았다.

"그렇게 말씀하지 마십시오. 상궁 마마의 삶은... 어머님을 위한 것만이 아닙니다."

그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지만, 단호했다.

"상궁 마마께서는... 저에게도 소중한 분이십니다. 제 삶의 이유가 되어 주셨습니다."

천랑은 소화의 얼굴을 조심스럽게 들어 올려 그녀의 눈을 바라보았다.

"저는... 상궁 마마를 사랑합니다. 당신이 살아계시기에, 저도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함께 살아갑시다. 어머님의 뜻을 이어 더 나은 삶을 살아가는 것이... 그분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천랑은 소화의 손을 꼭 잡았다.

"저와 함께... 새로운 삶을 시작해 주시겠습니까?"

 

"네...?"

소화의 눈이 충격으로 크게 떨렸다.

"그게 무슨 말씀... 저는 이미 승은을 입은 상궁인데, 어찌 그런..."

임금의 여인인 궁녀를 마음에 담는 것만으로도 중죄일진대, 하물며 임금의 승은을 입은 승은상궁을 사랑한다니 이것이 될 말인가. 소화의 가슴이 두방망이질쳤다. 그것이 생각지도 못한 사랑의 고백을 들어서인지, 아니면 신뢰하는 무사가 중죄를 저지른 것이나 다름없는 사실에 대한 두려움인지 알 수가 없었다.

 

천랑은 소화의 반응을 보고 자신의 말이 얼마나 무모했는지를 깨달았다. 그러나 그는 이미 마음을 정했다.

"알고 있습니다. 제가 하는 말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하지만 더 이상 이 마음을 숨길 수가 없습니다."

그는 소화의 손을 더욱 꼭 잡았다.

"저는 상궁 마마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마음을 빼앗겼습니다. 그 순수함과 강인함에... 하지만 저의 신분과 위치를 알기에 감히 말씀드리지 못했습니다."

천랑의 눈에는 결연한 의지가 서려 있었다.

"이제는... 상궁 마마의 생명이 위태로운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저는 더 이상 침묵할 수 없습니다. 제 목숨을 걸고서라도 상궁 마마를 지키고 싶습니다."

그는 잠시 숨을 고르고 말을 이었다.

"저와 함께... 이 궁을 떠나 새로운 삶을 시작하시지 않겠습니까? 저는 상궁 마마와 함께라면 어떤 고난도 이겨낼 수 있습니다."

 

"궁을... 떠난다고요? 하지만 어떻게..."

소화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녀 또한 오직 어머니만을 위해 궁에 들어온 몸이었기에, 한 치의 자유도 용납되지 않는 궁에서의 생활이 행복할 수는 없었다. 천랑 같은 무관이나 문관이라면 모를까, 왕에게 모든 것을 바치기로 맹세하고 궁에 들어온 여인이 살아서 이 곳을 나간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심지어 두 사람이 함께 도망치는 것은 대역죄에 준하는 중죄였다.

그녀는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

"아뇨, 그건 아니 됩니다. 저는 어차피 삶의 의미를 잃은 몸이지만, 무사님께서는 장래를 촉망받는 유능한 무관이 아니십니까. 불길에 뛰어들려 하지 마세요. 방금 말씀은 못 들은 것으로 할 테니..."

 

천랑은 소화의 말에 가슴이 아팠지만, 그의 눈빛에는 더욱 강한 결의가 서렸다.

"상궁 마마... 제게는 이미 삶의 의미가 있습니다. 바로 당신입니다."

그는 소화의 손을 부드럽게 잡아 자신의 가슴에 가져다 대었다.

"이 심장이 뛰는 이유는 오직 당신 때문입니다. 제게 무관으로서의 지위나 명예가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당신 없는 세상에서는..."

천랑의 목소리가 잠시 떨렸지만, 그는 곧 단호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저는 이미 결심했습니다. 상궁 마마와 함께라면 어떤 고난도 견딜 수 있습니다. 비록 도망자의 삶이 될지라도... 우리가 함께 살아갈 수 있다면, 그것이 제게는 가장 큰 행복입니다. 함께 이 곳을 떠날 방법을 찾겠습니다. 제발... 저를 믿어 주십시오."

그는 소화의 양 어깨를 부드럽게 잡고 진지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은 강한 의지로 빛나고 있었다.

"당신의 삶에 다시 의미를 불어넣어 드리겠습니다. 우리 함께 새로운 삶을 시작합시다. 저는... 당신과 함께라면 어떤 미래도 두렵지 않습니다."

 

소화는 멍하니 천랑의 손에 이끌려 자신의 처소로 돌아왔다. 그가 방금 전 호숫가에서 한 말들이 머릿속을 끊임없이 맴돌았다.

천랑은 이 삭막한 궁에서 처음으로 그녀에게 인간적인 정을 준 사람이자, 그녀의 사연을 공감하고 이해해 준 사람이었다. 그의 사랑에 거부감을 느낄 이유가 하등 없었다. 하지만 그와 궁을 떠나 맺어진다는 것은 너무나도 위험했다. 그야말로 목숨이 걸린, 위험한 행복이었다.

"천랑... 무사님."

떨리는 가슴을 안고 잠자리에 든 소화는 작게 중얼거렸다. 정말로 그와 함께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만 있다면, 이 궁을 나가 그렇게 살 수만 있다면...


소화의 방 밖에서 천랑은 밤새 경계를 서며 그녀를 지켰다. 그의 마음은 복잡했지만, 결심은 확고했다.

새벽녘, 그는 조용히 소화의 방문을 두드렸다.

"상궁 마마, 저입니다. 잠시 말씀 나눌 수 있겠습니까?"

천랑은 주위를 살폈다. 아직 궁이 깨어나기 전, 그는 소화와 단둘이 이야기를 나눌 기회를 잡은 것이다.

"어젯밤 일은... 정말 죄송합니다. 하지만 후회하지 않습니다. 제 마음은 변함이 없습니다."

그는 소화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저는 우리가 함께 새 삶을 시작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위험하고 어려울 것입니다. 하지만 당신과 함께라면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습니다. 제게... 기회를 주시겠습니까?"

천랑의 눈에는 간절함과 결의가 가득했다.

 

소화는 그의 눈을 바라보며 마지막으로 망설였다. 왕실의 명장으로 이름 난 그를 따라 위험한 탈출에 나설 것인가, 아니면 현실에 안주하며 죽은 자처럼 의미 없이 살아갈 것인가.

사실 답은 정해져 있었다. 이미 홀어머니를 잃고 죽음을 결심한 그녀가 아닌가. 도망치다 붙잡혀 죽어도 본전이었다. 딱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은 유능한 무관인 천랑이 자신의 장래를 헌신짝 버리듯 내던져야 한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그는 이미 마음을 정한 듯 했다. 소화가 없으면 지위도 명예도 의미가 없다 하였다. 도대체 무엇이 그를 그렇게 만든 것일까. 하지만 당장 그런 것을 물을 때는 아닌 것 같았다. 이제 두 사람에게는 서로의 존재 외에 삶의 의미는 남아 있지 않았다.

"...무사님을 믿겠습니다. 하지만... 정말로 궁에서 빠져나가는 것이 가능할까요?"

소화는 조심스럽게 목소리를 낮추었다.

 

천랑은 소화의 말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눈빛이 결연히 빛났다.

"네, 가능합니다. 제가 이미 계획을 세워두었습니다."

그는 주변을 살피며 목소리를 더욱 낮추었다.

"3일 후, 밤중에 궁 밖으로 나가는 비밀 통로를 이용할 것입니다. 제가 야간 순찰을 서는 날이니 의심을 피할 수 있습니다."

천랑은 소화의 손을 조심스레 잡았다.

"그날 밤, 상궁 마마께서는 평소와 다름없이 행동하시다가 밤중에 몰래 북문 근처로 와 주십시오. 제가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그의 눈빛이 진지해졌다.

"우리에겐 단 한 번의 기회밖에 없습니다. 위험하고 어려울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당신과 함께라면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다고 믿습니다."

천랑은 소화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우리가 궁을 빠져나가면, 먼저 산 속의 은신처로 갈 것입니다. 그곳에서 잠시 몸을 숨기고 다음 행선지를 정하겠습니다. 제가... 당신을 지키고 행복하게 해 드리겠습니다. 약속드립니다."

천랑은 밤새 그녀의 처소 앞에서 경계를 서며 그런 방법을 구상해 놓은 것이었다.

소화는 그의 진심을 믿기로 했다. 그녀는 눈물이 고인 눈으로 결심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 하겠습니다. 무사님의 뜻에 따르겠습니다."

그녀의 입술은 아직도 떨리고 있었지만, 결심만은 단호했다.

"사흘 뒤까지 저희는 서로 왕래해서는 안 되겠습니다. 자칫 눈에 띄어 의심을 살 수도 있으니..."

소화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사흘 뒤 북문 근처로 가겠습니다."

 

천랑은 소화의 결심을 듣고 안도와 기쁨이 섞인 표정을 지었다. 그는 소화의 손을 부드럽게 잡았다.

"네, 그렇게 하십시오. 조심해야 합니다. 서로를 위해서..."

그의 목소리가 잠시 떨렸지만, 곧 다시 힘을 되찾았다.

"사흘 동안... 제 마음은 오직 상궁 마마와 함께할 미래로 가득할 것입니다. 부디 건강히 지내십시오."

천랑은 주변을 살폈다. 아직 궁이 깨어나기 전이었지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제 가보겠습니다. 사흘 후, 북문에서 뵙겠습니다. 그때까지... 부디 안전하시기를."

그는 마지막으로 소화의 손을 꼭 쥐었다가 놓았다. 천랑의 눈에는 결연한 의지와 함께 깊은 애정이 서려 있었다.

"저는... 당신과 함께할 미래를 꿈꾸며 이 시간을 견디겠습니다. 우리의 새로운 삶을 위해..."

천랑은 마지막으로 소화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한 후, 조용히 그녀의 처소를 빠져나갔다. 그의 발걸음은 가볍고 조용했지만, 그의 마음속에는 이미 불타오르는 희망의 불꽃이 자리 잡고 있었다.


사흘 뒤, 소화는 천랑과의 약속대로 만반의 준비를 하고 북문으로 나섰다.

먼저, 몇 가지 지니고 있던 값나가는 패물들을 주머니에 넣어 챙겼다. 그리고 밤이 깊자, 승은상궁의 의복이 아닌 수랏간 궁녀 복장으로 환복했다. 승은상궁의 옷과 신을 가지고 어둠 속에 몸을 숨기며, 그녀가 처음 몸을 던지려 했던 호숫가를 찾았다. 금방 벗어 놓은 것처럼 신을 한 켠에 나란히 놓아 두고, 상궁의 의복을 호수에 담갔다. 이렇게 하면 잠시나마 눈속임이 될 것이다.

위장을 마친 소화는 발자국 소리를 죽이며 조심스럽게 북문으로 향했다. 제발, 들키지 않기를... 몇 번이고 되뇌이면서.

 

천랑은 북문 근처 그림자에 몸을 숨긴 채 소화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눈은 주변을 날카롭게 살폈고, 귀는 작은 소리에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소화의 발소리가 들리자 그는 긴장했다가 곧 안도했다. 그녀를 발견하고 조용히 손짓했다.

"이리 오십시오."

그가 속삭였다.

소화가 다가오자 천랑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의 손은 따뜻했지만 긴장으로 약간 떨리고 있었다.

"준비는 다 하셨습니까? 이제 돌이킬 수 없습니다..."

그는 소화의 눈을 바라보며 마지막으로 확인했다.

"저를 따라오십시오. 조용히... 조심스럽게..."

천랑은 소화를 이끌고 미리 준비해 둔 비밀 통로로 향했다. 그의 움직임은 신중하고 조용했지만, 결연함이 느껴졌다.


두 사람은 비밀 통로를 향해 궁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쉬지 않고 발걸음을 옮겨 수도에서 꽤 멀리 떨어진 산까지 향했다. 천랑이 인도한 곳은 옛 전쟁 때 피난민들이 사용했던, 이제는 역사 속에 잊혀진 은신처였다. 두 사람은 은신처에 완전히 들어온 다음에야 안도의 한숨을 돌렸다. 특히 소화는 이렇게까지 긴장되는 경험은 처음이라, 뛰는 가슴을 가라앉히는 데 더 많은 시간이 걸렸다. 무관으로서 언제 어디서 도사릴지 모르는 위험과 긴장에 익숙해져 있는 천랑과는 달랐다.

천랑은 소화의 상태를 걱정스럽게 바라보았다. 그는 조심스럽게 그녀에게 다가가 어깨를 감쌌다.

"괜찮으십니까? 너무 무리하셨군요."

그는 주변을 살피며 말을 이었다.

"이곳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시죠. 당분간은 안전할 겁니다."

천랑은 은신처 안을 둘러보며 간단한 침구와 음식을 준비했다.

"여기 앉으십시오. 물 한 모금 드시면 좀 나아지실 겁니다."

그는 소화에게 물을 건네며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이제... 우리는 새로운 삶을 시작했습니다. 두렵고 불안하시겠지만, 제가 항상 곁에 있겠습니다. 함께 이겨내겠습니다."

천랑은 소화의 손을 부드럽게 잡았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이야기 나누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전에 충분히 쉬십시오. 당신의 안전이 제게는 가장 중요합니다."

 

소화는 그의 어깨에 이마를 기대고 한참 동안 심호흡을 하며 긴장을 가라앉혔다.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은 그녀가 천천히 고개를 들고, 물을 마셨다.

"고향으로 내려가는 것은 역시 위험하겠지요, 저희가 사라진 것을 알면 궁에서 가장 먼저 우리의 연고지부터 뒤지러 올 테니..."

그녀도 진지하게 앞으로의 계획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천랑은 소화의 말에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고향으로 가는 것은 너무 위험합니다. 우리는 더 멀리 가야 합니다."

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말을 이었다.

"제 생각에는 국경을 넘어 다른 나라로 가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곳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을 겁니다."

천랑은 소화의 손을 부드럽게 잡았다.

"하지만 그 전에, 우리는 먼저 신분을 숨기고 여행할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제가 알고 있는 상인이 있는데, 그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는 우리를 상인 부부로 위장시켜 줄 수 있을 겁니다."

그의 눈빛이 따뜻해졌다.

"당신과 함께라면,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밤새 궁을 뛰쳐나와 달린 탓에, 한 숨도 못 잔 채로 어느덧 동이 터 오고 있었다. 소화와 천랑은 조금이나마 눈을 붙이기 위해 침상에 몸을 뉘었다. 하지만 소화는 어쩐지 쉽사리 잠이 들지 않았다.

그녀는 그의 품에 안긴 채 몇 번 뒤척이다가, 작게 입을 열었다.

"주무세요?"

소화는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무사님께서도 어머니를 여읜 적이 있으시다고 하셨죠... 언제, 어떻게... 그런 일이 있었나요?"

뭐라도 좋으니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 좀 마음이 놓일 것 같았다.

 

천랑은 소화의 질문에 잠시 침묵했다. 그의 눈에 슬픔의 그림자가 스쳐 지나갔다.

"...네, 아직 깨어 있습니다."

그는 깊은 숨을 내쉬고 말을 이었다.

"제가 열다섯 살 때였습니다. 어머니는... 병으로 돌아가셨습니다. 아버지께서는 전장에 나가 계셨고, 저는 혼자서 어머니를 간호해야 했죠."

천랑의 목소리가 떨렸다.

"마지막 순간까지 어머니는 저를 걱정하셨습니다. '랑아, 너는 꼭 훌륭한 무관이 되어라.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네 마음을 지키는 거란다.'라고 말씀하셨죠."

그는 소화를 더 가까이 끌어안았다.

"그 후로 저는 어머니의 말씀을 가슴에 새기고 살았습니다. 하지만... 당신을 만나기 전까지는 진정한 의미를 깨닫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럼, 아버님께서는...?"

소화는 그의 품에 안긴 채 질문을 이었다.

"무사님께서는 아버님의 뒤를 이어... 무관이 되고자 하신 건가요?"

 

천랑은 잠시 침묵했다가 조용히 대답했다.

"아버지는... 전쟁에서 돌아오지 않으셨습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지 2년 후의 일이었죠."

그의 목소리에는 깊은 슬픔이 묻어났다.

"네, 맞습니다. 아버지의 뜻을 이어 무관이 되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었습니다. 어머니의 마지막 말씀을 지키고 싶었고, 또 나라를 지키는 것이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천랑은 소화를 바라보며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하지만 이제는... 당신을 지키는 것이 제 삶의 가장 중요한 목표가 되었습니다. 아버지와 어머니께서도 이해해 주실 거라고 믿습니다."

그는 소화의 손을 꼭 잡았다.

"우리가 함께 만들어갈 새로운 삶... 그것이 제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입니다."

천랑은 소화의 따뜻한 숨결을 느끼며 그녀를 더욱 가까이 끌어안았다. 그의 목소리는 부드럽고 진실됨이 묻어났다.

"소화... 당신과 함께 있으니 이제야 진정한 평화를 느낍니다. 우리의 여정이 험난할지라도, 당신과 함께라면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는 소화의 머리를 조심스럽게 쓰다듬었다.

"이제 우리는 새로운 삶을 시작합니다. 궁에서의 모든 것을 뒤로하고, 오직 우리 둘만의 이야기를 써나갈 거예요. 당신을 행복하게 해드리겠습니다. 약속합니다."

천랑의 눈에는 깊은 애정과 결의가 서려 있었다.

"함께 꿈꾸고, 함께 웃고, 함께 울며... 우리만의 작은 세상을 만들어가요. 이제부터 우리의 진짜 인생이 시작되는 거예요."

그는 소화의 이마에 부드럽게 입맞춤을 했다.

"잠들기 전에... 당신을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매일, 당신에게 이 말을 들려 드리고 싶습니다."

 

[Ending Message]

두 사람의 새로운 여정이 시작되었습니다. 궁을 벗어나 자유를 찾아 떠난 소화와 천랑. 그들 앞에는 험난한 길이 기다리고 있겠지만, 서로를 향한 사랑과 믿음으로 모든 어려움을 이겨낼 것입니다. 이제 그들의 이야기는 새로운 장을 열어갑니다.

 

 

-fin.

 


 

뭔가 흐름이... 뤼튼 초기에 플레이했던 문월 비슷한데요. 문월 때는 비극으로 끝났지만 여기서는 탈출 성공 후, 희망적인 열린 결말로 진행했습니다. 국경을 넘기로 했으니 대국에라도 가서 행복하게 가정 꾸려 잘 살겠지요. 역시 도망자들은 일단 해외로 도피해야... 어중간하게 국내에서 숨어 살다 보면 문월 같은 비극이...(절레절레) 역시 궁인 클라스. 천랑이 똑똑하네요.

근데 이렇게 문어체 쓰는 캐릭터는 너무 오랜만이라, 살짝 어색한 기분도 들고ㅎㅎ

최근 들어 너무 자연스러운 구어체 쓰는 캐릭터들하고만 놀아서 그런가 봅니다ㅎㅎ

 

요즘은 오래 전에 플레이하다가 묻혀 버린 캐릭터들과의 이야기를 다시 이어나가고 있는 중입니다. 한동안 예리엘님 캐릭터챗에 푹 빠져서 정신없이 휘몰아치며 달렸는데, 매너리즘이 올락말락하다가 해온이 덕분에 좀 해소가 된 덕분에 뤼튼을 멈추진 않고 있어요. 대신 말 그대로 '쉬어 가는 느낌'으로, 오랜만에 세계관 심플하고 조연도 거의 없는 짧고 심플한 플레이를 해 봤는데 나름 나쁘지 않네요. 말 그대로 진짜 뤼튼 갓 시작한 때로 돌아간 듯한 기분...!

 

그래서 처음으로 (OOC : 엔딩 출력) 명령어를 써서 마무리해 보았습니다. 끝이 특이하죠? 제가 평소에 보던 방식의 엔딩이 아니죠. 저는 그 동안 제가 직접 엔딩 서사를 작문하거나, 대화를 나누다 보면 적절한 순간에 마무리 같은 챗이 돌아와서 그걸 그대로 엔딩으로 쓰곤 했는데... (OOC:) 명령어를 활용하니 어중간한 상태에서도 어떻게든 마무리를 지어 주네요. 편리하다?! 새로운 걸 배웠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Ending Message]로 갑자기 문장 스타일이 바뀌는 것은 좀 아쉽네요.(갑자기 뜬금 나레이션이 튀어나온 느낌ㄷㄷ) 그냥 처음 시작했을 때의 챗 문장과 같은 스타일로 마무리되면 더 좋을 뻔했어요. 테스트 겸, 앞으로는 '쉬어 가는' 캐릭터챗들에는 종종 엔딩 명령어를 사용해서 마무리지어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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