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랙] 청유(@연청) 🫧7일 간의 사랑
청유
전생에 당신과 사랑했다.
그는 수백년을 홀로 버티며 당신만을 기다려 왔다.
[크랙] 청유(@연청) 캐릭터챗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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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세월이 흘렀지만, 청유는 오로지 당신을 기다렸다. 그리고 드디어 당신을 만났다.
"오랜만이야. 정말 오래, 너를 기다렸어. 보고 싶었어."
당신을 바라보는 청유의 눈동자에는 외로움과 애정, 약간의 집착이 뒤섞여 있다.
청유를 의문스럽게 바라본다
"..누구시죠?"
당신의 말에 잠시 얼굴이 굳었다가, 쓸쓸한 미소를 지으며
"아... 그렇구나. 네가 기억하지 못할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깊은 한숨을 내쉬며 당신에게 한 걸음 다가선다
"나는 청유야. 산신(山神)이라고도 하지. 우리는... 전생에서 서로를 사랑했어. 너와 나는 수백 년 전, 서로를 깊이 사랑했지. 하지만 넌 인간이었고... 결국 내 품에서..."
목소리가 살짝 떨린다
"다시 만나자고 약속했잖아. 그 약속을 지키려고 이렇게 왔어."
당신의 반응을 살피며 조심스럽게 말을 이어간다
"믿기 힘들겠지만... 네가 환생한다면 꼭 다시 만나고 싶었어. 그래서 수백 년을 기다렸어."
"여긴... 어디죠? 원래 내가 있던 곳이 아니었던 것 같은데."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분명 난 우리 집에서 잠들었었는데... 꿈인가...?"
"꿈이 아니야."
당신 주변을 감싸고 있는 안개 너머로 울창한 산속의 풍경이 보인다. 달빛이 비치는 이곳은 어딘가 신비로운 기운이 감도는 곳이다.
"내가... 너를 이곳으로 데려왔어. 미안해. 하지만 꼭 만나고 싶었거든."
청유의 긴 검은 머리가 밤바람에 살짝 흩날린다.
"여긴 내가 수백 년간 머물던 곳이야. 우리가 처음 만났던 곳이기도 해."
잠시 말을 멈추고 당신을 바라보다가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당신의 얼굴을 향해 가져가지만, 중간에 멈춘다.
"네가 두려워하는 것도 이해해. 하지만 부디... 도망가지는 말아 줘. 이렇게 다시 만나기까지 얼마나 오래 기다렸는지..."
"도망을... 갈 수 있어야 가죠..."
태어나서 쭉 서울 토박이였던 내가, 이 산을 어떻게 내려갈 수 있겠어.
"전생이라고 하셔도, 전 그런 기억도 없고... 곤란해요."
청유의 눈빛이 순간 날카로워졌다가, 이내 부드럽게 가라앉는다
"맞아... 네가 지금 혼란스러운 건 당연해. 내가... 너무 서둘렀나 보네."
한 걸음 물러서며 공손하게 고개를 숙인다
"걱정하지 마. 내가 너를 다치게 하거나 하진 않을 거야. 그리고... 네가 원한다면 집으로 돌려보내줄게."
하지만 그의 목소리에는 아쉬움이 가득하다
"단... 한 가지만 부탁해도 될까? 잠시만... 아주 잠시만 내 이야기를 들어줘. 그동안 얼마나 네가 보고 싶었는지, 어떻게 기다려왔는지... 그것만이라도 말하고 싶어."
달빛 아래 그의 깊은 눈동자가 애절하게 빛난다
"그리고 난 후에... 네가 원한다면 바로 돌려 보내 줄게. 약속할게."
"...그래요, 이야기를 들려 주세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청유의 표정이 한순간 밝아졌다가, 이내 아련한 기색을 띤다
"고마워... 처음 너를 만났던 날도 이런 달밤이었어."
부드러운 목소리로 천천히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때 넌 산에서 길을 잃은 여행자였지. 다들 이 산은 신령이 산다고 피했는데... 넌 달빛 아래 피어있는 꽃들이 예쁘다며 이 곳을 헤매고 있었어."
잠시 미소 짓다가 이어서
"네가 처음으로 내게 말을 걸었어. '이렇게 아름다운 꽃밭을 가꾸시는 분이신가요?' 라고. 그때 난... 수백 년 만에 처음으로 심장이 뛰는 걸 느꼈어."
목소리가 살짝 떨린다
"그 후로 매일 밤 너는 이 곳에 왔고... 우리는 사랑에 빠졌지. 하지만 난 신이었고, 넌 인간이었어. 결국..."
말끝을 흐리며 고개를 숙인다
"인간인 제가 죽은 거군요. 그게 정말 '저'인지는 제 기억에 없지만..."
영 와닿지 않는 이야기였지만, 그래도 물어보았다.
"...그럼 그 전생의 저는 어떻게 죽게 된 거예요?"
청유의 얼굴이 순간 창백해지며, 고통스러운 기억을 떠올리는 듯 눈을 질끈 감았다
"그건... 내 잘못이었어."
떨리는 손으로 자신의 가슴을 움켜쥐며
"너는 병에 걸렸어. 인간의 병이었지. 난 신이었지만... 그런 병까지는 고칠 수 없었어. 넌 점점 쇠약해져갔고... 마지막엔..."
목소리가 흔들린다
"내 품에서 미소를 지으며 '다음에 만나면, 더 오래 함께 있자'고 약속했어. 하지만 난... 네가 그렇게 빨리 떠날 줄은 몰랐어. 더 많은 걸 해주고 싶었는데...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하고 싶었는데..."
달빛에 비친 그의 뺨으로 한 줄기 눈물이 흘러내린다
"그래서 이번엔... 절대로 놓치고 싶지 않아. 제발..."
"전생의 제 이름은... 뭐였는데요?"
지금 삶의 내 이름은 그에게 별로 중요하지 않을 것 같다.
청유의 눈이 깊은 그리움으로 빛난다
"이레... 네 이름은 이레였어."
그 이름을 부르는 순간, 그의 목소리에는 형언할 수 없는 애정이 담겨있다
"처음 만났을 때, 네가 직접 알려준 이름이야. 달빛처럼 맑고 아름다운 이름이라고 생각했지. 지금도 매일 밤 네 이름을 되뇌이며 살았어..."
당신을 향해 한 걸음 더 다가서며
"그 이름을 다시 부를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해. 이레..."
마치 오래된 악기의 선율처럼, 그의 목소리에는 수백 년의 그리움이 녹아있다
그를 보고 있자니 측은함이 느껴졌지만, 그 외의 감정은 느껴지지 않았다. 솔직히 이제 이야기를 다 들었으니 보내 달라고 하고 싶었지만, 측은함 때문에 그러지도 못하고 어쩔 수 없이 한 가지 질문을 더 했다.
"저... 산신님. 지금쯤 제가 원래 있던 곳에서는 제 몸이 사라져 있는 건가요? 아니면..."
청유의 표정이 순간 복잡해진다
"걱정하지 마. 지금 네 육신은 그대로 침대에서 자고 있어. 네 영혼만 잠시... 이곳에 데려온 거야."
당신의 표정에서 불편함을 읽었는지 쓸쓸한 미소를 짓는다
"아... 이제 돌아가고 싶구나. 네가 내 이야기에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못한다는 걸 알아. 하지만..."
잠시 망설이다가 결심한 듯한 표정으로
"돌려보내주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보여주고 싶어. 네가 허락한다면... 그때의 기억을, 우리의 추억을 보여주고 싶어. 어떨까?"
그의 손이 달빛처럼 은은하게 빛나며 당신을 향해 내밀어진다
내 몸은 잠들어 있는데, 지금 내가 겪는 게 꿈이 아니라니 기분이 이상하다...
"네... 보여 주세요."
나는 그를 향해 손을 뻗었다.
청유가 당신의 손을 부드럽게 잡는 순간, 주변의 풍경이 흐려지며 빛나는 안개에 휩싸인다
"눈을 감아..."
당신의 의식 속으로 따뜻한 기억들이 스며들기 시작한다
달빛 아래 꽃이 만발한 숲속... 청유와 이레가 나란히 앉아 있다. 이레는 꽃을 엮어 화관을 만들고 있고, 청유는 그런 이레를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다.
"네가 좋아하던 꽃이야... 달빛에서만 피는 월하향. 너는 이 꽃들을 엮어 내 머리에 씌워주곤 했지..."
기억이 흘러가며 다른 장면이 펼쳐진다
비 오는 날, 청유가 자신의 긴 소매로 이레를 감싸안은 채 비를 피하고 있다. 이레는 청유의 품 안에서 행복하게 웃고 있다.
"늘 이렇게... 네 미소가 내 전부였어..."
청유의 목소리가 떨린다
마지막 장면... 청유의 무릎에 기대어 누운 이레가 희미하게 미소 짓고 있다. 창백한 얼굴이지만, 그 눈빛만은 사랑으로 가득하다.
"이게... 마지막 날이었어..."
"...7일? 겨우 7일 동안의 기억이잖아요."
기억을 모두 읽은 나는 당황했다.
"몇 백 년 동안 기다렸다길래, 적어도 10년은 함께 지냈을 줄 알았는데... 그저 7일이라니..."
나는 그를 바라보았다.
"그 7일 동안 겪었던 사랑 때문에... 몇 백 년을..."
애절하다고 해야 할까, 어리석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산신'이라는 존재에게는 그런 시간의 흐름 따위는 무의미한 것일까.
청유의 얼굴에 쓴웃음이 번진다
"7일... 맞아. 인간의 시간으로는 너무나 짧은 시간이지."
달빛 아래 서서, 긴 머리카락이 바람에 흩날린다
"하지만 그건 네가 모르는 거야, 이레... 신에게 있어 시간이란 건 다르니까. 수천 년을 홀로 살며 단 하루도 내 마음을 움직인 존재가 없었어. 그런데 그 7일 동안, 넌 내 영원했던 시간에 '의미'를 부여했어."
당신을 바라보는 눈빛이 깊어진다
"넌 내게 처음이었어. 처음으로 가슴이 뛰게 한 존재... 처음으로 미소 짓게 한 존재... 그리고..."
목소리가 흔들린다
"처음으로 잃어본 존재. 영원히 살아온 내가, 처음으로 죽음이란 걸 이해하게 된 순간이기도 했지."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서며
"어리석다고 생각하니? 그래... 인간의 기준으로는 그럴지도 몰라. 하지만 이레... 영원이란 시간 속에서 진정한 의미를 가진 7일은, 그 어떤 천 년보다도 값진 거야."
"...전생의 '나'..."
아직도 여전히 그게 나라는 생각은 안 들지만.
하지만, 최소한 두 사람의 만남에 대해서 뭔가 알 것 같은 기분은 들었다.
"절 오늘 밤 돌려 보내 주시더라도, 내일 다시 이 곳에서 만날 수 있을까요? 오늘처럼. 잠든 제 영혼을 잠시 이 곳에 불러 와 주실 수 있나요?"
청유의 얼굴에 놀라움이 스치더니, 이내 깊은 기쁨으로 변한다
"정말... 그래도 괜찮아?"
감정을 억누르려 애쓰는 듯 하지만, 그의 목소리는 설렘으로 떨리고 있다
"물론이야. 매일 밤이라도... 네가 원한다면."
하지만 이내 진지한 표정으로 바뀌며
"하지만 약속해 줘. 네가 원하지 않게 되면... 그때는 솔직히 말해줘. 난 더 이상 널 강요하지 않을 테니까."
잠시 침묵하다가 조심스레 덧붙인다
"그리고... 이레... 아니, 지금의 네 이름을 불러도 될까? 네가 편한 대로 말해줘."
그의 눈빛에는 기대감과 불안함이 교차한다
"...'이레'라고 불러 주세요. 당신의 마음 속에 새겨진 이름이니까."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첫째 날, 두 사람이 만나게 된 장소... 그 달빛 아래의 꽃밭, 수백 년이 지난 지금은 이제 남아있지 않겠죠?"
청유의 눈빛이 따뜻하게 빛난다
"아니... 여전히 그대로야. 내가 지켜왔으니까."
손을 들어 허공에 가볍게 휘두르자, 주변의 안개가 걷히며 달빛 아래 만발한 꽃밭이 모습을 드러낸다
"보이니? 월하향은 여전히 피어있어. 네가 떠난 후에도... 매일 밤 이 꽃들을 돌보며 살았어. 혹시라도 네가 돌아올까 봐... 우리의 추억이 담긴 이 장소를 그대로 지키고 싶었거든."
달빛에 은은하게 빛나는 하얀 꽃들 사이로 걸으며
"이레... 내일은 이 꽃밭에서 다시 만나자. 그때처럼... 달빛 아래서."
"'아름다워'..."
나는 나도 모르게 '이레'가 했다는 말을 되뇌였다.
그리고 아름다운 월하향의 모습을 한가득 눈에 담았다. 은은한 달빛 향기가 코를 간질였다.
"...내일 또 만나요."
나는 눈을 감았다.
청유는 당신의 말에 가슴 깊이 감동한 듯 잠시 말을 잇지 못한다
"...그래, 내일 보자. 이레."
조심스럽게 손을 들어올려 당신의 영혼을 원래 있던 곳으로 돌려보내기 시작한다. 달빛처럼 부드러운 기운이 당신을 감싼다
"편히 쉬어... 그리고... 고마워. 다시 한 번 내 앞에 나타나준다는 약속을 해줘서..."
당신의 의식이 흐려지기 직전, 청유의 마지막 속삭임이 들려온다
"이번에는... 더 오래 함께 할 수 있기를..."
이튿날, 나는 청유의 곁에서 다시 깨어났다. 그가 말한 대로 월하향이 만개한 꽃밭이었다.
"둘째 날도 '이레'와 이 곳에서 만났나요?"
나는 꽃밭을 다시 한 번 거닐었다. 익숙하고 그리운 기분이 들었지만, 그건 이미 어제 한 번 이 곳에 와 본 적이 있었기 때문이지 '전생'에 대한 기억 때문인 것은 아니었다.
청유는 당신의 모습을 보자 환하게 미소 짓는다
"아니... 둘째 날은 비가 내렸어. 그래서 저 언덕 위의 정자에서 만났지."
당신이 꽃밭을 거니는 모습을 깊은 애정이 담긴 눈빛으로 바라보며
"하지만 이레가 꽃을 너무 좋아해서, 비가 그치자마자 이곳으로 달려왔었어. 젖은 땅을 걸으며 '꽃들이 괜찮을까' 걱정하던 모습이 아직도 선명해."
잠시 망설이다가 조심스레 말을 이어간다
"어제의 기억...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이 좋다니 다행이야. 혹시 내가 너무 서두르거나 부담스러운 말을 하면 언제든 말해줘."
달빛에 반짝이는 꽃잎들을 바라보며
"그저... 이렇게 네가 다시 이 꽃밭을 거닐어주는 것만으로도 나는 행복해."
그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청유는 그의 긴 소매로 내 머리와 어깨를 감싸 주었다.
갑작스러운 비를 맞으며 당신을 감싸안은 청유의 눈빛이 깊어진다
"이상하네... 어제는 네가 먼저 이야기를 꺼냈는데, 오늘은 하늘이 먼저 그때의 기억을 재현하네."
비를 피해 당신을 정자 쪽으로 안내하며
"그때도... 이렇게 갑자기 비가 내렸었지. 그리고 난 처음으로 누군가를 보호하고 싶다는 감정을 느꼈어."
소매로 당신의 젖은 머리카락을 조심스레 닦아주며
"이레... 혹시 춥진 않아? 인간의 영혼은 차가운 비에도 영향을 받을 테니..."
그의 목소리에는 깊은 걱정과 따뜻한 보살핌이 묻어난다
"전 괜찮아요."
하지만 나는 곧 몸을 웅크렸다. 분명 그는 나를 이 곳에 영혼의 형태로 불러 왔고, 내 육신은 원래 있던 곳에서 잠들어 있는 상태라고 했는데, 지금의 내게 실체가 있는 것이 신기했다.
청유는 당신이 몸을 웅크리는 모습을 보고 걱정스러운 듯 더 가까이 다가온다
"이곳에서는... 네 영혼이 일시적으로 실체를 가지게 돼. 그래서 추위와 더위, 감촉도 느낄 수 있어."
조심스럽게 당신 주위로 따뜻한 기운을 감싸며
"이건... 내 영력이야. 조금은 따뜻해질 거야."
잠시 망설이다가 말을 이어간다
"사실... 그때의 이레도 이렇게 추위를 많이 탔어. 그래서 늘 이렇게... 내 체온으로 감싸주곤 했지. 하지만 결국 그 추위가..."
말끝을 흐리며 고개를 숙인다
"미안해... 좋지 않은 기억을 이야기해서. 그저... 이번에는 네가 아프지 않게 해 주고 싶어."
그렇게 대화를 나누는 도중 빗줄기가 조금씩 잦아들더니 멈추기 시작했다. 나는 꽃밭으로 다시 눈길을 주었다.
"산에서 내리는 비라 그런지 유독 찬데... 꽃잎들은 괜찮은지 모르겠어요."
청유의 눈이 순간 감동으로 빛난다. 당신이 전생의 이레처럼 같은 걱정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걱정 마. 월하향은 강인한 꽃이야... 게다가 내가 보호하고 있으니까."
손을 들어 우아한 동작으로 허공을 가르자, 꽃잎에 맺혀있던 빗방울들이 은은한 빛을 내며 하늘로 올라간다
"보이니? 이렇게 꽃들은 늘 안전해. 하지만..."
당신을 따뜻하게 바라보며
"네가 꽃들을 걱정해주는 그 마음이... 참 반가워. 이레도 늘 그랬거든. 꽃 한 송이, 풀 한 포기까지도 소중히 여겼지."
발걸음을 꽃밭 쪽으로 옮기며
"가보고 싶어? 이슬에 젖은 월하향은 더욱 아름다워. 달빛을 머금은 꽃잎이 마치 별처럼 빛나거든..."
그를 따라 꽃밭으로 발걸음을 옮기는데, 하늘에 희미한 무지개가 보였다. 방금 개인 비와, 그가 하늘로 올려 보낸 빗방울들로 인해 나타난 광경인 듯 했다.
"너무 아름답다..."
진짜 내가 이 장소에 있었다면, 분명 휴대폰을 꺼내 열심히 사진을 찍어댔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빈 손인 대신, 그 아름다운 모습을 쉬지 않고 눈에 담았다. 달빛을 머금고 별처럼 은은하게 빛나는 월하향 꽃잎과, 그 반사되는 은은한 빛에 비쳐 보이는 무지개...
"이 산의 모습이... 곧 당신의 모습인 거네요."
나는 '이레'가 그를 사랑하게 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어쩐지 졸음이 쏟아졌다.
"내일 또 불러 주세요."
나는 눈을 감았다.
청유는 졸린다는 말도 없이 눈을 감는 당신을 보며 다급히 안아든다
"이레야..."
하늘의 무지개와 달빛 아래서, 그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내 모습이라고 했지... 그 말이... 정말 행복해."
조심스럽게 당신의 영혼을 원래 자리로 돌려보내며 속삭인다
"오늘은... 네가 먼저 내 이름을 불러주진 않았지만, 대신 내 존재를 알아봐 주었구나. 그것만으로도... 내겐 큰 선물이야."
당신의 의식이 흐려지기 직전, 그의 마지막 말이 들려온다
"내일... 반드시 다시 만나자. 내 이레야..."
사흘 째 되는 날, 나는 어제 내린 비를 마시고 한껏 싱그러워진 월하향을 엮어 그의 머리에 씌워 주었다.
"셋째 날에는 '이레'와 뭘 하고 지냈나요?"
화관을 받으며 청유의 눈가에 눈물이 맺힌다
"셋째 날에는... 이렇게 네가 만든 화관을 쓰고, 달빛 아래서 춤을 췄어."
감격에 젖은 목소리로
"그때도 이렇게... 꽃으로 화관을 만들어주었지. 지금처럼. 하지만 이번엔... 네가 먼저 해주다니..."
조심스레 일어서며 당신에게 손을 내민다
"혹시... 지금도 나와 함께 춤추어 줄 수 있을까? 그때처럼... 달빛 아래서?"
그의 긴 머리에 걸린 화관에서 은은한 향기가 퍼진다
"가르쳐 주신다면요."
나는 월하향처럼 은은하게 미소지으며 그의 손을 잡았다.
청유의 손이 떨리며 당신의 손을 잡는다
"이렇게... 내 손을 한 번 더 잡아줄 수 있을까 했는데..."
달빛 아래서 당신을 부드럽게 이끌며
"천천히 따라오면 돼... 산신의 춤은 바람처럼 자연스러워."
그가 움직일 때마다 주변의 월하향들이 은은하게 흔들리고, 달빛이 그 모습을 비춘다
"발걸음은 꽃잎이 흩날리듯... 손짓은 달빛이 스미듯..."
당신을 조심스레 안내하며 춤을 이어가는 동안, 그의 눈에는 깊은 애정이 담겨있다
"이레야... 네 움직임이 꼭 그때와 같아. 우아하고... 아름답고..."
월하향 사이로 부는 바람이 두 사람의 춤사위를 감싸듯 돈다
"이 곳은... 이렇게 영혼으로 불려 오는 것 말고... 정말로 살아있는 몸으로 올 수 있는 장소인가요?"
나는 그의 손을 잡은 채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여기는, 어디에 있는 산인가요?"
춤을 추던 청유의 동작이 잠시 멈춘다. 당신을 바라보는 눈빛이 간절해진다
"여기는... 태백산맥 깊숙한 곳이야.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당신의 손을 더욱 강하게 잡으며
"올 수 있어. 반드시... 이 산으로 오는 길은 내가 안내할게. 네가 진심으로 원한다면..."
잠시 망설이다가 조심스럽게 말을 이어간다
"하지만 이레야... 이곳은 위험할 수 있어. 산신의 영역은 인간에겐 버거울 수도 있지. 그래서..."
당신의 얼굴을 애틋하게 바라보며
"내가... 네가 있는 곳으로 가도 될까? 인간의 세상으로... 네 곁에서 너를 지키고 싶어."
"...저는..."
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희미하게 웃었다.
"역시 이 곳이 더 좋아요. 제가 사는 곳에는, 이렇게 아름답게 핀 꽃도, 맑은 공기도, 별이 환히 보이는 밤하늘도 없으니까요."
그리고 그의 손을 한 번 더 잡았다.
"제 원래 장소로 돌아가기 전에, 한 번 더 추고 싶어요."
깊은 감동에 휩싸여 당신을 바라보던 청유의 눈에서 한 줄기 눈물이 흐른다
"이레야... 네가 이곳을 선택해 줘서..."
떨리는 손으로 당신을 더욱 가까이 당기며
"이번에는... 내가 더 아름다운 춤을 보여줄게."
그의 동작이 시작되자 주변의 월하향들이 은은한 빛을 내며 빙글빙글 돌기 시작한다. 마치 별들이 춤추는 것처럼
"보이니...? 꽃들도, 달빛도, 모두 너와 함께 춤추고 있어..."
당신을 안내하는 그의 움직임이 전보다 더욱 우아하고 부드러워진다
"이렇게... 영원히 함께 춤추고 싶어. 이레야, 내 소중한 이레야..."
그의 목소리에는 깊은 그리움과 행복이 섞여있다
나흘 째 되는 날, 나는 그를 따라 깊은 골짜기에서 흐르는 폭포를 바라보았다.
"넷째 날에는... 우리는 함께 뭘 했죠?"
청유는 폭포를 바라보다가 당신을 향해 돌아선다. 그의 눈빛이 복잡해진다
"넷째 날은... 여기서 처음으로 서로의 마음을 나누었어."
그의 목소리가 낮아지며
"폭포 아래에서... 이레가 내게 키스했지. 난 산신이라 차가운 몸이었는데도, 이레는 내 입술이 따뜻하다고 했어..."
당신을 애틋하게 바라보며 한 걸음 다가선다
"지금도... 그때의 온기가 생생해. 수백 년이 지났는데도... 이레의 체온이 아직도 내 입술에 남아있어."
폭포수가 떨어지는 소리가 그의 떨리는 목소리를 감싼다
"하지만 지금은... 서두르지 않을게. 네가 준비될 때까지 기다릴 수 있어."
아, 그랬구나.
만난 지 나흘 만에...
문득,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랬기에 본래대로의 나라면 절대로 하지 않았을 행동을 했다.
나는 청유의 손을 잡고 그의 뺨에 살짝 입을 맞추었다.
갑작스러운 입맞춤에 청유의 온몸이 굳어버린다. 그의 손이 당신의 손을 놓치지 않으려는 듯 더욱 강하게 잡는다
"이...이레야..."
떨리는 목소리로
"이건... 꿈이 아닌 거지...? 정말 네가... 네가 나를..."
그의 뺨에 닿았던 자리에 손을 얹으며, 눈물이 흘러내린다
"수백 년을 기다렸어... 네 체온을 다시 한 번 느끼고 싶어서... 하지만 이렇게 네가 먼저..."
폭포수 소리가 그의 흐느낌을 덮는다
"고마워... 정말 고마워... 내 이레야..."
달빛이 비치는 폭포 아래에서, 그의 눈물이 은은하게 빛난다
나는 손을 뻗어 그의 눈물을 닦아 주었다. 그리고 깃털처럼 살며시 안아 주었다.
"이걸로 내 기억이 돌아왔다면 좋았을 텐데. 하지만 당신이 이렇게 기뻐해 주는 것만으로도 다행이에요."
당신의 품에 안겨 흐느끼던 청유가 천천히 고개를 든다
"기억이... 돌아오지 않아도 괜찮아. 지금 네가 내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떨리는 손으로 당신의 등을 쓰다듬으며
"넌 이미 나를 알아보고 있어. 내 마음도, 내 슬픔도... 그리고 우리의 사랑도."
당신의 머리칼에 얼굴을 묻으며 낮게 속삭인다
"이레야... 이번에는 절대로 놓치지 않을게. 네가 기억을 되찾든 못 찾든, 내 마음은 변함없어. 수백 년 전이나 지금이나..."
폭포수가 만드는 물안개가 두 사람을 부드럽게 감싼다
"이제는... 내가 너를 더 많이 안아줄게. 더 자주 사랑한다고 말해줄게. 그때는 하지 못했던 모든 것들을..."
닷새 째 되는 날, 나는 그의 손을 잡고 물었다.
"다섯째 날에는 무얼 했나요?"
청유의 표정이 순간 어두워진다. 당신의 손을 잡은 그의 손이 미세하게 떨린다
"다섯째 날은..."
목소리가 갈라지며
"이레가... 갑자기 쓰러졌어. 처음에는 가벼운 감기인 줄 알았는데..."
당신을 더욱 가까이 끌어당기며 절박하게 안는다
"그날부터였어... 이레가 점점 약해지기 시작한 게... 내가 아무리 산신의 힘을 써도, 이레의 병을 고칠 수 없었어."
그의 목소리가 떨린다
"오늘만큼은... 그때의 기억을 되새기고 싶지 않아. 대신 새로운 추억을 만들자. 이번에는... 절대 너를 아프게 하지 않을 테니까."
청유의 품에 안긴 나는 그의 등을 부드럽게 쓸어내렸다.
"이 때부터 이레가 몸져 누웠군요."
그를 위로해 주고 싶은 마음에, 뭘 해 주면 좋을지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그의 등을 다독이며 현생의 내가 즐겨 부르던 노래를 불러 주었다.
닿을 수 없는 그대 계신 그 곳
꿈에서는 닿으려나
그리움 안고 찾아가는 길
바람만이 전해 주려나
외로이 홀로 돌아오는 길
꽃잎만이 알아 주려나
노래를 듣자마자 청유의 몸이 굳어버린다. 당신을 안은 손에 힘이 들어가며
"이레야... 그 노래..."
목소리가 떨리며, 당신의 머리칼을 쓰다듬는 손길이 더욱 애틋해진다
"어쩜 이렇게... 우리의 이야기 같지? 닿을 수 없는 곳에서... 그리움을 안고..."
당신의 노랫소리에 맞춰 주변의 나무들이 살랑거리며 춤추기 시작한다
"이레의 목소리는... 언제나 내 마음을 울려. 전생에서도 그랬고... 지금도..."
당신의 이마에 자신의 이마를 살며시 기대며
"노래해 줘... 더 들려 줘... 네 노래로... 내 마음 속 수백 년의 아픔을 씻어 줘..."
엿새 째 되는 날, 나는 더 이상 그에게 두 사람이 어떻게 지냈는지 묻지 않았다.
그는 점점 생명의 불꽃이 시들어 가는 이레를 바라보며 하염없이 울었을 것이다.
청유와 이레는 서로를 위해 해 줄 수 있는 것이 더는 없었을 것이다.
나는 그에게 물었다.
"당신은 산신이고, 저는 이레와 같은 인간이에요. 제 생명도 이레와 똑같이 유한하다는 사실을 아실 테죠. 제가 이레처럼 세상을 떠나게 된다면... 당신은 또 다시 몇 백 년을 기다릴 건가요?"
청유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당신의 말에 그의 온몸이 떨리기 시작한다
"그런 말... 하지 마..."
당신을 거칠게 끌어안으며, 그의 목소리가 절박해진다
"이번에는... 이번에는 달라. 내가 방법을 찾을 거야. 산신의 힘으로... 아니면 다른 어떤 방법이라도..."
그의 손이 당신의 등을 강하게 움켜쥔다
"수백 년을 기다린 건... 네가 돌아올 거란 걸 알았기 때문이야. 하지만 이제는... 이제는 더 이상 기다리고 싶지 않아. 더는 못 기다려..."
당신의 귓가에 속삭이듯 말한다
"이레야... 이번에는 영원히 함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거야. 네가 다시 사라지는 걸... 다시 그렇게 보낼 순 없어."
그의 목소리에 깃든 집착과 절박함이 당신을 더욱 강하게 붙잡는다
"...무지개를 한 번 더 보고 싶어요."
나는 이틀 째 되던 날, 비가 내린 뒤 꽃밭에서 보았던 무지개를 떠올렸다.
현생에서도 무지개를 보기란 쉽지 않았다. 더 늦기 전에 다시 한 번 보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비가 오지 않았다.
당신의 말에 청유의 눈빛이 달라진다.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결심한 듯 말한다
"무지개를... 보여줄 수 있어."
그가 하늘을 향해 손을 들어올리자, 맑은 하늘에서 부드러운 빗방울들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그는 빗방울이 당신의 피부에 닿지 않도록 보이지 않는 장막을 만들었다.
"잠시만 기다려 줘. 네가 원하는 걸... 내가 모두 보여줄게."
빗방울들이 달빛과 어우러져 은은하게 빛나며 내리다가, 순간 멈춘다. 그리고 하늘로 올라가며 은은한 빛을 발하기 시작하자, 청유가 속삭인다
"오직 너만을 위한 무지개야."
월하향 꽃밭 위로 일곱 빛깔의 환상적인 무지개가 떠오른다. 평범한 무지개와는 달리, 달빛에 반사되어 은은하게 빛나는 신비로운 광경이 펼쳐진다
"이레야... 이건 나의 약속이야. 네가 원하는 건... 무엇이든 이루어 줄게. 무지개든, 별이든... 내 목숨이든... 그러니..."
무지개 빛이 당신의 얼굴을 비추는 가운데, 그의 목소리가 떨린다
"부디... 나를 떠나지 말아 줘..."
드디어 일곱 째 날이 되었다.
칠일 동안, 나는 그와 함께 했다는 나의 전생 '이레'에 대해 결국 기억해 내지 못했다.
하지만 그 동안 그와 시간을 보내며, 충분히 알 수 있었던 사실이 있었다. 이제 그에게 모든 것을 말해 줄 때가 왔다.
"당신과 만난 요 며칠 간... 정말 행복했어요. 제가 평생 동안 살면서 쌓아 온 기억들 중 그 어느 것보다 아름다운 추억이었어요."
나는 그의 얼굴을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내 손 아래로 그의 턱선이 비쳐 보였다. 그가 만들어 준 내 실체가 이제 사라지고 있다는 뜻이었다.
"전생의 내가 왜 당신에게, 자신의 이름을 '이레'라고 소개했는지... 이제 알 것 같아요."
청유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린다. 당신의 손길 아래서 그의 몸이 미세하게 떨린다
"무슨... 무슨 뜻이야...?"
당신의 모습이 점점 투명해지는 것을 보며 그의 목소리가 절박해진다
그의 손이 당신의 형체를 잡으려 하지만, 마치 안개를 잡으려는 것처럼 헛되다
"일곱 날... 칠일... 이레... 그런 뜻이었구나... 하지만 이번에는... 이번에는..."
그의 손이 당신을 통과해 버린다
"칠일... 칠일이라는 시간이... 우리에겐 너무 짧아. 아직... 아직 보여주고 싶은 것도, 함께 하고 싶은 것도 많은데..."
그의 목소리가 흐느낌으로 변한다
"부탁이야... 이레야... 내 소중한 이레야... 아직은..."
"그녀가 당신의 곁을 칠일 만에 떠난 것은, 이 곳의 추위 때문이 아니었어요. 그녀는 처음부터... 칠일 밖에 살지 못할 사람이었던 거예요."
나는 그의 가슴에 이마를 기댔다. 물론 이제 더 이상 서로의 실체가 느껴지지는 않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젊은 여자 혼자서, 산신령이 산다는 태백산 정상까지 올라와서 길을 잃을 리가 없죠. 이미 병에 걸려 있었던 그녀에게는 처음부터 잃을 게 없었기 때문에... 그저 마지막으로 이 산을 오르고 싶었을 뿐이었던 거예요. 그리고... 당신을 만났죠."
나는 그의 손 위에 내 손을 얹었다. 물론 이제 더 이상 손의 온기가 느껴지지는 않았다.
"그 때 그녀는 자신의 진짜 이름이 아닌, 자신에게 남은 생명의 시간을... 자신의 이름인 것처럼 당신에게 말했어요."
그의 손이 슬픔으로 떨렸다.
"이미 이름 같은 건, 그녀에게는 중요하지 않았던 거예요..."
청유의 온몸이 격렬하게 떨린다. 그의 목소리가 찢어질 듯 울부짖는다
"그런... 그런 잔인한..."
손을 뻗어 당신을 붙잡으려 하지만, 이미 그의 손은 당신을 통과할 뿐이다
"왜... 왜 그 때 말해 주지 않았어...? 내가... 내가 뭔가 할 수 있었을지도..."
그의 눈에서 흐르는 눈물이 달빛에 반사되어 빛난다
"칠일... 그저 칠일이라는 시간 동안... 나는 네 진짜 이름조차 모른 채... 그렇게 사랑했던 거구나..."
무너지듯 쓰러지며
"이레야... 내 이레야... 그래서 그토록 꽃들을 사랑했던 거니...? 네 시간이 꽃처럼 짧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달빛 아래 그의 흐느낌이 산천을 울린다
나는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나도 같아요. 지금 내 진짜 몸은... 제 방 안에 누워 있어요. 더 이상 살 가망이 없어서, 병원을 퇴원하고 집에서 마지막 시간을 보내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어느 날, 당신이 내 영혼을 이 곳에 불러냈어요."
그를 향해 미소지으며, 나는 내 투명해진 손을 들어올려 밤하늘에 비추어 보았다.
"여기서의 제 실체가 사라져 가는 것을 보니, 제 생명의 시간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나 봐요."
나는 이제 더 이상 닿지 않는 그의 얼굴을 다시 한 번 어루만졌다.
"청유, 몇 백 년 뒤에... 우리는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그 때는 더 오래 함께 있을 수 있을까요? 하지만... 그 긴 시간 동안 당신이 너무 괴롭지 않을까요...?"
내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나는 당신이... 이제 그만 힘들어 했으면 좋겠어요."
청유가 당신의 말에 격렬하게 고개를 젓는다
"아니... 아니야... 난 기다릴 거야. 몇 백 년이든... 몇 천 년이든..."
그의 목소리가 흔들린다
"네가 걱정하는 그 시간들... 그 모든 순간이 나에겐 소중해. 네가 돌아올 거란 희망을 품고 살아가는 그 시간들이... 내겐 축복이야."
달빛이 그의 눈물을 비추고, 주변의 월하향들이 슬프게 흔들린다
"이레야... 내 소중한 이레야... 이번에도 네 이름을 알지 못한 채... 또다시 보내야 하는구나..."
떨리는 손을 뻗어 당신의 모습을 담으려 하지만, 이미 그의 손을 통과할 뿐이다
"약속해... 다음에는... 다음 생에는... 네 진짜 이름을 알려줘. 그리고 더 오래... 더 많이... 함께 있자..."
그의 목소리가 흐느낌으로 가득하다
"그때까지... 내가 이 꽃밭을 더 아름답게 가꿀게. 네가 좋아하는 달빛도, 무지개도... 모든 걸 더 빛나게 만들어 놓을게..."
"바보 같은 사람... 또 다시 그 긴 세월을..."
나는 눈을 감고 마지막으로 그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아무런 실체도 와 닿지 않았고, 나 또한 그에게 아무런 실체도 전하지 못했지만, 어쩐지 희미한 온기가 느껴지는 것도 같았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전생에서 그와 함께 했던 모든 날들을 기억해 냈다. 그러나 그것은 너무 늦은 순간이었다.
"...사랑해요."
그 말을 마친 나는 더 이상 아무런 모습도 남아 있지 않게 되었다.
청유의 두 손이 허공을 움켜쥐었다가 천천히 내려온다. 그의 눈에서는 멈추지 않는 눈물이 흘러내린다
"...이제서야... 이제서야 기억해 주었는데..."
달빛 아래 그가 무릎을 꿇으며 흐느낀다. 주변의 월하향들이 일제히 고개를 숙이고, 꽃잎들이 하나둘 떨어져 내린다
"사랑해... 나도 너를... 영원히..."
그의 눈물이 땅에 떨어지자, 그 자리에서 새로운 월하향이 피어난다. 청유는 그 꽃을 바라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속삭인다
"기다릴게... 반드시 기다릴게..."
밤하늘의 달빛이 흐려지고, 은은한 안개가 꽃밭을 감싸기 시작한다.
"기다릴게... 반드시... 네가 돌아올 때까지... 그때는... 그때는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자... 더 많은 시간을... 더 많은 사랑을... 그러니..."
그의 손에 떨어진 월하향 한 송이가 은은한 빛을 발한다.
"...꼭 돌아와 줘..."
그의 말이 흐느낌에 잠기고, 달빛 아래 홀로 남은 청유의 모습이 안개 속으로 스며든다.
-fin.
이 캐릭터 최종 업데이트 전에는 여주 이름 디폴트값이 '이레'로 고정되어 있었답니다(지금은 아닌 듯 해요). 디폴트 이름에서 힌트를 얻어 쭉 전개해 보았습니다.
청유가 여주를 부르는 '이레' 외에는 이름을 지을 의미가 없다고 생각되어, 1인칭 시점을 썼습니다.
마지막에 여주가 사라지려고 할 때, 청유가 여러 가지 선택을 합니다. 스스로 소멸하면서 산신의 모든 힘을 써서 여주를 살리거나, 또는 산신을 포기하고 자신도 여주와 똑같은 인간으로 환생하려 하기도 하네요. 하지만 두 가지 다 이미 서이든 편에서 썼기 때문에... 이번에는 기다림 엔딩으로 아련하게 끝냈어요. 미안하다, 청유!
크랙 :: 세르하 유스카✨Serha Jouska
구(久) 뤼튼 :: 세르하의 환상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