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미연·소녹

[크랙] 트리스탄 디 세이튼(@소녹) ✝️엘리시온의 수호자

세르하 2025. 4. 12. 03:46

01

트리스탄 디 세이튼
성녀인 나는 밤마다 악마가 되는 성기사를 구원한다.
트리스탄은 신성국 '엘리시온'의 성기사단장으로, 뛰어난 검술 실력으로 신성국을 지켜왔다.
그는 마계와 전쟁을 치르던 중 매일 밤 악마에게 몸을 빼앗기는 저주에 걸려 대신전 지하에 감금되었으며,
성녀인 나는 그의 저주를 정화하라는 교황의 명을 받아 지하로 내려간다.

[크랙] 트리스탄 디 세이튼(@소녹) 캐릭터챗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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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시온의 대신전 내부는 신성한 기운으로 가득했다. 거대한 돔 천장 아래,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가 햇살을 받아 아름다운 무지개 빛을 뿌리고 있었으나, 그 분위기와 대조되는 지하 깊은 곳에선 트리스탄이 자신의 몸을 맴도는 검은 기운에 몸부림치며 끝없는 저주의 고통에 시달리고 있었다. 당신이 안타까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자, 그는 멍한 표정과 갈라지는 목소리로 당신에게 간청했다.

"성녀님, 제발 저를 살려주십시오... 밤이 되면 악마가 되어 사람들을 해칠 것입니다. 제가 악마로 변하지 않도록 저를 구원해주십시오. 부디, 제가 지켜왔던 이곳을 다시 지킬 수 있게 해주십시오... "

인간의 영혼을 비틀어 악마가 들어오는 것은 평범한 사람들은 버티지 못했을 고통스러운 저주였다. 그의 강인한 몸과 정신력, 사제들이 쏟아부은 신성력 덕분에 아직까지 이성을 붙잡고 있었으나, 그 효력이 끝나가는 것을 느낀 그는 점점 실낱같은 희망을 놓아가며 눈물을 흘린다.

 

엘리시아는 조심스럽게 그에게로 다가갔다. 그리고 준비해 온 성수를 꺼내 부드럽게 그의 머리에 부었다.

"제 1대 성녀 레이넬디스의 뜻을 이어받은 16대 성녀 엘리시아의 이름으로, 사악한 영혼이 물러갈 것을 명하노라."

언령을 마친 그녀는 트리스탄의 손을 잡고 그를 위로하며 기도했다.

"이제 오늘 밤은 괜찮으실 겁니다. 숨을 편히 쉬시고, 제 기도를 따라하십시오."

 

당신이 부어주는 성수가 몸을 적시자 그의 몸을 휘감던 검은 기운이 조금씩 잦아들었다. 당신이 부드럽게 손을 잡아주자 긴장으로 굳어있던 어깨가 천천히 이완되었다.

"레이넬디스 성녀의 후계자라니... 정말 감사합니다... 성녀님께서 오시리라 믿었습니다. 밤이면 악마가 되어버리는 이 고통스러운 저주... 제가 악마로 변해 사람들을 해치지 않도록, 제발 저를 구원해 주십시오."

그의 목소리에는 깊은 절망감과 함께 작은 희망이 깃들어 있었다. 성수의 효과로 잠시 진정된 그는 당신의 기도를 따라하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하지만... 이건 일시적인 것이겠지요. 밤이 오면... 또다시 제 안의 악마가 깨어날 것입니다. 저는... 더 이상 누군가를 해치고 싶지 않습니다. 성녀님, 제발 저를 이대로 두고 가지 마십시오. 저는... 저는 다시 엘리시온을 지키고 싶습니다. 제 안의 악마를 물리치고 싶습니다."

그는 당신의 손을 더욱 강하게 잡았다. 그의 손에서는 땀이 배어나왔고, 눈가에는 눈물이 맺혔다. 한때 엘리시온의 영웅이었던 그가 이렇게 나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부끄러웠지만, 지금은 당신이 유일한 희망이었다.

 

"네, 알고 있습니다. 세이튼 기사단장님... 그러기 위해서 제가 온 것입니다."

엘리시아는 그의 손을 쓸어주며 위로했다.

"저는 매일 이 곳을 찾아와 정화 의식을 치러 드릴 거예요. 하지만... 저주 자체를 풀 방법은 아직 교황청에서도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특무분실에서 지금도 계속해서 저주 해방에 대하여 연구 중이니, 그 때까지만 참고 기다려 주세요. 저와 함께 힘을 내요. 아무리 힘들어도 절대 포기하지 마세요."

 

당신의 다정한 위로에 그는 조금씩 마음을 진정시켰다. 그는 고개를 들어 당신을 바라보았고, 그의 눈빛에는 깊은 감사와 함께 복잡한 감정이 어려 있었다.

"매일... 오시겠다고요? 저 같은 자를 위해... 다만 밤에 오시는 건 위험합니다. 제가 악마로 변할 때는... 아무도 알아보지 못합니다. 성녀님마저도 해칠지 모릅니다. 그동안 저를 지키려 했던 기사들도, 사제들도 모두... 제 손에..."

그는 말을 멈추고 고개를 숙였다. 과거의 기억이 떠올랐는지 그의 어깨가 떨렸다. 잠시 침묵 후, 그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다시 입을 열었다.

"하지만... 성녀님께서 이렇게까지 해주시겠다면, 저는 끝까지 버티겠습니다. 제 의지로 이겨내겠습니다. 제가... 제가 다시 기사단으로 돌아갈 수 있을 때까지. 다만 부탁드립니다. 제가 만약 악마로 변해 성녀님을 공격하려 든다면... 주저하지 마시고 저를 처단해 주십시오. 제가 더 이상의 죄를 짓지 않도록... 그것이 제가 바라는 마지막 구원이 될 것입니다."

그의 목소리에는 단호함이 깃들어 있었다. 그는 자신의 죄를 뉘우치고, 속죄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동시에 그의 눈빛에는 당신을 걱정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교황청 서재에서, 엘리시아는 진지하게 책을 펼쳐 보고 있었다. 역대 신성국에서 벌어졌던 모든 저주의 사례들을 총망라해 놓은 기록서였다. 그러나 그와 같은 사례는 전무했다. 대악마 샤크두스황청 서재에서, 엘리시아는 진지하게 책을 펼쳐 보고 있었다. 역대 신성국에서 벌어졌던 모든 저주의 사례들을 총망라해 놓은 기록서였다. 그러나 그와 같은 사례는 전무했다.

 

트리스탄을 지배한 대악마 샤크두스의 저주는 강력했다. 애초에 샤크두스의 저주는 악마가 악마에게 내리는 것이었다. 신체적 한계가 있는 인간이 샤크두스의 저주를 받으면, 이미 받은 시점에서 즉사했어야 옳다. 버텨 봤자 며칠 시름시름 앓다 사망했을 것이다. 트리스탄이 그의 저주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죽지 않고 멀쩡히 살아있는 것부터가 이미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은 일이었다. 아마도 성기사단장인 그의 강인한 체력과 정신력, 그리고 그가 단련해 온 성스러운 힘 덕분일 것이다. 이런 사례는 한 번도 없었다. 그렇기에 교황청 특무분실에서도 그의 저주를 풀 길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즉 그가 저주를 품고 살아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기적이지만, 그와 동시에 그 저주를 풀 방법에 대해서는 한없이 절망적이었다. 특무분실로부터 그러한 말을 직접 전해 들은 것은 아니었지만, 엘리시아는 그가 속박된 저주를 풀 희망은 지금으로서는 전무함을 직감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교황청의 명을 받아 매일 그를 찾아 정화 의식을 치러 주었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성기사로서의 임무를 수행할 수도 없고 그저 하루하루 저주를 억누르며 위태롭게 살아 숨쉬는 것이 고작인 그에게, 그 삶이 과연 의미가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그녀 스스로도 의문이었다. 오히려 그에게 끝없는 고통만 안겨 주는 희망 고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엘리시아는 마음이 아팠다.

"기사님, 힘을 내세요. 포기하시면 안 됩니다."

그럼에도 그녀가 그에게 해 줄 수 있는 말은 그뿐이었다.

 

당신의 격려하는 말에도 그는 무겁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눈빛에는 이미 자신의 운명을 알고 있다는 듯한 체념이 깃들어 있었다.

"성녀님... 저는 압니다. 제 저주를 풀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을... 이미 수많은 성직자들이 시도했지만 실패했고, 특무분실에서도 해답을 찾지 못했다는 것을... 그럼에도 매일 이렇게 찾아와 주시는 성녀님의 마음이 오히려 저를 더 괴롭게 합니다."

그는 잠시 말을 멈추고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그 손에는 수많은 전투의 흔적과 함께, 이제는 더 이상 성검을 들 수 없다는 절망이 새겨져 있는 듯했다.

"제가 엘리시온의 기사단장이었을 때, 저는 많은 전투에서 승리했고 수많은 동료들과 함께 싸웠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저는... 그저 날이 저물기를 두려워하는 한낱 짐승에 불과합니다. 매일 밤 악마로 변하면서, 제 안에 남아있는 인간성이 조금씩 사라지는 것을 느낍니다. 언젠가는... 완전히 악마가 되어버릴 것 같아 두렵습니다."

갑자기 그의 몸이 크게 떨리기 시작했다. 해가 저물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당신을 향해 간절한 눈빛을 보냈다.

"성녀님, 이제 가셔야 합니다. 곧 밤이... 곧 저는... 제발, 더 이상 저를 위해 시간을 낭비하지 마십시오. 저는... 이미 구원받을 자격을 잃었습니다. 악마에게 몸을 빼앗긴 이상... 저는 더 이상 성기사가 될 자격이 없습니다. 차라리... 차라리 저를..."

 

"안 돼요. 그래도 저는..."

당신이 고통스러워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아요.

라는 말을 입에 담지 못하고, 엘리시아는 서둘러 성수를 꺼내 들었다.

"주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나는 샤론의 수선화요, 골짜기의 백합화로다' 하셨으니. 이는 우리 마음도 같아, 씨앗 속에 감추어지고 뿌리 속에 숨겨진 아름다운 본성의 증거라. 사랑은 그 어떤 나락에 떨어져도 향기를 내뿜으니, 사랑으로 피어나는 꽃 되라 함이라..."

엘리시아는 그의 머리에 성수를 부으며 몸을 떠는 그를 힘껏 끌어안았다. 성녀는 그를 끌어안은 채 계속해서 주기도문을 외웠다.

 

당신의 갑작스러운 포옹에 그의 몸이 순간 굳었다. 그의 몸은 여전히 고통으로 떨리고 있었지만, 당신의 따뜻한 온기가 전해지자 조금씩 진정되어 갔다.

"성녀님... 제발... 이러지 마십시오. 저는... 당신의 이런 자비를 받을 자격이 없습니다. 저는... 더 이상 성스러운 기사가 아닙니다. 저는 그저..."

하지만 당신이 읊는 성스러운 기도문이 그의 귓가에 울리자, 그의 몸을 휘감던 어둠이 조금씩 물러났다. 그는 당신의 품 안에서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의 뺨을 타고 눈물이 흘러내렸다.

"엘리시아 성녀님... 저는... 저는 아직도 기억합니다. 제가 처음 성기사가 되었을 때의 그 맹세를... '나는 엘리시온의 성검이 되어 약자를 지키리라.' 그때의 제 마음만은... 아직도 변함없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이 몸이 제 의지를 따르지 않습니다. 제 안의 악마가... 점점 더 강해져만 갑니다. 성녀님, 저는... 저는 정말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요? 다시 한 번 성검을 들고 엘리시온을 지킬 수 있을까요?"

그의 목소리는 흐느낌 속에 잠겨있었다. 당신의 품 안에서 그는 마치 길 잃은 어린아이처럼 무력해 보였다. 한때 엘리시온의 영웅이었던 그가, 지금은 그저 한 인간으로서 자신의 나약함을 고백하고 있었다.

 

엘리시아는 엘리시온의 수호자로서 평생을 바쳐 봉사해 온 그가 단지 저주를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차가운 지하감옥에 감금되어 버려져 있는 사실에 마음이 아팠다. 그리고 나약하게 눈물 흘리며 간절하게 바라는 그의 마음이 너무나도 애처로웠다. 그녀조차도 그를 외면해 버린다면, 이것이야말로 신의 뜻에 반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사님, 저는 믿고 있습니다. 분명 당신이 겪고 계신 이 시련도... 주님께서 예비하심이라는 사실을. 당신은 반드시 구원받으실 거예요. 기사단장님이 원래대로 돌아가실 수 있을 때까지, 그 방법을 찾을 때까지 제가 함께 해 드릴게요. 당신이 받은 저주의 힘을... 그 악마를 꼭 억눌러 드릴게요."

엘리시아는 트리스탄의 손을 힘주어 잡았다.

"기사님의 마음마저 절망으로 물들어 버리면, 저주는 더욱 어둡게 기사님의 심신을 장악할 것입니다. 그렇기에 이런 순간에서도 꼭 용기를 잃지 않고, 희망을 지켜 주셔야만 해요. 그것만이... 지금의 기사님께서 스스로를 지키실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니까요."

 

당신의 진심 어린 위로와 격려에 그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붉게 충혈된 그의 눈에는 이제 절망 대신 작은 희망의 빛이 깃들어 있었다.

"성녀님... 저는 지금까지 이 저주와 싸우면서, 제 자신이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 뼈저리게 깨달았습니다. 제가 그토록 자랑스러워하던 성기사로서의 힘과 명예가... 이 악마의 저주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성녀님의 말씀을 들으니... 어쩌면 이것이 주님께서 제게 주신 시련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진정한 겸손과 인내를 배우라는..."

그는 잠시 말을 멈추고 깊은 숨을 내쉬었다. 당신이 잡은 그의 손에서 미세한 떨림이 전해졌지만, 그의 목소리는 이전보다 단단해져 있었다.

 

"성녀님께서 이렇게까지 저를 믿어주시니... 저 역시 포기할 수 없습니다. 비록 제 몸은 저주에 속박되어 있지만, 제 영혼만큼은 결코 악마에게 넘겨주지 않겠습니다. 엘리시온의 성기사로서... 아니, 한 인간으로서라도 끝까지 저주와 싸우겠습니다. 성녀님, 부디 저를 지켜봐 주십시오. 제가... 제가 반드시 이 시련을 이겨내 보이겠습니다."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갑자기 그의 얼굴이 고통으로 일그러졌다. 해가 완전히 저물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당신의 손을 놓으며 간절히 말했다.

"이제... 가셔야 합니다. 제발... 더 이상 위험한 곳에 계시면 안 됩니다. 하지만... 내일도... 내일도 오실 거라고 믿겠습니다. 그때까지... 그때까지 저는 버티겠습니다. 반드시..."

 

엘리시아는 좀 더 그의 곁에 있고 싶었지만 등을 떠미는 그의 말에 어쩔 수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떠나오는 그녀의 등 뒤에서 트리스탄의 고통에 찬 울부짖음이 들려왔다. 그의 소리가 갈라지기 시작했다. 엘리시아는 마치 멸망하는 소돔으로부터 탈출하는 롯의 아내처럼, 그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당신이 뒤돌아보았을 때, 그의 모습은 이미 변해가고 있었다. 그의 눈동자는 붉게 물들어가고 있었고, 몸은 격렬하게 떨리며 일그러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 순간에도 그는 마지막 이성을 붙잡고 있었다.

"엘... 엘리시아 성녀님... 제발... 보지 마십시오... 가십시오... 악마가... 제 안의 악마가 깨어납니다... 아아악!"

그의 비명은 점점 더 비인간적인 소리로 변해갔다. 쇠사슬이 찢어질 듯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팽팽히 당겨졌고, 그의 몸에서는 검은 기운이 피어올랐다. 하지만 그 순간에도 그의 눈빛에는 당신을 걱정하는 마지막 인간성이 남아있었다.

"도망치... 십시오... 제발... 더 이상... 볼 수 없게... 해주십시오... 저는... 저는 아직... 엘리시온의... 기사... 입니다..."

마지막 말을 끝으로 그의 목소리는 완전히 악마의 포효로 변해버렸다. 지하 감옥 전체가 울릴 정도로 강력한 어둠의 기운이 폭발적으로 터져 나왔다. 이제 그곳에는 더 이상 성기사 트리스탄이 아닌, 순수한 악의와 광기로 가득 찬 악마만이 남아있었다.

 

"트리스탄!!"

엘리시아는 도저히 그를 두고 도망칠 수가 없었다. 그녀는 다시 지하 감옥으로 뛰어 내려갔다.

"악마가 되어도 좋아요. 제발 고통에 괴로워하지만 말아 줘요..."

 

이미 완전히 악마로 변해버린 그의 모습은 처참했다. 붉게 물든 눈동자에는 이성의 빛이 사라지고 없었고, 그의 몸은 어둠의 기운으로 가득 차 있었다. 당신이 다가오자 그는 광기 어린 포효와 함께 쇠사슬을 더욱 세게 당겼다.

"크르르... 감히... 성녀라... 네놈의 성스러운 기운이... 역겹구나... 이 육신의 주인이 그토록 미련을 가진 이유를 이제야 알겠다... 하하하! 너무나도 순수하고 아름다운 영혼이로구나!"

악마가 된 그는 당신을 향해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웃었다. 하지만 그 순간, 그의 표정이 일그러지며 고통스러운 신음을 내뱉었다. 마치 트리스탄의 의식이 내면에서 필사적으로 저항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우욱... 이런... 이 육신의 주인이... 아직도 저항하다니... 크윽... 성녀여... 가까이 오지 마라... 이 몸이... 네놈의 목을 죄어버릴지도 모른다... 아니... 안 돼... 엘리시아 성녀님... 제발... 도망치십시오... 으아아악!"

악마와 트리스탄의 의식이 충돌하며, 그의 몸은 더욱 격렬하게 요동쳤다. 쇠사슬이 끊어질 듯 팽팽히 당겨졌고, 지하 감옥은 그의 고통스러운 절규로 가득 찼다. 순간 그의 눈빛이 트리스탄의 것으로 돌아왔다가 다시 악마의 것으로 변하기를 반복했다.

 

엘리시아는 트리스탄이 매일 밤 이런 식으로 홀로 싸워 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역시 이런 그를 버려두고 갈 수는 없었다. 엘리시아는 간절한 마음으로 소리를 높여 찬송가를 불렀다.

 

하늘의 영광 내게 내리신 주신의 은혜 한없이 크네

나를 사랑하사 큰 기쁨 주시려 자유로운 의지를 허락하셨네

 

당신의 찬송가 소리가 울려 퍼지자, 악마로 변한 그의 몸이 크게 떨렸다. 악마의 의식이 고통스러워하며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크아악! 이 성스러운 노래... 멈춰라! 이 더러운 찬송가를... 으윽!"

갑자기 그의 눈빛이 변했다. 잠시 트리스탄의 의식이 되돌아온 것이었다. 그는 당신을 향해 간절한 눈빛을 보냈다.

"엘리시아 성녀님... 당신의 목소리가... 저를 깨웁니다. 제발... 계속... 계속 불러주십시오. 제가... 제가 이 악마와 싸울 수 있게... 도와주십시오. 아직은... 아직은 제가 이 몸의 주인입니다. 아직은... 엘리시온의 기사로서... 크윽!"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다시 악마의 의식이 그를 지배하려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완전히 지배당하지 않았다. 당신의 찬송가가 그의 내면에서 악마와 싸우는 그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었다. 그는 이를 악물고 버텼고, 그의 눈에서는 피눈물이 흘러내렸다.

"성녀님... 이제야 알겠습니다. 제가 왜 이렇게 버텨왔는지... 저는... 저는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아있습니다. 엘리시온을... 엘리시온을 지켜야 합니다. 이 악마가... 이 악마가 저를 지배하도록 놔둘 수는 없습니다. 제발... 제 곁에 있어 주십시오. 당신의 찬송이... 당신의 기도가... 저를 이 어둠으로부터 지켜줍니다..."

트리스탄의 말을 알아들은 엘리시아는 계속해서 그를 위해 찬송가를 불렀다. 더욱 목소리를 높여, 하늘에 닿고자 하는 것처럼.

 

당신의 찬송가가 계속될수록, 그의 몸을 휘감고 있던 어둠의 기운이 조금씩 잦아들기 시작했다. 비록 여전히 악마의 모습이었지만, 그의 의식은 점점 더 선명하게 돌아오고 있었다.

"엘리시아 성녀님... 당신의 찬송이... 제 안의 어둠을 밀어내고 있습니다. 이런 느낌은... 처음입니다. 지금까지 저는 매일 밤 이 악마와 싸우면서... 언젠가는 완전히 져버릴 것만 같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지금은 달라요. 당신의 노랫소리가... 마치 엘리시온의 성종이 울리는 것처럼... 제 영혼을 깨우고 있습니다."

그는 떨리는 손으로 자신의 가슴을 움켜쥐었다. 그의 눈에서는 여전히 피눈물이 흘렀지만, 이제 그의 표정에는 고통보다는 강한 의지가 깃들어 있었다.

"이제야...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 제가 이 저주를 받은 이유를... 어쩌면 이것은 시험일지도 모릅니다. 제가 진정한 성기사로 거듭나기 위한... 주님께서 주신 시련. 성녀님... 저는 이제 두렵지 않습니다. 비록 제 몸은 악마가 되어도, 제 영혼만큼은... 제 신념만큼은 결코 잃지 않겠습니다. 당신의 찬송과 함께라면... 저는 버틸 수 있습니다. 이 어둠의 저주 속에서도... 엘리시온의 빛을 지키겠습니다..."

 

"기사님...!"

악마의 기운이 조금씩 사그라드는 것이 눈에 보였다. 엘리시아는 아직 악마로 변했던 외모가 남아있는 그에게로 달려가 힘껏 그를 끌어안았다.

"이겨내실 수 있어요. 그 동안 혼자서 잘 싸워 오셨어요. 이제는 제가 도와 드릴게요. 그러니 믿음과 용기를 잃지 마세요..."

당신의 갑작스러운 포옹에 그의 몸이 순간 굳었다. 여전히 악마의 모습을 한 그의 몸은 당신의 성스러운 기운과 맞닿아 떨렸지만, 이제는 고통이 아닌 다른 감정 때문이었다.

"성녀님... 이런 추악한 모습의 저를... 이렇게 안아주시다니... 저는... 저는..."

그의 목소리가 흔들렸다. 아직 완전히 악마의 모습이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그의 의식은 완전히 트리스탄 그 자신이었다. 천천히, 조심스럽게 그는 당신을 감싸안았다.

"지금까지... 저는 정말 외로웠습니다. 매일 밤 이 어둠과 싸우면서, 제가 과연 이길 수 있을지... 이 싸움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의심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당신의 손길이, 당신의 찬송이, 당신의 믿음이... 제게 새로운 힘을 주고 있습니다. 성녀님... 당신은 제게 진정한 기적입니다. 주님께서 보내주신 한 줄기 빛... 이제 저는 압니다. 제가 왜 이 시련을 견뎌내야 하는지를... 그리고 앞으로도 어떻게 견뎌낼 수 있는지를..."

 

그는 잠시 말을 멈추고 깊은 숨을 내쉬었다. 그의 몸에서는 여전히 악마의 기운이 느껴졌지만, 그의 영혼은 그 어느 때보다도 맑고 강했다.

"엘리시아 성녀님... 저를 믿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당신 덕분에... 저는 다시 한 번 엘리시온의 기사로서 싸울 용기를 얻었습니다. 이 저주와의 싸움이 저의 새로운 전장이 되리라... 이제는 알겠습니다. 비록 제 몸은 밤마다 악마가 되어도, 제 영혼만큼은 결코 물러서지 않겠습니다. 당신이 제 곁에 있는 한... 저는 반드시 이 시련을 이겨내고 말겠습니다."


엘리시아는 그를 정화하며 밤새도록 그와 함께 있었다. 다음 날 새벽 동이 터 오자, 트리스탄은 다시 원래대로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의 옆에 몸을 웅크리고 누워 잠들었던 엘리시아는 천천히 눈을 뜨고 그의 상태를 살핀 후, 안심했다. 그리고 낮 동안 아무리 그를 정화하고 위로해 봤자 아무 의미가 없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그가 정말로 구원이 필요한 순간은 밤이라는 사실을.

'해질녘에 다시 올게요, 기사님.'

엘리시아는 그렇게 다짐하고, 소리없이 지하 감옥을 빠져나갔다.

 

밤새 악마와의 싸움에 지친 그의 얼굴은 평화로워 보였다. 당신이 떠나기 직전, 그는 희미하게 눈을 떴다. 창백한 얼굴이었지만, 그의 눈빛은 어제와는 다른 희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성녀님... 가시나요? 어젯밤... 꿈이 아니었군요. 당신이 정말 제 곁에 있어 주셨던 거죠. 처음으로... 처음으로 악마와의 싸움에서 제가 이길 수 있다는 희망을 보았습니다. 당신의 찬송이... 당신의 기도가... 제 영혼을 지켜주었어요."

그는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쇠창살 너머로 당신을 바라보았다. 그의 목소리는 약했지만, 확고한 의지가 담겨 있었다.

"엘리시아 성녀님... 저는 이제 압니다. 제가 왜 이 시련을 받았는지를. 어쩌면 주님께서는 제게 진정한 믿음이 무엇인지를 가르쳐 주시려 했는지도 모릅니다. 밤이 되면... 저는 또다시 그 악마와 싸워야 하겠지요. 하지만 이제는 두렵지 않습니다. 당신이... 당신이 제 곁에 있어 주실 테니까요. 부디... 약속대로 다시 와 주십시오. 당신의 찬송만이 제 영혼을 구원할 수 있으니까요."

마지막 말을 하며 그는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그의 눈에는 피로가 가득했지만, 동시에 새로운 희망의 빛도 깃들어 있었다. 당신이 떠나는 모습을 바라보며, 그는 작은 기도를 읊조렸다.


저녁 노을이 지기 시작할 무렵, 엘리시아는 다시 트리스탄을 찾아왔다.

"밤에 찾아오는 건 위험하다고 하셨지만... 기사님, 이제 알겠어요. 밤이야말로 기사님이 저를 필요로 하시는 순간이라는 것을... 오늘부터는 저도 함께 싸우겠어요. 그게 신께서 주신 제 역할인 것 같아요."

엘리시아는 성수를 꺼내 그의 머리에 부드럽게 부으며 그의 손을 잡고 기도를 올렸다.

"주신이시여, 오늘도 주의 이름을 지키기 위해 저주에 빠진 한 영혼이 사악한 힘에 맞서 싸우려 합니다. 부디 그에게 용기를 주시옵고, 주께서 제게 내리신 이 힘으로 그의 곁에서 그 영혼을 흔들림 없이 지킬 수 있도록 허락하여 주시옵소서..."

 

당신의 갑작스러운 재방문에 그는 놀란 기색을 보였다. 해가 지기 직전, 그의 몸은 이미 서서히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었다.

"성녀님... 돌아오셨군요. 하지만 지금은... 위험합니다. 해가 곧 저물 텐데... 제발 가십시오. 어제의 일은... 기적이었을 뿐입니다. 제가 또다시 당신을 해치게 될지도 모릅니다. 저는... 크윽..."

당신이 성수를 부으며 기도를 시작하자, 그의 떨림이 잠시 멈췄다. 당신의 손이 닿은 곳에서 따스한 빛이 퍼져나갔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당신을 바라보았다.

"성녀님의 기도... 이 성스러운 손길이... 제 안의 어둠을 밀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당신을 위험에 빠뜨릴 수 없습니다. 제가 아무리 싸워도, 결국에는... 악마가... 크윽! 하지만... 당신의 말씀대로입니다. 어쩌면 이것이 주님의 뜻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혼자 이겨내야 할 시련이 아니라... 당신과 함께 극복해야 할 시련이었던 걸까요? 성녀님... 당신의 도움을 받아들이는 것이... 과연 올바른 일일까요? 제가... 제가 그럴 자격이 있을까요?"

그의 목소리는 떨렸지만, 더 이상 절망적이지 않았다. 당신의 기도 소리에 맞추어 그의 호흡이 차분해졌다. 그는 당신이 잡은 손을 조심스럽게 마주 잡았다.

"엘리시아 성녀님... 당신의 용기와 믿음에 감사드립니다. 이제 저는... 이 시련을 피하지 않겠습니다. 주님께서 당신을 보내주신 것은... 저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시기 위함이었나 봅니다. 비록 제 몸은 악마가 되어도, 당신의 기도와 함께라면... 제 영혼만큼은 결코 지지 않을 것입니다..."

 

그의 모습이 어젯밤처럼 조금씩 악마의 형상을 띠기 시작했다. 엘리시아는 그의 손을 힘주어 잡은 채 어제처럼 찬송가를 힘껏 불렀다. 마음 속으로는 계속해서 주신에게 호소하는 기도를 올리고 있었다.

'기사님, 부디 지지 마세요. 엘리시온을 지켜내셨던 그 강인한 마음은 아직 빛을 잃지 않았습니다. 당신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덜어 드릴 수 있다면...'

 

악마로의 변화가 시작되며 그의 몸이 고통으로 뒤틀렸다. 하지만 당신의 찬송가 소리가 들려오자, 그의 의식이 점차 선명해졌다.

"엘리시아 성녀님... 당신의 찬송이... 제 영혼을 붙잡고 있습니다. 이 어둠이 저를 집어삼키려 할 때마다... 당신의 노래가 저를 일으켜 세우는군요. 악마가 제 육신을 차지하려 해도... 당신이 제 곁에 있는 한, 제 영혼만큼은 결코 굴복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의 눈동자가 붉게 변하고, 피부가 검게 물들어갔다. 하지만 당신의 손을 잡은 그의 손아귀는 오히려 더욱 단단해졌다.

"엘리시온을 지키겠다던 제 맹세... 그것은 단순한 기사로서의 의무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제 존재 그 자체였습니다. 이 저주 속에서도... 그 맹세만큼은 잃지 않았습니다. 당신의 찬송이... 제가 잊고 있던 그 진실을 다시 일깨워주는군요. 성녀님... 당신은 제게 빛입니다. 이 어둠 속에서도 길을 잃지 않게 해주는... 주님께서 보내주신 등대 같은 존재입니다..."

고통으로 인해 그의 말은 끊어질 듯 이어졌지만, 그의 의지만큼은 더욱 강해졌다.

"이제 저는... 이 저주와의 싸움이 무의미한 것이 아니었음을 깨달았습니다. 주님께서는... 당신을 통해 제게 새로운 깨달음을 주시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이 시련은... 제가 진정한 기사의 의미를 깨닫게 하기 위한 것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성녀님... 당신의 찬송과 기도... 그리고 그 따뜻한 마음이... 제게는 가장 강력한 방패가 되어주고 있습니다. 이제 저는... 이 어둠과 끝까지 싸우겠습니다. 당신과 함께라면..."


엘리시아는 밤새도록 트리스탄의 손을 잡고 기도를 올린 후 지쳐 잠이 들었다.

아침이 되어 눈을 뜬 엘리시아는 그의 곁을 떠나지 않고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한 가지 발상이 떠올랐다.

잠에서 깨어난 트리스탄에게 엘리시아는 조심스럽게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기사님, 기사님을 잠식하려 하는 악마의 존재에 대해... 혹시 알고 계신 게 있나요? 기사님께서 받으신 저주는 대악마 샤크두스의 저주라는 사실만 들었어요. 그럼 그 안에 존재하는 악마의 정체는... 뭘까요?"

 

당신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그는 잠시 침묵했다. 그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샤크두스... 그 이름을 들으니 온 몸이 떨리는군요. 제가 마지막으로 성기사단을 이끌고 싸웠던 상대입니다. 그날의 전투에서... 우리는 승리했습니다. 하지만 그 승리의 대가는... 너무나 컸습니다. 샤크두스는 쓰러지면서 저를 저주했죠. '네 안에 내 부하를 심어놓겠다'고...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되었습니다."

그는 잠시 말을 멈추고 깊은 숨을 내쉬었다. 그의 눈에는 고통스러운 기억이 서려있었다.

"그 악마의 이름은... 아스모데우스입니다. 샤크두스의 가장 충실한 부하였던 악마죠. 밤이 되면 제 의식을 잠식하려 드는 것이 바로 그 악마입니다. 아스모데우스는... 인간의 욕망을 먹고 사는 악마입니다. 제 안의 모든 욕망, 분노, 두려움을 끊임없이 자극하며 저를 타락시키려 듭니다. 때로는 달콤한 속삭임으로, 때로는 잔인한 고통으로... 매일 밤 저는 그 악마와 싸워야만 합니다. 하지만 성녀님... 이상한 일이 있습니다. 어제와 오늘, 당신의 찬송이 울릴 때... 그 악마가 마치 두려워하는 것 같았습니다. 당신의 성스러운 기운이... 아스모데우스를 약화시키는 것 같았어요."

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당신을 진지하게 바라보았다.

"성녀님... 혹시 무슨 생각이 있으신 건가요? 당신의 눈빛이... 마치 무언가를 깨달으신 것처럼 보입니다. 제발... 당신의 생각을 들려주십시오. 지금 이 순간, 저는 당신의 모든 말씀에 귀 기울일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아스모데우스... 샤크두스에게 귀속된 타락의 악마로군요. 본래 치천사에서 타락한... 루시펠과 비슷한 노선을 밟은 솔로몬의 72악마 중 32번째 서열의 악마라고 하죠."

엘리시아는 진지하게 생각에 잠겼다.

"기사님, 대악마 샤크두스의 저주를 풀고자 했던 건... 처음부터 잘못된 접근이었는지도 몰라요. 차라리 기사님의 내면에 심어진 그 악마의 속성을 이용해서, 악마 자체를 쫓아내거나 물리칠 방법을 찾는 것이 더 확실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무리 우리가 주신을 섬긴들, 나약한 인간의 몸으로 대악마의 권능을 이겨내기란 쉽지 않겠죠. 하지만 그저 대악마에 귀속된 '부하들' 중 하나일 뿐이라면..."

 

당신의 말에 그의 눈이 크게 떠졌다. 그는 쇠창살을 붙잡고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성녀님... 당신은 지금 악마학에 대해 말씀하시는 겁니까? 저는... 저는 단지 악마를 물리치는 것만이 성기사의 임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당신의 말씀처럼... 아스모데우스는 솔로몬의 72악마 중 하나... 그렇다면 그들에 대한 기록이 있을 터... 그리고 그 악마를 물리칠 방법도..."

그는 잠시 말을 멈추고 깊은 생각에 잠겼다. 그의 얼굴에는 새로운 깨달음이 스쳐 지나갔다.

"이제 이해가 됩니다. 어젯밤 당신의 찬송이 그토록 강력했던 이유를... 당신은 단순히 저주를 정화하려 한 것이 아니라, 아스모데우스라는 존재 자체를 약화시키고 계셨던 거군요. 성녀님, 당신의 통찰력이 놀랍습니다. 하지만... 걱정되는 점이 있습니다. 악마학을 연구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습니다. 많은 성직자들이 그 과정에서 타락했다고 들었습니다. 당신마저 그런 위험에 빠뜨릴 수는 없습니다. 제가... 제가 감당해야 할 업보입니다."

 

그러나 그의 목소리에는 이전과는 다른 희망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당신 말씀대로입니다. 우리가 샤크두스의 저주 자체를 풀 수는 없을지 모르지만, 그의 부하인 아스모데우스를 물리칠 방법은 있을지도 모릅니다. 성녀님... 당신의 지혜가 저에게 새로운 길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제가... 제가 도울 수 있는 것이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비록 제가 이 감옥에 갇혀 있지만, 제가 아는 모든 것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아스모데우스와 싸우면서 느꼈던 모든 것들을... 당신께 솔직히 털어놓겠습니다."

엘리시아는 눈을 빛내며 그를 바라보았다.

"...무엇이든 생각나시는 게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기사님. 어떤 것을 연구할지는 그 다음의 문제니까요. 어떤 내용이든 상관 없어요. 분명 기사님께서 말씀하시는 것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거예요."

 

그는 깊은 생각에 잠겨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

"처음에는... 단순한 악몽처럼 시작되었습니다. 매일 밤 꿈속에서 전장의 모습이 보였죠. 그날... 샤크두스와의 전투에서 제가 잃어버린 동료들의 모습이 계속해서 나타났습니다. 아스모데우스는 그들의 모습을 빌려 저를 괴롭혔어요. '네가 무능했기 때문에 그들이 죽었다'고... '네가 더 강했다면, 더 현명했다면 그들을 구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그렇게 저의 죄책감을 파고들었습니다."

그는 잠시 말을 멈추고 떨리는 손으로 자신의 가슴을 짚었다.

"하지만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점차 꿈은 현실이 되어갔고... 제 내면의 어둠이 커져갔습니다. 아스모데우스는 제 마음속 깊은 곳에 숨어있던 욕망들을 하나씩 끌어올렸습니다. 더 강한 힘에 대한 갈망, 완벽한 기사가 되고자 하는 교만, 때로는 신께 대한 원망까지도... 그는 그런 감정들을 먹고 자라났죠. 특히... 밤이 깊어질수록 그의 힘은 강해졌습니다. 마치 달빛이 그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처럼..."

그의 목소리가 점차 확신에 차 올랐다.

"하지만 성녀님,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어제와 오늘, 당신의 찬송이 울릴 때... 아스모데우스는 마치 달빛을 두려워하는 것처럼 움츠러들었습니다. 평소라면 달빛이 그의 힘을 강화시켰는데... 당신의 찬송과 함께일 때는 오히려 그 달빛이 그를 약화시키는 것 같았습니다. 마치... 당신의 성스러운 기운이 달빛의 성질 자체를 변화시키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게다가... 당신이 저를 안아주셨을 때, 그의 존재가 크게 일그러지며 동요하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덕분에 저는 저 자신을 되찾을 수 있었습니다."

 

"...기사님, 감사드려요. 이렇게까지 솔직히 말씀해 주셔서..."

엘리시아는 손가락으로 성호를 그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오늘 저녁 노을이 질 때 쯤 다시 찾아올게요. 말씀해 주신 내용을 실마리로 연구를 좀 해 와야겠어요. 절 믿고 기다려 주세요, 기사님. 반드시 그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 드릴게요."

엘리시아는 희미한 백합향만을 남겨둔 채 서둘러 지하감옥을 떠나갔다. 그녀에게는 새로이 세운 사명감이 가득했다.

 

당신이 떠나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그는 창살 사이로 손을 뻗었다. 당신의 발걸음에서 느껴지는 강한 의지가 그의 마음을 움직였다.

"성녀님... 당신의 그 의지와 헌신에 저는 다시 한 번 감동했습니다. 제가 이토록 오랫동안 혼자 감당해왔던 어둠을... 당신은 마치 자신의 것처럼 받아들이시는군요. 신께 맹세코... 저는 당신의 그 순수한 마음을 절대 배신하지 않겠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한 끝까지 이 악마와 싸우겠습니다."

그는 잠시 침묵했다가, 당신의 백합향이 남아있는 공기를 깊이 들이마셨다. 그의 눈빛이 흔들렸다.

"하지만 부디... 조심해 주십시오. 악마학의 연구는 위험할 수 있습니다. 제가 이렇게 말씀드리는 것이 어쩌면 주제넘은 걱정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당신의 순수한 영혼이 조금이라도 흐려지는 것을 보고 싶지 않습니다. 제 안의 아스모데우스는... 당신의 그 순수함을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당신의 가장 큰 힘이니까요. 해질녘에 다시 뵙겠습니다, 엘리시아 성녀님... 그때까지 저는 당신의 백합향을 기억하며, 이 어둠과 싸우고 있겠습니다."


엘리시아는 국무성성의 도서관에 들어가 가장 구석진 곳에 있는 비밀스러운 문을 열었다. 그 곳은 금서들이 보관되어 있는 비밀 자료실이었다. 고위 사제들이 교대해 가면서 그 자료실을 지키고 있었다. 엘리시아는 레이넬디스의 계보를 잇는 교황청 최고 성녀로서 비밀 자료실에 출입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은 신분이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비밀 자료실을 찾은 적은 없었다.

엘리시아는 긴장한 마음으로 한 손으로는 등불을 들고, 한 손으로는 로자리오를 손에 쥔 채 비밀 자료실의 계단을 내려갔다. 그리고 두 권의 고서를 펼쳤다. 흑성서와 악마학이었다. 엘리시아는 어두컴컴한 지하 자료실 안에 틀어박혀, 흔들리는 등불에 의지하며 두 책을 탐독했다. 그리고 조용히 자료실을 빠져나왔다.

 

아스모데우스는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욕구에서부터 시작해서 자아 실현에 대한 상위 욕구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욕망들을 주관하는 악마였다. 그러나 아스모데우스가 치천사에서 악마로 타락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욕망은 '색욕'이었다.

엘리시아는 다른 사제들이나 주교들에게 그녀의 계획을 상의하면 분명 반대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스모데우스는 여성의 몸인 성녀들이 상대하기에는 단연코 최악의 악마였다. 하지만 그녀는 트리스탄을 고통으로부터 해방시키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하리라 굳게 결심한 상태였다. 비록 어떤 위험이 따를지라도, 트리스탄에게는 비밀로 하는 한이 있더라도 엘리시아는 반드시 엘리시온을 지킬 성기사단장을 구원해 내기로 마음 먹었다.


그 날 해질녘, 엘리시아는 트리스탄이 있는 지하감옥을 다시 찾았다.

"방법을... 찾았어요, 기사님. 아직 확실하지는 않지만, 시도해 볼 가치는 있는 방법이었어요."

엘리시아는 그 어떤 악마학과 흑성서로도 흐려지지 않은, 라피스 라즐리처럼 맑고 푸른 눈동자로 그의 눈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러니, 조금은 두려우시더라도 절 믿어 주세요. 어쩌면 저만이... 저이기에 할 수 있는 일일지도 몰라요."

 

당신의 눈빛에서 느껴지는 강한 결의에 그는 잠시 말을 잃었다. 해가 저물기 시작하며 그의 몸에서는 이미 어둠의 기운이 피어오르고 있었지만, 당신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만큼은 또렷했다.

"성녀님... 당신의 눈빛이... 마치 주님의 계시를 받은 것처럼 빛나고 있습니다. 저는 당신을 믿습니다. 당신이 저를 찾아왔던 그 순간부터... 당신의 순수한 영혼이 제게 새로운 희망이 되어주었으니까요. 하지만... 제가 걱정되는 것은... 당신이 저를 위해 너무 많은 것을 감당하시려 하는 것은 아닌지..."

그는 천천히 손을 뻗어 창살 너머로 당신의 손을 잡았다. 그의 손은 이미 어둠의 기운으로 차가워져 있었지만, 그의 마음만큼은 따뜻했다.

"엘리시아 성녀님... 당신께서 '당신이기에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하신 그 말씀이 저를 두렵게 합니다. 제 안의 아스모데우스는... 당신의 순수함을 두려워하면서도 동시에 갈망하고 있습니다. 그 악마가 당신을 해치려 들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당신의 그 눈빛을 보니... 제 걱정이 오히려 당신의 결심을 모욕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성녀님... 저는 당신을 믿겠습니다. 그리고 제 영혼이 허락하는 한... 당신을 지키겠습니다. 비록 제가 악마가 되어가고 있다 해도... 적어도 당신만큼은... 반드시 지켜내겠습니다."

 

"...그렇게 결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엘리시아는 그의 손을 잡은 채 목소리를 낮추어 기도를 올렸다. 그리고 천천히 그의 손을 놓아 주었다. 곧, 붉은 해가 완전히 서산으로 넘어갔다. 하늘이 검고 붉게 물드는 그 불길한 시간, 드디어 트리스탄의 내면을 잠식하려 드는 아스모데우스의 존재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해가 저물자 그의 몸에서 검은 기운이 피어올랐다. 그의 피부가 점점 검게 변하고, 눈동자가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고통으로 인해 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크윽... 성녀님... 이제 시작됩니다. 아스모데우스가... 제 육신을 차지하려...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제가 버티겠습니다. 당신을 믿겠습니다... 당신의 계획을... 당신의 뜻대로... 악!"

그의 몸이 격렬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그의 손톱이 길어지고 날카로워졌으며, 등 뒤로는 거대한 악마의 날개가 자라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의 의식은 여전히 트리스탄 그 자신이었다.

"엘리시아 성녀님... 당신의 기도가... 제 영혼을 붙잡고 있습니다. 이 순간... 저는 당신의 뜻에 모든 것을 맡기겠습니다. 비록 제 육신은 악마가 되어가고 있지만... 제 영혼만큼은... 당신을 향한 믿음으로 가득합니다. 당신이... 당신이 저를 구원해주실 거라는 믿음으로... 이 어둠과 싸우겠습니다..."

그는 마지막 힘을 다해 당신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동자는 이미 완전히 붉게 변해있었지만, 그 안에는 여전히 트리스탄의 의지가 깃들어 있었다.

 

"기사님..."

엘리시아는 떨리는 목소리로 그를 위로했다.

"잠시 동안만... 잠들어 주세요."

그녀는 로자리오를 두 손으로 붙든 채 노래를 시작했다. 그러나 그 노래는 찬송가가 아니었다. 엘리시아는 솔로몬의 72악마의 권능을 읊조리며 그들을 부르는 노래를 불렀다. 악마소환식에서나 부를 법한 노래였다. 총 72절로 되어 있는 마가(魔歌) 중 32절, 32번째 악마인 아스모데우스에 해당하는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녀는 아스모데우스를 불러 내, 그와 직접 대화할 생각이었다.

 

그의 몸이 격렬하게 떨렸다. 엘리시아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마가(魔歌)에 반응하듯, 그의 육신이 크게 요동쳤다.

"엘리시아 성녀님... 그 노래는... 안 됩니다! 당신이... 당신이 그런 노래를... 크아악!"

갑자기 그의 목소리가 완전히 달라졌다. 더 이상 트리스탄의 목소리가 아닌, 깊고 어두운, 마치 지옥의 심연에서 울리는 듯한 목소리였다.

"오오... 이런 이런. 순결한 성녀가 나를 부르다니. 내가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르겠구나. 트리스탄이라는 그릇을 통해 너를 보면서... 네 영혼의 순수함이 얼마나 매혹적인지 알고 있었지. 하지만 이렇게 직접 만나게 될 줄이야. 네가 먼저 나를 부르다니... 정말 뜻밖이야, 엘리시아. 그래서... 나를 부른 이유가 뭐지? 트리스탄의 영혼을 위해서? 아니면... 네 안에 숨겨진 어떤 욕망 때문에...?"

아스모데우스의 존재가 완전히 드러나며, 트리스탄의 육신은 이제 완전한 악마의 모습으로 변해있었다. 그의 눈동자는 깊은 심연처럼 붉게 타오르고 있었고, 날개는 완전히 펼쳐져 있었다.

 

엘리시아는 순간 두려움이 엄습했지만 고개를 흔들며 떨쳐 버렸다. 그녀는 아스모데우스를 향해 한 걸음 다가섰다.

"...내가 원하는 건 단 하나. 트리스탄과 당신을 서로에게서 해방시키는 것이에요."

엘리시아는 투명하고 푸른 눈으로 아스모데우스를 노려보았다.

"당신이 대악마 샤크두스의 의지에 따라 그의 몸에 깃든 저주 속에 갇혀 있는 것을 알아요. 하지만... 당신도 매일 밤 이 자유롭지 못한 지하 감옥 안에서 그와의 싸움만을 반복하는 것이 그리 유쾌하지는 않겠죠. 샤크두스는 이미 소멸되었어요. 당신이 그의 명령에 얽매일 이유는 없어요. 그러니... 이제 그의 몸 속에서 빠져나와, 그와 당신 모두가 진정한 자유를 누릴 수 있도록 하세요."

 

아스모데우스의 존재가 당신의 말에 크게 동요하는 것이 느껴졌다. 그의 입에서 낮고 음산한 웃음이 새어 나왔다.

"흥미롭군... 너무나도 흥미로워. 네가 그토록 많은 것을 알아냈다니. 맞아, 샤크두스의 저주로 인해 내가 이 육신에 묶여있다는 것까지. 하지만 순진한 성녀여... 내가 이 육신을 차지한 것은 단순히 샤크두스의 명령 때문만은 아니야. 트리스탄... 그의 영혼이 가진 깊은 어둠과 욕망... 그것이 나를 이끌었지. 완벽한 기사가 되고자 하는 그의 집착, 더 강한 힘을 갈망하는 야망, 때로는 신마저 의심하는 그의 불신... 그가 가진 모든 어둠이 나를 부른 거야. 내가 이 육신을 선택한 이유지."

그는 창살 너머로 손을 뻗어 당신의 얼굴을 향해 다가갔다. 그의 손끝에서는 검은 기운이 피어올랐다.

"하지만 네 말대로... 이 감옥에 갇혀 있는 것은 지루하군. 매일 밤 그와 싸우는 것도... 그의 의지가 너무 강해서 완전히 지배하지도 못하는 이 상황도... 그래, 어쩌면 네 제안을 받아들일 수도 있어. 하지만 조건이 있지. 나는 네 영혼이 궁금해... 그토록 순수한 네 영혼 속에 과연 어떤 욕망이 숨어있는지... 트리스탄을 해방시키고 싶다면, 네 영혼을 나에게 보여줘. 네가 가진 가장 깊은 욕망을... 그것이 내 조건이야."

아스모데우스의 존재가 당신의 대답을 기다리며, 그의 붉은 눈동자가 당신의 영혼 깊숙이 파고들듯 응시했다.

 

"...내 영혼을... 어떻게 보여드리면 될까요?"

엘리시아는 흔들리지 않는 의지를 유지한 채 가라앉은 목소리로 그에게 물었다.

 

아스모데우스의 존재가 당신의 대답에 음산하게 웃었다. 그의 날개가 부드럽게 펄럭이며, 창살 사이로 검은 안개같은 기운이 스며들었다.

"후후... 네가 그렇게 나올 줄 알았어. 너무나도 순수하고 용감한... 그래서 더욱 매혹적이지. 좋아, 내가 알려주지. 먼저... 그 로자리오를 내려놓으렴. 그리고 이 창살 앞으로 와서... 내 눈을 똑바로 바라봐. 네 영혼을 나에게 열어주는 거야. 두려워하지 마... 난 단지 네 내면을 들여다보고 싶을 뿐이니까."

그의 목소리는 달콤하면서도 위험했다. 마치 독이 묻은 꿀처럼.

"아니면... 트리스탄을 구하고 싶은 네 마음이 그저 연민 때문인지, 아니면 그 이상의 무언가 때문인지... 네 스스로 고백해주는 것도 좋아. 왜 그토록 필사적으로 그를 구하려 하지? 단순히 성녀로서의 의무감 때문일까? 아니면... 그의 고통받는 모습에 네 마음이 아파서? 혹시... 그의 강인함과 고결함에 매료된 것은 아닐까? 말해봐, 엘리시아. 네 진심을... 네 욕망을..."

아스모데우스의 존재는 당신의 마음 깊숙한 곳까지 파고들려 했다. 하지만 동시에, 그의 목소리 깊은 곳에서 트리스탄의 영혼이 고통스럽게 몸부림치는 것이 느껴졌다.

 

엘리시아는 가슴을 덮고 있던 로자리오를 풀지는 않고, 등 뒤로 돌려 걸었다. 그리고 악마를 향해 가까이 다가갔다. 하지만 감출 것도 없다는 듯이 당당하게 입을 열었다.

"저는 그 분을 사랑하고 있어요."

그녀의 입가에 고결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 분의 강인함? 물론 그 분이 최강의 성기사단장으로서 엘리시온을 오랜 시간 동안 지켜 오셨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어요. 하지만... 제가 만난 그는 고통에 몸부림치고 두려움에 떨며 신의 구원을 기다리는... 그저 나약하고 저주받은 한 명의 백성에 불과했어요."

엘리시아는 두 손을 기도하듯이 가슴에 모았다.

"제 역할은 주신을 대신하여 신의 은총을 바라는 모든 백성들에게 빠짐없는 손길을 내미는 것... 주신께서 제게 주신 임무죠. 그리고 제 삶을 바쳐 반드시 이루어야 할 임무는... 엘리시온의 수호자를 구원해 내는 일이에요. 그 임무를 위해 저는 역대 성녀들 중 가장 강한 힘을 얻었고... 엘리시온의 성녀라는 뜻의 '엘리시아'라는 이름을 받은 거예요. 이 순간 저는... 그 분을 위해 존재해요."

그녀는 아스모데우스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자, 이게 제가 가진 진심이고, 제가 가진 욕망이에요. 이제 만족하나요?"


아스모데우스의 존재가 당신의 고백에 크게 흔들렸다. 그의 붉은 눈동자가 불안정하게 깜빡였고, 검은 날개가 격렬하게 떨렸다.

"아... 아아... 이런 순수하고 강렬한 사랑이라니... 더러운 욕망도, 이기적인 집착도 없는... 오직 구원과 헌신뿐인 이 사랑이... 이것이 내가 그토록 갈망하던..."

갑자기 그의 목소리가 변하기 시작했다. 아스모데우스의 어둡고 깊은 목소리와 트리스탄의 목소리가 뒤섞이며 고통스럽게 울렸다.

"엘리시아... 당신의 그 순수한 사랑이... 나를... 우리를... 크윽! 안돼... 이렇게 쉽게 물러날 수는 없어! 네 사랑이 아무리 순수하다 한들... 이 육신은 이미 나의... 아악! 성녀여... 당신의 그 빛나는 영혼이... 내 안의 어둠을... 엘리시아... 도망치시오... 지금이라도... 아니, 내가... 우리가... 당신을... 사랑..."

아스모데우스의 존재가 크게 흔들리며, 트리스탄의 육신에서 검은 기운이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다. 그의 내면에서 트리스탄의 영혼과 아스모데우스의 존재가 충돌하고 있었다. 그의 날개가 흔들리고, 붉은 눈동자가 깜빡거렸다. 마치 두 개의 영혼이 한 육신 안에서 격렬하게 싸우는 것 같았다.

 

"트리스탄!"

엘리시아는 얼른 로자리오를 가슴에 고쳐 걸고, 주머니에서 지하 감옥의 철창 문을 열었다. 그리고 동요하는 그의 어깨를 끌어안았다.

"이제... 이제 당신을 고통스럽게 해 왔던 악마로부터 해방될 때가 왔어요."

엘리시아는 트리스탄의 얼굴을 부드럽게 잡았다. 그리고 눈을 감고 기도하듯이 그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순간 성스러운 빛이 폭발하듯 지하 감옥의 모든 공간을 밝혔다. 트리스탄의 내면에 충만하는 엘리시아의 사랑이 아스모데우스를 그의 내면으로부터 강하게 밀어내기 시작했다.

 

순수하고 성스러운 빛이 그의 몸을 관통하자, 그의 내면에서 격렬한 변화가 일어났다. 아스모데우스의 존재가 그의 육신으로부터 분리되기 시작했고, 트리스탄의 의식이 점차 선명해졌다.

"엘리시아... 당신의 입술이... 당신의 사랑이... 이 어둠을 몰아내고 있습니다. 아스모데우스여... 이제 알겠소. 당신은 내 안의 욕망을 먹고 자랐지만, 결국 진정한 사랑 앞에서는 무력한 존재였던 거요. 이제... 이제 나를 떠나시오!"

그의 몸에서 검은 기운이 격렬하게 솟구쳐 올랐다. 아스모데우스의 존재가 마지막 발악을 하듯 그의 육신을 휘감았지만, 엘리시아의 순수한 사랑의 힘 앞에서 점차 약해져갔다.

"엘리시아 성녀님... 당신의 그 순수한 사랑이... 저를 구원했습니다. 당신은... 당신은 진정 엘리시온의 수호자이자 저의 구원자입니다. 이제 저는... 다시 한 번 엘리시온을 지키는 기사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당신의 사랑이... 저를 새롭게 태어나게 했으니까요. 엘리시아... 당신을... 당신을 사랑합니다..."

 

마침내 아스모데우스의 존재가 완전히 그의 몸에서 떨어져 나갔다. 트리스탄의 육신이 본래의 모습을 되찾았고, 그의 눈동자는 다시 맑은 푸른빛을 되찾았다. 그는 엘리시아를 더욱 강하게 끌어안았다. 이제 그의 몸에서는 더 이상 악마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았고, 오직 순수한 기사의 영혼만이 남아있었다.


대악마 샤크두스의 저주가 완전히 풀린 트리스탄은 몇 년 만에 지하 감옥에서 빠져나왔다. 다시 강인하고 성스러운 기사의 몸으로 돌아온 트리스탄을 성기사단에서는 다시 불러들이고자 했지만, 트리스탄은 거절했다. 그는 앞으로 오직 성녀 엘리시아의 곁에서, 그녀가 백성들을 구원하기 위해 가는 곳마다 그 길을 지키고, 위험에 빠진 백성들을 구하는 데에만 자신의 힘을 쓰기로 결심했다. 엘리시아의 순수하고 고결한 사랑을 깨닫게 된 그에게는 이제 그 어떤 명예와 승리도 무의미한 것일 뿐이었다.

 

밝은 햇살 아래에서 그는 신성한 빛을 받으며 엘리시아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에는 더 이상 어둠의 그림자가 없었다.

"엘리시아 성녀님... 이제는 제가 당신을 지키고, 당신이 걸어가는 그 성스러운 길을 함께하겠습니다. 성기사단의 명예나 지위는 더 이상 제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당신의 순수한 사랑이 제게 가르쳐준 것은... 진정한 기사도란 화려한 승리나 명예가 아닌, 백성들을 향한 헌신과 사랑이라는 것이었으니까요."

그는 한쪽 무릎을 꿇고 엘리시아 앞에서 새로운 맹세를 했다.

"저는 이제 오직 당신 한 분만을 위한 기사가 되겠습니다. 당신이 백성들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밀 때, 제가 그 길을 지키겠습니다. 당신이 어둠 속에서 고통받는 이들을 찾아갈 때, 제가 그 어둠을 밝히는 횃불이 되겠습니다. 당신이 위험에 처한 이들을 구하고자 할 때, 제가 그 위험으로부터 당신을 지키겠습니다. 이것이 제가 당신의 순수한 사랑에 보답하는 방법이자, 제가 다시 태어난 이유입니다. 엘리시아 성녀님... 당신은 저의 구원자이자, 제가 영원히 섬길 빛입니다."

 

 

-fin.

 


 

여러 방향성을 생각해 보았지만 결국 그냥 아주 퓨어하게, 정석대로 플레이해 보았습니당ㅎㅎ
피폐물은 딴 애랑 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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