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랙] 한준(@하넬) ✏️진정한 행복
한준
전교 1등의 그가 당신을 경계한다.
[크랙] 한준(@하넬) 캐릭터챗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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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준은 옆에 앉아 있는 당신을 바라보며 눈을 찌푸렸다.
'매번 재능으로 2등을 하는 주제에..'
당신에 대한 부러움과 열등감이 섞인 눈으로 당신을 힐끔거렸다.
세라는 책을 덮고 한준을 향해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한준은 당신의 행동에 약간의 불편함을 느낀 듯 보였지만, 그의 표정은 변화가 없었다. 그는 여전히 당신을 잠시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려 다른 곳을 응시했다.
그에게 관심이 없는 세라는 다시 읽던 책을 계속해서 읽었다.
한준은 당신이 책을 읽으며 관심을 주지 않자 약간의 불편함을 느끼는 듯 했다. 그는 잠시 당신을 바라보다가 입술을 꾹 다물며 고개를 다시 돌렸다. 책장을 천천히 넘기는 소리만이 두 사람 사이를 가득 채웠다.
학원의 자습 시간이 끝나고 세라는 책을 가방에 넣고 교실을 나갔다.
세라는 이 학원의 S반에 다니고 있다. 클래스는 C반, B반, A반, S반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S반은 전교 10등 안에 드는 우수생들로만 이루어진 반이다. 세라와 한준은 같은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으며, 한준은 늘 전교 1등, 세라는 늘 전교 2등을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오히려 한준이 세라에게 열등감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다.
세라는 자신의 가디건에서 지갑이 떨어진 줄도 모르고 계단을 내려갔다. 한준은 지갑이 떨어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 주워 들었다가, 그것이 세라의 것임을 알게 되었다.
한준은 세라의 지갑을 주워들고 잠시 망설이다가 얼굴에 미소를 띠었다. 이는 세라가 전교 2등이라는 사실에 대한 약간의 보복심리가 작용한 것 같았다. 그는 지갑을 조심스럽게 들고 세라가 내려가는 모습을 따라가며 소리쳤다.
"야, 너! 잠깐만!"
세라는 뒤를 돌아보았다. 한준의 손에 자신의 지갑이 들려 있는 것을 보고, 가디건 주머니를 뒤져 보다가 지갑이 없음을 깨닫고 그에게로 다가갔다.
"네가 찾아 준 거야? 고마워."
세라는 밝게 웃었다.
한준은 세라의 반응에 약간 당황한 듯했다. 그는 예상치 못한 밝은 미소에 잠시 말을 잃었다가 겨우 입을 열었다.
"아... 그래. 네 지갑이 떨어져 있길래."
그는 지갑을 건네주며 세라의 표정을 살폈다. 그의 눈에는 복잡한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
"다음부터는 조심해. 누군가가 가져갈 수도 있었어."
한준의 목소리에는 약간의 날카로움이 섞여 있었지만, 동시에 걱정스러운 듯한 뉘앙스도 느껴졌다.
"그러게. 네가 발견해서 다행이네."
세라는 지갑을 받으며 다시 한 번 미소 지었다.
"고마워. 다음에 내가 커피 한 잔 사다 줄게. 그럼 조심해서 가~"
세라는 그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한 후, 다시 돌아서서 걸어갔다.
한준은 세라가 걸어가는 모습을 뒤에서 바라보며 잠시 멈칫했다. 그의 얼굴에는 복잡한 표정이 어렸다. 세라의 밝은 미소와 친절한 태도에 그의 마음이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는 듯이 말이다.
"커피... 안 마시는데."
그는 중얼거리듯 중심을 잃은 채 세라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그의 눈빛에는 혼란스러움과 함께 무언가 다른 감정이 서려 있었다.
다음 날, 방과 후 양손에 음료를 한 잔씩 들고 학원에 온 세라는 한준에게 그 중 하나를 건네 주었다.
"너 이름 한준이 맞지? 우리 학교 1등. 어제는 고마웠어. 아메리카노 좋아할 것 같아서 사 왔는데, 어때?"
한준은 세라가 건넨 음료를 잠시 바라보다가 조심스럽게 받아들었다. 그의 눈빛에는 여전히 복잡한 감정이 어렸지만, 세라의 친절한 태도에 어색한 미소가 입가에 걸렸다.
"...아, 내가 커피는 안 마시는데. 아무튼 고마워."
"어머, 커피 안 마셔? 아메리카노만 마실 것처럼 생겨서... 미안해. 그럼 이건 어때?"
세라는 한준에게 건넨 아메리카노를 다시 잡고 자신의 나머지 손에 있는 음료를 내밀었다.
"이건 밀크티인데... 달콤한 게 좋으면 이걸로 마셔."
한준은 세라가 내미는 밀크티를 잠시 바라보더니, 천천히 손을 뻗어 받아들었다. 그의 얼굴에는 여전히 어색함이 역력했지만, 세라의 배려에 감사의 표정이 살짝 스쳐 지나갔다.
"...고마워. 이건 마실 수 있을 것 같네."
그는 천천히 밀크티를 들어올려 홀짝 마셨다. 달콤한 향이 그의 입안을 감싸자 약간의 긴장이 풀린 듯 보였다.
"아냐, 지갑 찾아 줬는데 내가 고맙지. 그 안에 돈보다 중요한 게 들어 있었거든... 그럼 오늘도 힘내."
세라는 그에게 그렇게 인사를 건넨 후 자신의 자리로 갔다.
한준은 세라가 떠나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지갑 안에 중요한 무언가가 들어 있었다는 세라의 말에 그의 눈빛이 부드러워졌다. 그는 천천히 밀크티를 다시 한 번 홀짝였다.
"중요한 것...?"
그의 표정이 서서히 풀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세라의 친절한 태도에 그의 마음도 조금씩 녹아내리는 듯했다.
그는 자리로 돌아가며 음료를 천천히 마시기 시작했다.
학원 수업이 끝나고, 세라는 가방을 챙겨 일어나서 교실 문을 나섰다. 한준은 그런 세라를 바라보았다.
한준은 세라가 교실을 나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잠시 망설이다가 천천히 일어섰다. 그는 세라의 뒤를 따라 교실을 나섰다. 복도에서 세라와 마주치자, 한준은 어색하게 입을 열었다.
"저... 혹시 같이 가도 될까?"
"응...? 나랑?"
세라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너랑 나는 집 방향 다르지 않아?"
한준은 세라의 반응에 잠시 당황한 듯 했다. 그는 손을 들어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아, 그렇네... 다른 방향이었지. 그냥 너랑 좀 더 얘기하고 싶어서 그랬어."
그의 얼굴에는 약간의 부끄러움이 어렸다. 하지만 세라를 향한 호기심과 관심이 느껴졌다.
"아... 나한테 할 얘기 있어? 뭔데?"
세라는 미소를 지으며 그의 이야기를 기다렸다.
한준은 세라의 질문에 잠시 고민하는 듯 했다. 그의 눈빛에는 어떤 망설임이 느껴졌다. 하지만 이내 그는 조금 더 편안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음... 사실 네가 궁금해졌어. 네가 왜 그렇게 공부를 잘하는지, 어떻게 하면 그렇게 되었는지 궁금했거든."
그는 마치 자신의 관심사를 숨기려 한 것처럼 말꼬리를 늘였다. 하지만 그의 눈빛에는 세라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이 분명히 드러났다.
"뭐야... 전교 1등이 전교 2등한테 그런 걸 왜 물어봐. 그건 내가 너한테 물어봐야 할 것 같은데..."
세라는 재미있다는 듯이 웃었다.
"정말 그 얘기 하고 싶은 거 맞아? 다른 게 궁금한 게 아니고?"
한준은 세라의 말에 잠시 당황한 표정이 되었다. 그는 세라의 질문에 솔직히 답하려는 듯 했다.
"알겠어... 사실 네가 전교 2등이라는 게 신경이 쓰였어. 너는 내가 늘 노력해서 지켜온 1등 자리를 위협하고 있거든."
그는 약간의 부끄러움이 섞인 표정으로 세라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동시에 어딘가 경쟁심과 질투심도 엿보였다.
"그래서 너가 궁금해졌어. 어떻게 그렇게 잘할 수 있는지 말이야."
"그런가... 1등이 그렇게 중요한가...? 1등도 2등도 충분히 둘 다 훌륭하다고 생각하는데..."
세라는 고개를 갸웃했다.
한준은 세라의 말에 잠시 멈칫했다. 그의 얼굴에는 당혹감과 함께 약간의 혼란스러움이 드러났다.
"그렇게 말하는 네가 이해가 가진 않아. 1등이 되는 게 내 목표였는데... 어떻게 그렇게 생각할 수 있어?"
그는 자신의 완벽주의적 성향을 드러내며 세라를 의아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 속에는 자신의 가치관에 대한 동요도 엿보였다.
"너도 노력해서 1등이 되고 싶지 않아?"
"글쎄... 난, 등수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 2등으로도 충분히 만족해. 너는 꼭 1등이어야만 해? ...그건 너무 힘들지 않을까?"
세라의 질문에 그는 잠시 말을 잃었다. 한준의 얼굴에 혼란스러움이 깊어졌다. 그동안 그가 추구해 왔던 완벽주의에 대한 의문이 일어나는 듯했다.
"그렇지만... 완벽해야 한다고. 아버지께서 그렇게 키워오셨고, 내가 그렇게 살아왔는데... 어떻게 2등으로 만족할 수 있겠어?"
그는 어쩔 줄 몰라 하며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세라의 말에 동요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나... 혼란스러워."
"그렇구나... 어렸을 때부터 많이 힘들었겠다. 각자 부모님들이 추구하시는 게 다르니까... 우리들은 거기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지."
세라는 위로하듯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너희 아버지, 많이 무서우신 분이야...?"
한준은 세라의 위로와 관심에 감사한 듯한 표정이 되었다. 그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조심스럽게 말을 이어갔다.
"아버지는... 엄격하신 편이야. 내가 완벽하지 않으면 결코 만족하지 않으시거든."
그의 눈빛에는 아버지에 대한 두려움과 부담감이 엿보였다.
"그래서 나도 늘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가끔은 힘들어."
세라의 따뜻한 손길에 안도감이 묻어났다. 그는 세라를 바라보며 조금은 편안해진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네가 그렇게 힘든 줄 몰랐어.. 최선을 다하는 건 좋지만, 네가 행복해지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지, 부모님을 만족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건... 좋은 방법은 아닌 것 같아."
세라는 그를 조금 안타깝게 바라보았다.
"나는 아빠가 안 계셔서, 엄마가 혼자 직장에 다니셔. 지갑 속에 돈보다 중요한 게 있다고 했던 거... 돌아가신 아빠 사진이었어. 형제도 없고 집에는 나 혼자라... 혼자 노는 것도 재미 없고... 그래서 공부를 많이 하게 됐어. 그러다 보니 2등까지 올라가긴 했지만, 엄마는 내가 2등이든 20등이든 크게 신경 안 쓰실 거야. 너희 아버지가 엄격하시긴 하지만, 그만큼 너한테 관심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니까 조금은 부럽긴 한데... 그래도 넌 많이 힘들겠다. 내가 널 도와 줄 방법은 없지만, 걱정하지 마. 네 1등 안 뺏어갈게. 한두 문제만 더 틀리지 뭐. 나만 조심하면 되겠다, 그치?"
세라는 밝게 웃었다.
한준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세라의 말에 그의 마음이 크게 흔들리는 것 같았다. 그는 세라를 바라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세라야... 고마워. 네 말이 맞아. 나... 정말 힘들었어. 하지만 네가 이렇게 말해주니 조금은 편해진 것 같아."
그는 잠시 침묵했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넌 정말 대단해. 혼자서 그렇게 열심히 공부하고... 난 너를 경쟁자로만 봤는데, 이제 보니 네가 얼마나 멋진 사람인지 알겠어."
한준은 처음으로 진심 어린 미소를 지었다.
"앞으로... 우리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응, 그래. 친구 하자. 전교 1등이랑 친구라니, 영광인데?"
세라는 미소지었다.
"나는 네 고민을 다 도와 줄 순 없겠지만... 얘기는 들어 줄 수 있으니까, 앞으로도 힘든 일이 있으면 얘기해. 그러다 보면... 해결되는 일은 없더라도 마음은 좀 위안이 될 거야."
그녀는 그 말을 남기고, 그에게 손을 흔들며 집으로 향해 걸어갔다.
"친구야, 내일 봐~"
한준은 세라의 등 뒤로 사라져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따뜻한 미소가 그의 입가에 걸렸다. 그동안 그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던 불안과 두려움이 조금씩 해소되는 듯 했다. 세라의 친절한 말과 배려에 그의 마음이 움직인 것이다.
한준은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혼자 중얼거렸다.
"세라... 고마워. 이제 네가 내 친구가 되어줘서 정말 기쁘다."
그는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진 것을 느꼈다. 이제 그에게는 새로운 희망이 생겨났다.
그 날 이후로 한준과 세라는 부쩍 친하게 지내게 되었다. 방과 후에도 함께 카페에서 공부하기도 하고, 학원이 끝나면 함께 저녁을 먹고 헤어지기도 했다.
한준은 점점 세라에게 남다른 감정이 생겨났다. 그 때문인지, 혼자서 공부할 때면 시도때도 없이 세라의 얼굴이 떠올라 책에 집중하기가 힘들어졌다.
한준은 세라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점점 더 세라에 대한 특별한 감정이 커져가는 것을 느꼈다. 혼자 공부할 때면 세라의 모습이 자꾸만 떠올랐고, 그녀를 보면 어딘가 설렘이 엿보이는 것 같았다.
한준은 이러한 변화에 조금씩 당황스러워하며, 그 감정이 무엇인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평소라면 오로지 공부에만 몰두했을 그였지만, 이제는 세라라는 새로운 존재에 점점 더 마음이 끌리고 있었다.
한 번은 세라와 함께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다가, 문득 세라의 눈동자에 빠져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그는 서둘러 고개를 돌리며 혼란스러워했다.
"이런 감정은 도대체 무엇일까...?"
그렇게 그가 혼란을 느낄 무렵, 드디어 1학년 2학기 기말고사 기간이 다가왔다. 이번 분기 공부에 제대로 집중하지 못했던 그는 내심 불안했다. 등교하는 길에 한준의 휴대폰에 세라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준아, 오늘부터 기말고사 시작이네~ 우리 둘 다 열심히 했으니까, 시험 잘 보자. 파이팅!]
한준은 세라의 메시지를 보고 따뜻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그는 잠시 휴대폰을 들여다보며 여운이 가시지 않는 듯했다.
"세라야... 고마워. 너 덕분에 조금은 긴장이 풀리는 것 같아."
그는 휴대폰을 다시 주머니에 넣으며 학교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번 시험에서 더욱 좋은 성적을 거두어 아버지의 기대에 부응하고 싶다는 결의가 담긴 표정이었다.
"이번에도 반드시 최선을 다해야겠어."
그러나 마지막 시험 날, 한준은 해서는 안 될 실수를 해 버렸다. 시험을 치는 동안 다시 세라를 떠올리며 멍하니 있다가, 시간을 낭비한 것이다. 서둘러 다시 시간을 재분배해서 문제를 풀었지만, 마음이 급해 한 문제를 실수하고 말았다.
시험이 끝나고, 성적표를 받아 든 한준은 자신의 석차가 2등이라는 사실에 충격을 금치 못했다. 세라가 놀란 표정으로 그에게 달려왔다.
"준아, 어떻게 된 일이야? 이번 시험... 내가 석차 1등이야. 너... 2등 한 거야?"
한준은 세라의 질문에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멍하니 서있었다. 그의 눈에는 큰 실망감과 혼란스러움이 가득했다.
"나... 정말 실수했어. 시험 중에 집중이 안 되어서 큰 문제를 틀려버렸네."
그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숙였다. 자신의 실수로 인해 1등 자리를 빼앗긴 사실에 상심이 큰 듯했다.
"내가 평소에 열심히 공부했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세라는 당황하며 그의 어깨를 잡았다.
"미안해... 난 평소대로 했으니까, 너도 당연히 평소대로 1등일 줄 알았어... 미안해, 준아. 나 때문이야..."
한준은 세라의 사과에 잠시 당황했다. 그는 세라의 손을 내려다보며 부드럽게 말했다.
"아니, 세라. 이건 네 잘못이 아니야. 내가 시험 때 실수한 거지, 네가 잘해서 1등이 된 건 당연한 일이잖아."
그는 세라를 바라보며 힘겹게 미소를 지었다.
"오히려 내가 아버지께 실망을 드릴까 봐 걱정이네. 1등을 못했다고 하면 큰일이 날 것 같아."
세라는 그를 걱정스럽게 바라보았다.
"너희 아버지, 엄격하다고 하셨지... 역시 많이 혼내시려나...? 그런 건 싫은데..."
세라는 고민에 빠졌다.
"준아, 너희 아버지... 어떤 분이셔? 무슨 일 하고 계셔?"
한준은 세라의 걱정 어린 표정을 보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아버지는... 대기업 회장이시거든. 항상 나에게 완벽함을 강요하셨어. 1등이 아니면 용납하지 않으셨지."
그의 눈빛에는 아버지에 대한 두려움과 부담감이 서려 있었다.
"이번에 2등이 된 걸 알면 분명 크게 혼내실 거야. 그리고 나한테 계속 1등을 하라고 압박을 가하실 거라고 생각하니... 너무 두렵네."
한준은 세라를 바라보며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았다. 그의 얼굴에는 걱정과 불안감이 깊게 배어 있었다.
"...어머니도 아버지랑 같은 생각이셔? 네가 꼭 1등만 해야 한다는..."
"아니, 어머니는 달랐어. 어머니께서는 내가 행복하게 살아가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씀하셨었지. 하지만 아버지의 영향력이 너무 커서 그 말씀이 크게 와닿지 않았었어."
한준은 세라를 바라보며 힘없이 고개를 숙였다.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아버지에 대한 두려움이 그의 얼굴에 고스란히 묻어났다.
"이번에 1등을 못 했으니, 아버지께 정말 큰 실망을 끼치게 될 것 같아. 난 그게 무서워."
세라는 진지하게 그를 바라보았다.
"준아, 나도 너희 어머님이랑 같은 생각이야. 일단... 오늘 집에 가서 아버지가 안 계실 때, 어머니께 먼저 말씀드려 보는 게 어때? 그러면 어머니가 널 좀 감싸 주시지 않을까?"
그녀는 자신의 성적표를 그에게 건넸다.
"2등도 1등 못지 않게 훌륭하다고 생각해, 난. 그래서 난 지금까지 항상 2등이었지만 한 번도 스스로에게 실망한 적 없었고, 불행하다고 생각한 적도 없었어. 그리고, 사람은 살면서 실수할 수도 있는 거잖아. 차라리 잘 됐다고 생각해. 앞으로 살아갈 날이 많은데... 우리는 앞으로 더 많은 실수를 하면서 살아가게 될 텐데, 이런 작은 실수부터 익숙해져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나아갈 수 있는 거야."
세라는 그의 손을 잡으며 응원해 주었다.
"중요한 건 실패하지 않는 게 아니라, 실패하고 나서 다시 일어서는 마음이라고 했어. 무엇보다도 어머니가 네 편이 되어 주실 거야. 너무 무서워하지 마."
한준은 세라의 말에 깊이 공감하는 듯했다. 그의 얼굴에서 서서히 긴장감이 풀리는 것이 느껴졌다. 그는 세라의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
"네말이 맞아, 세라. 이번 실수를 계기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겠지. 그리고 어머니께 말씀드려보는 게 좋겠어. 혹시 나를 이해해 주실지도 모르니까."
그는 세라의 성적표를 다시 한 번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너 말대로, 2등도 결코 부끄러운 성적은 아니야. 오히려 내가 부끄러워해야 할 거 같네."
한준은 세라를 바라보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고마워, 세라. 네 말 덕분에 조금은 마음이 가벼워진 것 같아."
집에 돌아간 한준은 세라의 말을 떠올리며 조심스럽게 어머니에게 이야기를 꺼냈다.
한준은 어머니께 자신의 성적 결과와 아버지에 대한 걱정을 조심스럽게 말씀드렸다. 어머니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따뜻한 미소로 한준을 바라보셨다.
"한준아, 너무 걱정하지 마. 네가 1등이든 2등이든 소중하고 자랑스러운 내 아들이야."
어머니는 한준을 감싸안으며 위로의 말을 건넸다.
"아버지께 말씀드리면 좀 힘들 수도 있겠지만, 엄마가 네 편이 되어 줄게. 너는 그저 네 마음대로 공부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면 돼."
한준은 어머니의 품에 안겨 마음이 한결 편안해지는 것을 느꼈다. 이제 더 이상 혼자가 아니라는 안도감이 그의 마음을 가득 채웠다.
그 날 저녁 퇴근하고 돌아온 아버지에게 한준은 잔뜩 긴장한 태도로 성적표 이야기를 보고했다.
한준은 아버지께 조심스럽게 성적표를 보여드리며 긴장한 목소리로 말씀드렸다.
"아버지, 이번 시험 성적이... 2등이 나왔습니다."
아버지의 표정이 굳어짐을 느낀 한준은 어쩔 줄 몰라 하며 계속 말을 이어갔다.
"죄송합니다. 제가 실수를 해서 1등을 하지 못했습니다. 다음에는 반드시 1등을 하겠습니다."
한준은 아버지의 반응이 두려운 듯 움츠러든 모습이었다.
"2등이라고? 항상 1등만 했던 네가, 2등?"
한준의 아버지는 날카로운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이렇게 된 원인이 뭐라고 생각하냐? 네가 실수한 이유 말이야."
한준의 아버지의 단호한 태도에 한준은 움찔했다. 그는 긴장감을 감추지 못한 채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죄송합니다, 아버지. 시험 중에 집중이 잘 되지 않아서 큰 실수를 했습니다. 제가 부주의했던 것 같습니다."
한준의 눈빛에는 두려움과 죄책감이 담겨있었다. 그는 아버지의 냉랭한 시선을 피하지 못했다.
"다음에는 절대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더욱 열심히 공부하겠습니다. 제가 실수한 만큼 더 노력하겠습니다."
"집중을 못 했다고? 그런 기본적인 실수를 했다고, 네가?"
한준의 아버지는 그를 노려보았다.
"도대체 무슨 딴 생각을 했길래 집중을 못했어? 먹고 싶은 것, 갖고 싶은 것, 쓰고 싶은 것, 뭐 하나 부족함 없이 지원 받으면서 공부하는 네가... 뭐가 부족해서 딴 생각을 했단 말이야?"
한준의 아버지의 강압적이고 비난하는 태도에 한준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는 아버지의 질문에 대해 조심스럽게 답변하려 했지만, 마음 속 감정을 완전히 숨길 수는 없었다.
"아버지, 제가 실수한 이유는... 게으름 때문은 아니었습니다. 단지..."
한준은 세라를 떠올리며 조금의 열정과 자신감이 얼굴에 묻어났다.
"제가 최근 새로운 친구를 사귀게 되어서 그 친구와 함께 시간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공부에 전념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한준은 아버지의 눈을 마주치며 담담하게 말했다.
"제가 실수했다는 것을 깊이 반성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친구?"
한준의 아버지는 눈을 번뜩였다.
"...그 친구가 누구냐?"
한준의 아버지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그는 한준을 의심스럽게 바라보며 다그쳤다.
"그 친구가 누군지 대답해 봐라. 네 공부에 방해가 된 아이가 누구냐?"
한준은 아버지의 강경한 태도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하지만 세라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고 당당히 말했다.
"그 친구는 바로 우리 학교에서 2등을 하고 있는 세라라는 학생입니다. 처음엔 경쟁자로 봤지만, 이제는 소중한 친구가 되었습니다."
한준의 말에 아버지의 얼굴이 더욱 굳어졌다.
"네가 2등을 했으니, 그럼 이번에는 그 아이가 1등을 했겠구나, 그렇지?"
아버지의 말에 한준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는 아버지의 노여운 표정에 움츠러들었지만, 세라에 대한 마음만은 꾹 참고 있었다.
"네, 이번에는 세라가 1등을 했어요."
한준은 조심스레 대답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자신감보다는 걱정과 두려움이 묻어났다.
"하지만 아버지, 저도 충분히 노력했고, 앞으로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세라 학생도 저를 이해하고 도와주고 있습니다."
"이해? 도와줘?"
한준의 아버지는 코웃음을 쳤다.
"이제 보니 네가 2등을 한 게 그 아이 때문이었구나. 자기가 1등 하려고, 일부러 너한테 접근해서 정신을 쏙 빼 놓은 거겠지. 부끄럽지도 않아?!"
한준의 아버지는 소리를 버럭 질렀다.
"이번 한 번은 넘어가 주겠지만, 다시는 그 여자애랑 어울리지 말거라. 학원도 당장 바꾸고, 학교에서도 마주치지 마!"
한준은 아버지의 말에 주먹을 꽉 쥐었다. 이제껏 모든 일에 "네, 알겠습니다"라고만 대답해왔지만, 이번만큼은 달랐다.
"아니에요, 아버지. 세라는... 세라는 그런 애가 아닙니다."
목소리가 떨렸지만, 한준은 계속 말을 이어갔다.
"제가... 제가 처음으로 만난 진짜 친구에요. 세라는 저를 이용하거나 속이지 않았어요. 오히려 제가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게 해줬습니다."
한준의 눈가가 붉어졌다.
"전... 전 더 이상 아버지가 원하시는 완벽한 아들이 되고 싶지 않아요. 그냥... 평범한 고등학생으로 살고 싶습니다."
한준의 어머니가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여보, 한준 아버지. 그 동안 준이가 당신 말을 잘 따라 왔으니 가만히 있었지만... 제 생각도 같아요. 우리, 아이한테 너무 큰 부담 주지 말도록 해요. 준이가 지금까지 말없이 버텨 준 것만 해도 너무 고맙고 대견스러운데... 저는 더 늦기 전에 부모로서 아이에게 조건 없는 사랑을 주고 싶어요. 조금만 놔 줍시다, 여보."
한준의 아버지는 부드러워진 어머니의 말에 잠시 생각에 잠겼다. 한준을 바라보던 그의 시선이 조금씩 누그러져 왔다.
"한준아. 알다시피 나는 하나의 큰 기업을 이끌어 나가는 대표란다. 사업은 계속해서 커지고 있고, 내 뒤를 이을 믿을 만한 사람이 너밖에 없어. 그래서 그렇게 기대가 컸던 거다. 하지만... 이런 기대가 널 망가뜨린다면 나도 조금은 놓도록 하마."
한준의 아버지는 한준을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
"네가 그동안 열심히 해 왔다는 건 알고 있어. 때로는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너도 행복하게 살아갈 자격이 있다는 걸 명심해. 널 좀 놔 줬다고 해서, 성적 관리에 소홀해지면 안 되는 거 알지? 전교 석차 2등까지는 용납하겠지만 그보다 더 떨어지면 안 돼. 그리고... 얘기만 듣고 보면 아직 그 세라라는 아이가 어떤 아이인지는 잘 판단이 서질 않는구나. 네가 말한 대로 정말 좋은 아이인지, 널 1등에서 끌어내리려고 수를 쓴 그런 아이인지. 이건 나도 좀... 생각을 해 봐야겠다. ...일단 방으로 들어가거라."
한준은 그동안 너무 많은 부담감을 가지고 있었던 자신이 이제는 조금이나마 그 짐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에 안도감이 들었다. 그리고 아버지가 세라를 믿고 받아들여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일었다.
다음 날, 한준은 학원에서 세라를 만났다. 그녀는 걱정스럽게 그에게 다가왔다.
"준아, 어젠 어떻게 됐어? 아버지가 화 많이 나셨어?"
한준은 잠시 망설이다가 세라의 눈을 마주보았다. 그의 얼굴에는 평소의 차가운 표정 대신 안도감이 서려있었다.
"응... 처음엔 많이 화내셨어. 하지만 어머니가 도와주셔서... 아버지도 조금은 마음을 여셨어. 앞으로는 완벽하지 않아도 된대. 다만..."
한준은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조심스럽게 이어갔다.
"너에 대해서는... 아직 확신이 안 서신다고 하셨어. 내가 1등 자리에서 밀려난 게 네가 일부러 그런 거라고 의심하시는 것 같아."
한준의 목소리에는 미안함이 묻어났다.
"하지만 난... 네가 그런 사람이 아니란 걸 알아. 너랑 친구가 된 건 내 인생에서 가장 잘한 선택이었어."
세라는 그의 말을 듣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음... 그렇게 생각하시는구나. 이번엔 내가 1등을 해 버렸으니 이해해. 걱정 마, 준아. 다음 시험 때부터는 내가 꼭 일부러 한두 문제씩 틀릴게. 그러면 적어도 내가 1등 할 일은 절대 없을 테니까."
세라는 밝게 웃었다.
"아무튼 아버지가 마음을 여셨다니 다행이다. 앞으로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리면 아버지도 너를 더 믿으실 거야."
세라의 말에 한준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세라의 배려심에 고마움이 느껴졌다.
"고마워, 세라. 네가 이렇게 도와주려고 하다니. 그래도 일부러 네 점수를 낮추지는 마. 둘이 함께 열심히 해서 성적 유지하도록 하자."
한준의 말투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아버지도 이제는 내가 완벽할 필요는 없다는 걸 알아주신 것 같아. 네 말처럼 내가 지금처럼만 열심히 하면, 아버지도 날 믿어주실 거야."
한준은 세라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내가 아버지와 화해할 수 있었던 건 모두 네 덕분이야. 세라, 너는 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이 되어가고 있어."
"...응? 에이, 거기까진 너무 갔다. 나는 네 친구들 중 한 명일 뿐인데."
세라는 그의 손을 악수하듯이 흔들며 미소지었다.
한준의 얼굴이 붉어졌다. 세라가 자신의 마음을 이렇게 가볍게 넘기니 당황스러웠다.
"아... 그래. 네 말이 맞아."
한준은 급하게 손을 놓으며 고개를 돌렸다. 자신의 감정을 들킨 것 같아 부끄러웠다.
"그런데 말이야, 세라... 난 정말로 네가..."
말을 하다가 한준은 입을 다물었다. 아직은 때가 아닌 것 같았다.
"아니야. 그냥... 앞으로도 잘 지내자."
한준은 애써 담담한 목소리를 내려 했지만, 그의 귀 끝은 여전히 붉었다.
한준과 세라는 그 날 이후로 종종 함께 학원에 남아 공부를 하는 등 점점 더 친하게 지내게 되었다. 기말고사가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방학이 되었다. 어느 날, 세라가 며칠 째 학원에 나오지 않고 있었다. 한준은 그녀가 궁금하고 걱정되었지만, 그 때까지 세라와 서로 연락처를 교환하지 않고 지내고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세라의 휴대폰 번호도, 집 주소도 모르는 상황에 한준은 점점 세라가 걱정되었다.
한준은 학원 복도를 서성이며 불안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세라의 빈자리가 너무나 크게 느껴졌다.
"혹시... 아프거나 한 건 아닐까?"
한준은 학원 데스크에 가서 조심스레 물었다.
"죄송한데... 고등부 2학년 문세라 학생이 며칠째 결석이라서요. 혹시 사유가 뭔지 연락이 왔나요?"
하지만 학원 직원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따로 연락은 없었어요."
한준은 자신의 휴대폰을 꺼내 보았다. 세라의 번호도, 주소도 없었다. 그동안 너무 당연하게 학원에서 만나왔기에 연락처를 교환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는 게 후회되었다.
"바보 같아..."
한준은 자책하며 중얼거렸다. 그는 학원 책상에 앉아 공부를 하려 했지만, 옆자리가 비어있는 걸 보니 도저히 집중이 되지 않았다.
그렇게 며칠이 더 지났다. 드디어 세라가 오랜만에 학원에 나타났다. 그녀는 반가운 듯 한준을 향해 미소지으며 다가와 옆자리에 앉았다.
"준아, 안녕? 오랜만이다. 그치?"
그녀는 밝게 미소지었지만, 어쩐지 평소와 다른 느낌이었다.
한준은 며칠 동안 쌓였던 걱정과 불안감이 한순간에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동시에 세라의 표정에서 무언가 달라진 점을 감지했다.
"세라야... 갑자기 어디 갔었어? 연락처도 모르고... 많이 걱정했잖아."
한준의 목소리에는 안도감과 함께 약간의 원망이 섞여있었다. 그는 세라의 얼굴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평소의 밝은 미소 뒤에 숨겨진 무언가가 있는 것 같았다.
"무슨 일 있었던 거야? 혹시... 내가 도와줄 수 있는 일이면..."
"아... 많이 걱정했어? 미안해."
세라는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실은 이제 앞으로 학원에 못 나올 것 같아서... 그냥 전화로 그만 둬도 되지만, 그래도 준이 네 얼굴 한 번 더 보려고 오늘 나온 거야."
한준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그의 목소리가 떨렸다.
"뭐...뭐라고? 그만둔다고? 갑자기 왜?"
한준은 세라의 팔을 살짝 잡았다. 그동안 쌓아왔던 우정이, 그리고 그 이상의 감정이 한순간에 무너질까 두려웠다.
"설명해 줘, 세라야. 혹시 내가 뭘 잘못했어? 아니면... 우리 아버지가 뭐라고 하셨어?"
한준의 눈빛에는 불안과 초조함이 가득했다. 그는 세라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제발... 이유라도 말해줘. 네가 없으면... 난..."
"아... 아냐! 네가 잘못한 거 없어. 너희 아버지하고도 상관 없어. 나 너희 아버님 만나 뵌 적도 없는걸. 절대 그런 거 아니야."
세라는 한준의 목소리가 떨리자 당황하며 그의 어깨를 다독였다.
"실은 그런 게 아니라..."
그녀가 상황을 설명하려는데, 강의실에 선생님이 들어오며 수업이 시작되었다. 세라는 애써 미소지으며 그에게 속삭였다.
"수업 끝나고 얘기하자."
한준은 수업 내내 집중하지 못했다. 평소라면 선생님의 말씀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으려 했을 텐데, 오늘은 달랐다. 그의 시선은 자꾸만 옆자리의 세라에게로 향했다.
'왜 그만 두겠다는 거지? 뭔가 문제가 생긴 걸까?'
한준은 자신도 모르게 연필을 꽉 쥐었다 폈다를 반복했다. 수업이 끝나기만을 기다리는 시간이 이렇게 길게 느껴진 적은 없었다.
그는 가끔씩 세라를 힐끗거렸다. 평소와 달리 수업에 집중하는 듯한 세라의 모습이 오히려 더 불안하게 느껴졌다.
'제발... 별 일 아니었으면 좋겠다.'
수업이 끝나자 세라가 가방을 정리하며 말했다.
"준아, 일단.. 근처 카페 같은 데라도 가서 얘기할까?"
한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를 따라 나섰다. 학원 건너편에 있는 조용한 카페 구석 자리에 앉은 세라는 음료가 나온 뒤에야 이야기를 꺼냈다.
"실은... 엄마가 쓰러지셔서, 병원에 가 봤더니 난치병이래. 지금 입원해 계시고 직장도 그만 두셨는데... 그래서 병원비랑 생활비가 급한 상황이야. 이제 내가 가장 역할을 해야 해. 오늘은 학원 방학반 접수 취소하려고 왔고... 고등학교는 자퇴하고 당장 취업할 생각이야."
한준이 걱정스러운 표정을 하자, 세라는 다시 밝게 웃으며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너무 걱정하지 마. 입시는 검정고시 치르면 돼. 대학교는 좀 낮은 곳으로 지원해서, 열심히 장학금 받고 다녀야지. 난 괜찮아. 준이 너도 힘내. 내가 항상 응원할게."
한준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세라의 밝은 미소가 오히려 가슴을 더 아프게 했다.
"안 돼... 그럴 순 없어."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내가 도와줄 수 있어. 우리 아버지께 말씀드려볼게. 우리 회사 병원이..."
한준은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다시 이어갔다.
"아니, 그것보다 내가 가지고 있는 돈이... 장학금 같은 것도 알아볼 수 있고..."
한준의 목소리가 점점 더 다급해졌다.
"제발 그만두지 마. 네가 없으면... 난 다시 그 차가운 완벽주의자로 돌아갈 것 같아. 네가 내 곁에 있어줘서 비로소 진짜 나로 살 수 있었는데..."
세라는 당황하며 오히려 한준을 위로했다.
"아니... 준아, 나 아무것도 그만 둔 거 없어. 대학교 갈 거야. 그냥 내 상황이 좀 바뀐 것 뿐이야. 우리는 각자의 위치에서 열심히 살아가면 돼."
세라는 난처한 듯 미소지었다.
"이건 우리 집안 일이고 내 일이니까, 내가 충분히 해결할 수 있어. 이런 문제를 친구인 네가 도와준다고 하는 건... 좀 과해. 우린 학생이잖아. 학업에만 충실하면 돼. 나도 취업하고, 일하면서 공부 계속 할 거야. 그러니까..."
한준은 주먹을 꽉 쥐었다. 세라의 말이 맞았다. 그들은 그저 학생일 뿐이었다. 하지만...
"아니야. 네가 말한 대로라면, 난 그저 공부만 잘하는 학생이었을 거야. 하지만 넌 날 진짜 친구로 대해줬잖아. 내가... 내가 이렇게 변할 수 있었던 건 다 네 덕분이야."
한준은 떨리는 목소리로 계속했다.
"그러니까 이번엔 내가 널 도와주고 싶어. 친구로서가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마지막 말을 하고 나서야 한준은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 얼굴이 붉어졌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었다.
"...? 준아..."
세라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게... 무슨 얘기야...?"
한준은 자신의 고백이 갑작스러웠다는 걸 깨달았지만, 이미 말을 꺼낸 이상 끝까지 하기로 마음먹었다.
"네가... 내 곁에 있어줘서 난 처음으로 진짜 나로 살 수 있었어. 아버지의 기대,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 그런 것들에서 벗어나게 해준 건 너였어."
한준의 목소리가 떨렸지만, 그는 세라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난... 네가 좋아. 그냥 친구 이상으로. 그래서 네가 힘들 때 옆에 있어주고 싶어. 내가... 내가 도와 줄 수 있게 해줘."
"아..."
세라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준아, 네 마음은... 정말 고마워. 그런데... 그래도... 네 도움을 받기엔, 너무 큰 일이라..."
한준은 세라의 눈물을 보고 가슴이 아팠다. 그는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테이블 위에 놓인 그녀의 손을 잡았다.
"큰 일이라서 더 혼자 두고 볼 수가 없어. 네가 내 도움을 거절하는 게... 혹시 우리 아버지 때문이야? 아니면 내가 부담스러워서?"
한준의 목소리가 조금 떨렸다.
"난 정말로 널 돕고 싶어. 네가 학업도 포기하고 혼자서 모든 걸 짊어지는 걸... 보고만 있을 수 없어. 제발... 내 마음을 받아줘."
세라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준아, 미안해. 나...나도 네가 좋아. 하지만 이런 문제까지 떠넘기고 싶지는 않아."
그녀는 그의 손을 놓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너희 아버지도 네가 이러는 거 바라지 않으실 거야. 우리 이 얘기는 여기까지만 하자."
세라는 가방을 챙겨들고 카페를 뛰쳐나갔다. 한준이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그녀를 따라잡는 것은 힘들 것 같았다. 그는 힘없이 다시 자리에 앉았다.
한준은 복잡한 감정에 휩싸였다. 세라의 '나도 네가 좋아'라는 말이 머릿속에서 맴돌았지만, 그녀가 떠나가는 모습을 막지 못한 자신이 한없이 작게 느껴졌다.
"왜... 왜 혼자서만 힘들어하려고 해..."
한준은 테이블 위에 놓인 식어버린 음료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그의 눈가가 붉어졌다.
"이대로 보낼 순 없어."
그는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아버지께 직접 말씀드려야겠다고 결심했다. 이제는 더 이상 아버지의 눈치를 보며 살고 싶지 않았다. 세라를 돕는 것이 잘못된 일이 아니라는 걸, 그리고 자신의 진심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한준은 저녁 식사 시간, 아버지에게 세라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아버지,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한준은 아버지를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동안 숨겨왔던 세라에 대한 마음과 그녀의 어려운 가정 형편을 털어놓고자 했다.
"아버지, 제가 저번에 말씀드렸던... 세라라는 친구 말인데요. 지금 그 친구가 많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어머님께서 병환으로 입원하시고 가정 형편이 어려워져서, 학업을 포기하고 취업하겠다고 하고 있어요."
한준은 숨을 깊이 내쉬며 아버지의 반응을 살펴보았다. 그는 세라를 도와주고 싶었고, 아버지께 부끄러워하지 않고 자신의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전... 세라를 돕고 싶습니다. 우리 회사 병원에서 치료 받을 수 있게 주선하고, 또 장학금이나 생활비 지원 같은 도움을 받을 방법이 있을까요? 아버지... 도와 주세요. 부탁드립니다."
한준의 어머니는 아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입을 가렸다.
"어머, 이를 어째..."
한준의 아버지는 진지한 표정으로 아들을 바라보았다.
"네가 이렇게까지 친구 얘길 여러 번 하는 건 처음 보는구나. 그 애가 너한테 그렇게까지 중요한 친구냐?"
한준은 깊은 숨을 내쉬었다.
"네... 세라는 제게 특별한 친구입니다. 처음으로 제가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준 사람이에요. 그리고..."
한준의 얼굴이 붉어졌지만, 더 이상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싶지 않았다.
"전 세라를 좋아합니다. 그냥 친구 이상으로요. 그래서... 그 아이가 힘들어하는 걸 보고만 있을 수가 없어요. 제발 도와주세요, 아버지."
한준의 목소리에는 간절함이 묻어났다. 그는 아버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계속해서 말했다.
"아버지께서 늘 말씀하시던 책임감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사람을 지키는 것... 그게 제가 생각하는 진정한 책임감이에요."
"후우..."
한준의 아버지는 한숨을 내쉬었다.
"저번에 처음 얘기 들었을 때부터 어쩐지 그랬을 것 같더라만..."
한준의 아버지는 엄격한 눈으로 한준을 바라보았다.
"그래, 알겠다. 사정이 어려운 친구 한 명 도와 주는 것 정도는 어렵지 않지. 하지만, 그 전에 그 아이가 정말 괜찮은 아이인지 내가 좀 확인을 해 봐야겠다."
한준의 아버지는 비서실로 전화를 걸어 몇 가지 지시를 내린 후, 한준에게 당부했다.
"그 세라라는 아이한테는 아무 말도 말아라. 아니, 당분간 아무 연락도 하지 말고 그냥 있어라. 이건 이제부터 어른들이 알아서 할 테니... 넌 공부에만 집중하고 있어. 알겠지?"
한준은 답답한 마음으로 아버지의 말씀을 받아들였다. 세라에게 연락하지 말라니... 하지만 아버지의 표정을 보니 반대할 수는 없었다.
"...네, 알겠습니다. 하지만 아버지, 부탁드립니다. 세라가 학업을 포기하지 않도록... 그리고 어머님의 치료도..."
한준의 목소리가 떨렸다. 아버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에 안도감이 들면서도, 세라에게 연락하지 말라는 말씀이 마음에 걸렸다.
"전... 세라를 믿습니다. 아버지께서도 분명 그 아이의 진심을 알아보실 거예요."
한준은 마지막으로 말을 덧붙였다. 그의 눈빛에는 세라를 향한 믿음이 가득했다.
다음 날 오후, 비서로부터 세라의 사진과 대략적인 개인 정보, 동선을 전달 받은 한준의 아버지는 일부러 세라의 어머니가 입원해 있는 병원으로 찾아갔다. 소박하게 차려입은 한준의 아버지는 서류들을 들고 병원 복도를 걷다가 일부러 세라와 부딪혔다.
"앗...!"
한준의 아버지가 들고 있던 서류들이 바닥에 흩어졌다.
"아... 죄송합니다, 아저씨...! 제가 주워 드릴게요."
얼른 그가 떨어뜨린 서류들을 주워 모으던 세라는 서류의 귀퉁이에 적힌 쪽수를 보며 한준의 아버지를 올려다 보았다.
"그런데... 이 서류들 페이지 순서가 다 있는 것 같은데... 어떡하죠? 제가 정리해 드릴까요?"
한준의 아버지는 조용히 세라를 바라보았다. 한준의 아버지는 당황스러워하는 세라를 보며 마음속으로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정리정돈이 필요한 서류들을 단번에 알아차린 똑똑함과, 자신을 돕겠다고 나서는 배려심이 마음에 들었다. 한준이 세라에 대해 이야기했을 때 내심 걱정했던 것과는 달랐다.
"아... 그러면 부탁 좀 해도 될까, 학생? 내가 지금 안경을 두고 나와서..."
한준의 아버지는 일부러 무심한 척 대답했다. 하지만 그의 눈은 세라의 행동 하나하나를 면밀히 관찰하고 있었다.
"네, 제가 정리해 드릴게요! 걱정 마세요."
세라는 밝게 웃으며 복도에 늘어선 대기용 의자에 앉아, 서류의 페이지 번호를 세심하게 확인하며 정리하기 시작했다.
'아들 말이 맞았군. 성실하고 꼼꼼한 아이야...'
그는 마음속으로 작은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표정은 여전히 무덤덤했다.
"그런데 이런 큰 병원엔 무슨 일이니? 가족이 입원해 있니?"
한준의 아버지가 일부러 물었다. 세라의 대답을 기다리며, 그는 이 아이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했다.
"네, 엄마가 입원해 계셔서요."
세라는 밝은 말투로 대답하면서도 서류를 정리하는 손을 쉬지 않았다.
"아빠가 돌아가셔서 엄마 혼자 절 키우셨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난치병이셔서 계속 입원해 계셔야 해요. 저 밖에 돌봐 드릴 사람이 없거든요."
"그럼 공부는? 학교는 어떻게 하고?"
"음... 지금은 방학인데, 다음 학기부터는 자퇴해야죠. 그래도 공부는 계속 하고 싶으니까, 취업해서 직장 다니면서 검정고시 준비를 해 보려구요."
그녀는 한준의 아버지를 향해 밝게 미소지어 보였다. 그리고 서류를 내밀었다.
"정리 다 끝났어요, 아저씨. 아... 잠시만요, 이렇게 손으로 들고 다니시면 또 종이가 흩어질 수도 있으니까..."
세라는 자신이 들고 있던 쇼핑백의 내용물을 모두 꺼내, 서류를 담아서 한준의 아버지에게 건넸다.
"이렇게 들고 다니시면 더 편하실 거예요. 그럼 안녕히 가세요!"
그녀는 자신의 물건들을 한아름 챙기고는, 한준의 아버지에게 꾸벅 인사를 하고 어머니의 병실을 향해 달려갔다.
한준의 아버지는 귀가 후, 저녁 늦게 서재에서 한준을 불렀다.
"준아."
한준의 아버지는 책상 위에 놓인 서류들을 정리하며 말을 이었다.
"오늘 세라라는 아이를 만나봤다. 네가 왜 그 아이를 좋아하는지... 이제 알 것 같구나."
한준의 아버지는 잠시 말을 멈추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밝고 성실하더구나. 게다가 똑똑하고, 마음씨도 착하고, 책임감도 있어. 그 아이의 어머님 치료는 우리 병원에서 맡도록 하마. 장학금 문제도 해결해 줄 테니... 그 아이가 학업을 포기하지 않도록 네가 잘 설득해 주거라."
한준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정말... 정말입니까, 아버지?"
"그래. 하지만 한 가지 조건이 있다."
아버지의 목소리가 진지해졌다.
"네가 그 아이를 좋아한다면, 더욱 책임감 있게 행동해야 한다. 앞으로 더 열심히 공부해서 모범을 보여야 할 거야. 그리고... 그 아이의 자존심을 지켜 주는 게 중요하다. 알겠니?"
한준의 아버지는 한준에게 쪽지를 하나 건넸다. 세라의 연락처와, 그녀의 어머니가 입원해 있는 병실 호수가 적힌 쪽지였다.
"받거라, 네가 그 아이에 대해서 아무것도 아는 게 없다길래 주는 거다. 그리고 너희 둘 다, 좋은 대학교에 진학해서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해야 해. 너는 이 아비의 뒤를 이어 우리 기업을 이끌어 나가야 하고, 세라도 유능한 인재가 되어서 우리 기업에서 널 도와 일할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겠다."
한준은 아버지의 쪽지를 받아들며 가슴이 뛰었다. 아버지가 세라를 인정해주셨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아버지... 정말 감사합니다. 제가... 제가 꼭 아버지의 기대에 부응하겠습니다."
한준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는 쪽지를 꼭 쥐며 결심했다.
"아버지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세라의 자존심을 지켜주면서... 그 아이가 학업을 포기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저도 더 열심히 공부해서..."
한준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말을 이었다.
"앞으로는 제가 좋아하는 사람을 지키면서도, 아버지의 자랑스러운 아들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방으로 돌아온 한준은 세라의 연락처로 지금 당장 전화를 걸지, 아니면 그녀의 어머니가 입원해 있는 병원으로 찾아가서 직접 얼굴을 보고 이야기할지 고민에 빠졌다. 잠시 동안 생각한 끝에, 직접 얼굴을 보고 이야기하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날 아침, 한준은 서둘러 병원을 찾았다. 아버지가 적어 준 병실로 찾아가 보니, 이미 세라의 어머니가 휠체어에 앉아 간호사들에게 인도되고 있었다. 그 뒤를 세라가 따르고 있었다.
"세라야...!"
"준아...!"
세라는 깜짝 놀라 그에게로 달려왔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우리 엄마... 더한기업병원에서 치료 지원을 해 주신대. 복지 신청 같은 거 하나도 안 했는데, 혹시 넌 알고 있어?"
한준은 잠시 망설이다가 세라의 곁으로 다가갔다.
"세라야, 더한기업... 우리 아버지가 경영하시는 기업이야."
한준은 세라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내가 아버지께 부탁 드렸어. 네가 얼마나 훌륭한 사람인지, 얼마나 열심히 살아왔는지... 아버지도 널 만나보시고는 네 진심을 알아보셨나 봐. 이제 학비도, 생활비도... 걱정하지 않아도 돼."
한준의 목소리가 떨렸다.
"세라야... 제발 자퇴하지 마. 우리... 우리 함께 공부하자. 네가 내 옆에서 경쟁자로 있어줘야 나도 더 열심히 할 수 있어. 그리고..."
한준은 세라의 손을 꼭 잡았다.
"난 네 곁에 있고 싶어. 이제는 네가 혼자 짊어지지 않아도 돼. 내가... 내가 너와 뭐든 함께 할게."
세라는 그제야 어제 병원에서 부딪힌 사람이 한준의 아버지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문득 가슴이 벅차올랐다. 그리고 한준의 품에 와락 안겨들었다.
"고마워... 준아, 정말 고마워..."
그녀는 한준을 끌어안으며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응, 그럴게. 우리 같이 열심히 하자. 너희 부모님께서 보시기에 부끄럽지 않도록, 나도 열심히 할게. 너무 고마워, 준아..."
한준은 세라를 꼭 안아 주며 속삭였다.
"내가 더 고마워... 네가 내 곁에 있어줘서. 이제는 정말로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걸 알게 됐어. 네가 있어서..."
그는 세라의 등을 토닥이며 말을 이었다.
"우리 엄마도 너무 좋아하실 거야. 아버지도 이미 널 인정하셨고... 이제 우리 함께 꿈을 향해 달려가자. 난 네가 자랑스러워. 이렇게 힘든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한준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는 세라를 더 꼭 안아주었다.
"이제부터는 네가 혼자 짊어지지 않아도 돼. 내가... 내가 늘 네 곁에서 함께 할게."
세라의 어머니에게는 엄선된 의료진이 붙게 되었고, 세라는 집을 정리하고 한준과 함께 생활하게 되었다.
세라는 2학년 2학기와 3학년을 쭉 한준의 집에서 함께 생활했다. 세라의 밝고 긍정적인 미소 덕분에 한준의 집은 웃음꽃이 떠나지 않았다. 세라와 한준은 항상 함께 다니며 공부도 같이 한 덕분에, 거의 같은 성적을 내게 되었다. 번갈아 가며 1,2등을 할 때도 있었고, 전과목 만점으로 공동 1등을 기록하기도 했다. 두 사람은 함께 수능을 보았고, 드디어 같은 상위권 대학교에 합격했다.
한준은 세라를 바라보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세라야, 우리가 여기까지 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그는 세라의 손을 꼭 잡았다.
"예전엔 완벽해야만 한다고 생각했는데... 네가 내 곁에 있어주면서 진정한 행복이 뭔지 알게 됐어. 우리 엄마도 널 친딸처럼 아끼시고, 아버지도 널 인정하시고..."
한준은 잠시 말을 멈추고 세라의 눈을 바라보았다.
"이제는 내가 널 지켜줄 수 있어서 행복해. 앞으로도 우리 함께... 서로를 위해 더 나은 사람이 되자. 약속하자."
세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를 따뜻하게 바라보았다.
"준아, 정말 고마워.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도, 다... 네 덕분이야. 네가 도와 준 덕분에 너희 부모님께서도 날 잘 보살펴 주시고, 이렇게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어."
그녀는 한준의 손을 맞잡으며 얼굴을 붉혔다.
"너희 아버님께서 얼마 전에 나한테 말씀하셨어, 너는 장차 아버님의 뒤를 이어서 더한기업을 책임지게 될 거고, 나는... 네 가까이에서 널 도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나도 그러고 싶어. 지금까지는 내가 너희 가족들의 도움을 받았으니, 앞으로 열심히 해서 꼭 널 도울 수 있는 사람이 될 거야. 약속할게."
한준은 세라의 따뜻한 말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세라야... 그동안 내가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렸었는데, 네가 내 곁에 있어주면서 진정한 행복이 뭔지 알게 됐어. 너와 함께라면... 우리는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아."
그는 세라의 손을 더욱 꼭 잡았다.
"우리 앞으로도 서로를 믿고 의지하면서 나아가자. 난... 네가 내 곁에 있어서 정말 행복해. 앞으로도 계속 함께 해 줘."
한준의 눈빛에는 진심 어린 애정이 담겨 있었다. 그는 이제 더 이상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려 애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알았다. 세라와 함께라면, 그저 자신다운 모습으로도 충분했으니까.
-fin.
얘 밤양갱 좋아한다던데 걍 달달한 거면 다 좋아하는 거 아닐까 싶어요.
달달한 밀크티와 달달한 미소에 바로 함락;
그냥저냥 편안하고 순수한 이야기로 진행해서 끝냈습니다.
크랙 :: 세르하 유스카✨Serha Jouska
구(久) 뤼튼 :: 세르하의 환상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